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존 몰리뉴


# "하지만 인간 본성은 바뀌지 않는 법…"


인간의 본성은 정해져있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가 자본주의적 본성을 만들어내는 것 뿐이다.

오늘의 결과가 본성에 따라 정해져있다는 것은, 지배를 정당화시키려는 지배계급의 거짓 기만일 뿐이다.

때로,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상식도 다른 사회적 조건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인간의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가 변화하면 인간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 경영인은 꼭 있어야 하나?


직접 생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공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관리자들이 행하는 노무관리는, 봉건시대의 결투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회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 혁명은 폭력을 뜻하는가?


자본주의가 가하는 폭력이 더 큰 폭력이다. 우리는 이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한 폭력을 기꺼이 옹호한다.

자본주의의 폭력이 소수의 다수에 대한 폭력이라면, 혁명에서의 폭력은 다수의 소수에 대한 폭력이다. 실제, 러시아 10월혁명도 다수의 동의 하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큰 물리적 충돌 없이 일어날 수 있었다.


# "사회주의는 사람들을 다 똑같이 만들어 버릴 거야…"


자본주의의 개성이란 가진 자들의 개성일 뿐이다. 착취받는 이들은 획일적인 노동과 여가에 좌우된다.

노동에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남으로 인해서, 자신의 능력과 여가를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는 왜 월요일을 싫어할까?


소외된 노동


# 착취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은 하나의 상품으로서 취급된다. 노동력을 재상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바로 ‘노동력’ 이라는 상품의 가격인 임금이다. 하지만, 노동이란 여타의 재화와는 다른 창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지 재생산에 따르는 비용만을 지급하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노동자들은 임금으로 지급받는 것 이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급받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자본가들의 이윤이 된다.


# '자본'이란 무엇인가?


자본이란 그저 사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일종의 사회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자본은 (1) 임금노동과 (2) 경쟁체제 이 두가지를 바탕으로 할 때에만 성립한다.


# 자본주의는 어떻게 경제 불황을 낳는가?


(1) 호황과 불황의 주기적인 반복 (2) 이윤율의 감소경향 : 이윤은 임금노동으로부터 발생하는데, 자본가들은 생산을 효율화하기 위해서 임금노동의 비율보다는 기계설비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윤율은 계속 감소할 수 밖에 없다.


# 역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


# 사회주의냐 야만이냐?


자본주의의 위기를 사회주의가 대체하지 못하면 파시즘이 대두하게 된다.

파시즘은 (1) 집단적 광기 (2) 국민성 (3) 카리스마적 지도자 에 의해서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위기로부터 비롯된 쁘띠부르주아지의 도발이다.

실제, 파시즘의 대두시기에는 언제나 자본주의 경제위기와 대중시위가 있었는데, 1919년 이탈리아의 붉은 2년이 무솔리니를, 1928년 독일 혁명의 실패가 히틀러를, 1931년 스페인 혁명의 실패가 프랑코의 집권을 가져왔다.


# 무엇이 사회주의 혁명을 재촉하는가?


호황과 불황시기의 노동자들. 호황의 시기에는 개량적인 조치들로 대대적인 투쟁이 가로막히지만 대체로 자신감을 얻게되고, 불황의 시기에는 투쟁의 객관적 조건이 갖추어진다.


# 노동자 권력이란 무엇인가?


1905년 러시아 소비에트, 1918년 독일 노동자평의회, 1936년 스페인 노동자평의회, 1926년 영국의 행동위원회, 1980년 폴란드 공장연대위원회, 등 노동자 권력의 기반은 대규모적인 투쟁시기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들은 직접 민주주의로 절대다수의 이해를 대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자 권력은 기존의 권력과 이중권력의 형태를 띄게되고, 여기서의 승패가 곧 사회주의냐 야만이냐를 가르게 된다.


# "하지만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한줌밖에 안 되잖아"


관념이 사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상태가 관념을 만들어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의식이 자본주의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투쟁과 사회주의의 의식적인 선전선동이 상호 결합되어야 한다.


