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또니오 그람쉬 - 이매진 올더피플 02
쥬세뻬 피오리 지음, 김종법 옮김 / 이매진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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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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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혁명가 안또니오 그람쉬.
그는 1919년 이탈리아 공장평의회 운동을 이끌었고,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했다. 1922년 무솔리니가 집권하자 파시즘에 맞서 싸웠고, 1927년에 체포되어 10여년간 옥고를 치루며 이탈리아의 정치 경제에 관한 다수의 저작을 남겨 <옥중수고>로 출판되었다. 헤게모니, 시민사회, 진지전, 등 한번즈음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개념들이 여기에서 등장한다.

혁명가들의 평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혁명가들의 생애를 통해서, 그(녀)가 살았던 시대와 시대의 정신을 옅볼 수 있다. 무엇으로부터 고통받았고,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실천하는지를 볼 수 있다.

시중에 유행하는 <체 게바라 평전>과 같이, 혁명가들의 삶으로 부터 도덕적인 교훈을 얻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자신의 시대에 온몸 부딪혀 살아간 그(녀)들의 삶이야 말로, 그 시대를 가장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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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또니오 그람쉬의 삶이 어디에 놓여져 있는지 부터 살피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1891년 출생. 그는 이제 막 통일된 이탈리아에서 태어났고, 이탈리아 자본주의는 가장 활발하게 축적운동을 하고 있었다.

자본주의를 봉건시대와 구분하는 하나의 특징이, '대규모적이고 급속한 생산' 이라는 데에는 이견(異見)이 없을 듯 한데, 대규모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대규모적인 생산수단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오로지 규모만이 경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초기 자본주의 사회는, '어떤 방식으로든' 거대한 투자용 자본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는 배제되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에서 배제된 것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기도 했지만, 봉건시대의 생산활동에 머물러 있던 농촌이기도 했다. 안또니오 그람쉬는, 이탈리아 자본주의의 발전에서 배제되고, 소외되어 있던 남부 농업지역에서 태어난다. 그는 어린 시절, 부제루 광산노동자들의 파업과 농민계층의 무정부적인 소요를 경험하며 자란다.

흥미로운 것은, 유년기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태어난 그람쉬가 경험했던 저항의 주된 두가지 형태, 즉 농민계층의 무정부적 소요와 노동자들의 파업은, 그가 태어난 지 100여년을 훌쩍 넘어선 오늘 날에도 변함없는 저항의 형태라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미FTA' 라는 자본주의의 시장통합에 맞서, 노동자들은 파업을 농민들은 좀 더 거칠고 무정형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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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람쉬는 농업지역인 남부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지만, 공업지역인 북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유학생활을 하게되었고, 그가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한 것도 바로 토리노 대학에서였다. 그가 대학에 입학한 것은 1911년, 유럽의 각국 자본주의가 한참 1차 세계대전에 시동을 걸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그람쉬는 <인민의 외침>이라는 잡지에 전쟁참여에 관한 글을 기고하면서 공식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하며, 곧 이탈리아 사회당에도 가입하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듯이, 당시 유럽의 사회당 내지 사회민주당이란, 막연하게 '사회주의' 를 지향할 뿐 구체적인 실천방법에 있어서는 서로 달랐으며, '제2인터내셔널' 이라는 각국 정당의 연합체 역시도 다소 느슨한 형태였다. 따라서, 이러한 각국 정당들은 세계대전이라는 시험대 위에서 제각각 분열하면서,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정치적 입장의 차이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사회당은 1915년 이탈리아의 참전을 막아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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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람쉬는 1918년부터 대학에서 사귄 따스까, 똘리아띠, 떼라치니와 함께 전국신문 <신질서>를 발행한다. 당시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곳곳에서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으나, 사회당과 노동총동맹은 이러한 불만을 조직적 체계와 전망을 갖춘 사회적 운동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었고, <신질서>는 1917년 러시아 10월혁명의 소식을 이탈리아 내에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소비에트, 현장위원운동에 대한 연구자료를 소개하는, 등 노동자들의 불만에 호응하면서 명성을 얻게된다.

이러한 호응을 바탕으로, 그람쉬는 러시아의 소비에트에서 영감을 얻은 공장평의회 운동을 조직하기 시작한다. 노동조합과 달리, 생산활동의 기본 단위인 공장 내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공장평의회가 피아트 자동차를 비롯해서 사빌리아노, 란치아사, 등지에서 구성되나 사회당과 노동총동맹이 이를 방관하면서, 발전하지 못한다.

