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필름 2.0)
 
주류 상업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실험영화는 여전히 낯설고 버겁다.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는 이유로 겁부터 앞서기 십상이다. 실험영화를 즐기려 한다면, 영화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욕망은 잠시 접어두고,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모든 감각을 열어젖혀 놓는 건 어떨까. 실험영화가 어렵다는 편견을 떨쳐낸다면 보는 것만으로 이미지들의 향연에 빠져들 수 있다.

3회 실험영화제는 아주 좁은 범위의 사건, 사물, 현상, 경향을 본다는 뜻의 ‘미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거시적 관점에 가려졌던 소수의 목소리와 감각에 주목한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혁신적인 차원의 이미지에서부터 일탈을 꿈꾸는 소수성에 대한 관심까지 폭넓은 관심사를 끌어 모았다. 특히 기획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여성실험영화 신화에서 사적 영화까지’에서는 60~70년대 급진적인 여성 작가들의 논쟁적인 작품들과 우리에게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으로 잘 알려진 미란다 줄라이 감독 등 동시대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초청돼 눈길을 끈다. ‘

미시’라는 슬로건에 맞춰 실험영화 중에서도 비주류에 속하는 ‘여성’ 실험영화라는 소외된 부분을 과감히 끌어들인 이번 기획전은 여성의 신체를 둘러싼 논쟁과 개인의 사적 경험을 다채로운 시각적 언어로 펼쳐낸다. 한편, 3회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은 서부 실험영화의 거장 브루스 베일리의 <올 마이 라이프>가 선정됐다. 3분간의 짧은 영상물인 이 영화는 같은 제목을 가진 엘라 피츠제랄드의 재즈 선율에 맞춰 낡은 나무 담장과, 하늘 등을 서정적으로 비춘다. 1966년에 제작된 <올 마이 라이프>는 한정된 공간에서 짧은 시간 동안 임팩트 있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이것이야말로 올해의 슬로건인 '미시'의 이미지를 가장 잘 구현한 작품이다.

일상을 깨우는 시각적 충격

올해 EX-NOW 국제경쟁부문에는 세계 36개국에서 444편의 작품이 응모돼, 총 93편의 작품, 11개의 프로그램이 상영된다. 형식적인 실험에서부터 비디오, 핸드 메이드 필름, 음악 등을 결합한 매체적 실험까지 13편의 국내 작품과 80편의 해외 작품이 고른 완성도를 보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국제경쟁 1- 거울; 언어-그림’ 부문에 상영되는 카트린 레세타리츠 감독의 <나는 나>는 두 쌍의 쌍둥이가 동일한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행동 양식을 보여주는 모습을 30분간 관찰한다. 이 작품은 외형적으로 동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나 서로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쌍둥이를 통해 존재론적 차이의 문제를 제기한다. 미셀 파블루의 <여행 중>은 ‘국제경쟁 5- 도약과 분절; 시간여행’ 부분에 상영되는 작품으로 길 떠나는 이의 모습을 한 편의 애니메이션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그려내 눈길을 끈다.

이밖에 국내 작가인 김숙현, 곽언영 감독이 만든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3동>은 정지된 이미지에 시끌벅적한 사운드와 내레이션을 입혀 공간에 기입된 소리의 흔적들로 서사를 만들어내 도시 공간의 분열적인 느낌을 환기시킨다. 특히, 올해 경쟁부문에서는 전년과 달리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미디어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끈다. ‘국제경쟁9- 시지프스; 조건의 재생산’ 부문에 상영되는 <노동>이 대표적이다. <노동>은 두 명의 여자가 하얀 천을 팽팽하게 잡고 있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노동과 직무 사이의 긴장감을 그려낸다. 경쟁부문 93편 중 필름 매체상, 비디오 매체상, 후지필름 이터나상, KT&G 상상 마당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폐막식에서 재상영된다.

비경쟁부문인 EX-CHOICE에서는 작품성은 경쟁 작품들에 다소 밀리지만 자유롭고 재기발랄한 가능성을 보여준 실험작품 55편을 소개한다. 총 7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비경쟁부문에 상영될 한국 실험영화의 경우 내러티브와 다큐멘터리라는 전통적인 두 장르가 대세를 이뤘다. 그중 ‘문화-만들기 1; 개입의 전술’ 부문에 상영되는 정윤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나라에도 백악관>은 정치적인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담아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백악관'이라는 상호를 통해, 한국의 일상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미국의 이미지를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백악관, 워싱턴, 청와대와 같은 상호를 사용하고 있는 나이트클럽, 노래방, 호프집 등에 직접 찾아가 가게 주인에게 상호를 사용하게 된 이유를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백남준과 공동 작업을 해 이름을 알린 쥬드 얄쿠트 감독의 <빛의 전시>는 반복적인 이미지가 리듬감 있게 펼쳐지는 작품으로, 실험영화가 전통적으로 구사해온 형식적 실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거장 백남준과 브루스 베일리에서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의 작품들이 신선한 화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면, EX-WAS 초청과 기획부문에서 소개되는 백남준 추모전과 브루스 베일리 회고전은 거장들의 이름만으로 시선을 휘어잡는다. 박동현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안정되면 백남준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도 들어보고, 싱글채널 작품들을 감상하기도 하는 자리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못하고 추모전으로 대신하게 됐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총 8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백남준 회고전은 백남준 미술관을 추진 중인 경기문화재단과 실험영화제가 공동 기획했다. 백남준의 비디오테이프 2,285점을 소장하고 있는 경기문화재단은 초기 퍼포먼스영화와 2006년 초기 작품에서 80년대 후반까지의 비디오 작품들을 영화제 상영용으로 기꺼이 내주었다. 이중 <예술가가 예술가를 말하다 백남준이 비틀즈를 말하다>는 백남준의 초기 작품인 <전자 오페라 No.1>과 <비디오 코뮌>의 이미지를 비틀즈의 음악을 배경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소리의 파장에 따라 변해가는 빛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미국 서부 실험영화의 대표적인 거장 브루스 베일리는 미국 실험영화 배급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캐년 시네마’의 창립자로 60년대 뉴 아메리칸 시네마를 이끈 장본인 중 한 명이다. 신체적인 질환 때문에 집안에서 지내야 했던 브루스 베일리는 자신만의 개인적 공간에서 사회적 접전을 마련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작가기도 하다. 회고전에서는 그의 초기작부터 1998년에 작업했던 작품까지 두루 상영된다. 특히, 개막작 <올 마이 라이프>와 <살루트 파트1>은 서정적인 시각 효과와 더불어 극중에서 사용되는 재즈 음악이 멜랑콜리한 감성을 자극한다.

