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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열전 2 (양장본) - 고독의 나날속에도 붓을 놓지 않고
유홍준 지음 / 역사비평사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모두 읽은 후 다음 책으로는 회사 도서실에 있는 화인
열전을 선택했다. 서양 미술과 관련한 책들은 자주 접하는 편이지만 오히려 우리 고미술 책들은 그다지
읽어보지 못한 편인데 믿고 볼 수 있는 유홍준 교수의 책이고 그의 전문 분야이다 보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두 권짜리인 이 책이 회사 도서실에 모두 있는 걸로 되어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1권을
발견하지 못해 일단 눈에 보이는 2권부터 데리고 왔다. 가급적 순서대로 읽는 게 좋겠지만 2권부터
읽어도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8명을 선정해 2권에 각 4명씩 다룬 화인열전은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던
조선시대 대표 화가들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게 해준다. 시대순으로 1권에 김명국, 윤두서, 조영석,
정선을 다루고, 2권에선 심사정, 이인상, 최북, 김홍도를 다룬다. 흔히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3원 3재'를 꼽곤 하는데, 3원은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이고, 3재는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 현재 심사정이다. 3재는 각각 우리나라 회화의 신경지를 개척한 인물들로 정선은 진경산수,
조영석은 속화, 심사정은 문인화를 토착화시켰다. 화인열전에선 3재는 모두 다루는 반면 3원으로는
김홍도만 다루는 게 좀 아쉬운 점이다. 기왕 조선 대표 화가들을 망라한 화인열전을 시도했으면 3원 중
나머지 신윤복, 장승업까지 넣어 10명을 채웠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암튼 이 책에선 심사정
으로 시작하는데 심사정의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등에서 나름 많이 본 것 같다. 3재 중에선
정선이 단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조영석도 나름 평가받는 반면 심사정은 중국 문인화의 토착화에
기여하긴 했지만 두 사람에 비해 독창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져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몰락한 양반 집안 출신 심사정은 정선의 제자이기도 한데 정선과 비교해서 그의 여러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능호관 이인상은 이 책에 나오는 네 명 중 가장 좀 낯선 이름인데 이인문과 헷갈리기도 했다. 저자는
이인상을 문인화 부분에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라고 평가한다. 이인상은 명문 집안 출신이지만 서출이란
한계가 있었지만 고고한 은일자로서의 삶을 작품에도 그대로 투사해 문인화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호생관 최북은 자를 '칠칠'이라고 해서 이 책에선 칠칠이라고 호칭을 한다. 한쪽 눈을 잃게 된 사연이나
비참한 죽음까지 아마도 가장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 최북은 여러 가지 미스터리를 남긴
기인이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김홍도에 대해 저자는 우리 역사상 최고의
화가라 평가하는데 겸재의 진경산수, 공재와 관아재의 속화, 현재와 능호관의 문인화를 모두 소화해
새로운 형식을 창출한 가장 조선적인 불세출의 화가라 극찬한다. 정조 시대 문예 부흥에 있어 사상에
정약용, 문학에 박지원이 있다면 예술에 김홍도가 있다는 식이다. 이 책의 표지에도 김홍도의 자화상이
사용되었고 가장 많은 분량이 할애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봤던 풍속
도첩이나 리움의 '군선도' 등 김홍도의 여러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용주사 후불탱화 등 불화에도
큰 기여를 했음을 알 수 있었다. 부록으로 이규상의 '화주록', '서가록'의 해제, 번역, 원문을 수록하고
있어 조선시대 여러 화가들에 대해 당대의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동안 서양미술사의
주요 화가들을 다룬 책들은 무수히 읽었으면서 정작 우리 화가들에 대해선 그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못해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는데 1권도 빨리 찾아내어 나머지 4명과도 어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