덧붙이자면, 평전인 <안또니오 그람쉬>에서 실제 공장평의회 운동이 어떤 범위와 양상으로 일어났는지를 살피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또한, 공장평의회 운동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하지만,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럽 전체를 뒤흔든 전쟁의 시대, 러시아 10월 혁명으로 시작된 혁명의 시대에 이탈리아의 정치운동가들이 노동자들의 대중적인 열망을 받아안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람쉬의 글 「사회당의 혁신을 위하여」에 나타나 있다.)

제몫을 다하지 못한 정치세력의 분화는 필연적이다. 시기적으로 공장평의회 운동 이후에 나타난 사회당의 분열, 즉 개량주의 그룹, 최대강령 그룹(세라띠), 공산주의 그룹(보르디가, 그람쉬)으로의 분열이 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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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그룹 내에서도 보르디가와 그람쉬는 대립하고 있었다. 보르디가는 그람쉬의 공장평의회 운동에 대해서도 '생디칼리즘'이라 격하했고, 개량주의 그룹과 결별하지 않는 사회당에서 분리 독립할 것을 주장했다. 그람쉬는 보르디가의 분리 독립에 대해 반대하다가, 1921년에 이르러서야 사회당과 결별,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하게 된다.

하지만, 공산당 역시도 제 몫을 다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1922년 파시스트 무솔리니가 집권한 이후에도, 공산당은 사회당과의 연합문제, 등으로 끊임없이 당 내의 갈등을 일으키며 좌충우돌하게 되고, 급기야 1925년에 불법화된다. 그람쉬는 1927년에 투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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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에 투옥된 이후의 그람쉬는 1937년 사망할 때 까지, 집필 활동과 신병 치료에 매진한다.
<옥중수고>로 출판되어 있는 그람쉬의 방대한 옥중 저작은,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분석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람쉬는 이 책을 통해서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해, 이것이 '노동계급적 지식인'이라는 개념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남부 농업지대와 북부 공업지대로 나뉘어 갈등을 빚어온 이탈리아의 상황에서, 그람쉬의 고향이기도 한 남부 농업지대의 농민계층은, 빈곤에 대한 원인을 북부 공업지대 전부로 돌리고자 했고, 이 속에서 부르주아계급과 노동자계급의 구분은 없었다.

따라서, 농민계층의 불만과 분노를 사고있는 공업지대 노동자들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농민계층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남부의 지배세력인 지식인 그룹과의 싸움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다. 그람쉬는 <옥중수고>를 통해서, 남부 농업지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동안 지배계급의 이해에 봉사해 온 지식인 그룹의 실체를 밝히고 그 사상을 비판한다.

"그람쉬의 글은 논리가 수미일관해서 문장 전체를 관통하는 실이 한가닥 있고, 그 실을 좇아 외견상 관계가 없는 듯이 보이는 여러 계기가 실제로 전혀 끊기지 않고 논리에 따라 하나의 논지를 펼치는 연속된 계기들로 연결되어 있었다. 또 그람쉬의 정치적 제안은 독창성과 확실성을 겸하고 있어서, 사실로 뒷받침되지 않는 이론은 무익한 추상이며 이론의 뒷받침이 없는 행동은 쓸모없는 충동으로 끝나고 만다는 확신을 깔고 있었다." <안또니오 그람쉬> 중 233쪽

# 더 읽어야 할 책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중립」- 1차 세계대전에 대한 입장
「리용테제」- 이탈리아공산당 3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문건. 봉기를 주장하는 보르디가의 소비에트 그룹에 맞서, 현재의 시기는 봉기의 시기가 아니라 파시즘에 맞선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하는 시기임을 주장함. 이탈리아의 경제 사회적 조건을 분석하며, 파시즘의 성격을 규정했다. 그람쉬는 3차 당대회를 통해서 보르디가와 확실히 결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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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읽는 목적을 명확하게 하고, 책읽기목록과 성과물을 미리 계획하라.
2. 의욕 없는 책읽기는, 식욕 없는 식사 만큼 약간의 효용 밖에 없다.
3. 책이 쓰여진 배경을 늘 염두하고, 중요한 논리전개가 있을 경우, 바로 주제를 기록하고 문제의식을 전개하라.
4. 색인과 더 읽어야 할 책읽기목록을 말미에 덧붙여, 독서후기를 작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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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6-06-16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책이 쓰여진 배경을 늘 염두하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어떤 배경과 역사적 맥락을 지니고 있는가는 저도 어떤 책을 읽든지 늘 고민하는 문제인데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마법천자문 2006-06-16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역사'는 어떤 학문 분야든지 가장 기초가 되는 것 같아요.