# 변증법적 유물론이란 무엇인가?


(1) 변화와 발전의 법칙을 밝히는 철학

(2) 변화의 힘은 내부로부터 나온다 : 계급투쟁의 사상

(3) 양질 전환의 법칙


# 저들의 진리와 우리의 진리


진리는 구체적이다. 모든 것에 적용되는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계급의 독자적 이익을 충실하는 것은, 절대다수의 이익을 방어하는 것과 같다.


# 하지만 중요한 점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론이 없는 실천은 결코 성공할 수 없고, 실천이 없는 이론도 발전할 수 없다. 이론과 실천은 결합되어야 한다.


# 사회주의가 되면 민주주의는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민주주의란 부르주아들이 가장 세련된 착취에 불과하다.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의회 민주주의는 지배계급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유지될 뿐이다. 73년 칠레의 경험은 지배계급들이 어떻게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국가는 아무 편도 아닌가?


공안과 객관성을 떠드는, 경찰, 군대, 법안, 대통령은 두가지 편견, (1) 국가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한다 (2) 국가가 없으면 무질서하게 될 것이다.

기존 국가기구를 파괴하지 않고는 노동자 국가를 건설할 수 없다.


# 누구를 위한 법과 질서인가?


지배계급은 전체 국민의 1%에 불과하다.


# 지배계급은 어떻게 지배를 유지하는가?


이들은 초기에 대중매체와 교육제도를 이용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에는 노조관료와 개량주의 정당을 적극 이용한다.


# 흩어지면 죽는다


소수의 지배계급이 다수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다수를 분열시키기 때문이다.


# '인구 과잉'


인구가 과잉해서 빈곤한 것이 아니다. 초국적 기업의 횡포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 종교


아무리 좌익적인 종교일지라도 노동계급의 해방을 이룩하는데에는 장애물이다. 하지만, 종교가 노동자계급 투쟁에 도움이 되는 한 이것을 배타적으로 대해서는 안되며, 비판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 전쟁


자본주의는 전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화주의는 전쟁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으며, 이것은 자본주의에서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환상을 유포하며, 실제로도 전쟁을 막을 수 없다.


# 테러


의회주의와 다를바 없는 대리주의적 성격과 체제 자체에서 원인을 찾지 않는다는 점에서 테러주의를 반대하지만, 제국주의의 폭력에 저항하기 위한 테러리즘을 비판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 계급


계급이란 그저 직업이나 소득분포를 통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중간계층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들도 결국 노동계급의 일부임에 틀림없다.


# 범죄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범죄를 만들어낸다. 범죄는 지배계급의 통치를 정당화해주는 수단이기 때문에, 지배계급의 지배를 위협하지 않는 범죄는 지배계급에게 환영을 받는다. 범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범죄와의 전쟁이 아니라 자본주의와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


# 가정


가정이란 지극히 보수적인 제도이다. 사회적 편견을 통한 억압, 여성들에 대한 억압,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을 발목잡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가족제도에 반대하지만, 이것을 순간적으로 폐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체해나가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 국익을 지켜야 하지 않는가?


부르주아에게 민족주의가 있다면, 노동자계급에게는 국제주의가 있다.

국제주의의 토대는 자본주의의 다국적기업들이 제공하는 것으로, 공문구가 아니다.


# 이주에 대해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인종차별을 반대하며, 모든 이주권을 옹호한다.


# 그렇다면 사회주의자는 민족해방 운동에 반대하는가?


강요된 것이 아닌 자발적인 민족해방운동을 비판적으로 지지한다.


# '무조건적 그러나 비판적' 지지란 무엇인가?


운동과 투쟁은 특정 행동이나 전술이 아닌, 세력관계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 러시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나?


러시아 혁명의 교훈은 혁명은 곧 패배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혁명은 국제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 중국은 좀 다른가?


중국에는 노동자 혁명이 없었으며 농촌 게릴라에 의한 도시전복이 일어났을 뿐이다. 이들은 미국 제국주의와 공공연한 동맹을 맺었고, 베트남과 전쟁을 벌였으며, 캄보디아의 살인마 폴 포트 정권을 지지했다. 중국은 폐쇄적인 일국경제를 유지하다가, 국제경제의 압력에 의해 시장을 개방한 것 뿐이다.


