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생존법 - 불안정한 시대를 이해하고 평온함을 찾는 법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최민우 옮김 / 스피어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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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격동기의 세상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각자도생의 몸부림만이 고작인 현대 사회 생존법을 누군가 제대로 가르쳐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속에 알랭 드 보통과 인생학교가 지은 이 책을 선물받게 되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필두로 한때 즐겨 읽는 작가의 반열에 있었는데 확인해 보니 2016년에 읽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 마지막이었다. 거의 10년만에 읽는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은 비록 그의 단독

저작은 아니지만 예전에 읽었던 책들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해주었다.


먼저 이 책은 현대의 특징을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세속화, 진보, 과학, 개인주의 등 9가지 핵심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현대성이 낳은 재앙으로 실패, 신경쇠약, 향수 등 7가지를 언급한다. 현대가

우리를 물질적으로는 풍요롭게 했지만 정서적으로는 막대한 통행료를 부과했는데 그나마 이러한

통행료가 특정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시대의 산물이기에 현대라는 질병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그에 대한 치료법이라고 말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현대 사회를 집중 분석하는데 18가지 영역에

걸쳐 현대 사회의 실체와 그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내용 자체는 이전 책들처럼 상당히 철학적,

사회학적인 내용들로 가득했는데 그러한 지적 유희가 알랭 드 보통의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설명 자료로 무수한 그림들을 곁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알던 작품도 더러 있긴 했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작품들도 적지 않아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무리로 현대 사회의 세 가지 고뇌를 얘기하는데

바로 자유로 인한 고뇌, 행복으로 인한 고뇌, 기술로 인한 고뇌다. 현대는 이전과 달리 너무 자유가

많아 나같이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은 늘 선택의 고민에 놓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들 행복이란 종교에

세뇌가 되어 행복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은 너무 급속도로 발전하다 보니 따라잡기 힘든

지경이다. 이런 현대 사회의 고뇌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좀 식상하지만 지식 추구를 제안한다.

현대화를 주도한 것이 결국 지식이기에 현대 사회의 생존법도 지식으로 귀결된다는 어떻게 보면 좀

원론적인 결론으로 마무리를 한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를 다양한 영역에서 분석 정리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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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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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바를 겸하는 레스토랑을 공동 운영하면서 아내와 딸과 함께 안정된 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무카이에게

잊고 지냈던 15년 전 약속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편지엔 '그들은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라고만 적혀 있지만 무카이가 봉인하고 있던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을 되살리기엔 충분했는데...


미스터리로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예전에 상당 기간 베스트셀러로 있어서

어떤 책인지 궁금했는데 드디어 회사 도서실에서 발견하고 데려왔다. 숨기고 싶은 과거의 비밀이 갑자기

드러날까봐 이를 막기 위해 벌어지는 얘기들을 종종 접해왔는데 이 책에서 무카이는 과거에 끔찍한

얼굴을 하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면서 살다가 우연히 딸이 성폭행당하고 끔찍하게 살해당한 어머니의

도움을 받게 된다. 딸을 강간살해한 범인들이 무기징역을 받지만 언젠가 가석방되어 나올 거라 생각하고

그들에게 복수하려 하지만 자신은 시한부라 할 수 없어 자기 대신 복수를 해줄 경우 성형수술을 할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무카이에게 한다. 야쿠자에게 쫓기며 목숨마저 보장할 수 없던 무카이는 당장

급한 마음에 제안을 받아들이고 성형수술 후 새로운 호적을 얻어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데 15년이

지나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추궁하는 편지를 받게 된 것이다. 자신과 약속을 했던 노파는 이미

죽었을 것인데 도대체 누가 자신에게 협박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자기

딸을 죽이겠다고 하고, 자신의 과거와 정체가 드러나게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협박범의 지시대로 출소한 범인을 죽이러 찾아가는데...


