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우리의 미래를 말하다
노암 촘스키 외 지음, 강주헌 옮김 / 황금나침반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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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끔 뉴스나 언론에서 비리를 고발할 때 사용하는 말이 ‘사회 지도층 인사’라는 말이다. 그들은 누구에게 무엇을 지도했으며 누가 지도층으로 인정했을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지식인이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다. 명확한 기준 없이 사용되는 이 사람들을 나는 개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존경하고 받을 만한 지도층도 없고, 지식인도 거의 없다. 지식인은 단순히 지식의 양적 측면만을 고려해서 평가하지 않는다. 촘스키는 지식인을 이렇게 비아냥 거린다.

존경받는 지식인이 되면 뭐가 유리한 줄 아십니까? 무슨 말을 하더라도 증거를 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이른바 지식인이 쓴 글을 면밀히 읽고나서, 결론을 뒷받침해줄 만한 증거를 찾아보십시오.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P - 75

 나의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 편견의 결과, 많이 배운 놈들은 대체적으로 훨씬 이기적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타인과 사회에 심각하고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언어학의 거목으로 일가를 이룬 학자 촘스키가 아니라 비판적 지식인, 행동하는 양심으로서 촘스키를 읽는다. 데이비드 바사미언이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한 책 <촘스키, 우리의 미래를 말하다>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무엇을 꿈꾸는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경고와 현실로 나타난 전쟁과 살상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래도 믿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대중의 생각을 조작하는 언론과 미디어의 프로파간다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잘못을 지적하자는 것은 책임을 떠넘기자는 문제가 아니다. 원인을 찾고 대안을 마련하고 현실을 바꿔나가자는 말이다. 촘스키는 이런 역할들을 오히려 국민들을 속이고 대중을 기만하는 효과적인 수법으로서 프로파간다에 주목한다. 얼마 전 국정 홍보처는 되고 농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제작한 한미 FTA 반대 광고는 안된다는 규정도 우습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미 FTA는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촘스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라.

우리는 소극적으로 순종적인 추종자가 되라고 배웠습니다. 이런 관습의 틀을 깨지 않는 한 우리는 프로파간다의 피해자가 되기 십상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관습의 틀을 깨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P - 43

 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소극적이고 순종적인 추종자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관습의 틀을 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늘상 프로파간다의 피해자로 살아간다. 우리 모두가 그 피해자고 알게 모르게 익숙해져 가고 골치 아픈 문제는 생각하기 싫어지고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나에게 미칠 결과만을 고려한다.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이런 습성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주변을 생각하고 조금 넓고 깊게 그리고 멀리 생각해 보면 답은 그렇게 쉽게 나오지 않는다. 단순한 문제가 아닌데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거나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바로 촘스키의 말처럼 프로파간다의 피해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지름길은 패권주의를 인정하고 기득권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략한 후에도 세계 경찰국가임을 자임하고 있다. 그들이 지목한 테러 지원 국가나 악의 축들은 정말 나쁜 나라들일까? 진정한 불량국가 미국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된다. 역사에서 망각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선의의 정책을 내세운 이라크 침공은 결국 베트남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손실과 단기간의 인명을 살상하는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이 순간도 여전히 진행형인 전쟁이며 우리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들은 우리의 동생과 아들들을 지원군으로 파병했다. 그래도 여전히 국내에선 찬성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민주주의과 교육은 말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다. 생활 속에서 관습과 고정 관념의 틀을 깨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촘스키가 어렵지 않다고 얘기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론에서 촘스키는 ‘새로운 세계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세계 사회 포럼의 슬로건에 박수를 보낸다. 당연하다. 이대로 지구를 폭파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래에 대한 부정적이고 암울한 전망이 예상되더라도 우리는 밝은 세상을 갈망한다. 아니 습관적으로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산다. 희망은 누가 주는 것도 아니며 저절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누가 우리에게 이런 희망과 미래를 절대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현실에 비쳐진 미래는 비극적이며 인간을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다. 미래는 결국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가는 미래,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거창한 말이 아니라 작은 생각의 변화와 행동의 시작이 미래를 만든다. 촘스키가 아니라 동네 아저씨의 말 속에도 진리는 담겨 있다. 다만 그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문제는 산을 옮기는 것보다 더 어려울 뿐이다.


