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재투성이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2
이양호 지음 / 글숲산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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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요약 。。。。。。。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신데렐라’는 아마도 오랫동안 민간에서 구전되어 오던 이야기를 누군가가(그림 형제 또는 샤를 페로?) 글로 옮겨 적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이야기를 오랫동안 전수하던 나라(독일)의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전통이 담겨 있을 터. 이 책은 신데렐라라는 옛날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그런 단서들을 토대로 ‘옛날’ 사람들이 이야기에 담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려는 시도다.

 

2. 감상평 。。。。。。。

 

     원래는 ‘재투성이’라는 뜻의 제목을 ‘신데렐라’라고 번역한 것은 고의적인 오역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이 흥미로워보였다. 어떤 이야기를 읽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가 만들어질 당시의 여러 정황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데 깊이 공감을 하고 있었기에, 이 책은 ‘신데렐라’라는 동화를 통해 그것을 만들었을 고대, 혹은 중세의 독일 사람들의 일상사를 명쾌하게 분석해 줄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먼저 든 소감은 ‘좀 과하다’는 느낌이었다.

 

     저자는 ‘재투성이’ 이야기에 대한 지나친 주해, 혹은 주석을 시도하고 있다. 과도한 상징주의적 해석 방식을 취한 나머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작은 단어 하나도 놓치지 않고 거기에 만물을 담으려고 한다. 물론, 이야기 속 단서를 흘려보내지 않는 것은 사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수사관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자질이다. 하지만 그러한 ‘단서들’은 일반적으로도 인정되는 나머지 정황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적어도 독일에서 전해지는 옛날이야기라면 독일의 역사나 문화사에 관한 연구가 고대 중국이나 아메리카의 그것보다 더 많은 연관을 맺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충분한 연구 없이(혹은 연구를 했는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설명은 부족하다) 바로 선문답이나 동양고전, 혹은 한국 현대시를 인용하며 근거로 제시한다. 이래서는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할 때는 몰라도 대중을 상대로 말할 때는 충분히 설득하기 어렵지 않을까.

     비슷한 이야기는 모조리 연관된 것으로 이해하고 그렇게 독자를 끌고 가려는 태도(사실은 그다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데 억지로 계통을 세우려는 것처럼 느껴진다)도 썩 만족스럽지 않다. 예컨대 독일 이야기와 고대 이집트 설화가 마치 직접적인 영향 아래 있는 것처럼 연결시키려는 부분(141)과 같은 비약이 자주 발견된다. 진화심리학 이론에 근거한 이야기 해석방식으로 보이는데, 글쎄 숟가락과 삽을 인용해 놓고 전자가 후자로 발전되었다고 대뜸 주장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저자는 ‘재투성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일종의 준거적 틀을 제시하고자 애쓴다. ‘여기에 이렇게 언급된 것은 사실 이런 뜻인데, 그러니 너희도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이다. 여기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은, 왜 그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교훈(사실 정말로 그 이야기에서 나온 것인지도 미심쩍지만. 재투성이가 좋은 옷으로 변하는 데에서 음양의 원리를 읽어내려는 식의 접근은 아무리 봐도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을 따라야 하는가 라는 것이다. 그저 오래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혹은 옛 사람들의 지혜는 무조건 좋으니까?

 

     옛 이야기에 담긴 ‘사실’을 파악해 현대의 사람들에게 적용시켜보려는 시도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부실하거나 충분히 체계적이지 않으면 헐거운 나사에 고정된 책장처럼 툭 건드리기만 해도 떨어질 수 있다. 책을 보면서 난 ‘온전한 모습의 신데렐라’를 도무지 만날 수 없었고, 대신 저자가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인간상만 만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거라면 좀 다른 책을 써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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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 Black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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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태어난 지 두 살만에 시력과 청력을 상실한 미셸은 누구도 손 댈 수 없는 폭군으로 변해간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자 아버지에 의해 요양원으로 보내질 찰라, 어머니는 미셸과 같은 아이를 전담해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하이 선생님을 초청한다. 어둠 속에 혼자 남아 어쩔 줄 모르고 있었던 미셸에게 사하이 선생님은 빛을 던져 주지만, 그와 반비례 하듯 사하이 선생 자신은 망각이라는 어둠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고 있었다.

 

 

 

  

2. 감상평 。。。。。。。

 

     아마도 처음으로 본 인도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감동을 주는 영화였고, 연기자들의 연기력도 크게 흠잡을 만한 데가 없었다.

 

     영화는 헬렌 켈러를 떠올리도록 만드는 주인공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외부세계와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했고, 그렇게 고립된 소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희망을 준 것은 외부 세계의 통역자인 사하이 선생님의 메시지였다. 미셸의 내부에 질서가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오늘날 사람들의 상황이 꼭 그와 같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누구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이 세상에 대해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없다. 그저 내 앞에 있는 것을 집고, 먹고, 던지고, 소리 지르고, 때리는 것만을 능사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가면 갈수록 묻지 마 식의 범죄와 반인륜적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또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어 버린 사람들의 보여줄 수 있는 최종 단계가 아닌가 싶다. 

