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하나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을 측정하고, 틀 안에 넣고,
분류하고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눈다.
당신들은 모든 것을 잘게 자르면 자를수록 더욱 더 진리에 다가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매미를 잘게 자른다고
매미가 왜 노래하는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난초 꽃잎의 세포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한다고 해서
난초 꽃이 왜 그토록 아름다운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요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의 처지가 되어 보아야 하고
그것들과 한마음이 되어 보아야 한다.
당신들이 매미를 이해하고 싶으면
10분 동안만이라도 매미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느끼려고 노력해 보라.
당신들이 난초를 이해하고 싶으면
당신 자신을 난초라고 생각해 보라.
 
주위의 대상들을 잘게 자르고,
지식의 성채로부터 그것들을 관찰하기보다는
그것들의 처지로 들어가 보라.

 
-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절하십시오.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으니까요.

- 알렉산드리아의 필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있잖아.. 눈 감아 봐.
뭐가 보여?

그냥 깜깜하기만 해.

거기가 옛날에 내가 살던 곳이야.

어딘데?

깊고 깊은 바다 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그랬구나.
조제는 해저에서 살았구나.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불고 비도 안 와.
정적만이 있을 뿐이지.

외로웠겠다.

별로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할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질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中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너지는 환상 -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세계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이수현.천경록 옮김 / 책갈피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요약 。。。。。。。

 

     저자인 캘리니코스는 2008년 발생했던 러시아-그루지야 전쟁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를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위기에 몰리기 시작한 증거라고 진단한다. 나토를 토대로 러시아를 둘러싼 국가들을 미국에 우호적인 정권으로 바꾸려고 했던 시도는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그루지야에 서방국 중 어느 한 나라도 도움을 주지 못함으로써 실패했음이 드러났고, 이는 곧 미국의 힘이 이전과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또,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연쇄부도로 인한 경제위기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가 절대선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런 조짐들과 더불어 여러 통계 자료들을 제시하며, 단지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방식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신자유주의) 자체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에 무한대의 자유를 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는 낭만적 기대는 거짓이었고, (이미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듯이) 국가적 차원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저자는 곧 단지 체제 안에서의 정권과 정책의 교체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며, 시민과 노동자들의 참여가 보장된 새로운 체제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2. 감상평 。。。。。。。

 

     러시아-그루지야 전쟁과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엮어내는 저자의 솜씨에 우선 감탄했다. 두 사건이 미국과 미국이 지향하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생긴 균열의 증거라고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책을 읽으며 예전에 봤던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패권국가는 자신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점차 많은 비용을 쏟게 되고 결국은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책. 폴 케네디가 말한 ‘패권 국가’를 이 책의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로 대치시켜도 유사한 결론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인류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하며 완전무결한 제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신조처럼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 전 세계의 여러 국가들은 일종의 사상개조의 강요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자본주의를 택하지 않은 나라는 무슨 큰 범죄를 저지르기라도 한 것과 같은 시선을 보내는 것. 생물계에는 다양성이 사라져버리면 단 하나의 바이러스에 의해서도 멸종과 같은 엄청난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도 충분히 치유되지 못한 지난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는 어쩌면 이 진리가 단지 생물계만이 아니라 사상계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하지만 현실에 대한 이런 날카로운 비평에 이어지는 대안 제시는 좀 아쉽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답게 노동자와 시민이 주축이 된 사회제도를 제시하기는 하나 충분치는 못하다. 그래도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으며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었던 폭력에 의한 혁명의 정당화가 아닌 민주적 합의에 의한 체제의 변혁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좀 현실적인 느낌이랄까.

     인간이 만든 모든 사회제도와 사상은 한계를 지니기 마련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인간을 위해 만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이 희생되는 모순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리고 여기에 그 체제가 애초부터 문제가 많은 것이었다면 더욱 큰 피해를 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더 많은 것을 감추고, 더 많은 부분을 숨겨야 할 테니까. 모두가 정신없이 앞으로만 달려가야 한다고 말하는 지금, 과연 이 길이 맞는 길인가 따져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나 이 책은 신자유주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론적 근거를 더해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기억은 마치 거미줄처럼 작동했다.

거미의 분별력은 중요하지 않은 것들 - 이를테면 바람 같은 것 -은

그냥 뚫고 지나가도록 두지만,

붙잡힌 파리들은 잡아먹을 필요가 있을 때까지

그냥 거미줄에 매달려 있도록 둔다.

 

- 『꿈 꾸는 책들의 도시』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