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가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면서부터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감상적인 글들을 끼적였고,

점차 뭔가를 알아가면서

배운 것과 실제의 상황이 다른 것을 느낄 때마다

또 다른 성격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역의 시작은 좀 더 규격에 맞는 글을

정기적으로 써내야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니긴 했지만,

덕분에 글을 쓰는 습관은 확실히 길렀다.

자발적인 글쓰기든,

필요에 의한 글쓰기든,

하여튼 일주일에 최소한 네 페이지의 글을 써야했으니까.

 

이후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또 쓰지 않고 못 배길 뭔가가 떠오를 때마다

이런저런 글을 쓰곤 했다.

여기에 가볍게 남기기 시작한 서평과 영화 감상들은

적은 경험과 좁은 시야를 조금씩이나마 늘이고 넓혀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렇게 아름아름 쓰던 글 하나가

책에 실리게 되었다.

서평을 올릴 때마다 고정적인 마일리지를 받고

그 마일리지로 다시 책을 구입한다는 좋은 아이디어를

인터넷으로 구현한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서

회원들이 쓴 글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다.

 

단지 각자가 쓴 글을 모으는 수준이 아니고,

책에 관한 책이라는 독특한 컨셉.

온오프라인에서 꽤나 유명한 분들이

자신이 읽은 책을 바탕으로 몇 개의 연관 서적을 엮어

하나의 논리적인 글을 만들어 냈다.

다들 꽤나 열심히 책을 읽고 부지런히 생각을 하는 분들이라

단지 단행본 한권일 뿐인데 400권이 넘는 책 이야기가 실린다.

 


 

내가 쓴 글은

『긍정의 힘』의 놀라운 판매부수에서 시작해

우리나라의 교회가 어떻게 ‘성공’과 ‘물질’의 복음을

받아들였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꼭 내가 써서가 아니라 몇 번을 읽어봐도

간만에 깔끔하게 썼다는 느낌이다. ㅎㅎ

 

처음으로 인세라는 것도 받아본다.

여러 저자분들이 공평하게 나누는 거라

금액으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나로서는 생애 처음으로 순수하게 글만을 써서

돈을 받는 거니 의미가 남다르다.

 

 

초판 3,000부.

굳이 따지자면 인문 서적이니 적지 않은 부수다.

이왕이면 잘 팔렸으면 좋겠지만,

20대의 마지막 해에

꽤나 기억에 남는 일을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기억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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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0-08-3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노란가방'이란 별명은 알지에 매우 익숙한데, 오프에서 뵌 적은 한번도 없었네요.
이번에는 '짙은잿빛구름'이란 필명으로 참여하셨군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본문에서 언급하셨듯이 깔끔한 구성이라 쉽게 읽히더군요.
제 글 바로 뒤에 있는 글이라서 책 받고 가장 먼저 읽은 글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값진 인연을 맺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

노란가방 2010-08-31 08:22   좋아요 0 | URL
아.. 감은빛 님.
괜찮게 읽어 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
제가 신분이 신분인지라 쉽게 오프 모임에 나가기가 어렵네요..;;

저도 종종 온라인으로나마 찾아 뵙겠습니다. ㅎㅎ

낭만인생 2010-09-0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은 이렇게 이루어지는가 봅니다.
좋은 일 가득하세요.

노란가방 2010-09-03 16:45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
 
서른, 기도로 묻다 - 하나님의 생각을 알아가는 기도습관
이상화 지음 / 위즈덤로드(위즈덤하우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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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나이 서른 즈음에 던져 봄직 한 마흔 네 가지 질문에 대해, 오랫동안 성경을 묵상하고 목회와 상담을 해 온 저자가 차근차근 대답을 해 준다. 각 질문의 말미에는 이에 도움에 될 만한 성경구절과, 말씀을 의지해 함께 해 볼 수 있는 기도문이 실려 있다. 



2. 감상평 。。。。。。。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서른’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별한 떨림과 ‘기도로 묻겠다’는 경건한 집필의도에 대한 어필이 어울려 무슨 책인지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느낌을 준다. 책의 내용도 그 제목이 주는 무게감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읽어볼 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은 과하게 신학적인 설명만을 늘어놓지 않는 대신, 편안한 상담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매 장마다 등장하는 실제적인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제기와 그에 대한 대답이라는 형식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이라는 게, 내담자의 구체적인 상황과 생각 등을 바탕으로 해 이루어져야 유효한 결과를 줄 수 있는데,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런 식의 상담은 필연적으로 일반적인 내용만을 일반적으로 훑어갈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쉽게 말해 알만한 이야기만을 담게 될 수 있다는 것. 이 책도 이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알만한 내용’이라고 해서 모두가 아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알아야 할 것’을 제때 알려주는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서른 살 초입에 들어선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책의 어떤 부분에 ‘기도로 묻는다’는 제목이 적용될 수 있는 지 모르겠다. 챕터의 말미에 등장하는 간단한 기도문을 가리키는 거라면 제목이 과장된 것 같은데, 사실 그 외에 어떤 부분에 적용될 수 있는 표현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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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에게 강력히 항의합니다. 이게 뭡니까.

 도대체 범법자들, 법률위반자들 데려다놓고 장관시켜 달라,

 우리가 조폭 중간보스 뽑습니까?

 '서방파', '칠성파' 중간보스 뽑는겁니까.

 기본적 자질이 안 되는 분들,

 스스로 범법했다고 인정하는 분들을 후보 추천해달라니,

 국민들 무시하는 처삽니다."

