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 나의 두 번째 교과서
EBS 제작팀 기획, 정우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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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잘나가는 도슨트 중 한 명인 정우철의 책은 '내가 사랑한 화가들'을 이북으로 읽은 적이 있다.

위 책이 서양화가들 특히 인상파 이후의 화가들만 다룬 반면 이 책은 국내 화가들도 몇 명 포함시키는

등 이전 책과는 조금은 다른 구성을 하고 있다. 또 위 책이 한 명씩만 집중적으로 조명한 반면 이 책은

관련된 화가들을 2명씩(여성 화가들은 3명을) 엮어 소개하고 있어 과연 어떤 화가들이 한 팀으로 묶여

있을지 궁금했다.


제일 먼저 등장한 커플(?)은 이중섭과 모딜리아니였다. 이중섭은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들로 엮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등을 통해 그 진면목을 알 수 있었는데 모딜리아니와는 아내를 지극히

사랑한 애처가였지만 가난 속에서 요절하는 비극적인 운명의 화가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음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내 및 해외 화가를 대표하는 박수근과 고흐가 등장한다. 박수근도 국립현대

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렸던 대규모 회고전 등으로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는데

고흐도 현재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곧 보러 갈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두 사람은 '순수와

열정'이란 코드로 엮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네와 르누아르는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들이고 실제

친했던 화가들이라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작품을 보면 왠지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사람들에게 행복의 기운을 전파시키는 힘이 있지 않나 싶다. 클림트와 실레는 빈 분리파의

대표 작가들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전시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란 공통 분모가 있었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초면인 듯한 애나 메리 모지스는 76세에 화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101세로 사망할 때까지 활발하게 작업을 한 노익장을 제대로 보여준 인물로

역시 세관원을 하면서 주말 화가로 시작한 루소와 짝을 이뤘다. 유일하게 삼총사를 이룬 젠틸레스키,

수잔 발라동, 프리다 칼로는 그야말로 여성이기에 더 특별했던 삶과 작품들을 선보였던 화가들이었다.

추상화 커플인 칸딘스키와 클레, 올해 여름 예술의 전당 전시로 더 친근해진 뭉크는 화가였던 이모의

영향을 받았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군대에서의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키르히너가 공포와 불안의 

공통점으로 뭉크와 짝을 이뤘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실제 커플이었던 로댕과 클로델을 거쳐 르네상스의

두 천재 거장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한다. 역시 최고 도슨트답게 화가들의 공통점을

잘 엮어 흥미로운 얘기들을 술술 풀어내는데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제대로 맛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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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수학자 - 캔버스에 숨겨진 수학의 묘수를 풀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이광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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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술관에 간 ~' 시리즈로 '물리학자', '화학자 2', '인문학자', '의학자'편을 읽어봤는데 특정

분야와 관련된 미술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그 분야를 좀 더 쉽고 재밌게 알 수 있어 좋았다. 이번에는

학창시절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던(?) 수학과 관련하여 수학과 교수가 들려주는 수학과 미술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역시 회사 도서실에서 발견한 책이다)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수학과 미술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했다.


총 네 개의 챕터에 걸쳐 수학과 미술의 접점을 다룬 다양한 얘기들을 소개하는데 사실 그림도 수학의

원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양 회화에서 가장 먼저 원근법을 선보인 작가로 마사초가 꼽히는데 원근법은 수학의 기원을 이루는 기하학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사실 예술가들이 수학을 제대로

배워서 수학적인 원리를 활용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학자가 매의 눈으로 작품들을 살펴보면

곳곳에 수학이 숨어 있음이 보이는가 보다. 그리스 신화 속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루스와 관련해선 미궁과

미로가 엄밀하게는 다른 것임을 알게 되었는데 미궁은 통로가 교차하지 않고 방향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항상 같은 형태로 방향 전환이 반복됨을 알 수 있었다. 황금비는 친숙한 데 가로의 길이와 세로의

길이가 황금비인 황금직사각형의 존재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몬드리안의 작품들에 특히

많이 등장한다. 라파엘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테네 학당'은 '라파엘로가 사랑한 철학자들' 등 여러 

책에서 자세하게 다루었는데 인류 최초의 여성 수학자로 여겨지는 히파티아의 존재감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유클리드 기하학이 아닌 초기 형태의 사영기하학이 접목된 왜상이 사용된 홀바인의 

'대사들', 수학적으로 지구 전체를 덮는 대홍수는 일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거나,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한 사과나무의 제3대손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뜰에 있다는 사실 등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았는데 역시 수학자의 눈으로 미술 작품을 보면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보임을 새삼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수학이 테마이다 보니 술술 읽히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미술을 통해 좀 더 수학과 가까워진 느낌이 들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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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 - 세상의 기준에 좌절하지 않는 어른의 생활법
양승렬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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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논어'는 동양을 대표하는 철학, 사상서로 예전부터 사서삼경의 첫 번째로 손꼽히는 책이다.