완전히 인생을 세탁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가 잊고 있었던 자신의 빚을 갚으라고 하니, 그것도 

빚을 갚는 게 살인이라니 무카이로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일 것 같다. 당연히 일상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고 협박범의 지시를 수행하다 보니 가족이나 동료들에게도 거짓말을 계속 하면서 오해와 의심을

사게 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점점 궁지에 내몰리던 무카이도 나름 살길을 찾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데 그 과정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과연 무카이를 극한으로 내모는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드러나는 진실은 그동안의 절박한 상황 전개와는 달리 아쉬운 면이 없진 않았다.

야쿠마루 가쿠의 책은 '천사의 나이프'와 '악당'을 읽었는데 역시나 이번 작품도 나름 사회성이 짙은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아무리 절박한 상황이라도 쉽게 해선

안 됨을 다시 한 번 가르쳐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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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소년 탐정단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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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회사 도서실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못 봤던 작품들을 많이 찾아봤느데 7월부터는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게 되어 더 이상 지금처럼 책을 많이 빌려보진 못할 것 같다. 아마도 이 책이

마지막으로 대출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아닐까 싶은데 그동안 봤던 작품들과는 조금은 색다른

주인공이 등장한다. 책 제목은 오사카 소년 탐정단이지만 사실상 주인공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이들의

교사인 시노부 선생인데 약간 말괄량이 스타일이고 호기심이 많아 각종 사건에 스스로(?) 휘말린다.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6학년 담임 교사인 시노부 선생과 그녀의 악동 제자들이 등장해

여러 사건들에 나름의 역할을 한다. 단편들의 제목은 모두 '시노부 선생님의 ~'로 되어 있는데 먼저

'추리'편에선 그녀의 반 학생의 아버지가 사망하고 그 학생이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먹는 걸 즐기는

시노부는 다코야키를 먹다가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알아챈다. 첫 번째 사건에서 알게 된 경찰들과

가까워진 후 '집 없는 아이'편에선 반 악동들의 게임 CD를 훔쳐간 소년과 옛 제자의 아버지가 살인

사건에 연루되면서 둘 사이의 묘한 접점이 밝혀진다. 신도 형사는 이렇게 사건 해결에 기여를 하는

열혈 여교사 시노부에 반하지만 그녀는 회사의 선배 교사의 주선으로 '맛선'을 보게 된다. 그런데 

하필 맞선남의 회사 사장이 살해되는 사건이 되면서 졸지에 또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맞선남인 혼마도

유력한 용의자로 부각되는 가운데 진범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이제 신도 형사와 혼마 두 사람의 구애를

받게 된 시노부 선생은 '크리스마스'때 혼마가 자기 집에서 여는 파티에 초대하자 악동들의 요구로 

신도 형사까지 참석하게 한다. 그러나 하필 그녀가 산 케이크 속에서 죽은 여자의 피가 묻은 칼이

발견되면서 다시 사건에 휘말린다. 사건 당시 주변에서 UFO를 봤다는 황당한 제보들이 있자 시노부는

특유의 상상력이 사건에 숨겨진 트릭을 알아챈다. 이제 마지막으로 악동들을 졸업시킬 때가 된 시노부는

악동 중 한 명이 이웃에 사는 여자가 베란다에게 추락한 사건에 연루되고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공교롭게도 두 사건이 연결된다. 이번에도 밀실 트릭을 시노부 선생이 깨부수면서 아이들은 시노부

선생이 졸업식에 올 때까지 스승의 '은혜'를 부르지 않고 기다린다. 다섯 편 모두 사람이 죽는 사건이

벌어지지만 왠지 분위기는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시노부 선생과 악동들의 코믹한

캐릭터가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은데 시노부를 두고 두 남자의 구애 경쟁까지 코지 미스터리의 성격도

없진 않았다. 그래도 이 책에 사용된 트릭들은 신선한 것들이 적지 않아 미스터리 작품으로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작품 해설을 미야베 미유키가 한 것도 특별했다. 알고 보니 이 책의

후속작으로 '시노부 선생님, 안녕'이 있다니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다(시노부가 과연 누구와 결혼을

했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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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시간 2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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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1권에 이어 이제 본격적으로 드루의 재판 준비가 진행된다. 드루가 스튜어트를 총살한 사실 자체가

명백한 이상 그를 자유의 몸이 되게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데 제이크에겐 드루를 구해낼 결정적인

히든 카드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드루의 여동생 키이라가 스튜어트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 중이란

사실이었다. 제이크는 키이라의 임신 사실을 검찰에게 숨기는 매복 작전을 계획하고 재판을 준비하지만

제이크를 못마땅해 하던 자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하는데...