07012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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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1-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소극적이고 순종적인 추종자가 대개는 '가치중립적' '합리적' '불편부당한' 이런 단어들로 포장하지요.때로는 '관념'이나 '예술'에 의탁해서 자신을 세상과 분리하기도 합니다..... 알지 못하는 것은 무능과 게으름이고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앎이 내것이 되지 못한 것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sceptic 2007-01-24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능과 게으름보다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알고 실천하는 삶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어렵습니다. 조금씩, 한 걸음씩 내디뎌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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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눈물 - 문학으로 읽는 아시아 문제 팔레스타인
수아드 아마리 외 지음, 자카리아 모하메드 엮음, 오수연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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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와 민족의 구별이 없다면 세계 평화는 가능한가.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한 마디로 재단할 수는 없다. 어느 편을 들어 줄 생각도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미흡하다. 객관적 시선이 불가능한 이 문제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자신의 잣대로 실리를 계산하기 바쁘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그들을 바라볼까?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법한 이야기. 전쟁이 나면 이스라엘 유학생들은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고 아랍인들은 도망가기 위해 짐을 싼다는 이야기를 선생님들로부터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그렇게 가르쳤을까?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씁쓸하다. 이처럼 왜곡된 시선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본다면 그들은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팔레스타인의 눈물>은 수아드 아미리 등 여러 명의 팔레스타인 작가가 쓴 글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자카리아 무함마드와 오수연이 엮은 책으로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졌던 전쟁과 참상을 직,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문학이 수단이 될 순 없지만 또 다른 측면의 진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들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통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어쩌면 ‘타인의 고통’일 뿐이고, 지구촌 뉴스일 뿐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남북 분단의 문제와 미국과의 관계를 짚어보는 타산지석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문제는 편 가르기를 넘어선 문제이다. 이라크와 더불러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면서 인류라는 종족이 살아온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밸푸어 선언으로 땅없는 민족이었던 유대인의 시오니즘은 희망의 등불을 켠다. 하지만 수천 년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된 팔레스타인 지역 사람들에게는 침략자일 뿐이다.

 1948년 전쟁보다 1967년 전쟁으로 동예루살렘과 서안, 가자 지구를 점령한 이후의 비극은 특히 심각하며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명백한 침략행위로 규정되어 불법 점령한 지역을 반환하고 이스라엘 국민들의 정착도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여전히 팔레스타인에 장벽을 설치했고 불법 점령 지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지역을 점령할 당시 국외에 있다가 수십 년간 가족과 생이별하거나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비참한 이야기들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탱크가 시내에 진입해서 폐허가 되고 생필품을 구하지 못해 집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역사 속의 한국전쟁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해결되고 있지 않은 문제이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주장해온 이야기에 익숙한 우리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우리 편이고 그 반대편은 적으로 간주하는 단순하고 위험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미국과의 관계를 거론하는 정치인들과는 무관하게 우리는 나라 밖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우리의 문제로 귀결되며 미국의 패권적 이기주의는 위험 수준에 도달해 있다.

 굳이 한미FTA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에 개입하고 있는 미국과 그들의 시선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의 시선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볼 수만은 없다. 그것은 편견이며 왜곡된 진실이다. 소설을 통해서 혹은 산문들을 통해서 직접 만나게 되는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는 또 다른 시야를 열어준다.

 2003년 이라크에 취재작가로 파견된 소설가 오수연과 시인 자카리아 무함마드가 만나 이 책을 기획했고 그 결과물은 한국인들에게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실감나는 목소리를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진지하고 커다란 감동으로 전해준다. ‘분쟁’ 지역이 아니라 ‘점령’ 지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책이라기 보다 삐뚤어진 우리들의 시선을 교정할 수 있는 책으로 손색이 없다.

 다양한 시선과 폭넓은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혀야 한다. 일방적인 주장만을 듣거나 분명한 의도와 시각으로 편집되어 전해지는 이야기들의 위험성을 간파해야 한다.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일 수 없고 진실은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07012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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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07-01-2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수연 작가 강연회에 참석한 적 있는데, 소설 얘긴 안 하고 줄곧 '팔레스타인의 눈물'에 대해서 얘기하더군요. 체험담이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번역까지 한 것 보니 숙연해지더라구요.