미란다 줄라이의 <10대의 둥지>까지

3회 실험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기획되는 ‘여성실험영화 신화에서 사적영화까지’ 전은 다른 어떤 섹션보다 급진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신화’ 부문에서는 60-70년대의 논쟁적인 작품들을 초청했다. 캐롤리 슈니만의 <퓨즈>는 60~70년대의 대표적인 논쟁작으로 연인과의 정사 장면을 고양이의 시점으로 잡아내 화제가 됐다. <퓨즈>에서 캐롤리 슈니만은 포르노에서 보여지는 여성 육체에 대한 탐욕적인 시선에 반기를 들고 대안적인 시각을 모색한다. 발리 엑스포트의 <리모트... 리모트>는 스스로의 신체에 가하는 폭력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고통의 감각을 확대하고, 여성의 경험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사적 영화’ 부문에서 상영되는 나오미 우먼의 대표작 <지워진>은 70년대 유럽 포르노 필름을 활용해 네일 리무버로 여성의 신체들을 프레임 별로 지워 새로운 포르노그래피를 완성해낸다.

포르노그래피뿐 아니라 동화 같은 판타지를 펼쳐낸 여성실험영화도 포함돼 있다. 세실리아 컨딧은 <왜 참새가 아닐까>에서 부조리한 듯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을 펼쳐낸다. 새들의 멸종에 관한 역사를 풀어가고 있는 이 영화는 작가가 색색의 깃털을 머리에 꽂고 새가 되어 둥지를 짓고, 잠을 자고, 알을 낳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으로 국내에 인지도를 높인 미란다 줄라이 감독의 <10대의 둥지>도 상영된다. <10대의 둥지>는 기이한 느낌을 안겨주는 네 개의 스토리로 구성된 영화로 평범한 일상이 변질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밖에 ‘인디-비쥬얼' 프로그램에서 <장미빛 인생>과 <정글스토리>를 연출한 김홍준 감독의 연작전과 3회 실험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존 조스트 감독의 특별전이 준비됐다. 김홍준 감독은 2002년부터 개인적인 경험에서 한국영화역사를 반추하는 에세이 연작 ’김홍준; 나의 한국영화‘를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번에는 신작 에피소드를 포함해 총 9편의 에세이가 상영된다. 김홍준 감독이 처음 스탭으로 참여했던 임권택 감독의 <개벽>에 대한 에피소드부터 유현목 감독의 <춘몽>을 복원하게 된 과정, 월간 잡지 '키노' 폐간을 둘러싼 에세이까지 생생한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감독의 내밀한 기억을 통해, 한국영화사의 공적 역사를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박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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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자유노조

자유노조운동은 89년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의 단초를 마련한 운동이다. 폴란드의 자주관리노동조합 '연대(連帶:Solidarlity;솔리다르노시치)'가 이 최초의 자유노조의 정식 명칭이다.

자유노조는 1980년 8월 발트해 연안 그다니스크의 레닌조선소 노동자들이 전기 기술공 레흐 바웬사를 중심으로 출범한 이래 유럽전역으로 민주화 바람을 전파, 공산체제 붕괴 서막을 열었다.

바웬사는 198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1989년 자유노조는 합법화 되었으며 새로운 의회에서 99%의 의석을 차지하였다. 1990년 12월 바웬사는 민주화된 폴란드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이후 경제개혁의 부작용으로 실업이 증가하고 경제난이 가중되는 등 국민의 불만과 시위가 확산되자 의회를 해산하고 93년 9월 총선거를 실시, 신정부를 출범시켰으나, 95년 대통령선거에서 전(前)공산당원 크바스니에프스키에게 패배, 연임에 실패했다.

지금 자유노조는 내부분열과 국민들의 지지상실 등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약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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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 하벨

체코의 전(前)대통령.
극작가로 활동하다 반체제 지도자가 되어 체코의 '벨벳혁명'을 주도하였으며 공산체제 붕괴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2003년 2월 두번째 임기가 만료되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1936년 체코의 부유층 집안에서 출생.
1957년 체코기술대 경제학과 졸업
1966년 프라하 행위예술 아카데미 졸업

하벨은 1960년대 초 <가든 파티> 등 희곡 2편을 발표해 유럽의 대표적인 신예 극작가로 떠올랐으나, 68년 체코의 민주화 시위인 '프라하의 봄'이 소련군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당하자 정치활동에 본격 투신했다.