승주나무 2006-06-16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글이 올라왔군.. 나는 요즘 바쁨^^ 잘 지내지!!

sb 2006-06-1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어달 자리를 비웠더니 마음이 불편해요. 책마을은 어찌 운영되고 있는지요. 일전에 네이버에 카페를 만드신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정체성 논의는 아직이지요?
 
매매춘과 페미니즘, 새로운 담론을 위하여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61
이성숙 지음 / 책세상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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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에 성매매가 음성화 될 것이라는 예상은 했으나, 포주들을 비롯한 성매매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광경은 무척이나 낯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에 민주성노동자연대(이하 민성노련)가 결성되고, 또 ‘성노동자운동‘이 등장했습니다. 소위 진보진영 내에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저 역시도 논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성매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민성노련은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반대시위로부터 결성되었습니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단체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그것이 노동이냐 아니냐를 떠나, 성매매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성매매 여성들은 당장 생계의 위협을 받아야했고, 동시에 국가라는 권력에 의한 불법이란 낙인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했으니까요.

성매매 여성들 대다수가 사회의 빈곤화와 여성의 빈곤화라는 이중 삼중의 굴레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작 몇십만원의 생계보조금과 형편없는 재활프로그램을 내세운 정부의 정책은, 정부의 문제해결 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에 몰아넣은 셈이죠.

하지만,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반대가 곧 성매매합법화 지지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성매매특별법의 정책적 실효성에 대한 반대일 뿐이지, 여전히 성매매 자체를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죠.
물론, 마찬가지 맥락에서, 성매매를 인정한다고 해서 민성노련에 대한 지지를 뜻하는 것도 아니구요.

저는 성매매에 대한 태도부터 정리해야 했습니다.
<매매춘과 페미니즘, 새로운 담론을 위하여> 역시도,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성매매는 부도덕하다는 관념, 성매매가 근절될 수 있다는 관념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가 과거에 주장되었고 실현되었던 정책의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점은 아쉬우나,
성매매는 사회 경제적 조건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성적 욕구로부터 기인하는 행위라는 점, 성매매가 부도덕하며 사라져야 할 것이라는 관념은 본질적인 것이 아닌 근대 이후의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점은 좀 더 생각해 볼만 합니다.

성행위에 행위자들의 애정이나 감정이 반영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것이나, 그렇지 않은 성행위라고 해서, 즉 성적인 만족만을 위한 성행위라고 해서 그것을 나쁜 것,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자의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 역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억압적인 가족제도는, 소위 정상적인 부부관계 내에서, 혹은 그것을 전제로 하는 성행위 만을 아름다운 것으로 규정하고, 그렇지 않은 모든 성행위를 금기시해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부부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성행위가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 처럼, 성매매 여성들 역시도 우리가 재단했던 것 처럼 몸을 팔고 영혼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인격적 통제 아래 상대방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것은 아닐런지.

그저 얄팍한 정리일 뿐, 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외국의 성노동자운동의 사례, 성매매 여성들의 현황자료, 성매매에 대한 기록과 입장, 등 여러 가지를 참고하며 좀 더 성실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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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박범준.장길연 지음, 서원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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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시에서 성장했고 남 부럽지 않을 만큼의 대학교육을 받은 박범준 장길연 부부는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고 무주의 한 산골에 정착합니다. 비록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함께 농사를 짓고, 화장실이니 목욕통과 같은 집기들은 직접 만들어 쓰며, 범준씨가 글을 쓰고, 길연씨가 천연염색을 하며 살아가죠.

언젠가 언론에도 올랐다는 이들의 삶은 아마도 ‘이색성‘ 이 강조되었겠지만, 정작 두 사람의 글에서 도시를 떠나 산골에 삶터를 마련한 ’이색성‘ 이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수필에 가까운데요, 주된 내용은 두 사람의 행복관과 연애관이며, 이것이야말로 이들로 하여금 도시를 떠나게 만든 것입니다. 주거와 생계는 두 사람이 가진 가치관의 ‘표현’ 이자 ‘방식’ 일 뿐입니다.