2권에선 존 그리샴의 장기인 법정 공방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흔히 배심원 재판이라고 부르는 미국의

형사재판절차를 다시 한 번 생생하게 재현하는데 누가 배심원으로 선정되는지부터 치열한 머리 싸움이

벌어진다. 형사재판에선 기본적으로 만장일치가 되어야만 유무죄 선고가 되기 때문에 확실한 자기 

편으로 보이는 사람을 배심원이 되게 하는 것이 결정적이라 할 수 있었다. 나름 만족스런 배심원 선정에

이어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데 역시나 열네 살짜리 만삭의 임신부가 법정에 등장하자 분위기는

급변한다. 이후 검찰측에서 마지막 몸부림을 쳐보지만 사실상 제이크의 승리라 할 수 있는 결과를 다시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책을 통해 불일치 배심이란 걸 처음 알게 되었는데 형새재판에선 만장일치가

되지 않으면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계속 진행하거나 만장일치가 되는 걸 포기하고 불일치 배심으로

일단 사건을 끝낼 수 있고 검찰은 다시 새로 기소해서 다른 배심원들을 통해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이런 사건은 유죄나 무죄가 확실하게 날 때까지 무한정 재판을 다시 할 수 있는

독특한 사법제도라 할 수 있었다. 암튼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제이크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역시나 존 그리샴표 법정 스릴러는 믿고 볼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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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시간 1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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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주정뱅이 동거남 스튜어트 코퍼가 만취 상태로 집에 돌아와 동거녀인 조시를 폭행하자 조시는 죽은

듯 바닥에 쓰러진다. 위층에 문을 잠그고 숨어 있던 조시의 아들 드루와 딸 키아라는 스튜어트가 위층에

올라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안 되어 포기해 자기 방으로 돌아가자 어머니 상태를 살피러 조심스레

내려간다. 어머니가 죽었다고 생각한 드루는 스튜어트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 스튜어트의 총으로

그를 쏘는데...


법정 스릴러의 대가인 존 그리샴의 작품은 영화로는 여러 편 본 것 같지만 책으로는 '잿빛 음모'와

'카미노 아일랜드' 밖에 없고 두 작품은 전통 법정 스릴러라고는 할 수 없어 아직 존 그리샴의 진면목을

제대로 안다고 하기는 어려운 시점에 법정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줄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사건 자체는 너무 명백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열여섯 살 소년인 드루가 죽인 스튜어트가 경찰인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사건이 발생한 미시시피주는 경찰이 직무 집행 중이든 아니든 경찰을 죽이면

1급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드루는 사실상 사형을 예약해놓은 상태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아무도 그를 변호하려고 하지 않자 카운티 판사인 누스는 자신이 신뢰하는 변호사인 제이크 

브리건스에게 임시란 조건을 달아 강제로 사건을 맡기고 제이크는 어쩔 수 없이 드루의 변호인을 맡게

된다. 하지만 시골 동네에서 경찰이 살해된 사건의 변호사를 맡는 건 인심을 잃기에 제격이었고 드루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게다가 대박을 안겨줄 거라 기대를 가졌던 화물 열차와 충돌해 일가족이 사망한

사건도 피해자측을 대리하던 중에 피해자측에 불리한 사실을 목격한 증인을 숨겼다가 들통나면서 더욱

곤경에 빠진다. 임시직이라 생각했던 드루의 변호인을 울며 겨자먹기로 떠안게 된 제이크는 드루의

여동생 키아라가 스튜어트에게 성폭행당해 임신한 사실을 히든 카드로 써먹기로 하고 재판때까지 

숨기기로 한다. 여러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제이크가 고군분투가 계속되는데 이제 본격적인 재판을

다루는 2권에서 제이크가 어떤 마법을 부려 사형이 유력한 드루를 구해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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