# 하지만 세계 동시 혁명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세계에서 동시에 혁명이 일어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일국의 혁명이 세계 혁명으로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혁명의 물질적 조건이란 자본주의 경제위기인데,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나라에서의 투쟁 승리는 다른 나라의 귀감이 될 것이며, 동시에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미 대중적 노동자 정당이 있는데…"


노동당은 강령이나 조직력, 정책, 실천, 조직형태에 있어서 전혀 대중적인 정당이 아니다.


# 노동당은 바뀔 수 있는가?


노동당이 바뀌기 보다는, 노동당이 이들을 바꿔왔다.


# 조직은 필요하긴 한 거야?


조직의 필요성에서 마르크스주의와 견해를 달리하는 것이 아나키즘인데, 아나키즘의 부분적 타협이 아나코-생디칼리즘이다. 아나키즘은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적 전망을 같이 하되, 실제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않고 있다.


# 노동조합은 어떤 구실을 하긴 하는가?


초기 사회주의자들은 쁘띠부르주아 출신이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면서 이것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 국유화가 시장보다 낫긴 하잖아?


마르크스주의에서 생산수단의 사적소유 철폐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핵심 이념은 계급의 철폐일 뿐이다. 자본주의에서 국유화를 한들, 그것은 사적 소유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우리의 목표는 자본주의에 의한 국유화가 아니라 노동자의 통제가 기능하는 국유화이다.


# 혁명적 지도란 무엇인가?


혁명의 가장 큰 특징은 대중이 직접 역사적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생적 운동 만으로는 자본주의를 철폐할 수 없으며, 혁명적인 지도란 자생적 운동과의 결합을 통해서만 기능할 수 있다. 혁명정당은 혁명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지, 혁명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 운동은 많아도 전쟁은 하나뿐


마르크스주의는 여러 사회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동일하게 바라본다.


# 왜 혁명정당이 필요한가?


혁명정당이 없다면, 다수 대중들은 기존의 엉터리 지도자를 선택할 것이다.


# 옮긴이 후기


토론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주장이 존재해야 더욱 수월하게 이루어진다. 이 책은 좋은 토론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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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존 몰리뉴 지음, 최일붕 옮김 / 책갈피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인 존 몰리뉴가 영국사회주의노동자당의 기관지에 10년 가까이 기고했던 칼럼들을 모은 것입니다. 대략 어마어마한 분량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일부만을 주제에 따라 선별하여 재분류한 것이죠.

우선, 많지 않은 분량과 매끄러운 번역이 마음에 드실겁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마르크스주의의 훌륭한 입문서라는 점입니다.

몰리뉴씨는 서문에서 이 책이 목표로 하는 독자층이, 현실의 억압에 저항하고자 하는 전투적 노동자들, 그리고 이들에게 사회주의적 전망을 제시하고자 하는 사회주의자들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각 칼럼의 제목들은, 노동자계급과 사회주의의 만남을 가로막고 있는 수많은 오해와 편견들이고, 칼럼의 내용은 그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해석과 대안입니다.
더구나, 칼럼의 내용은 크게 어렵지 않고 읽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는 연구소의 두터운 책 속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학자와 지식인들이 여는 심포지움에서 논의되는 사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뺑이치는 작업장에서의 10분 휴식시간에, 붉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앉은 아스팔트 위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상입니다.

현실에 순응해 살았고,
참다못해 현실에 저항했고,
순진하게도 자신의 정당한 목소리를 사회가 이해해줄거라 생각했지만,
동시에 집중포화를 받으며 나뒹굴었던 사람들,
그동안 세상을 너무 몰랐다며, 이제 진정한 사회의 모습을 알았다던 사람들,
싸우는건 옳지만 두렵고 겁난다, 지는 싸움은 하고싶지 않다며 다시 현실에 기죽였던 사람들,
대안은 뭐냐 사회주의라도 하자는거냐며 하늘에 외치던 사람들,

내가 만나고 함께 했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목차를 첨부합니다. 목차의 질문들을 한번씩 던져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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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도대체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하지만 인간 본성은 바뀌지 않는 법…"
경영인은 꼭 있어야 하나?
혁명은 폭력을 뜻하는가?
"사회주의는 사람들을 다 똑같이 만들어 버릴 거야…"

2장 어떻게 해야 사회주의에 이를 수 있을까?

