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백제를 무너뜨리고 이어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성 공격을 앞둔 나당연합군. 연합군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었던 두 나라는 쉽사리 평양성을 함락시키지 못한다. 먼저 대세는 기울었지만 평양성 안에는 당과의 협상을 주장하는 남생(연개소문의 장남)이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남건(연개소문의 차남)과의 다툼에서 밀려남으로써 고구려는 협상의 여지를 스스로 없애버렸다. 사람은 고민이 사라지면 의외로 강해지는 법이다. 온 성이 결사적인 자세로 적을 막으니 쉽게 공략될 리 없었다.
여기에 당이 한반도의 지배권을 넘겨줄 지 확신할 수 없었던 신라와, 백제와 고구려에 이어 신라까지 무너뜨리고 한반도를 손에 넣으려는 당은 모두 평양성 이후 상대와의 일전을 대비해 병력을 보존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서로 눈치만 볼 수밖에. 고민이 많은 군대가 고민이 없는 군대를 치는 꼴이니 대군이라 해도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없었다. 결국 당에 투항한 남생이 평양성에 고민을 심어두는 데 성공하고, 마침내 성문이 안에서부터 열리면서 전쟁은 급격히 절정으로 치닫는다.

2. 감상평 。。。。。。。
영화는 일반적으로 전쟁이란 것이 단순히 선과 악으로 쉽게 가를 수도 없고, 그 안에 다양한 정략(政略)적 목적들이 담겨 있으며, 국제관계에 있어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나아가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겠느냐는 주제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어느 것 하나에 좀 더 집중했다면 보다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길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가족끼리 가볍게 즐기면서도, 아는 사람들은 또 영화를 읽어내는 맛을 느끼도록 제작된 것 같으니 뭐 그대로도 괜찮아 보이긴 한다.
전편인 ‘황산벌’에서도 나타났던 주제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감독은 ‘전쟁은 윗대가리들끼리 하는 것이지 평범한 백성들과는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거시기(이문식 분)의 대사를 통해 전쟁이 가지고 있는 비인간성을 자주 강조하고 있다. 끌려나와 딱히 그 전쟁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거시기에게, 이 전쟁은 그저 살아나기만 하면 누가 이기든 상관없는 이벤트일 뿐이다. 시작은 백제군으로 했으나, 나라가 망한 뒤에는 다시 신라군의 일원으로 평양성 앞까지 와서 결국 갑순과 결혼해 고구려군으로 전쟁을 마친 거시기의 삶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들의 삶과 ‘거시기’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권이 바뀌고 선거를 통해 아무리 국회의원들을 뽑아놓아도, 일단 당선되고 나면 언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쏟아냈던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안면을 몰수하는 정치인들을 보며 이제는 아예 기대를 접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상황에서 비록 영화지만, 거시기의 국가에 대한 ‘파업’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더 이상 국가의 부속품으로 살기를 거절하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겠다는 거시기의 선언은 일견 이기적인 태도로 보일수도 있으나, 진짜 이기적인 것은 온갖 명분을 끌어대며 시민들에게 한없는 희생과 양보만을 요구하는 지배층들은 아닐까. 엄밀히 말하면 국민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지배층의 국민’이기를 포기하는 것이고, 지배층들에 대한 파업의 선언이다. 국민들의 파업을 불순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민주국가의 기본 방향이 아니던가. 물론 현실세계에서 아직까지 그런 나라는 없었고, 영화에서도 이 파업은 거시기 혼자만의 파업으로 끝났을 뿐 다시 역사는 역사대로 흘러가버리고 만다.
재미있게 만든 영화다. 이 시리즈 영화 특유의 사투리들은 명절에 모여서 함께 볼 때 쏠쏠한 재미를 더해주고, 전편보다 더 강해진(혹은 과장된) 유머코드는 부담 없이 즐기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