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해체와 그 이후의 동유럽
크리스하먼 지음 / 갈무리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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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하먼과 마이클 헤인스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크리스 하먼은 1989년 경에 동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옛 지배체제에 대한 저항의 의의에 대하여, 마이클 헤인스는 자본주의 동유럽의 향후 전망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습니다. 두 저자 모두 영국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이며, 이들은 스딸린의 소련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동유럽 국가들의 성격에 대해서 독자적인 입장(국가자본주의)을 고수해왔습니다.

- 1989년 동구권의 변화와 1991년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를 두고, 많은 매체들은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라고 해석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에 동의했습니다. 이제 10년 정도가 지나서, 소위 ’신자유주의‘라고 불리우는 일련의 경제정책들 - 규제의 완화, 공기업 민영화, 노동의 유연화 - 의 폐해가 고발되고, ’자본주의는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 라는 얘기도 들리지만, ’사회주의는 패배했다‘ 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패배한 사회주의와 승리하지 못한 자본주의. 무엇이 승리하든, 우리가 먹고 살만한 어떤 경제체제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 편역자 이원영씨는 두 사회주의자들의 논문을 소개하면서, 역자 서문으로 뻬레스트로이카가 선언된 1985년과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1991년의 한국 학계와 운동세력들의 논의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대와 이론의 흥망을 논하는 거대 담론 속에, 막상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 성격에 대한 연구는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마르크스주의의 실패를 말하기 이전에, 소련과 동유럽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인 분석을 해보자’는 것이 편역자의 의도입니다.

- “동구권의 변화가 무엇이었는가?“ 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변화의 움직임이 1989년에 맞추어 진 것은 아닙니다. 변화는 그 이전부터 조금씩 있어왔고, 정치적 공백기 - 고르바쵸프의 뻬레스트로이카 개혁이 점점 지지를 잃어가고 있을 때 -를 빌어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것 뿐입니다.
폴란드에서는 1988년 대규모 파업이 일어나 기존 지배정당과 노조가 연합정부를 구성하게 되고, 헝가리에서는 1987년 시위로 기존 지배정당이 분열하게 되며, 동독에서는 1990년 고르바쵸프 지지시위가 열려 여행의 자유, 자유선거, 정치개혁, 서독과의 경제통합, 등의 성과를 이루어냅니다. 루마니아에서는 1987년 트랙터 공장의 파업으로 시위가 시작되어 결국 차우체스쿠 대통령이 도피하고 시위대를 지지하는 군대와 함께 행정기구가 결성되고,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1989년 ‘프라하의 봄‘ - 1968년 소련 군대가 프라하에 투입되었던 - 2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적인 시위가 일어나 정부가 재구성되며 자유선거 실시를 이루어내며, 불가리아에서도 1989년의 시위로 정부의 항복을 받아냅니다.

- 동유럽의 이러한 변화들은 매우 평화적이었다는 것이 크리스 하먼은 분석입니다. ‘평화로웠다’는 것은, 세력간의 충돌정도를 직접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에, 시위를 주도한 ‘반대파’ (기존 정권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들이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거나, 연합정부를 구성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 이것은 다시 말해서, 1989년 동유럽의 변화들이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파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일정정도의 정치적 변화들을 쟁취했지만, 루마니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들에서 기존 지배정당들은 유지되거나 분열되었을 뿐이고, 대통령 외에 기존 권력을 구성하고 있던 정치관료들, 기업 경영진들의 지위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것은 대통령을 퇴진시킨 1960년 419항쟁이나,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1987년 6월항쟁에 비견할 만 합니다. 물론, 두 항쟁의 경우, 동유럽의 경험과는 달리 반대파들이 직접 행정기구에 참여하지는 못했습니다.)