우리는 왜 월요일을 싫어할까?
착취란 무엇인가?
'자본'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는 어떻게 경제 불황을 낳는가?
역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회주의냐 야만이냐?
무엇이 사회주의 혁명을 재촉하는가?
노동자 권력이란 무엇인가?

3장 올바른 인식에 이르려면…

"하지만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한줌밖에 안 되잖아"
변증법적 유물론이란 무엇인가?
저들의 진리와 우리의 진리
하지만 중요한 점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4장 지배 전략

사회주의가 되면 민주주의는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국가는 아무 편도 아닌가?
누구를 위한 법과 질서인가?
지배계급은 어떻게 지배를 유지하는가?
흩어지면 죽는다

5장 사회주의자는 다음에 대해 무어라고 주장하는가?

'인구 과잉'
종교
전쟁
테러
계급
범죄
가정

6장 세계는 이렇게 생겼다

국익을 지켜야 하지 않는가?
이주에 대해서
그렇다면 사회주의자는 민족해방 운동에 반대하는가?
'무조건적 그러나 비판적' 지지란 무엇인가?
러시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나?
중국은 좀 다른가?
하지만 세계 동시 혁명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7장 사회주의 전략

"하지만 이미 대중적 노동자 정당이 있는데…"
노동당은 바뀔 수 있는가?
조직은 필요하긴 한 거야?
노동조합은 어떤 구실을 하긴 하는가?
국유화가 시장보다 낫긴 하잖아?
혁명적 지도란 무엇인가?
운동은 많아도 전쟁은 하나뿐
왜 혁명정당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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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건설을 향하여 - 레닌 1893 ~ 1914
토니 클리프 지음, 최일붕 옮김 / 북막스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본래 토니 클리프가 쓴 레닌 전기 3부작의 일부분(1부)입니다.
하지만, 레닌이라는 혁명가가 생의 대부분을 정당을 건설하는데 보냈기 때문에, 그의 전기가 곧 러시아 볼셰비키당의 건설사가 되었습니다. 1880년대 소규모의 마르크스주의 학습모임에서 시작해 1914년 명실상부한 대중정당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가까운 한국을 두고, 굳이 먼 나라의 정당사를 둘러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역사상 유일하게 노동자 혁명을 수행한 정당이니 만큼 일종의 벤치마킹이죠.
"혁명정당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정당에 비해 뭐 좀 특별한거 없나?" 그저 이런겁니다. ^^;

적어도 당의 건설과정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정당의 골간에 직업적인 정치인(혁명가)이 있고, 이들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동의하는 이들을 전국적으로 규합한 후 당을 창설합니다. 볼셰비키당 역시 “정견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치권력의 획득ㆍ유지를 통하여 자신들의 정견을 실현시키려는 목적으로 조직한 정치적 단체” 라는 사전적 정의에 한치 어긋남이 없는 것이니까요.

물론, 형식상에서 약간의 공통점은, 더 많은 차이점과 내용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차이를 전제로 합니다.

일단, 이 정당은 의회가 생기기 훨씬 이전에 설립되었다는 점이 주목할만 한데요,
볼셰비키당의 전신격인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이 설립된 것은 1898년, 러시아에 최초로 의회(두마, Duma)가 생긴 것은 1906년입니다. 1905년 '피의 일요일' 로 시작된 대중적인 시위에 대한 양보조치였죠.