1977년 반체제 단체 '77 헌장그룹'을 창설해 투옥됐고 79년 공화국 전복 기도 혐의로 다시 감옥에 수감된 그는 1989년 시민포럼을 구성해 '벨벳혁명'을 주도, 40여년간의 공산체제 붕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공산체제 붕괴후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1992년 체코, 슬로바키아 분리 책임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지지로 1993년에는 슬로바키아와 분리된 체코의 초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1998년 재선에 성공했다. 2003년 2월2일 두번째 5년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하벨의 임기동안 체코는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고, 2002년 말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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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 [Coordinating Committee for Export Control]
 
일명 파리위원회 또는 코콤이라고도 한다.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15개 국에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1989. 4월 가입)가 참여하여 총 17개 국으로 구성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의 시작과 함께 서방진영이 공산권의 위협을 막기 위해 군수물자의 수출을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발족하였으며, 본부는 파리에 두었다. 가맹국 간의 협의에 의해 수출통제품 목록을 작성하여 운용하였으며, 만약 통제물품을 수출하려면 코콤의 인가를 받아야 했다.

처음에는 4백여 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통제했으나 이후 공산권의 기술향상으로 규제가 무의미해진 품목은 제외하고 군사목적으로 전용가능한 반도체 및 통신장비 등을 새로 추가하여 150여 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통제하였다.

1951년에는 코콤의 분과라 할 수 있는 대중국수출조정위원회 즉, 친콤(CHINCOM)을 발족시켜 대공산권뿐만 아니라 대중국에 대해서도 수출품목을 통제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공산권 붕괴와 이에 따른 냉전의 종식으로 인해 금수(禁輸)규제가 대폭 완화되었다. 특히 1991년 5월 파리회담에서 최첨단 기술품목인 반도체, 감응장치 및 레이더 등 10개 부문 핵심리스트를 제외하고는 모든 품목의 수출을 허용하였다. 이는 과거에 대상품목을 대규모로 설정하던 형태에서 소수항목별 규제방식으로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

탈냉전시대에 유명무실해진 코콤은 1994년 3월 헤이그모임에서 3월 31일 자정을 기해 해체할 것과 이후 다른 형태의 수출규제기구를 구성할 것이 결정됨으로써 공식적으로 그 역할이 마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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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삭스 (Jeffrey Sachs)
 
국제금융,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탁월한 연구업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경제학자.

1954년생으로 하버드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80년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곧바로 교수진에 합류, 29세인 83년에 하버드대 최연소 정교수가 되었다.

하버드 국제개발연구소장(Harvard Institute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HIID)으로서 개도국 거시정책 및 경제개발이론에 많은 연구를 수행했으며, IMF, 세계은행, UNDP, OECD등 국제기구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뿐만 아니라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폴란드 러시아 등의 경제고문을 역임했다. 지난 86~90년 볼리비아의 대통령 자문역을 지낼 당시 인플레이션을 연 4만%에서 10%대로 끌어내렸고, 1980년대에 처음으로 부채 감축 프로그램을 성공시켰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폴란드와 러시아, 슬로베니아, 몽골 등에서 사회주의 경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자문을 하기도 했다.

하버드대에 입학한 이래 한번도 하버드대를 떠나본적이 없던 삭스 교수는 2002년 7월 뉴욕의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그의 평생 라이벌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과의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본인은 부인했다.

이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특별 자문관으로 선임되어 유엔의 밀레니엄 개발 계획 프로젝트에서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을 연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대한 비판자로 유명한 삭스는 97년 동아시아 위기가 기본적인 경제체질보다 국제자본의 급격한 이동이 빚어낸 일시적 혼란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한국의 외환위기 직후 IMF가 내린 고금리 위주의 처방을 강력히 비판해 주목받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코노미스트'라고 평가하기도 했고, 타임지는 1994년 가장 유능하면서도 유명한 50명의 젊은 이코노미스트 중 한 사람으로 선정한 바 있다.

주요저서로는 <세계경제의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 in the Global Economy)> <세계통합 - 거시경제적 상호의존과 세계경제 협력(Global Linkages - Macroeconomic Independence and Cooperative in the World Economy)>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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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프로메테우스)

오창엽 기자



‘사회주의’를 중심 주제로 한 토론회가 4일 열렸다. 격년마다 열리는 맑스코뮤날레에서 맑스주의 학자들이 ‘사회주의’라는 주제로 일부 논하기도 하지만 정치운동,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기획하고 주최하는 사회주의토론회는 흔하지 않은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노동해방연대실천연대(준)(대표 성두현, 이하 해방연대)가 ‘한국사회의 대안,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4일 오후 서울 청소년 수련관 5층에서 ‘사회주의 기획토론회(1)’을 진행했다. 두 번째 기획토론회는 4월 정도에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날 토론회는 2시 반부터 7시 반까지 70여명 참석자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1부 주제는 “왜 지금 사회주의가 대안인가?”였고 2부 주제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은 무엇인가?”였다. 모두가 관심을 갖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으려는 주제들이다. 그만큼 기억 속의 사회주의는 해명해야 할 게 많았고 만들어갈 사회주의는 풀어야할 숙제가 쌓여 있다.

실패한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

김광수 기관지위원장(사회주의 정치신문 해방)의 사회로 정성진 경상대 교수가 발제를,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 원영수 노동자의힘 편집위원장이 토론에 나섰다.

해방연대는 토론회의 취지에서 “우리의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는 이미 실패한 ‘현실사회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주의여야 할 것입니다. 과거의 사회주의의 오류를 극복하고 인간해방을 실현하는 사회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상에 대한 논의를 보다 발전시켜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발제자인 정성진 교수는 그 사회주의는 “국가자본주의”였고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반면에 신정완 교수는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의 연대책임이 있다”며 다른 입장을 밝혔다. 현존했던 사회주의국가, 지금도 사회주의국가라고 주장하고 있는 체제들에 대한 평가와 시각 차이는 이날 전체 토론 내내 쟁점이기도 했다.