- 크리스 하먼은 뜨로츠키의 명제에 따라, 한 사회의 생산관계와 지배계급을 변화시키는 ‘사회혁명’과 지배권력을 교체하는 ‘정치혁명’을 구분합니다. 그리고, 평화적인 변화는, 붕괴할 만한 사회주의는 애당초 없었음을, 즉 붕괴할 만한 ‘차별화 된 생산관계나 지배계급’이 이미 존재하지 않았음을 논증한다고 주장합니다. 소비에트 연방과 동유럽 경제를 사회주의 로 바라보는 시각이나,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닌 모종의 경제체제로 바라보는 시각은, 너무나 ‘평화적이었던’ 동유럽의 체제이행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 그는 1989년 이전의 동유럽 사회를 ‘국가자본주의’ 로 규정합니다. 동유럽 사회는 대대적인 정치혁명을 바탕으로, 국가자본주의에서 다국적자본주의로, 진보도 퇴보도 아닌 옆걸음질했다는 것이죠. 변화한 것은, 과거 국가에 의해 강력하게 통제되었던 국내의 경쟁이 해소된 것 뿐이라는 것입니다. 즉, 국가자본주의란 국가가 대외적인 경쟁을 위해 내부적인 경쟁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를 의미하는 것이고, 대립적인 경제체제를 상징했던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의 경제체제란, 국가 개입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1941~1944년까지의 미국 전시경제와 소비에트연방의 경제체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 그는 1950~60년대 동유럽 경제의 성장률이 세계 각국 경제의 성장률 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근거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세계경제에서, 초기에는 국가자본주의가 다국적자본주의 보다 우위를 점유했다는 것을 논증합니다. 경쟁을 통제하면서, 내부의 자본을 집약적으로 동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가자본주의의 우위는 1970년대를 경과하며 무너지게 됩니다. 국가 내부의 자본을 동원하는데 있어서는 국가자본주의에 뒤쳐졌던 다국적자본주의는, 국가 외부의 자본까지 집적하면서 국가자본주의를 앞질러 나갔던 것입니다. 결국, 국가자본주의와 다국적자본주의의 차이는, 자본주의 고유의 ‘축적’을 하기 위한 전략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 자본주의가 이전의 경제체제와 달리 놀라운 속도로 경제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것도, 그 이면에서 극심한 양극화와 계급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특유의 축적능력에 있습니다. 영미식 다국적자본주의가 저질러 온 엔클로우저 운동, 부랑자법, 식민 지배, 노예 무역과 소비에트연방과 동유럽식 국가자본주의가 저질러 온 강제노동수용소, 파업과 기생주의 에 대한 처벌, 등은 다르지 않은 폭력행위로서, 대규모적인 집중과 집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요구된 것이죠.

- 다국적자본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가자본주의 체제 아래서의 전략이 불가피하게 수정되어야 했습니다. 외국 자본과의 결합 속에서 더 큰 규모의 자본을 축적해야 했는데, 이것은 곧 '노멘클라투라'라 불리우던 국가관료들의 경제 장악력을 약화시키는 것이었죠. 지배세력의 균열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니 체제경쟁에서 밀려날 것이고, 다국적자본주의로 나아가려니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던 권력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소비에트연방과 동유럽의 국가관료들은 균열합니다. 이런 지배세력의 균열과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맞물리면서 뻬레스트로이카를 비롯한 대대적인 변화들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 크리스 하먼은 이런 변화들 속에서, 소비에트연방과 동유럽 내 사회주의적 좌파들의 무기력을 지적합니다. 기존 정치세력들은 분열하고 있었고, 폴란드의 연대노조 체코슬로바키아의 시민포럼을 비롯해 자생적인 대중조직들이 탄생하며 새로운 사회체제에 대한 열망이 표출되었지만, 좌파들의 대안제시가 미흡했기 때문에, 이들 반대파들은 다국적자본주의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새로이 지배세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통제하기도 했구요.

- 결국, 기존의 정치권력은 반대파에 편승했던 국가관료 일부와 반대파 지도자들로 교체되었고, 밀려난 과거 국가관료들은 대거 사영기업체로 이전합니다. 다국적자본주의로 옆걸음질 친 이후, 대거 설립된 사영기업들의 대다수가 이들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내부시장 경쟁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사라진 다국적자본주의 아래에서, 과거 국가관료들은 여전히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죠.

- 2부에서 마이클 헤인스는 다국적자본주의 동유럽의 전망을 예측합니다. 그는 시장을 개방하며 기대했던, 대규모의 해외자본의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과거 소련의 무역보조에 의해 보충되었던 내부시장의 경쟁력은 약화되었고, 불안정한 정치상황이 해외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이렇듯 동유럽의 경제는 세계시장에 편입되었습니다. 그리고, 세계시장으로의 편입은, 일국 차원에서 행사되던 최고권력이, 초국적 기업을 비롯한 세계 시장 맹주들의 주변권력으로 새로이 자리매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북한, 베네수엘라, 쿠바와 같이 소위 '현존 사회주의'라 불리우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세계시장으로의 편입, 즉 기존 권력의 재편과 주변화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국가들이 세계 경제와의 협력 없이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북한과 같이 국가의 폭력이기도 하고, 베네수엘라와 같이 풍부한 석유자원의 소유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체제 유지가 지속가능한 것일 수는 없습니다.

