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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주인공 보리는 수몰 예정지에서 태어난 개다. 할아버지 내외와 함께 살던 곳이 물에 잠기면서 바닷가에서 살고 있는 둘째 아들네 집으로 옮겨가게 되고, 그곳에서 새 주인의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한 때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주인이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다시 가족들은 도시로 이사를 가기로 하고, 보리는 배추가 다 자라기까지 남아 있기로 한 할머니와 함께 남는다.
2. 감상평 。。。。。。。
개의 시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비춰보는 흥미로운 책이다. 여기서 ‘흥미롭다’는 것은 시선의 위치가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 주인공인 보리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의 모습은 딱히 재미있거나 흥미진진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네의 일상이 그렇듯,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늘 즐겁지도, 그렇다고 비극의 주인공처럼 괴로움과 절망으로 점철되지도 않는다. 어쩌면 개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그런 깊은 감정을 읽어내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해나가겠다는 저자의 의지표명일지도 모르겠다.
본문 가운데 개는 인간처럼 숫자와 글자를 가지고 공부하지 않으며, 그저 몸으로 공부할 뿐이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보리는 발바닥에 생긴 굳은살만큼 배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도 딱히 다르지 않다. 퍽이나 잘난 양 이것저것 아는 척을 하지만, 사실 인간 역시 감히 예측하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허둥지둥 살아가면서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에서만 뭔가 알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이 시대의 지배적 세계관은 그렇게 경험하고, 측정한 것만이 의미 있는 사실이라고 가르치니, 이건 뭐 개를 닮으라는 건지) 아니,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도 자주 잊어버리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을 제대로 배우고자 하지 않는 것 같다.
부담스럽지 않게 천천히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특별히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독자라면 뭔가 짠한 향수를 느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