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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노플 함락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0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이다. 출판 연도가 2000년으로 되어 있는걸로 봐서 벌써 2년이나 된, 새 책은 아닌 책이다. 하긴 책머리에 나와있는 저자 소개에는 『로마인 이야기』 7권을 집필중이라고 하는데, 내가 몇 달 전에 읽은 책이 『로마인 이야기』10권이었으니... 조금 지난 책을 읽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재미이다.
책의 내용은 책이름과 목차에 나와있듯이 동로마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여느 책처럼(그리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도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저자의 독특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쓴 책이다.
이 책에는 주인공이 없다. 단지 책에는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기까지 그 과정 안에 있었던 수많은 군상들을 그려내고 있다. 베네치아의 상인부터 시작해, 군인, 용병대장,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 그의 신하 프란체스, 도시를 정복하려는 메메트, 그의 신하들 등등.. 저자는 이 모든 사람들을 그냥 지어낸 것이 아니라 에필로그에 나온 주인공들의 후기 등에서 알 수 있듯, 각각의 사람들이 각각 쓴 기록들을 모두 종합해서 콘스탄티노플이라는 역사적 공간 안에 하나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낸 것으로 보인다. 마치 조각맞추기 퍼즐처럼.
상당히 특색 있는 소설의 구성 방식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방금 떠오른 생각은, 전형적인 역사서술형태를 취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역사서술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단편적으로 남아있는, 혹은 완전히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편향된 기술들을 여럿 모아서 서로 비교하고 분석해 대상이 되는 역사 시대를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내는 작업이 아닌가.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작업으로 통해 만들어진 소설이다.
여느 역사소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소설의 경우 소설가의 창작이 너무 많이 들어가 실제의 역사가 그랬는지를 가끔 혼동스럽게 만든다면, 시오노 나나미의 소설은 재미를 유지하기 위해 역사적 틀을 넘나들면서도, 어디까지나 사료에 근거해서 개연성있는 추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이 저자가 보이는 非 기독교적인(어쩌면 反 기독교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책을 계속 재미있어하면서 읽도록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