sceptic 2007-01-2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곳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느낌이어서 좋은 책으로 추천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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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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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 요금 2만원이라는 가사를 듣고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놀랄만큼 가까운 물리적 거리 때문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에 새삼 놀라게 된다. 남북이 갈라선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같이 살자는 노력은 부족했다. 통일의 당위성을 실감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분단은 고착화될 위험성도 높다. 사는데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남북 교류와 화해 협력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해답이 선행되어야 한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지구상에 이념의 대립으로 갈라진 유일한 나라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특별한 상황과 시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많다. 북핵 문제로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된 것처럼 비치는 것은 미국의 제국주의에 대한 욕심과 북한의 태도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가장 큰 희망이자 매력들은 사라져가고 굶주린 국민들은 체제가 전복될 만큼 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탈북자 문제와 사회 변화 문제는 북한이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 중 하나일 뿐이다. 체제 우위의 입장에서 북한을 바라보고 시혜적인 태도에서 남북문제를 접근하는 것도 위험하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북한에 파견된 작가 오영진의 <평양프로젝트>는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만화가 주는 특별한 재미는 물론이고 짧은 주제를 통해 북한의 일상과 사람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오공식과 남북 교류 협력단 조동만, 김철수 그리고 파견 나온 리순옥 등이 보여주는 대화 내용과 일상의 모습들을 통해 북한을 보다 실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조선 중앙 방송을 통해 선전용으로 보도되는 화면과 다른 것은 남한 사람의 시각으로 북한 사람들의 모습과 태도를 그려 낸다는 점이다. 우리와 다른 생활 방식과 생각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을 이해하고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이별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가장 기본적인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나. 이산가족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면 이질적인 문화가 극복되고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도 생길 것이다. 그렇게 쉼 없이 서두름 없이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십시일반>이나 <사이시옷> 등 만화를 통해 새로운 방법으로 인권 문제에 접근했듯이 <평양 프로젝트>를 통해 북의 실상을 이해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겠다. 재밌고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매체나 방법이 더 많이 요구된다. 얼렁뚱땅 오공식의 북한 기행은 민족이나 국가의 차원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의 개념으로 접근하게 된다.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의 장벽이 만만한 것은 아니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라면 적극적인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손 놓고 앉아 있으면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통일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민간 차원에서 노력하고 협력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뿌리 깊은 이념의 골을 건너기가 쉽지 않다. 남한에서도 국가나 사회를 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고 다양한 이념이 존재한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볼 수는 없지만 한 번은 건너야 하는 강이라는 동의한다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한 때가 되었다.

 넓지도 않는 땅에서 갈라져 사니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해와 평화는 먼 나라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들 현실의 문제이다. 어려워 보이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통일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이다. 같이 살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결 조건이나 상황의 문제는 부차적이다. 같이 살겠다는 마음과 의지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070118-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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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미셀러니 사전 - 동서양을 넘나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앤털 패러디 지음, 강미경 옮김 / 보누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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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모든 일들을 적어 놓은 책은 있을 수 없다. 한 권의 책에 한 가지씩 나누어도 전부 담을 수는 없다. 어차피 모든 역사책은 취사 선택의 결과물이다. 객관적인 역사 서술 방법은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 그 역사가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듯 무엇을 적을 것인가에 이미 사관이 개입된다. 역사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에 대한 무수한 충고들 속에서도 우리는 이미 오래된 미래를 간과하기 쉽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역사의 중심에 인간이 놓여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편견이다. 지나온 시간들을 인간을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도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습일 뿐이다.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명멸했겠는가. 앤터 패러디의 <역사 미셀러니 사전>은 조금 색다른 시각과 방법으로 역사에 접근한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책에 대한 자신감이라기보다는 특징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빌 브라이슨이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자연사, 문화사, 생활사, 과학사 등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이 책은 잡학 사전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할 목적이 아니다. 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지만 저자의 이름처럼 패러디와 풍자를 특징으로 삼고 있다. 재미있게 역사에 접근하자는 말이다. 머리 아프고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라 단순하고 쉽게 세상에 관한 역사를 조금씩 다른 시각과 방법으로 접근하자는 의도이다. 하나의 주제를 아주 짤막한 형식으로 정리해 놓는 방법으로 서술되어 있다. 누구든 쉽게 심심풀이용 혹은 잡학 상식 사전용으로 읽으면 된다.

 저자의 다른 책을 읽고 이런 방식의 글쓰기나 지식에 대한 접근 방식이 내키지 않는 독자라면 물론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기도 하다. 역사를 수필로 풀어내는 논문을 쓰든 독자 입장에서는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한 법이다. 간단하고 명료한 방식으로 핵심을 전달하기 보다는 가볍고 재치있게 전해주는 내용이 그리 달갑지 않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다시 같은 형태의 책을 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진다.