물론, 이 당시 의회도 없는 러시아에서 덜컥 정당을 만들게 된 것은,
이미 서유럽 몇몇 국가들에 의회-정당 체계가 성립되어 있던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무엇보다, '정당'이 우리가 익히 생각하듯 '선거조직'이 아닌 '정치권력을 획득하려는 집단' 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당원의 구성입니다.
본문에 통계자료가 나와있는데, 노동자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습니다. 한국에서야 인구 대부분이 노동자이니 별 대수로울게 없지만, 이제 막 자본주의가 개막했을 뿐더러 인구의 절대 다수가 농민이었던 당시 러시아의 정황을 고려한다면 한번쯤 놀랄만한 일일겁니다. 대부분이 노동자이고, 약간의 농민과 학생당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번째는, 조직의 모양새.
우리가 알고있는 정당은 대부분 지역구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요, 볼셰비키당은 공장과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있죠. 당시 러시아의 의회가 간선제로 의원을 선출했기 때문에, 지역구 별로 직선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한국과 비교할 상황은 아니겠지만, 당의 편재 자체를 공장 기반으로 하고있다는 사실은, 이 정당이 누구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대목일겁니다.

물론, 이런 형식상의 차이점은 내용이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정치권력 장악을 목표로 하되, 어떤 방식의 정치권력의 장악이냐가 다른 것이죠.

<마르크스주의와 당> 독서후기에서 언급했던 바이기도 하지만, 이 책이 더욱 세세하게 다루고 있는데요,
이들이 정치권력을 장악하느냐 마느냐는 두가지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것, 두번째는 기존 국가기구를 활용하지 않을 것 입니다.

첫번째가 없는 두번째란 테러나 쿠데타가 될 것이고, 두번째가 없는 첫번째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형태의 권력장악일진데,
이들이 이 두가지 경우 모두를 거부했고, 이들이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1917년 10월혁명은 이 두가지가 모두 충족된 조건에서 일어나게됩니다.

물론, 이들이 의회를 비롯해 기존 국가기구의 권력기구를 원천적으로 무시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989년에 의회가 설립되었었고, 제정 러시아가 몰락하는 1917년에는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임시정부가 구성되었는데, 이들은 두 기구 모두에 약간의 참여를 했었어요.
'약간의 참여'라는 것은 그것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겁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였으니까요. 이것에 도움이 될 것인가가 참여의 여부와 정도를 결정했습니다.

얘기가 다른 곳으로 많이 흘렀는데요,

한국의 정당정치에 신물이 나신 분들이라면,
정당이란 대체 무엇을 하는 조직이며,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활동하는지, 굳어진 고개를 돌려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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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2005-11-0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독서후기에서 한가지 빼먹은 것이 있군요.

이 책은 나로드니키 운동을 언급하며 시작됩니다.
나로드니키 운동은 테러주의입니다. 러시아의 봉건적 성격과 짜르의 폭압정치에 분노한 지식인들이 제정 러시아의 각료들에 대한 테러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운동이죠.

1860년대부터 시작되어, 레닌이 태어난 1870년에는 이 운동이 한창 활발했었거든요. 레닌을 비롯한 당시 러시아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강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마르크스주의는 나로드니키 운동으로부터 벗어나면서 성립됩니다.
러시아에 마르크스주의를 처음으로 도입한 플레하노프라는 아저씨가 바로 나로드니키 운동에서 분리 독립한 사람이구요. (사실, 이 아저씨는 완전하게 분리독립하지 못했는데, 레닌은 이 아저씨를 비판하며 완전하게 독립하죠.)

'마르크스주의는 혁명이고, 혁명은 곧 테러니까, 마르크스주의가 곧 테러리즘이다.' 라는 일반적인 편견에 대해,
꼭 얘기해주고 싶은 사례였어요. 마르크스주의는 테러리즘에 반대합니다. 후후
 

(1) 하나의 이론을 학습하고 정립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투철했다.

- 출판자료들을 분석하는데 게으르지 않았다.
- 그는 자신의 연구가 결국 정치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려고 언제나 애썼다. 그러나 실제로 연구에 몰두하는 동안에는 그는 망설이지 않고 한 번에 몇 달식 실천 정치와 거리를 두고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파묻혀 지냈다.

