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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주의와 바로크 ㅣ 라루스 서양미술사 7
피에르 카반느 지음, 정숙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탈리아의 반개혁 사실주의는 카라바조의 혁명으로부터 시작된다. ‘성 마태의 소명’에서 보여주는 광선에 의한 뚜렷한 화면분할과 명암의 대비는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끈다. 그만큼 강렬하지만 성직자는 즉각 거절해 버린다. 그의 또다른 작품 ‘성 바울로의 개종’은 건장한 말의 입체감과 더불어 빛에 의해 말에서 떨어진 기사의 몸짓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루이14세의 영광, 베르사유의 궁전 예술은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사치스럽과 화려한 공간을 보여준다. 권력으로 치장된 예술은 높은 경지에 이르렀으나 그것에 값하는 당시 시민들의 삶이 어떠했을지는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다. 루이 14세의 질투를 일으켰다는 ‘루이 르 보, 보-르-비콩트 성’은 인간의 건축 양식에 대한 경외감이다. 당시의 사회․역사적 배경을 떠난 예술을 이해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절대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개별 건축과 회화들의 아름다움은 본능적 충동에 가깝다.
A.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와 같은 저작은 주변 상황과 이성적, 철학적 배경의 의미를 고찰하고 있지만 라루스 출판사의 <서양미술사>시리즈는 이 처럼 시대별로 각기 다른 저자가 국가별 시대별 대표적인 예술장르와 개별 작품을 중심으로 그 의미를 분석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하나의 맥락과 흐름으로 서양 미술사를 일괄할 수는 없으나 보다 구체적인 개별 작품들을 이해하고 작가의 역할과 특히, 종교와 신화 그리고 권력자와 밀착되어 있던 당대의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데 충실하고 있다. 그것은 예술 자체에 대한 흐름과 이해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믿는다. 한 작품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은 물론 한 사회의 예술에 대한 안목이며 미래의 발전에 대한 밑거름이 되겠지만, 유키 구라모토의 ‘여행의 나날들(2002)’을 들으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이 더욱 값진 일일 것이다.
고전주의와 바로크 양식이라는 두 가지 경향은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하나는 경제와 이성의 양식이고, 다른 하나는 음악과 풍부함의 양식이다.
전자는 중엄하며 지속적인 형식을 선호하고, 후자는 퍼져나가는 뒤틀어진 형식을 우선적으로 여긴다.
이 두 경향 사이에는 쇠퇴도 변질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영원한 감각성을 갖는 두 가지 형식들이다. - 외제니오 도르스
위에서 인용한 말은 고전주의와 바로크라는 두 양식의 특징을 가장 극명하게 설명해 준다. 스페인, 플랑드르 그리고 네델란드의 예술이 보여주는 특징들을 집약한 설명이다. 들라크르와가 “회화의 호메로스다.”라고 평가한 루벤스의 천재성은 17세기 플랑드로 지방의 회화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16세의 소녀와 결혼한 53세의 화가 루벤스는 ‘사랑의 정원’으로 그 행복의 절정을 헌사했으며 풍부한 색감과 빛의 의한 명암대비, 인물들의 자연스런 표정은 그에게 내려진 모든 찬사를 갈음한다.
바로크 양식은 위대한 예술이 쇠퇴할 때마다 태어난다.
고전적인 표현 예술에서 요구사항들이 지나치게 많아지게 되었을 때에,
바로크 예술은 마치 하나의 자연적인 현상처럼 나타나게 된다. - 니체
렘브란트의 ‘야간순찰’을 보면 3세기 동안 예술사가들이 의아하게 여기는 소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수수께끼처럼 대위와 민간 경비대 소총수들 사이에서 어울리지 않는 복장과 표정으로 금빛 후광으로 끼어들어 있다. 화가만의 비밀스런 장치가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으니 그의 목적이 여기 있었을까? 네덜란드 회화의 관심은 베르메르에게 집중된다. 물론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이지만. 영화를 보기 전까지 베르메르라는 화가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그림을 본 적은 있지만.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화가와 소녀는 실제 작품을 연상시키며 영화의 완성도와 더불어 그림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주었다. 왼쪽 귀에 걸린 반짝이는 진주귀걸이와 맑고 큰 두 눈동자가 뒤를 돌아보듯 어깨 너머로 관객을 응시하고 있다. 그 표정과 눈빛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르누아르가 루브르 박물관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은 ‘델프트’의 노란 벽이 주는 시간의 영원성은 문외한인 나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프랑스의 부셰와 영국의 게인즈버러를 위시하여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이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행되는 과정들을 살펴볼 수 있는 건축과 회화들 그리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방한 신고전주의를 소개로 이 책은 시대를 마무리 하고 있다. 이어질 낭만주의를 기대해 본다.
2005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