 

- 최문순 민주당 의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장에서)



 

이렇게 치졸하고 뒤가 구린 인사들을 어디에서 다 긁어왔는지

청문회를 보며 한숨을 넘어 절망을 하게 된다.

 

어떻게든 시간만 끄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는 여당 의원들과

 

기억이 안난다, 송구하나는 말만 되풀이 한 채

증거를 눈앞에 드러대야 죄송하다는 한 마디로 모든 걸 덮으려는

장관, 총리 후보자들.

 

조폭 중간 보스 뽑고 있느냐는 최 의원의 호통에 속은 시원하지만

딱히 바뀔 것 같지 않다는 게 슬플 뿐.

 

 

+ 하나 더

최문순 의원의 또 하나의 명언

 

"이런 사람들을 장관 후보자로 임명해놓고 '공정한 사회'라니..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분들과.. 정신 분열증에 걸릴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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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사이드 - The Blind Sid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이제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늦가을, 반팔 티만 입고 걸어가는 한 흑인 소년(마이클 오어)을 본 리 앤(산드라 블록)은 대뜸 그를 차에 실어 집으로 데려간다. 마이클의 딱한 사정을 들은 리는 그를 자기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지능은 다른 사람들보다 낮지만 대신 보호본능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던 마이클은 그런 리의 배려와 다른 식구들의 따뜻한 환대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작한 풋볼(Football)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여주는 마이클. 하지만 모든 것은 순조롭게만 풀려가지는 않았다.

 


 

2. 감상평 。。。。。。。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을 열고 다른 이들을 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철저하게 자신을 보호하고 좀처럼 열지 않으려고 하는 개인주의화 된 세상은 ‘무슨 바보 같은 짓이냐’고 힐난을 하겠지만, 여기 그것을 실제로 해 본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결말은 참 뿌듯하게도 해피엔딩이었다. 물론 세상일이란 게 영화처럼 항상 좋은 결말로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만(버려진 아이를 길러준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청부살인을 교사한 패륜아에 관한 뉴스가 잊힐 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걸 보면), 사실 생각해 보면 마음의 담을 쌓고 다른 사람들을 상관하지 않고 살아간다고 해서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요컨대 그렇다면 관건은 마음가짐의 문제일 것이다. 열고 협력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닫고 빼앗으며 살아갈 것인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를 D.N.A.라는 독특한 이론(분열 Division, 중립 neutralite, 협력 association)으로 오랜 시간 고민하며 여러 작품을 통해 발표했는데, 흥미롭게도 그에 따르면 처음에는 D력이 우세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A력이 최종적인 승리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은 결국 다 함께 망할 것을 권하는 세상과 마찬가지라는 깨달음은, 인생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이르게 되는 결론인 것 같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영화는, 보는 동안 한 여름 더위 속에서도 기분 좋은 따뜻함을 느끼도록 만든다. 딱히 눈이 휘둥그레 해질 정도의 특수효과나 큰 규모의 인력이 동원된 것 같지는 않았지만(굳이 꼽자면 풋볼 경기의 관중 정도?), 그런 영화의 재미와는 또 다른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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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

 

     같은 마을에 사는 좀머 씨라는 독특한 아저씨를 바라보며 조금씩 자라가는 주인공 ‘나’의 성작 이야기. 하루 종일(종종 며칠 동안도) 그저 앞으로 걷는 일밖에 하지 않는 좀머라는 독특한 아저씨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이런저런 추측을 하지만 누구도 정확하게 그에 대해 알지는 못한다. 누구와도 제대로 대화를 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길만을 가고자 하는 아저씨를 흥미롭게 관찰하던 (채 십대가 되지 않았던) ‘나’는 의도치 않게 몇 차례 그와의 직간접적인 조우를 하고, 이때의 만남은 ‘나’의 성장에 작지만 중요한 영향을 준다.


 

2. 감상평 。。。。。。。

 

     그리 길지 않은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그다지 복잡한 구조를 가지지 않으면서도(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풍성히 담고 있다. 서술자인 ‘나’의 성장소설로 읽을 수도 있고, ‘나’를 단순한 관찰자로 놓고 좀머 씨의 행동에서 의미를 찾아내며 읽을 수도 있다. 물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만을 따라갈 수도 있고.

     내 경우엔 역시나 좀머라는 인물의 독특한 행동이 눈에 더 띄었다. 누구와의 소통도 거부하며 - 어쩌면 두려워하며 - 자기의 길만을 가려는 존재. 누군가의 방해를 극도로 싫어하며 앞만 보고 걸어가다 결국 가지 말아야 하는 곳까지 걸어간 사람. 실제로도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경계한다는 저자가 91년 이 작품을 썼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저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쩌면 지나치게 개인주의화 된 세상에 대한 냉소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 1900년대 중반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해 좀머 씨의 행동과 일종의 대조를 보여주는 것을 보면 후자 쪽으로 해석할 여지가 더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 진화에 관한 신화는 가면 갈수록 생존에 적합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가르치지만, 오늘의 인간들이 과연 과거의 사람들보다 더 살아가기에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주 전체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데도 유독 인간과 생명체만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그저 하던 대로만 해도 충분히 번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좀머처럼 호수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데도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미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좀 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옳다는 식의 헛소리가 박수를 받고 있는 시대이니 뭐 말은 다했다. 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돌아가는 것이 답이다. 여기가 정확히 어디인지 모른다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특히나 반대쪽으로 가고 있었다면 돌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바른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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