- 소비에트연방과 동유럽 국가자본주의의 다국적자본주의로의 전화가 보여주는 진실은, 세계적인 경제협력만이 높은 삶의 질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로 편입된 동유럽 경제의 현실은, 세계적인 경제협력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세계적인 경제협력은 형식에 불과하며, 무엇을 위한, 누구에 의한, 어떤 방식으로의 협력이냐가 근본적으로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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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



중국 출판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30일 베이징국제전람센터에서 막을 연 제13회 베이징국제도서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국제도서전이었다. 모든 면에서 갈수록 왜소해지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이나 도쿄도서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우선 외국출판사들의 참가규모가 엄청나다. 세계 51개국 1100여 개 출판사가 참가했다. 서울이나 도쿄 도서전에 비해 최소한 3~4배 이상 규모다. 그것도 이름만 내건 참가가 아니라 유수의 출판사들이 직접 부스를 만들어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10여 년 전 야외 임시천막에서 베이징도서전이 열렸던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같은 변화는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이처럼 세계출판계가 중국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13억명 인구를 바탕으로 한 엄청난 시장성 때문. 중국에서는 1년에 40만종 정도의 책이 출간된다. 이는 한국의 10배에 가까운 수치다. 아직 출판시장에 활성화되지 않았고, 저작권 개념도 희박하다는 사실을감안하면 향후 중국 출판시장이 물량에서 세계 최대 시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불황극복의 대안으로 세계화를 지향하는 모든 지구촌 출판사들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한국 출판계도 이번 베이징도서전에 1900여 종의 책을 출품했다. 사계절, 청어람, 예림당, 한솔교육 등이 별도 부스를 만들어 참가했고, 출판문화협회 차원에서는 한국관을 만들어 참가했다.

중국에 유행하고 있는 한류붐을 책에 연계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출협은 중국 전문가와 저작권 상담요원을 배치해 저작권 수출을 돕고 있다. 고흥식 출협 사무국장은 "아동서를 비롯해 컴퓨터 등 실용서와 대중소설 등에 중국인들의 관심이 많아 매년 저작권 수출이 5% 이상씩 늘고 있어 이번 도서전도 기대가 된다"고 말하면서 "정서가 비슷한 아시아권이라는 강점과 한류붐을 적절히 활용하면 중국 시장이 한국출판계의 새로운 시장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베이징 = 허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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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

국제 방송영상 콘퍼런스(BCWW) 개막  
`미디어 전쟁` 시대다.

전통적인 아날로그TV가 케이블TV에 위협받던 시대도 먼 옛날 이야기처럼 들린다. 미디어전쟁에서 공중파TV시대는 저물고 인터넷프로토콜TV(IPTV)가 최후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된 국제 방송 콘퍼런스와 방송영상견본시인 `BCWW(Broadcast Worldwide) 2006`에서 미디어의 미래가 그처럼 예견됐다. 다음달 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콘퍼런스에는 세계 20여 개국 주요 방송ㆍ통신 전문가 84명이 참석해 방송ㆍ통신 융합시대의 정책방향과 IPTV,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모바일TV 등 다양한 뉴미디어산업의 미래를 조망할 예정이다.
 
30일 오전에 열린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노르베르트 슈나이더 독일 NRW 미디어청장은 향후 미디어의 경향과 그 치열한 경쟁 양상을 소개했다. 그는 미래 미디어의 특성 안에 개인화와 세계화가 공존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 디지털화가 자리잡고 있어서 이런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예가 바로 인터넷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화는 조용한 혁명과도 같아서 어느새 뒤돌아서면 디지털화가 기존 미디어를 해체하고 있을 것"이라며 "콘텐츠의 양은 늘어나지만 이를 전송하는 속도가 단축되는 상황은 미디어간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슈나이더 청장은 향후 5년 전 세계 미디어산업에 대한 전망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디지털이 미디어를 바꾸고 △디지털이 미디어 기업의 투명성을 요구하며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이 늘어나고 △공중파 방송이 권력을 잃어가며 △결국 미디어 최후 승자는 IPTV가 될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디지털은 미디어를 좀 더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슈나이더 청장은 예고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오직 전문가만이 미디어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으며 미디어는 자동차업계를 대신해 향후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요지다.