 다만 이 책은 같은 대상이나 항목에 대해 다른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시각과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도구’를 ‘인간의 부질없는 욕심을 실현시키는 수단’이라고 정의하거나, ‘화장실’을 ‘정보와 소식을 주고 받았던 모임 장소’로 설명하는 방식 등이 그렇다. 같은 사물에 대한 다른 설명이 가능한 것은 주관적인 판단이나 견해가 아니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이다. 생각해 보면 모든 것에 대한 역사 서술 방식은 앤털 패러디처럼 독특하고 뚜렷한 관점이 아니라면 별 의미도 재미도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가볍고 재밌는 잡학 상식 사전 이상을 기대하면 돈을 다칠 수 있다. 화장실에 비치해두고 읽을 만한 책이다. 저자의 목적이 그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수많은 방법 중의 하나를 선택했을 뿐이다.

070117-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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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19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한번 사서 봐야 겠네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sceptic 2007-01-2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심풀이로 읽을만 합니다. 즐거운 시간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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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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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출판되는 책들 중에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정말 힘들다. 나름의 기준이 있겠지만 누구에겐가 책을 추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구나 불특정 다수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좋은 책들을 여기저기서 추천한다. 연말이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일이지만 잘 선별해서 나중에 후회할만한 책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선택한 책 중의 하나가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이다.

김용석이나 김용규나 대중에게 익숙한 철학자들의 책은 쉽고 편안하다. 어렵게 접근하지 않고 그야말로 가벼운 읽을거리 이상의 의미를 던져준다. 다만 이렇게 누워서 떡을 먹다보면 체하기 쉽다는 반성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13편의 고전 문학을 거론한다. 파우스트, 데미안, 어린왕자, 오셀로, 변신, 구토, 고도를 기다리며, 페스트, 유토피아, 당신들의 천국, 멋진 신세계, 1984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그것이다.

특별한 기준도 이유도 없다. 저자가 읽어온 문학 작품에 대한 나름의 견해와 분석이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의 색깔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로 독자를 주눅들게 아니다. 영화나 음악 이야기가 튀어나오기도 하도 주관적인 감상으로 흐르기도 하며 시를 인용하기도 한다. 잡탕찌게처럼 끓고 있지만 맛은 특별하다.

그러나 아무리 기막힌 해설과 맛깔스런 양념이 더해져도 그 작품을 읽는것만 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책은 읽었던 작품들을 다시 음미하고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계기가 된다. 다른 사람의 책읽기를 들여다 보는 일도 즐거울 수 있고 때때로 그 과정과 이야기 속에서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다면 그것도 즐거운 일이다.

다만 이런 종류의 책들을 통해 읽지 않은 고전을 이해한 것으로 착각하는 우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책들이 겪는 본의 아닌 부작용이다. 재미와 상관없이 교양과 다른 목적으로 읽어내기에도 충분한 책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이유가 다양한 만큼 읽는 목적에 따라 같은 책이 달리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비난할 수만은 없지만.

안 그래도 바쁜 철학이 카페에서 문학을 이야기할 때 귀 기울여 들을만한 사람이 있을까? 아니 어쩌면 철학은 한가하다. 카페에서 문학 얘기나하고 예술도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아니 어쩌면 그것이 철학 본연의 임무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삶을 지혜를 전해주고 새롭게 생각하게 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철학은 우리에게 의미있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이론과 개념 속에서 헤매는 철학을 가깝게 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문학이나 예술을 통해서는 직접적인 삶의 모습들을 통해서든 말이다. 철학의 목적과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든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의 문제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토막난 단상처럼 보이지만 깊이와 통찰력을 두루 갖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문학도 예술도 철학도 한 동네 사람처럼 정겨워 보인다. 결국 이들의 공통점은 당연하게도 인간과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둥이만 살아있는 수많은 사람들이나 목적도 생각도 없이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이나 삶이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한가하게 카페에 앉아 철학이나 문학을 논할 시간이 없는 계급에 속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우울한 메시지가 아니길 바란다.

이 책은 유한 계층의 담소용으로 이해되기보다 색다른 방식으로 문학 읽기가 타당하다. 문학은 사람이 중심이 된다. 삶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당연하다. 둘이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누든 잘 들어보면 들을만한 이야기가 나올법하다. 다만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과 방법은 저자의 몫이고 독자들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판단한다.

추천하긴 어렵지만 정확하게 중간등급으로 어정쩡한 자세로 한번쯤 읽어보세요라고 권할만한 커피 한 잔 같은 책이다. 커피는 취향에 따라 다르게 마시면 그 뿐이다. 커피 마시면서 특별이 할 일이 없는 분들게 추천한다.


07011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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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지기 2007-01-3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한 번쯤 읽어보려고 했던 책이에요^^ 솔직한 리뷰 덕분에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당~ㅎㅎ

sceptic 2007-01-31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가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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