97년 위기는 자본축적의 구조적 모순의 결과

정성진 교수는 먼저 <21세기 한국경제 - 자본주의 모순의 격화와 사회주의 대안의 현재성>이라는 논문을 발제했다. 이 발제문은 『마르크스와 한국경제』(책갈피, 2005)와 최근 발표한 논문들의 내용을 요약, 보충, 결합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련, 동구들의 자칭 사회주의”의 실패와 상관없이 맑스주의의 이론은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1997년 경제위기는 금융위기가 아니라 자본축적의 구조적 모순이 심화된 결과”라고 주장하고 이는 “이윤율이 80년대 말부터 97년 위기 직전까지 저하한 사실에서 입증된다”고 했다. 그리하여 “97년 이후 신자유주의로의 이행의 본질적 측면은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한 자본의 공세”며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 모순이 심화되면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 강화와 경제적 종속의 심화가 초래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 교수는 여러 그림과 도표와 수식을 통해 설명하면서 “마르크스의 이윤율 저하 공황론의 현재적 타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금융화’론과 관련 “마르크스의 경제학비판의 체계에서 생산/비생산노동의 문제설정에 의거할 경우 더 정확하게 설명될 수 있다”며 “그 구별을 기각하는” 예로 자율주의를 들었다. “생산/비생산 노동의 구별은 마르크스 가치론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를 기각하는 것은 마르크스 가치론 자체를 기각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물론 정 교수는 “<소련정치경제학교과서>처럼 물질적 재화 생산만을 생산노동으로 간주”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주류경제학의 비교우위설과 네그리의 제국론은 틀렸다

정 교수는 “자본주의적 착취와 축적의 본거지인 산업자본(‘좋은 자본주의’)은 손보지 않고 금융자본(‘나쁜 자본주의’)만 통제하는 것으로는 자본주의적 착취와 축적에 대한 모순의 발현으로서의 과잉생산공황의 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세계화가 가속되면서 국제적 통합이 이루어지고 국가간 불평등이 완화된다는 신자유주의 주류경제학의 비교우위설이나 네그리 같은 일부 좌파의 제국론은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 오늘날 세계적 양극화 현상은 마르크스의 가치론에 의거할 때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극화 경향이 자본주의 세계체제 그 자체에서 가치법칙의 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그 근본적 해결 역시 사회주의 대안의 실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계획과 국유화의 문제, 시장사회주의는 더더욱 아니다

한편 정 교수는 “마르크스는 계획이나 국유화를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와 동일시한 적이 없다. 계획이나 국유화를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와 동일시하는 것은 마르크스의 사상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계획 물신주의’ 혹은 ‘소유 물신주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시장 사회주의’도 반대하지만 현실사회주의의 ‘계획/국유화’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날 대부분의 사회주의 운동가들은 ‘사회주의 국가가 국유화를 통해 계획경제를 실시하는 것을 불가피하다’는 주장들을 펼쳤다.

자율주의를 못마땅해 하는 것은 정 교수나 운동가들이나 비슷했는데 ‘소유 문제, 국유화 문제, 계획 경제 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정 교수는 이병천, 신정완 등을 “개혁적 케인즈주의(‘협력적 자본주의’)자들”이라고 했고 장상환을 “시장사회주의(‘민주적 사회주의’(?))와 개혁적 케인즈주의(포스트케인즈주의) 사이에서 동요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그 가운데 신정완은 토론자로 나왔고 참석자들 대부분은 민주노동당 당원들이었다.

이는 민주노동당 내의 ‘전진’ 경향은 시장사회주의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지만 ‘해방연대’ 그룹은 시장사회주의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해방연대는 민주노동당 내에서 활동하고 물론 정성진 교수가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국제사회주의자 그룹(다함께)도 민주노동당 내에 있지만 하여간 이 두 그룹은 그 당의 두뇌에 해당하는 진보정치연구소 장상환 소장의 사회주의 ‘대안’ 모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입장들이 당 내에 공존하다보니 혼란스럽다.

“80년대 NL/PD 논쟁 아직도 고수?”

신정완 성공회대교수는 정성진 교수의 발제문과 그 동안의 주장들을 생각해 볼 때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고, 토론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윤율 저하와 관련해서는 동의하지만 금융화 논의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80년대 NL과 PD 논쟁이 있었고 지금은 그때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정성진 교수가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서 존경스럽다”고 했다. 관점은 많이 다르지만 그 열정과 성실한 자세만은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그는 “저는 맑스주의자가 아닙니다”라고 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맑스의 분석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원천적인 한계도 있다, ‘노동가치론’은 성립 어렵다, ‘변증법적 역사관’도 곤란하다, 『자본』에 나타난 변증법적 방법론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실사회주의 문제와 관련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의 연대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후진국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경우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민주의 논의는 스웨덴이라든가 사례가 있지만 근본변혁을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사례를 놓고 이야기 할 수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남미의 사회주의 실험? “예측불가”

원영수 노동자의 힘 편집위원장은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다”라며 “멕시코의 경우 29일짜리 비정규직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좌파정권’이 계속 수립되고 있는 남미의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그 현상들과 그 정권들을 ‘사회주의’로 연결해서 보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의 상황은 20~30년간 민중투쟁의 산물인데”라며 현재 “사회주의 운동은 취약”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김광수 사회자가 남미의 실험에 대한 전망을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했으나 원영수 편집위원장은 “예측불가”라고 잘라 말했다.