두 사람은 ‘행복이란 이렇게 사는 것이다‘ 라고 규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사는 것도 행복이다‘ 라고 얘기합니다.
물론, 우리 주변에 자신있게 ‘행복이란 무엇이다’ 라며 절대적인 정의를 내리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각자 행복에 대한 대답은 다를 것이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저 수많은 행복관 중의 하나일 뿐일 두 사람의 행복관을 주목할 만한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두 사람이 주관대로 삶을 꾸려나갔다는 ‘사실‘ 인데요, 이것은 거꾸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관에 맞추어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오늘날은 마치, 대다수의 사람들이 행복모범답안에 맞추어 경제적 능력을 키우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 처럼 보여집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관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는 현실이, 곧 그(녀)들이 ’주관이 없다.‘ 거나 사회통념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주관대로 삶을 꾸려갈 ‘용기가 없다.‘ 는 것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녀)들이 주관이나 용기대로 살아갈 수 없도록 하는, 외부적 객관적 조건들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활환경, 교육수준, 부양가족, 등 과 같은 것들이죠.
범준씨와 길연씨 역시도, 산골에 삶터를 마련하면서 ‘당장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라는 생계 고민을 했었고, 이것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인 조건들이 반영되고 고려되었을테니까요.

범준씨와 길연씨의 꿋꿋한 삶이, 선택의 기회에서 용기를 내어야 할 사람들 뿐만 아니라, 기회로부터 박탈당한 이들에게도 희망의 메세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 보태어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의 연애관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답니다.
감정 보다는 이해나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화의 방법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한 흔적들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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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 해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엮음 / 잉걸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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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했던 99년만 해도 비정규직 문제는 몇몇 노동자들과 학생운동권 일부의 목소리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길지 않은 몇 년 사이에, 이제 비정규직 문제는 제도권 언론에서도 헤드라인에 오르는 사회문제가 되어있습니다.

전국불완전노동철폐연대(이하 철폐연대)를 처음 본 것이 00년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그간 수집 분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알아야 할 노동법 해설>을 출간했더군요. 비정규적인 고용형태가 일반화되고, 노무현 정부를 비롯한 재계에서 비정규직을 합법화하려는 법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에서, 조만간 <정규직 노동자가 알아야 할 노동법 해설>이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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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가 알아야 할 노동법 해설>은 제목처럼 따분한 노동법 해설은 아닙니다.
법은 멀고 자본의 권력만이 가깝게 느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을 강의하는 학자의 그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의 한계를 보여주는 그것에 가깝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알아야 할 노동법 해설>은 법의 한계를 설득하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97년 IMF 이후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왔던 비정규적인 고용형태와 그에 따른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투쟁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옮기고 있을 뿐입니다.

오랜 제도권 교육기간동안 법의 절대성을 강변받아온 우리들은, 부당함을 느꼈을 때 조건반사적으로 스스로를 가라앉히며 법을 찾기 마련입니다.
교육열이 뛰어난 한국에서는, 평생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생존이 가능한 노동계급 역시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 역시도 언제나 법을 허리춤에 차고 다닙니다.

전국불완전노동철폐연대는 노동자들의 법적대응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있는 그대로의 사례를 보여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가장 상식적인 해답을 도출할 뿐입니다.
“법에 기대지 말 것”

노동법을 해설하겠다는 책이, 노동법은 해설하기 보다, 노동법의 한계를 보여주어야 했던 ‘솔직함’.
이 책은 최소한 진실합니다.

이 책이 최소한의 진실함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는 물론 이 단체의 현장성에 있습니다.
전국불완전노동철폐연대는 정당, 시민단체, 노동조합, 대학생, 등 여러 회원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자 투쟁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회원들간의 정기적인 모임이나 토론도 진행하고, 상근자들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책자발간과 자료분석도 하고 있다고 들었구요.

진실은 가장 아래에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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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솔직한 이 책은, 법은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97년 근로자파견제와 정리해고제, 05년 마지막 국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비정규직법안, 등 오늘날 한국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변천과정은, 국회의원들의 머리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움직임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입니다.

세계 자본주의의 격화되는 경쟁이, 한국 자본주의에게도 경쟁력을 요구하고, 이러한 요구가 기존의 법제도를 비집고 불법적인 고용형태를 만연하게 하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만연해진 현실을 법이 다시 떠안아, 일순간에 합법이 됩니다. 법은 경제법칙의 꽁무니를 따를 뿐입니다.

물론, 현실을 이해하는 것과 비관하는 것은 다릅니다.
법은 분명 절대적인 가치도 아닐뿐더러 경제법칙의 꽁무니를 따를 뿐이지만, 이러한 현실적 공식은 역으로도 적용이 가능하니까요. 법제도의 개악을 막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법안 문구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필요 이상의 기대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법이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법을 충분히 활용하면 됩니다.

여담입니다만, ‘계급투쟁‘ 이론에 입각해 볼 때, 오늘날 철저히 계급 적대적인 것은 노동계급일 뿐만 아니라 자본가계급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오래 전에 법에 대한 계급적 분석을 끝낸 모양입니다. 오늘날 이들 만큼 법을 좌지우지 하면서도 위법하는 이들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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