아울러 미디어 비즈니스만큼 투명성을 요구받는 산업도 없을 것이란다. 슈나이더 청장은 "향후 미디어가 개인 시청자나 독자를 직접 상대할 가능성이 큰 만큼 미디어 기업은 반드시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청장은 스포츠와 음악 그리고 각종 이벤트 등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소비자 개인에게 크게 각광받음에 따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그룹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제시했다. `개인화와 세계화의 공존`이라는 미디어 전망에 딱 들어맞는 설명이다.

공중파 방송이 서서히 권력을 잃어간다는 주장에 대해 슈나이더 청장은 최종 소비자가 어디에 있느냐란 점을 들었다. 즉 미디어 권력은 기존 방송사에서 플랫폼 업체나 유선방송국(SO) 등 소비자에게 좀 더 가까운 기구로 옮겨갈 것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방송업체간 경쟁은 앞으로 플랫폼간 경쟁으로 탈바꿈할 것이며 그 가운데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미디어 기업은 고객에게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업체가 된다.

슈나이더 청장은 "결국 소비자 접근성을 고려할 때 IPTV가 가장 유리하며 결국 IPTV가 기존 공중파 방송사가 누리던 권력을 향유해 미디어 전쟁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미디어업계에 대해 "법과 경영 그리고 문화 등 거의 모든 요소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미디어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만큼 미디어는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상파 중심 방송시장 붕괴"

슈나이더 청장에 이어 기조연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다카무라 유타카 일본 익스프레스 사장은 지상파 방송시장의 붕괴를 예고했다. 익스프레스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모바일 콘텐츠와 DMB산업에 주력하고 있는 업체.

다카무라 사장은 "현재 일본 지상파TV 시청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어 62%까지 떨어졌다"며 "소위 `킬러 콘텐츠`는 더 이상 지상파가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다양성 측면에서 지상파가 점점 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카무라 사장은 "오히려 DVD플레이어 보급률이 일본 내에서 현재 60%에 달해 매출액도 급증하고 있다"며 "갓 태어난 아기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1인당 1장 이상 DVD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의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브로드밴드(broadband), 즉 광대역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광대역은 주파수 분할 다중화 기법을 이용해 하나의 전송매체에 여러 개의 데이터 채널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다카무라 사장은 일본기업 유센을 예로 들며 "유센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광대역을 통해 제공하는 무료 동영상이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매달 1500개의 콘텐츠를 소비자 맞춤형으로 전송하는데 현재 등록회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편 다카무라 사장은 한국이 미래 미디어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콘텐츠 영역으로 드라마를 꼽았다. 그는 "일본은 `겨울연가` `대장금` 등 드라마에서 한국에 밀리고 있다"면서 "한국이 경쟁력 있는 부문에 집중한다면 불투명한 미디어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것"이라고 조언했다.

"전화ㆍTVㆍ인터넷 묶는 광가입자망 뜰것"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그리고 미디어 컨버전스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우선 이마가와 다쿠오 일본 총무성 통신국장은 `방송ㆍ통신 융합시대 경쟁과 공익`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일본의 미디어 발전 현황과 과제를 진단했다. 이마가와 국장은 "일본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모바일 전화기 사용자 수가 기존 가정 전화기 사용자 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케이블을 결합한 브로드밴드와 IP전화가 그 후속 세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무선 랜 기술은 발전에 한계가 없다"며 "휴대폰을 통한 모바일 콘텐츠는 다양한 상업기능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터넷보다 최대 2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접속이 가능한 광가입자망(FTTH)에 주목했다. 이마가와 국장은 "광가입자망 시장이 일본에서도 크게 성장할 전망인데 이는 전화와 TV, 그리고 인터넷을 결합한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를 제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콘텐츠 공익성을 갖추기 위한 법 제도 정비가 한창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마가와 국장에 이어 발제를 맡은 김도연 국민대 교수도 "방통 융합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을 때 경쟁으로 인한 많은 혼란이 예상되며 무엇보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중요한 목적이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오후 계속된 `미디어 컨버전스의 모델` 세션에서는 각국의 미디어 융합 사례가 대거 소개됐다. 사이먼 브로드 영국 BBC방송 서비스개발팀장은 "이제 TV는 거실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BBC가 시도하고 있는 컴퓨터와 모바일, 대형스크린 관련 사업과 내비게이션을 활용한 소비자 성향 분석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시장조사분석 기관인 카간 리서치의 벤 르네커 수석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오버더탑비디오`(OTV: Over the top video)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OTV는 소비자가 광대역밴드를 이용해 TV 채널 소유자에게서 채널을 직접 제공받는 서비스다. 벤 애널리스트는 "OTV를 통해 소비자들은 스포츠와 여행, 그리고 음식 관련 `틈새` 채널들을 새로 확보하고 있다"며 "주문형비디오(VOD) 형식을 취함으로써 시장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OTV가 아날로그식 케이블 체계에 심각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비디오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과정에서 네트워크 오류 문제가 간혹 발생하는 등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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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9-0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중파의 위력이 약화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IPTV의 승리로 이어진다는 건 좀 지나친 비약 아닐까요? 오히려 독점매체가 없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개막이 맞다고 봅니다만.

