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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게르의 귀향
내털리 데이비스 지음, 양희영 옮김 / 지식의풍경 / 2000년 3월
평점 :
왜냐하면 비범한 분쟁은
때로 일상의 물결 속에 감추어져 있는 동기와 가치를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아주 유명한 이야기 -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그런 얘기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인 마르탱 게르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쓰면서 저자의 설명을 덧붙이는 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마르탱 게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프랑스 어느 마을에 마르탱 게르라는 부농이 살았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먼 곳으로 떠나 사라져버리고 남은 아내만 혼자서 집을 지키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마르탱 게르가 돌아왔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용모와 성격은 약간 달라진 것 같았지만, 그의 아내도 그를 마르탱이라고 확실하게 주장하는 마당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는데, 돌아온 마르탱이 그가 없는 사이 재산을 관리하던 작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재산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는 전통적인 농업 방식대신 땅을 팔고 보다 상업적인 방법의 재산 운용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에 의심을 품은 작은 아버지는 그가 진짜 마르탱 게르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다. 대도시에서 열렸던 재판은 돌아온 마르탱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진짜 마르탱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가짜 마르탱, 곧 뒤 틸의 계략은 들통 나고 만다.
저자는 이 과정을 기록하면서,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표면적인 내용 이외의, 당시 프랑스 일반인들의 관습, 사고방식, 문화 등을 묘사하고 있다. 통상적인 역사서 중심의 역사 이해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역사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짧은 책이어서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마르탱 게르의 부인이 뒤 틸이 마르탱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나, 그 둘이 프로테스탄티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그들의 비정상적인 관계가 가톨릭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 - 이혼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 -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