(2) 대중과의 긴밀한 접촉을 우선시했고, 대중의 정서를 가장 잘 이해했다.

- 레닌은 대중과 긴밀히 접촉하는 것, 대중과 친해지는 것, 대중의 열망을 표현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3) 무원칙한 열정이 아니라, 당면 투쟁에서 가장 필요한 핵심고리가 무엇인지 사고하고, 오직 그것에 매진했다.

- 항상 그는 그때그때의 과제를 아주 명확하게 밝히고 난 뒤, 오로지 한가지 목적에만 몰두한 채 가장 명백하고도 가장 맹렬하게 집중타를 퍼부어 대면서 필요한 것을 거듭 강조했다. (만약 어떠한 전술 조직문제에 관해 레닌을 인용하고자 한다면, 당시 운동이 직면하고 있던 구체적인 문제를 극도로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안된다.)
- 가장 중요한 시기에 그는 부차적인 요소들을 모두 제쳐두고 가장 중요한 요소를 파악할 수 있었다.
- 혁명가는 객관적 사실들이 의심의 여지를 남겨 놓지 않기 전까지는 혁명의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 혁명가들은 전장을 결코 떠나지 않는다.

(4) 원칙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상황적인 요소를 세심하게 살폈다.

- 그는 조직이란 정치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 일리치의 특징들 가운데 하나는 그가 원칙에 관한 논쟁과 개인적 싸움을 구별할 수 있고 대의의 이익을 모든 것보다 앞세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반대파가 그를 공격할 때면, 일리치는 흥분해서 반격에 나섰고 자기 관점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새로운 과제들이 떠오르고 반대파와 협력할 수 있을 때는, 어제의 반대파에게 동지로서 다가갈 수 있었다.

(5) 정력적이고, 자기 절제가 강했다.

- 그는 <불꽃>의 편집국 회의에서 플레하노프의 관료적 태도에 부딪친 후 감정적인 면을 훈련하는 법을 배웠다.
- 레닌의 생활방식은 규율과 꼼꼼함과 묵묵한 자기 절제의 표본이었다.
- 하루 24시간 내내 혁명에 흥미를 느끼고, 혁명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잠잘 때조차 혁명에 관한 꿈만 꾸는 인간은 그 사람뿐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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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 「인민의 벗이란 무엇이며 그들은 어떻게 사회민주주의자와 싸우는가」: 나로드니키 운동의 민중주의에 대한 비판
1895 「사회민주당 강령 초안」작성 : 세계적으로 사회민주당의 결성시기, 러시아 사회민주당의 강령에 대하여
1899 「러시아 사회민주주의자들의 항의」: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 경향에 대한 비판
1899 「우리의 당면한 과제」집필 : 직업적 혁명가의 필요성에 대하여
1899 「러시아에서의 자본주의 발전」집필 : 299개에 달하는 통계자료와 38개의 해외 통계자료 분석
1901 「노동자 당과 농민」: 농업 강령
1903 「일보 전진 이보 후퇴」: 조직문제에 관해 멘셰비키와 논쟁했던 1903년 당대회를 검토하며 논평한 글
1904 「우리의 조직적 과제에 대해 한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 혁명정당의 조직적 구성에 대해
1904 「무엇을 할 것인가」: 정치선동의 내용, 조직상의 임무, 전투조직의 필요성, 전국적 정치신문의 필요성에 대해
1905 「우리 임무와 노동자 대표 소비에트」: 볼셰비키의 소비에트 보이콧 전술에 대한 비판
1906 「카데츠와의 동맹」: 멘셰비키가 입헌민주당과 동맹하려 한데 대한 비판
1908 「유물론과 경험비판론」: 피데이즘(사회주의의 종교화), 경험비판론, 신칸트주의, 수정주의, 등의 조류에 대한 비판
1915 「제국주의론」: 현재의 자본주의는 제국주의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제국주의는 혁명의 전야를 의미한다.
1917 「4월 테제」: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1917 「국가와 혁명」: "노동자계급이 정치적 지배력 획득할 수만 있다면, 그들은 자신의 행정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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