sb 2006-09-0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비쿼터스와 독점매체의 관계는 무엇인지요?

조선인 2006-09-0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디오의 시대, (지상파)TV의 시대와 같은 특정매체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진다는 거죠. 집이냐 사무실이냐 자동차냐에 따라 각기 다른 매체와 컨텐츠를 이용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sb 2006-09-0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PTV를 라디오나 지상파TV처럼 '특정매체'로 바라볼 수 없지 않을까요? 저는 '기존 매체들의 통합 내지 흡수'라는 측면에서 IPTV를 봅니다. 라디오와 지상파TV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이미, 라디오나 TV수신기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컨텐츠만 이용하니까요. 조선인님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유비쿼터스는 각기 다른 매체를 이용하게 하겠지만, 컨텐츠만은 통합되지 않을까요?

sb 2006-09-0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저는 IPTV가 의미하는 VOD로서의 특징에 크게 공감이 안됩니다. VOD는 앨빈 토플러가 얘기한 것 처럼 '프로슈머'의 특징이라기 보다는, 공급자가 더 많은 채널을 소유하고 공급하는 것으로 보여져요.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 것 뿐이지, 소비자 권력의 증대는 아닌 것 같아서요.

조선인 2006-09-03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PTV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이야긴 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컨텐츠의 전송방식과 매체 정의를 결부시킨다면 IP방식으로 컨텐츠를 전송하고 셋탑박스를 매개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IPTV는 뉴미디어에 속하는 '매체'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컨텐츠 사업자들의 꿈과 달리 one source multi use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매체의 성격에 따라 컨텐츠는 변형되거나 재제작되어야 하며, 때로는 신규 제작되어야 합니다. 거의 모든 기상 정보의 원천이 기상청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TV냐 데이터방송이냐 모바일이냐에 따라 사용되는 컨텐츠의 종류는 달라지며, 심지어 가시화되는 온도 정보가 조작되기도 합니다.
에, 또, VOD는 IPTV만의 특징은 아니고 대개 디지털 매체에 적합한 서비스 방식에 지나지 않죠. 그리고 님의 말씀처럼 직접적으로 소비자 권력의 증대에 기여하진 않지만 실시간 방송이나 NVOD 방송과 달리 VOD 서비스를 위해 공급자가 추가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공급자가 소비자의 기호 창조에 좀 더 신경쓴다는 측면이 있겠죠.
 

(출처: 오마이뉴스)
 


"아가씨도 하지? 자위하잖아." - "그런 거 안 해요."

8월 31일 오후 3시께 성(性)산업 박람회(섹스포·sexpo)가 열리는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강남구 대치동) 앞.

한참 논란이 되고 있는 박람회를 뒤로 한 채 센터 앞에서 느닷없는 '솔직대담 섹스토크⑲'가 시작됐다. 참석자는 30대의 대머리 남성 A씨, 전시장 입장을 고려 중인 40대 B씨, 박람회를 보고 나와 자위 도구로 가득 찬 팸플릿을 든 C씨 그리고 20대의 여기자.