청중 가운데 빈민운동을 하는 양연수씨가 신정완 토론자에게 “사민주의 맞느냐?”고 물어 “네”라는 대답을 듣고 “유럽 사민주의가 이라크 파병에 찬성한 문제를 볼 때 그것이 대안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신정완 토론자는 “프랑스는 보수정권이지만 불참했다, 사민주의와 파병을 일대일로 대응할 수 없다”고 답했다.

어느 정치세력이 사회주의운동의 대안인가?

기자도 질문했다. “사회주의의 대안을 토론하는 자리므로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정치세력들에 대한 토론자들의 입장이 궁금하다. 정성진 토론자는 고전적 의미의 세계사회주의 혁명을 하자는 입장이고 신정완 토론자는 개혁하자는 입장이고 원영수 토론자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성진 토론자는 장상환 소장을 시장사회주의라고 비판했는데, 민주노동당이 대안인가? 아니면 해방연대가 대안인가? 저기 노동자의 힘이 대안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정 교수의 이론을 살펴볼 때 국제사회주의그룹과 관련이 깊은데 그들이 시장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이 가득한 민주노동당에서 동거하고 있는 모습이 정당하다고 보는지 한심하다고 보는지 입장을 밝혀 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정성진 교수는 “공동전선에 대한 다함께의 입장”으로 설명했다. “반전, 반자본주의를 위해 어떻게 사회주의자들이 개입할 것인가의 문제다. 민노당의 강령을 다 동의하지 않지만 … 김인식 선본에서 정식화한 ‘좌파적 개혁과제’가 지금의 강령이다”라고 했다.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김광수 해방연대 기관지위원장은 “입당전술”이라고 설명했다.

1부 토론은 주최측과 정성진 발제자 사이의 사전 소통에 문제가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가령 “왜 지금 사회주의가 대안인가?”라는 1부에서는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평가, 가령 ‘국가자본주의’냐 ‘국가사회주의’냐 혹은 ‘사회주의 자체의 한계’냐 등을 정리하고 2부에서 앞으로 추구할 사회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를 논했어야 했다. 그러므로 정성진 교수가 ‘이윤율 저하의 법칙’을 장시간 발제하게 된 것은 공부하기는 좋지만 토론하기는 부적절했다. 게다가 각을 세워 토론할 것을 요구 받은 신정완 교수는 발언 시간도 짧았고 그다지 사회주의의 전통적인 견해들을 조목조목 비판할 의욕도 보이지 않았다. 그 문제는 2부에서도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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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해방연대실천연대(준)(대표 성두현, 이하 해방연대)가 ‘한국사회의 대안,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4일 오후 서울 청소년 수련관 5층에서 ‘사회주의 기획토론회(1)’을 진행했다. 1부 “왜 지금 사회주의가 대안인가?”에 이어 2부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은 무엇인가?”를 놓고 긴 토론이 진행됐다.

정방기 조직위원장이 사회를 맡고 성두현 해방연대 대표가 발제를 장석준 전진 회원, 양준석 울산노동자신문 대표, 차문석 성대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사회주의 일반에 대한 대중의 부정과 회의 주목해야

성두현 대표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발제를 통해 “현실사회주의는 더 이상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이 입증되었고, 사회주의자들에게는 현실사회주의의 실패원인에서 반성적 교훈을 끌어내어 새로운 사회주의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고 밝혔다.

1부 발제자 정성진 교수가 현실사회주의는 ‘국가자본주의’였지 사회주의가 아니므로 그 책임을 ‘스탈린의 반혁명’으로 돌리는 입장이라면 성두현 대표는 “현실사회주의의 붕괴”로 인한 “사회주의일반에 대한 대중의 부정과 회의”를 주목했다.

그는 “소련이 붕괴한지 15년이 지났으므로 그 동안 확보된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집약해 그것에 대한 전체사회주의자들의 토론과 비판을 거쳐 강령수립까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번 토론회가 기획된 것이다.

그는 “생산수단의 국유화=사회주의라는 조잡한 경제주의적 사회주의관을 철저히 극복하고 소외된 노동을 극복하는 공산주의적 생산관계의 형성을 새로운 사회주의대안의 핵심적 대안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변절되므로 노동자민주주의가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사회주의는 자본주의로 귀결될 것

그는 “시장사회주의는 용어상 사회주의지만 그 본질상 사회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관료주의를 회피할 수 없으며 효율성도 없다”는 것이다. “시장사회주의는 결국 ‘시장’이 사회주의를 밀어내어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사회주의는 사기며 양립할 수 없다, 시장은 중립적인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성 대표는 “요즘 노동운동 하시는 분들 존경스럽습니까?”라고 청중에게 물으며 “노동운동에 자본가적 쁘띠부르주아적 인간관계가 많이 들어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의 복원과 전면화”가 필요하다며 “문화혁명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당내 민주주의가 없으면 또 실패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국가에 못지않게 당이 갖고 있는 양날의 칼”이라며 “노동자국가는 해방으로 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가는 국가의 주체로부터 분리되어 독립할 경우 괴물로 둔갑하여 주체를 억압하는 해방의 방해물이 된다. 당도 국가와 똑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하여 성두현 대표는 “일당제는 당으로의 권력집중과 당과 국가의 융합을 초래”한다며 “복수정당, 소비에트다당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 대표는 “우리는 현재 당도 없는 상태”라고 했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이지만 마음속에 품고 있는 진정한 사회주의당은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끝으로 노동자 국제주의와 관련해 “앞으로 선진국에서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왜냐면 후진국에서 혁명이 일어나면 가장 고도로 발전한 것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21세기 판 ‘노동해방’의 상 제시해야