 

     생각해 보면 이런 모습은 사람들이 이 우주를 ‘닫힌 세계’로 규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자연 세계 외부의 어떠한 존재도, 힘도 인정하지 않고, 오직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이 사실이라고 가르치고 배워온 사람들에게 또 무엇을 바랄 것인가. 오늘날 인류는 철저하게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독방에 갇혀 있다. 그리고 이들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의 파괴적인 결과는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딱 그대로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학원에서 문제 하나를 풀다가 막혀 끙끙댄 적이 있었다. ‘□’라는(이게 중학교로 들어가면 x라는 기호로 바뀐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기호를 사용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였는데, 이를 알 리 없는 나로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었다. 옆에 있는 선생님에게 물어보면 ‘□’라는 기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을 테지만 적잖은 고집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끝까지 혼자 풀어 보려다가 결국 포기하고 울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내가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작지 않은 오만함이 결국 모든 것을 그르쳐버렸다.  

 

      영화 속 대사 중 하나인 ‘우리는 모두 신 앞에서는 시각장애인’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현대인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외부의 도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나의 존엄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미셸처럼 사하이 선생님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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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두 번째 날..

화천은 눈으로 덮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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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나라당이 주도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오늘 발표되었다.

 

힘과 숫자로 밀어부치고

대리투표까지 횡횡한 것 자체는 위법하지만,

그렇게 해서 가결된 법률안 자체는 무효가 되지 않는단다.

 

말하자면

때려서 돈을 뺏은 행위 자체는 문제가 있지만

이미 뺏은 돈은 안 돌려줘도 된다는 아름다운 설명.

 

이렇게 훌륭한 분들과 같은 나라에서 산다는 게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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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권리를 말한다 - 살아가면서 읽는 사회 교과서
전대원 지음 / 뜨인돌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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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소유하면 할수록 인권 감수성은 점차 둔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권력이라는 것이 자신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관철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1. 요약 。。。。。。。

      사회 선생님이 쓴 법과 권리에 관한 이야기.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저자는 우리나라 헌법이 모든 국민에 대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들에 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교사라는 저자의 직업은 글쓰기에도 그대로 드러나서, 저자는 주제와 관련된 시사적인 질문을 툭 던져놓고, 그것을 고리로 말하고자 하는 기본권의 의미와 의의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수준이라면 충분히 읽어갈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였으면서도 그 내용은 가볍지 않다.


2. 감상평 。。。。。。。

     터번처럼 생긴 이상한 모자를 뒤집어 쓴 수염자국이 선명한 아저씨와 교복인 것 같은 옷을 입은 채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여자 아이, 그리고 자기 얼굴만 한 돋보기를 들고 허리를 90도로 굽힌 채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있는 아주머니, 이 모든 그림이 범상치 않은 그림체로 그려져 있는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도대체 저 주황색 바지에 체크무늬 조끼를 받쳐 입고 이상한 터번까지 쓴 키치 패션의 사나이는 누구란 말인가. 도대체 이 책은 뭐란 말인가.

     이런 와 닿지 않는 표지 디자인은 책을 읽기도 전에 기대감을 접게 만드는 데, 이러한 생각은 책의 본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금새 사라져버린다. 저자는 친한 사람에게 하듯 편하게 말을 걸고 있고, 그의 질문에 마음속으로 대답을 해 나가는 순간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 들어간다. 썩 괜찮은 책이다.

 


 

 

     책의 부제가 ‘살아가면서 읽는 사회 교과서’인데 참 잘 지었다. ‘교과서’란 꼭 배워야 할 무엇이 담겨 있는 책이라는 의미로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표현이고, ‘살아가면서 읽는’이라는 수식어는 그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학술적인 방식보다는 실제적인 예와 경험을 통해 전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부제처럼 책의 내용 또한 그러했다. 

     책의 논점에 대해서는 특별히 반박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좀 더 논지가 강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마도 어린 학생들을 1차 독자로 상정하고 썼기 때문일 것이라는 느낌이 맞다면 이 정도만 되도 충분히 좋아 보인다.

     책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들을 다루고 있다. 모든 법의 최상위의 법이라는 헌법이지만, 그 성격상 선언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어서 일상생활에 직접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그 선언적 의미를 일상에 적용하면 어떤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야 하는 지를 보여줌으로써 헌법을 살아있는 법으로 복원시킬 경우 우리들의 삶에 얼마나 유익할 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언젠가 알고 지내던 한 법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의 목표가 ‘헌법 정신이 구현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헌법 정신만 제대로 구현되더라도 사람을 존중하는 따뜻한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소박한 기대였다. 문제는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 ‘소박한 기대’를 ‘지나친 기대’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손에 넣은 이들이 그렇게 헌법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일반 국민 전체가 헌법에 대해 명확한 이해도, 제대로 된 교육도, 온전한 실현에 대한 경험도 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데 자기의 것을 나누어 줄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은 사람들에게 헌법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 교육은 어렵지 않게,편하게 접근을 해야 할 텐데 이 책은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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