4명의 대담은 "선생님, 안에 볼 것 좀 있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박람회를 보고 나온 A씨가 "성인용품만 전시하고 있어요, 구로동에 다 있는 걸 왜 만원씩(입장료)이나 주고 들어갔나 몰라"고 혀를 차자 "구로동 어디요"라며 B씨와 C씨가 합류했다.

4명은 C씨가 들고 나온 팸플릿을 중심으로 둘러서서 "관람객 중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꽤 있다"(A씨), "나이가 들다보니 이제 테크닉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B씨)로 흘러갔고, 논의는 결국 "스트립쇼 같은 이벤트가 취소돼 김 샜다"로 매듭지어졌다.

적나라한 자위 도구 사진을 한참 보던 B씨가 기자에게 대뜸 "아가씨도 자위하지"라고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을 못 찾던 기자가 "안 하는데요"라고 말하자 B씨는 "왜, 어때서, 우리도 다 해, 이제 이런 건 오락이야"라며 팸플릿을 흔들었다.

4명이 땀에 젖은 손으로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던 팸플릿은 어느새 귀퉁이가 찢어졌다. 주최측인 (주)섹스포이 내걸었던 '음지의 성을 양지로'라는 행사 취지가 떠올랐다. 양지로 나온 것은 단지 너덜너덜한 자위도구 팸플릿뿐이었다. 국내 최초로 열린 성 박람회와 여기자의 성생활은 거짓말로 가려진 채 여전히 음지에 머물러 있었다.

저출산을 막기 위해 콘돔 사용 권장?
 
주최측은 애초 "국내 첫 성 박람회를 통해 성인을 위한 성교육장을 마련하고, 음지에 머물던 성을 양지로 끌어올리겠다"며 행사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센터 앞에 붙은 대형 현수막에도 '사회 문제로 부각되는 저출산, 이제 박람회를 통해 찾아보자'며 ▲에이즈(AIDS) 홍보 ▲부부 클리닉 ▲장애인의 성 ▲노인의 성 등을 행사 내용으로 꼽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가 본 박람회는 이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출산을 막는다면서 형형색색의 콘돔이 즐비했고, 임신과는 거리가 먼 자위용 마네킹들만 가득했다. 에이즈 퇴치나 부부의 성생활 클리닉을 위했다면 가죽 채찍과 모형 성기 대신 의사가 있어야 한다. 외국에서는 에이즈 퇴치를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유명 연예인들이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장애인의 성이나 노인의 성 또한 마찬가지다. 이동권, 교육권, 직업선택권 등에 무심하다가 갑자기 그들의 성을 위해 박람회를 연다? 성욕 또한 인간의 기본 욕구로, 충족시켜 마땅하지만, 일반 성인용품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기구들을 굳이 박람회 형식으로 보여줘야 했을까.

여성단체를 포함한 외부의 압박으로 인해 취소됐다는 이벤트들은 과연 개최 목적과 연관이 있었나. 세미 스트립쇼, 트랜스젠더 선발대회, 즉석연인키스대회, 미스 섹스포 선발대회, 란제리 패션쇼, 누드 사진전, 유명잡지 누드모델 사인회 등은 성교육보다는 여성 모델들을 내세워 대중의 관심을 끌고 보자는 성상품화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시민단체의 비난에서 벗어나 이날 전시된 것들은 교육적이었을까. 이날 기자가 돌아본 결과, 전시장 내 부스 대부분이 자위도구와 보조기구 등을 파는 성인용품점에 불과했다. 이외에는 의류, 건강식품과 함께 잠자리를 그 위에서 하라는 뜻인지 큰 가죽 소파 매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직접 에로배우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보여준 '애로영화 촬영장 체험전'은 눈길을 끌 만했지만, 촬영 장면이 실제 영화의 2% 수준에도 못 미쳐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주최측이 발표한 '교육적인' 박람회의 취지는 실현되지도, 애초 취지를 실현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섹스포는 거짓말만 남긴 셈이다.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성 박람회를 통해 성담론이 양지로 나오는가 싶더니, 결국 더 음지로 숨어버렸다. 외국 여성 누드모델을 앞세운 홍보나 비키니 차림의 여성 내레이터 모델을 통해 남성의 눈요깃감에 머무른 여성상을 보는 듯 했다. 이런 의미에서 섹스포는 ‘단체로’ 성에 눈뜨려고 했던 한국 성인들에게 거짓말보다 더 못할 짓만 남기고 해프닝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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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프레시안)

