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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소유의 종말 이희재 역 / 제레미 리프킨 저 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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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석학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책을 보면 일단 부지런함에 감탄한다. 그 부지런함은 단순한 열정과 근면한 노력에서 오는 것만이 아님은 물론이다. 끊임없는 독서와 방대한 자료에 대한 분석은 기본적인 바탕이 된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다. 종합적인 판단능력과 통찰력은 단순한 사유의 과정이나 고민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순전히 개인적인 능력으로만 보기에는 질투가 난다. 경외에 가까운 찬탄이다. 놀라운 시야에 대한 감탄은 현실에 대한 반성과 실천의 문제로 이어진다. 늘 그러하듯이.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은 21세기 벽두인 2000년에 출간된 책이다. 몇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책이 제시했던 현상이나 의미들이 빛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은 이 책의 탁월함을 반증한다. 몇 년 만에 폐기되어 버릴만한 단견이나 예측이라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도 못했을 것이다. 책에 대한 평가는 저자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복잡한 현실 세계에 대한 해석과 전망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매달리고 있지만 부분적인 현실이거나 특정 분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경우가 많다. 스스로 경험하고 예측하는 내용은 미시적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주관적 견해와 편협된 시선일 경우 독자는 금방 시선을 돌려 버린다.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와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이론이나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리프킨의 이야기들은 들을만하다. 객관성이 확보된 예측과 전망이 돋보이며 게다가 과거와 현재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토대가 되기 때문에 더욱 믿을만하다.
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어쩌면 단순하다. 첫째, 소유에서 접속의 시대로의 이행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치는 동안 우리는 사유 재산이 곧 자유의 상징이었던 시대를 거쳤다. 로크에 의해 사유 재산에 대한 권리가 가장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권리로 옹호받기도 했다. 소유는 곧 개인의 가치를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물적 증거가 된다. 그러나 미래, 아니 현재도 그러한 변화과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간을 토대로 한 사적 소유에서 접속을 통한 관계의 지속성이 중요한 것으로 변해간다. 그래서 “새로운 자본주의에서는 물질의 차원보다는 시간의 차원이 훨씬 중요하다.(143페이지)”는 저자의 말은 확신에 가깝게 들린다.
둘째는 산업 사회에서 문화 사회로의 변이과정이다. 문화에 대한 리프킨의 주장과 전망은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상업주의와 결합된 세계 각국의 문화 파괴와 고갈에 대한 우려는 설득이 있게 들린다. 팔기 위한 상품의 발굴과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사회에서 인간이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아 보인다.
사회의 구조적 측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각국의 상황과 시대, 문화적 배경 등 통시적 관점과 공시적 관점의 교차점에서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소유의 종말>은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현재와 미래 사회에 대한 지침서이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현실을 부정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다만 정확한 과거와 현실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우리들 삶의 모습을 점검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조언으로 들을만하다.
접속의 시대는 <우리는 타인과 맺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 관계를 과연 어떤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싶어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으로 우리를 내몰 것이다. 접속이라는 것은 참여의 수준만이 아니라 참여의 유형을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누가 접속권을 얻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유형의 체험과 세계가 과연 접속할 만한 가치가 있고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따지는 물음이다. 21세기에 우리가 만들어나갈 사회의 성격은 이 답변에 좌우될 것이다. - P. 392참여의 수준이 아니라 참여의 유형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그의 견해로 이 책이 마무리 된다. 21세기에 우리가 만들어나갈 사회의 성격에 대한 고민은 한 두 사람의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다함께 같이 풀어내야 할 문제들이다. 늘 그러하듯이 모든 문제의 귀결은 이론과 고민이 아니라 참여의 실천의 문제이다. 이 책을 읽고 ‘소의 종말’이 도래 했으니 ‘접속’을 통해 뭔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둔 사업 전략의 다각화를 고려하는 CEO도 있을 것이고 삶의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수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집 한 채를 장만하기 위해 평생을 한숨으로 보내?수많은 서민들이 대한민국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면 과연 올바른 사회라고 볼 수 있을까? 소유의 시대가 끝났으니 집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버리라고 말하는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목적과 방법 속에서 우리가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결코 만만치 않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이 책 한 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적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는 끊임없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탁월한 혜안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에 내가 귀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061023-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