이어 장석준 전진 회원(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국장)이 토론에 나섰다. 그는 성두현 대표의 발제문과 대안의 주요 원칙들에 대해 “필자가 속한 <전진>의 다른 회원 동지들도 전폭적으로 동의할 원칙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문화혁명운동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문화는 총체적인 대안사회 상의 저류를 이뤄야할 노동자ㆍ민중의 공동체적 능력의 발전을 지적하기 위한 개념일 것”이라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맑스주의의 고전적 ‘생산력’ 개념이 보다 광의의 ‘사회적 능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공동체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장석준 토론자는 “노동자ㆍ민중의 강렬한 열망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대안이라도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오늘날은 “노동해방의 꿈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날 “고용안정보다는 불안정이 상식이 되고 천직天職이란 게 과거의 유물처럼 되고 있다”며 “정규직화 요구는 수세적, 방어적인데 그 단계 이후의 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21세기 판 ‘노동해방’의 상을 제시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적 계획’과 관련해 전진 정책위원회에서도 대안사회의 경제체제에 대해 토론 중인데 그는 “개인적으로 P. Devine이 제시한 ‘참여형 계획경제’ 모델에 공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계획경제에 동의한다, 전진 내에 시장사회주의자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 역사가 배제된 모델 논의는 곤란하다, 구체적인 한국의 조건과 역사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에 세계적인 대격변 발생 할 것이다

양준석 울산노동자신문 대표가 토론에 나섰다. 그는 “사회주의 토론에 참여하게 되어 감회가 깊다”고 했다. “토론수준은 시대의 한계에 묶여 있게 된다. 15년이 얼추 흘렀다. 충격과 사상적 정체가 너무 길었다”고 그 동안의 세월을 돌아보았다.

“남미가 좌경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건 그만큼 자본주의가 극악하기 때문이다. 남미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중국과 인도의 현대적 산업화가 10년이 지났는데 또 10년이면 한국의 87년 운동과 같은 비슷한 상황이 올 것이다. 세계자본주의의 공장이라는 동아시아에 세계적인 대격변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했다.

양준석 대표는 세 가지를 짚었다. 첫째, “북한과 중국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해 낼 수 있어야 구체성과 대중성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의 좌파들은 러시아의 성공과 실패를 논해왔는데 중국과 북한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시간 상한제, 사장 직선제

둘째, “최근 현대자본주의의 핵심문제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성과가 공동체를 파괴하고 민중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생태주의 문제도 있고 특히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는 과학기술발전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해 사회주의만이 해결의 열쇠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그는 “노동시간상한제”라는 정책을 제시했다. “정규직은 과도노동으로 되고 다수는 배제당하는 상황이므로 사회의 노동시간의 전체적 배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의 문제다. “그 누구도 사장직선제를 말하지 않는다”라며 그는 “요즘 누가 사회주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사장 직선제를 하자는 것’이라고 답한다”고 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그 많은 공직들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소환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양준석 대표는 “민주주의적 기본권, 보편적 인권이 전면적으로 보장되는 사회주의여햐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가령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복귀를 주장할 때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회주의는 “일회적 사건이나 우발적 흐름으로 되는 게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사회전체를 해방시킬만한 사상적, 정치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국유화’는 왜곡된 형태의 ‘사적 소유’

마지막 토론자로 차문석 성대교수가 나섰다. “성대 비정규직 교수로 있다”고 소개한 그는 “사회주의를 하나의 공학적인 프로젝트 속에서 사유할 것인지, 아니면 형이상학적인 ‘유토피아’로 상정하고 사유할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는 그들 개념이 탄생했던 그 사회적 전제조건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라며 “아직도 파리 꼬뮨이냐며 그것은 잊혀져도 되는 경험”이라고 했다. 19세기식 형상을 넘어 “영구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20세기에 존재했던 사회주의는 사용가치 중심의 ‘자본주의적 구성’, ‘국가화에 의한 관료제적 질서’, ‘도덕경제식 후견-피후견에 기반한 관료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주의 사회에는 없어도 관료들의 마음과 머리에는 교환가치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고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되고 산업주의를 진행하게 되고 국가소유는 필연적으로 계획경제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덕경제는 봉건제에서 바로 사회주의로 되었기에 그 ‘봉건제의 흔적’이라고 했다.
 
이어 “현실 사회주의에서 ‘국유화’는 왜곡된 형태의 사적 소유”라고도 주장했다. “전인민적 소유, 협동적 소유로 담론화 하고 있지만, 특정 관료계층의 사적 재산으로 통제권과 처분이 부여되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동자 중심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국가주의적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노동자민주주의, 노동자통제 등의 기획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으로서의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사회주의를 민주주의와 결부시키는 것은 특정한 근대적 발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빨리 끊어!”, “사과하시죠”

차문석 교수는 토론문을 준비해왔고 그것을 읽으며 논평을 하고 있었다. 이때 청중석에서 “사회자 뭐하나 빨리 끊어!”라는 말이 토론회장에 울려 퍼졌다. 김광수 해방연대 기관지위원장이 한 말이다. 그는 1부 토론의 사회자이기도 하고 이 토론회를 주최한 해방연대의 간부다.

이에 대해 성두현 대표가 “사과하시죠”라고 했으나 수습 되지 않았다. 정방기 사회자가 차문석 교수에게 하던 이야기를 더 하라고 했으나 차문석 토론자는 그만하겠다고 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발언이 끝나고 이제 상호토론으로 넘어가려는 데 차문석 토론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토론회장을 떠나버렸다.

양준석 대표는 “토론자로서 안타깝다. 나중에라도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회주의에서 ‘사상의 자유’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내란을 군사적으로 진압하는 것과 특정되지 않은 주장을 외치는 건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장석준 토론자는 “언어체계가 다르고 정의가 다르니 대화불가능성이 보인 것”이라고 했다. 김광수씨가 차문석씨 발표 중에 보인 무례한 언행은 내내 논란거리였다. 참석자들 가운데 정서적으로는 김광수씨의 ‘불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가 표출한 언행은 상상할 수 없는 ‘무례’였다.

