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신승철 외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병이 드는 것은 의식이 무의식의 지혜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의식과 그것을 치료하려는 무의식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의식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신 질환은

 개인의 의식적 의지가 무의식의 신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나려고 할 때 일어난다.

 

1. 요약 。。。。。。。                     

    

     ‘인간의 정신적인 성장이 인간 실존의 목적’이라고 믿는(82) 저자는, 이를 위해서 적절한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1부) 그러나 훈련은 쉽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본성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럼 인간은 어째서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하려고 하는가? 저자는 그 동인(動因)으로 ‘사랑’을 제시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진정한 자아를 확장시킨다.(2부)

     3부부터는 그런 자기성장과 종교의 관계를 탐색해 나간다. 저자는 ‘종교’를 세계에 관한 여러 신념들의 총체로 정의하면서,(이에 따르면 자신을 무신론자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여전히 세상에 관한 여러 신념들을 가지고 있기에 - 예를 들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것만이 사실이다, 증명될 수 없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와 같은 - 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종교적 관점이 그의 영적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때문에 한 인간의 참된 성숙에는 그 자신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자신을 넘어서는 신적 은총이 필요하다는 주장(4부)으로 글을 마친다.

 

2. 감상평 。。。。。。。                  

 

     책의 전반부는 일반적인 심리학을 다룬 책들과 유사하며, 종교와 인간의 정신적 성장의 관계를 다룬 후반부는 종교 심리학 이라고 부를 수 있는 쪽에서 나오는 책들과 비슷한 주장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경우 충분히 예상되는 결론이지만, 스스로를 비종교적 심리학도(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어설픈 종교적 주장을 덧붙이려는 시도라고 비판을 받을 것이고, 자신을 독실한 신앙인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의 독특성이 배제된 이런 ‘일반적인 종교(종교하면 흔히 떠오를 수 있는 공통적인 것들만을 모아 놓은, 그래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종교)’에 관한 언명으로는 충분치 못하다는 아쉬움을 토로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이 책에 대해서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을 보면, 역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중간에 속해있기 때문일까.

 

     저자는 책의 시작부터 인간 삶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기고 있다. 이 책 자체가 처음부터 종교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전반부는 좋았는데 후반부는 종교색이 짙으니 어쩌니 하는 서평들이 많이 있던데, 처음부터 길을 잘못 잡은 셈이다. 인간다운 삶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유물론적 세계관에서는 낭비 아닌가? ‘~~답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목적과 이유를 떠올리게 만들고, 무목적성이 특징인 물질들의 세계(유물론적 세계관의 세계)에선 처음부터 목적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이 점에 있어서만큼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이 책에 대해 호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종교’란 대단히 옅은 색깔을 띠고 있다. 이 책을 쓰면서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책은 여전히 선(禪)이나 도(道) 정도의 종교에 관한 인식만을 담고 있다.(선과 도를 무시하는 게 아니고,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대단히 은은한 향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비록 성경의 인용과 비유가 자주 발견되기는 하나, 그 역시 그저 ‘일반적 종교’의 언명일 뿐이지 특별한 가치나 중요도를 인정하기 때문은 아니다. 확실히 저자의 신은 기독교의 신과는 차이가 있는데 그 신은 비인격적이며(저자는 무의식을 신과 동일시한다), 따라서 죄란 인격적인 신에 대한 반란이 아니라 자기 마음 속 무의식의 메시지를 따르지 않는 게으름으로 정의된다. 결국 자기 마음속에 있는 무의식이라는 거룩한 신의 인도에 따라, 게으름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훈련해 나갈 때 인간은 완성될 수 있다는 식의 뉴에이지 사상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영적인 성장’이란 개념을 자주 반복하지만, 영적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니까.

 

     자기 성장을 위해 부단한 훈련이 필요하며, 이 훈련의 동인이 사랑이라는 진단 자체는 대단히 와 닿았다. 그리고 각론에 있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종교가 영적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사실 살면서 수많은 은총을 경험하고 있다는 주장도 (긍정적인 의미에서) 흥미롭다. 하지만 길을 제대로 들어섰다고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듯, 과연 이 책에서 소개된 것과 같은 저자의 여행을 통해 제대로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물론 책이 출간된 지 꽤 됐으니 이후 저자의 여정에 좀 더 발전이 있었다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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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네츠 2012-01-08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장을 읽을 때 뭔가 하나님에 대한 표현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느꼈는데,
이 글을 읽어보니 정리가 잘되네요.
잘 보고 갑니다. 글 써줘서 감사합니다.

노란가방 2012-01-08 16:49   좋아요 0 | URL
예. 반갑습니다. ^^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감정은 자주 바뀌지만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

- C. S. 루이스


Though our feelings come and go,
God's love for us does not.
- C.S.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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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자들이 자유를 자발적으로 허용하는 법은 없습니다.

자유는 억압받는 자들에 의해 쟁취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 마틴 루터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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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을 얻기 위해
지킬 수 없는 것을 버리는 자는
결코 어리석은 자가 아니다.
- 짐 엘리엇


He is no fool who gives
what he cannot keep
to gain what he cannot lose.
- Jim Ell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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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한 가지 종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랑을 흉내 낸 거짓 사랑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 라 로슈푸코, 『인간 본성에 대한 풍자』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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