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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키스 ㅣ 링컨 라임 시리즈 1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링컨 라임과 친구들이 다시 돌아왔다. 마이클 코넬리의 책들은 해리 보슈와 미키 할러가 번갈아 가며
1년에 한 번은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링컨 라임 시리즈는 전작인 '스킨 컬렉터'를 2017년에 봤으며
벌써 3년이 훌쩍 넘고 말았다. 1년에 한 번 봐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3년이나 지났으니 당연히 전작의
내용은 희미한 흔적만 남기고 있어 리뷰를 봐야 그나마 내용이 떠오르니 그동안 소원했던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실제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게 2016년이니 국내에 소개되는 속도가 좀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링컨 라임 시리즈는 범인들이 늘 최첨단을 달리면서 범죄계를 선도(?)해 왔었는데 이번에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범인이 등장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표하는 사물인터넷을 범죄에
활용하는데 해킹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기계들을 조종하면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제일 먼저
조작하는 게 우리가 흔히 타는 에스컬레이터로 띠지에 "미리 사과할게요.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다시는
에스컬레이터에 타지 못할 겁니다"라는 작가의 무시무시한 경고(?)를 해놓아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싶었는데 에스컬레이터 사이에 끼여 몸이 절단되어 죽게 만든다. 에스컬레이터를 다시는
타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탈 때마다 이 책이 떠오르긴 할 것 같았다.
이 책에선 링컨 라임의 변화된 상황이 등장한다. 더 이상 뉴욕 경찰의 파트너로서 형사사건 수사에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인데 아멜리아 색스를 비롯해 이런 그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억울하게 죽게 만든 사람 때문에 형사사건을 맡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링컨 라임은 직접 형사사건에 도움을 주진 않고 에스컬레이터에서 사망한 남자의 유가족들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민사사건에 협력한다. 사실 형사사건이나 민사사건이나 같은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니 그게 그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형사사건은 범인 자체를 잡는 거지만 민사사건은 에스컬레이터
제작 업체 등 피해보상해줄 책임만 밝히는 거라 엄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범인을 범행 당시
현장에서 발견하고 쫓다가 피해자 때문에 놓쳤던 아멜리아 색스는 범인이 화이트캐슬 햄버거 대식가
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범인을 추적하지만 범인은 이들의 추적을 유유히 피하면서 유사한 수법으로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링컨 라임의 제자이자 조사를 도와줄 줄리엣 아처라는 여자
인턴이 등장하는데 그녀도 링컨 라임과 비슷한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이 책에서 아처는 결정적인
역할을 맡는데 후속편에도 계속 등장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또 한 명의 중요 인물은 아멜리아 색스의
전 연인인 닉 카렐리인데, 출소해서 아멜리아를 찾아와 자신이 동생의 죄를 뒤집어썼다면서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이 사건까지 모든 사건들이 결국 연결되어 처리가 되는데 무서운
진실은 사람의 생명보다 이익을 더 중요시하는 자본주의의 논리가 이런 사건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제조물의 결함을 발견해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보다 사고가 났을 때 배상해야 하는
비용이 적게 들면 그냥 모른척한다는 것인데 이래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도입해 이런 생각 자체를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능수능란한 제프리 디버의 글솜씨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책 디자인도 좀 변하고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약간은 낯선 느낌도 들었다. 다음 작품은 기억이 흐릿해
지기 전에 빨리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