민주노동당 은평구 사무국장은 “이 사건 평가해야 한다. 차문석 교수의 주장을 재밌게 듣고 있었다. 질문할 것도 있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이어 “생산력”의 문제를 질문했다. 성두현 대표는 “미래의 사회주의도 못살면 붕괴하겠죠”라고 답했다.

국가소멸과 자율주의 그리고 국가주의

청중 가운데 “국가소멸 혹은 국가기구의 파괴 문제, 노동자민주주의와 국가주의의 기획의 관계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성두현 대표는 “요즘 무정부주의의 경향이 많은데, 홀러웨이의 책을 읽었으나 그의 답이 ‘나도 모르겠다’여서 답답했고 자율주의는 환상적인 것 같다”고 했다. “공권력 자체가 없어지겠는가”라는 것이다. 그는 “그런 불가능한 사회주의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차라리 ‘깨끗한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양연수씨는 장석준 토론자에게 “성두현의 발제문을 전적으로 동의하면 왜 해방연대와 전진이 따로 하느냐? 합치라”고 주문했다.

성두현 대표는 “‘소련국가자본주의’라는 주장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 예전에 소련에 대한 환상이 강했을 때는 유효한 주장이었지만 이제는 열린 토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성진 교수는 “과거에 반쏘 이야기하면 곤란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도 의미 있었고 여전히 의미 있다”고 답했다. 그는 “자율주의와 평의회 사회주의자들의 주장(러시아혁명에 대한)은 역사날조다. 소련, 동유럽 사회의 성격에서 처음부터 국가자본주의였는지 국제사회주의자들이 말하듯 볼세비즘과 스탈린주의 사이에서 발생한 것인지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준석 대표는 “질병과 같다”며 “내부로 성장한 것이다. 면역능력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석준 토론자는 “1925년부터 30년 사이에 반혁명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공감 못 한다”고 했다.

성두현 대표는 “자율주의는 국가문제에 대해 기권했다. 겉으로 변혁적이지만 현실 설명은 관념적이다. 무정부주의의 일종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정성진 교수는 “91년 소련의 노동자들은 ‘노동자국가’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 후 자본주의도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방기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김광수씨가 공개사과를 했다. “발언내용이 길어져서 그랬다. 전체 진행을 방해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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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저격수의 고백 - 세계 경제의 뒷무대에서 미국이 벌여 온 은밀한 전쟁의 기록 경제 저격수의 고백 1
존 퍼킨스 지음,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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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를 좌지우지 하려는 ‘제국’으로서의 전략이, 일방적인 식민지 정복에서 더욱 노골적인 식민지 쟁탈전쟁으로, 그리고 경제지배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울 것이 없습니다. 70년대 이후 발행된 미국의 채권에 허덕이는 남미의 고통스런 목소리는 오래되었으며, 이런 폐해들은 ‘신자유주의 전략’이라는 하나의 화두로 이미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두에 그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직접적인 저항과 연구, 조직적인 행동도 이미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운동, 세계사회포럼, 반세계화 시위, 등이 그것입니다.
기존의 문제제기가 제3세계의 피해자와 저항세력들의 목소리였다면, <경제저격수의 고백>은 이러한 미국의 경제지배 전략을 수행해 온 내부자의 목소리입니다. 우리는 그의 고백을 통해서, 경제지배 전략의 매커니즘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덧붙여, <경제저격수의 고백>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제지배 전략을 두고 “어떻게 이런 엄청난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질 수 있는가?”라며 의아해하며, 이는 곧 “믿을 수 없다.”는 의혹을 발생시키기도 하는데요, 존 퍼킨스의 구체적인 행적과 은퇴, 집필을 앞둔 갈등과 고민은 이런 의아함을 씻어줄 것입니다. 경제지배는 소수 음모집단의 ‘007작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합법적이고 세련된 외양을 갖추고 있고, 수많은 전문 인력들이 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받아들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논리를 갖추고 있을 뿐입니다. “음모론은 모순적인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할 뿐” 이라는 그의 외침이야 말로 이 책의 진정한 의의가 될 것입니다.

- 존 퍼킨스는 다국적 컨설팅 회사의 직원으로서, 1971년부터 인도네시아, 에콰도르, 콜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그는 토목, 건축, 통계 전문가를 동행하여 해당 국가의 곳곳을 둘러보며, 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합니다. 컨설팅은 단지 제안에 그치지 않으며, 차관 제공, 업체의 선정까지 이릅니다. 이것이 바로 경제지배의 합법적이고 세련된 외양입니다.

- 문제는 대상 국가들이 대부분 남미, 중동,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라는 점에 있습니다. 대규모 개발에는 노동력을 둘째 치고라도 돈과 기술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컨설팅 회사가 노리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통계조작까지 서슴지 않는 계획안, 초호화 로비, 심지어 정보기관이나 군의 동원은, 컨설팅 회사에 대한 모종의 신뢰관계를 만들기 위해 적절하게 선택적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 대상국가의 지도자들이 이를 수락하는 순간, 차관을 제공할 세계은행을 설득하고, 토목 건축회사들을 소개하는 것도 컨설팅 회사의 몫입니다. 엄청난 금액의 달러화는 굳이 대상국가에게 갈 필요조차 없이, 미국 내 계좌에서 이체될 뿐입니다.