'10년 전 백수'가 '요즘 백수' 위해 팔 걷고 나섰다. 
전국백수연대, 설립 9년만에 공식 인정
 
 
20∼30대 청년 실업자 모임인 '전국백수연대'가 설립 9년만에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공식적인 기구로 인정받았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백수연대를 공식적인 NGO(비정부 기구)로 인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백수연대, 서울시 지원받는 공식 기구로 인정
 
이로써 백수연대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공익사업을 펼칠 수 있는 자격이 생겼으며 매년 1000만~3000만 원 가량의 예산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온라인 가입 회원 6800명, 친필 서명을 제출하고 가입한 회원 102명으로 구성된 백수연대가 제출한 정관과 총회 의사록을 검토한 결과 이들의 활동이 충분한 공익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백수연대가 이처럼 공식적인 기구로 인정받게 된 데에는 대표 주덕한 씨의 역할이 컸다.
1996년 직장을 퇴직한 뒤 실업자로 지내던 주 씨는 외환 위기 발발 직후인 1997년 전국백수연대를 결성하고 지금까지 계속 대표를 맡아 왔다. "백수이길 피할 수 없다면 '프로 백수'가 되자"라는 주 씨의 '백수 철학'은 외환 위기 직후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우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종종 언론의 주목을 받곤 했다.
 
"오랜 백수 경험 바탕으로 청년 실업자 지원 활동 벌일 터"
 
〈백수도 프로라야 살아남는다〉, 〈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해 낸 인생을 즐기는 방법 170〉등의 책을 쓰면서 '프로 백수'로 자리를 잡아가던 그가 얼마 전 백수 신분에서 벗어났다. 지난 7월 6일 문을 연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 소장을 맡게 된 것.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하지 않고 지낸 지 10년만이다.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는 고 강원룡 목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던 실업극복국민재단에서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설립한 센터다. 재단 측은 처음부터 주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백수연대가 위탁운영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센터 설립 계획을 세웠다. 재단 측의 위탁운영 제안을 백수연대가 수락하면서 주 씨의 긴 백수 생활이 끝난 것이다.
 
주 씨는 "오랜 백수 생활을 통해 실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며 다양하고 창의적인 청년 실업자 지원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주덕한 대표와의 일문일답.
 
- 1996년 직장을 퇴사한 후 처음으로 월급받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한 셈이다. 소감이 어떤가?
"물론 좋다. 하지만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백수연대 활동을 통해 청년 실업자들을 지원하는 일은 이미 오랫동안 해 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와 달리 공식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은 흐뭇하다."
 
'10년 전 백수'와 '요즘 백수', 참 다르다
 
- '백수'라는 키워드에 천착한 지 10년 가까이 돼 간다. 그동안 청년 실업자들이 처한 조건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렇다. 내가 처음 백수 생활을 시작한 1996년과 비교하면 달라진 점이 많다. 아예 구직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또 늘어난 대졸자를 수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대졸자들의 하향 구직이 일반화된 것도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턴 제도가 일반화된 것, 일단 취업한 뒤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금세 퇴사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것, 비정규직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난 것 등도 중요한 변화다.
과거에는 취업은 곧 백수 생활 종료를 뜻했지만 지금은 취업 이후에도 계속 백수가 될 가능성을 안고 지낸다. 이처럼 누구나 백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백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청년 실업자의 자존감에 대한 배려 절실
 
- 지난 10년간 고용조건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느낀 문제가 있다면.
"대졸자의 하향 구직이 일반화되면서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이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 정부와 언론이 대졸 실업난에만 주로 관심을 갖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제대로 여론화 되지 않고 있다.
또 오랫동안 실업상태로 지내는 이들이 크게 늘었는데 이들의 움츠러든 마음을 위로할 공간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들의 집단적인 우울증은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대책이 필요하다."
 
-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 소장을 맡게 됐다. 앞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생각인가?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 대신 '희망청'이라 불러달라. 함께 활동하는 이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 해 움츠러든 이들에게 희망을 나눠 주는 곳이 되겠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희망청과 백수연대는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앞서 말한 것처럼 움츠러든 청년 실업자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이를 위해 '희망청 멘토&멘티' 프로그램, '청년구직자 상담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또 청년 실업자들의 사회관계적응 능력을 기르기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실업 상태로 지내다보면 각종 인간관계가 위축되고, 사회적응력이 떨어지기 십상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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