- 대상 국가들이 차관을 바탕으로 설립한 기반 시설들이, 채무를 이행할 수 있는 수익을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컨설팅 회사의 계획에 없습니다. 의아하지만, 채무를 이행할 수 없을 정도의 계획을 고의적으로 세우기도 합니다. 대상 국가가 채무를 이행한다면 응당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로 막대한 이자를 비롯해 대상 국가의 정치와 경제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상 국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위협적인 상황에서는, 약간의 양보와 더불어 기민하게 대처할 준비도 되어있을테구요. 에콰도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는 산유국으로서, 콜롬비아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알짜배기 운하로서, 컨설팅 회사의 대상 국가가 되었습니다.

- 물론, 이런 고수익의 전략이 아무런 장애 없이 진행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차관을 들여와야 하는데 자국의 자원으로 충분한 돈이 비축되어 있는 국가도 있었고(사우디아라비아), 경제니 통계는 모르지만 컨설팅 회사의 장미빛 계획이 ‘계약의 체결‘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눈치 챈 지도자(에콰도르 하이메 롤도스, 콜롬비아 오마르 토리호스)도 있었으며, 지도자는 부패했으되 국민들과 재야의 지도자들이 이를 간파하고 저항한 경우(이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컨설팅 회사 대신 정보기관이나 군이 동원되었던 것이죠.

- 전략이 실패한 경우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뿐이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대한 부는 로비라는 또 다른 부에 의해서 무너졌고, 콜롬비아의 훌륭한 지도자는 정보기관의 테러에 의해 무기력하게 무너졌지만, 이란의 대중적 봉기,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에 대한 지지는 아직 미국의 전략을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국가들은 우리에게 (외신보도를 맥락 없이 인용하기 좋아하는 언론 덕분에) 소위 ‘테러국가’ 내지 ‘말썽꾸러기’로 알려져있구요.

- 존 퍼킨스는 경제저격수를 통해 각국을 돌아다니며 황폐화되어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고, 콜롬비아의 오마르 토리호스와 같은 소신있는 지도자들에 대한 암살과, 911 테러로 드러난 드높아지는 중동 국가들의 저항을 목격하며 책을 집필하게 됩니다. 이것은 단지 양심의 가책을 넘어, 경제지배 전략에 남발된 환수되지 않은 막대한 차관, 미국의 쌍둥이 적자라는 위태한 세계 달러경제에 대한 우려이며, 보복테러와 보복전쟁으로 이어질 악순환 속에서 무고한 이들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저항의 목소리입니다.

- 은퇴를 고민하며 그는 부하직원들에 대한 인간적인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직접 정보기관에 의해 포섭된 자신과는 달리, 그저 컨설팅 회사의 직원으로서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빌려주고 있는 그들, 하지만 분명 경제지배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손과 발이 되어있는 그들을 말입니다. 그는 “음모론이야 말로, 모순적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더불어, 경제발전에 대한 잘못된 이해야 말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올바르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가 풍부해진다는 의미에서 경제발전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제3세계 국가들에 전에 없던 기반시설과 산업시설이 개발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누가, 무엇을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개발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를 것입니다. 헐벗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고작 2$를 쥐어주며 하루 12시간씩 노동시키는 당신 기업가들을 경제발전의 주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장과 일하는 아이들, 그리고 당신들이 아이들에게서 빼앗아간 수천 수만달러의 몫이 바로 경제발전이니까요. 이들이 없다면 당신들이 약탈해 간, 소위 ‘합법적 이윤’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제발전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당신들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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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8-3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두텁게 만들어진 고백서이군요
 

(출처: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선진국에서 발행되는 종합 일간지의 절반 정도가 앞으로 20~30년 안에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코노미스트는 26일자 최근호 머리기사에서 신문 관련 직종의 고용인원 감소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잡지에서 인용한 미국신문협회(NAA)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0년부터 2004년 사이 신문업계 종사자 수는 18% 줄어들었다. 또 최근 상장된 신문기업들은 주주들로부터 보유 신문사를 매각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고 뉴욕타임스 같은 대표적 신문사도 주가 하락을 이유로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언론학자 필립 메이어 역시 저서 '소멸하는 신문'에서 오는 2043년이라는 구체적 시기를 명시하며 미국 시장에서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넷의 발달과 개인 및 주변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 증가를 이런 전망의 배경으로 들었다. 인터넷은 종이 신문 대신 검색사이트 '구글'에 수집된 뉴스들로 독자들을 옮겼고 수많은 '시민기자'와 '블로거'들을 등장시켜 기존 신문의 입지를 축소시켰다. 이는 국가적 또는 사회적 문제보다는 과거에 사소하다고 여겨졌던 주제들에 대한 관심 제고와 맞물려 신문에 대한 선호도를 감소시켰다.

게다가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전통적인 기사 작성 과정과 비전문가들의 글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기존 신문들이 '연성 기사'의 비중을 높이고 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을 추진하며 무가지 사업에 뛰어드는 등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고 있지만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언론의 역할에 대한 논쟁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뉴욕 카네기재단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종이 신문들이 결국 '질'을 높여야 한다는 활로를 제시했다. 신문이 판매 가격을 높이거나 비영리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품질 제고'가 중요하다는게 이 잡지의 결론이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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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6-08-30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리 있다

sb 2006-08-3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의 굵직한 의제들을 주류 언론사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젊은 층 위주의 대다수 네티즌들은 주류 언론사 보다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란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다만, 포털 사이트의 뉴스란은 독자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언론사들과의 제휴를 통해서 제공받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주류 언론사들이 포털 사이트의 편집권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조만간, 주류 언론과 비주류 언론을 구분하지 않았던 관행에 변화가 일어날 것 인데, 주류 언론사들이 다시 한번 장악하게 된다면, 판세의 변화는 크지 않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