그래서 나도 '논어' 관련한 여러 책들을 읽어봤는데 김원중 교수의 '논어'처럼 원전 자체의 해석과 설명에

중점을 둔 책이 있는가 하면,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2', '시로 풀어쓴 논어', '논어, 학자들의

수다'처럼 '논어'를 소재로 하여 여러 얘기들을 들려주는 책들도 있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논어'와

조선의 그림을 연결시키고 있어 기존에 봤던 책들과는 사뭇 다른 설정이어서 과연 어떤 내용과 그림을

다룰지 궁금했다.


먼저 저자의 이력이 독특했는데 모터사이클 일하다가 지금은 다양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로 변신한

사람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논어 속 문장 64개를 골라 나름의 해석과 함께 자신의 사연을 곁들여

문장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당 문장과 관련하여 조선의 그림들을

한 점씩 소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그림쪽에 더 관심이 갔다. 이 책에선 64개의 테마를 

크게 2부로 나눠 소개하는데 그림을 기준으로 하면 1부에선 소재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반면 2부에선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별로 세 점씩의 작품을 소개한다. 하루에 한 문장씩 64일이면 1회독이 가능한

구성인데 사실 한 문장만 다루는 게 아니라 관련된 여러 문장들을 함께 언급하고 있어 실제로는 훨씬

많은 문장을 다룬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논어'의 내용만 해설하면 좀 딱딱하고 지루해지기 쉬운데

저자 자신의 인생 경험담이 녹아들어 있어 훨씬 흥미진진했다. 그림과 관련해서도 내가 보거나 알던

작품들도 많았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본 작가나 그림들도 적지 않았다. 사실 '논어'와 조선시대 미술을

함께 논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 분야를 전공한 사람도 아닌 일반인이라 할 수 있는 저자가

이런 책을 썼다는 것 자체가 보통 노력을 들인 게 아닐 것 같다. 2부에선 조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총망라되어 있는데 안견이나 장승업 등이 빠진 반면 이인상, 조영석 등이 포함되었다. '논어' 완역본을

읽은 지가 꽤 오래되어서 그런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이 책을 보니 다시 '논어'를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논어'와 조선시대 그림의 조화를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기쁨을 맛보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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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의학자 - 의학의 눈으로 명화를 해부하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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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술관에 간 ~' 시리즈로 '물리학자', '화학자 2', '인문학자'편을 읽어봤는데 미술작품들을

여러 분야의 관점에서 새롭게 살펴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마침 회사 도서실에서 이 책을 발견해

서둘러 모셔왔다. 저자가 미술을 좋아하는 내과의사라서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는데

얼마 전에 읽은 '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와도 겹치는 소재들이 더러 있었다.


총 4개의 챕터에 걸쳐 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미술작품들의 얘기를 들려주는데 먼저 세상을 바꾼 질병

으로 시작한다. 중세의 외과의사는 이발사를 겸업할 정도로 오늘날과는 천지차이인 대접을 받았는데

외과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게 된 계기가 루이14세의 치루 수술이 성공하면서였다는 흥미로운

얘기가 나온다. 페스트와 스페인 독감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질병들이나 한센병, 동성애 등을 다룬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에선 나폴레옹의 죽음을 비소 중독이라고 

보았는데 이 책에선 위암을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판단한다. 한편 '나폴레옹 콤플렉스'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나폴레옹이 단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단위 '피트'가 영국과 프랑스에서 달라서였기 때문으로

5.2.피트인 나폴레옹은 영국 기준으로 하면 158.4cm이지만 프랑스 기준으로 하면 168.9cm로 당시

프랑스 성인 남성 평균 164cm보다 큰 편이었다. 다음 챕터인 '화가의 붓이 된 질병'에선 '초록 요정' 

압생트 얘기를 필두로 고흐가 그린 두 명의 의사 얘기와 더불어 그의 죽음의 진실을 다루는데 고흐가

즉사하지 않고 스스로 여관으로 걸어왔다는 점을 들어 바로 수술을 받았으면 살았을 수도 있었을 거란

의견을 제시한다. 벨기에 브뤼셀 왕립미술관에서 본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과 관련해서도 마라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그림들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캔버스에서 찾은 처방전'에서는 뱀에 의한 독살로 알려진 클레오파트르의 자살을 일산화탄소를 이용한

자살로 보고 스탕달 신드롬의 주인공 베아트리체 첸치의 얘기가 다시 나와 복습을 하게 되었고, 갑상샘,

통풍 등 미술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주제와 연관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미술의

단골 소재인 신화와 종교와 의학의 관련성을 연결 짓는 작품들이 많이 소개하는데 아무래도 정신의학과

관련된 신화 속 얘기들이 많이 등장했다. 의학은 인간과 가장 밀접한 분야이다 보니 미술작품에서도

의학의 관점을 들이대면 무수한 얘기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책이었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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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
문국진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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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이란 책처럼 미술과 다른 분야를 함께 다루는 책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시리즈가 '미술관에 간 ~' 시리즈로 '물리학자', '화학자 2', '인문학자'편을

읽어봤는데 미술과 다른 분야의 절묘한 조화가 이뤄져 두 분야를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사실 회사 도서실에서 '미술관에 간 ~' 시리즈 중 '의학자'편을 대출하려다가 책을 찾지 못하고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데려오게 되었다. 알고 보니 저자가 대한민국 1호 법의학자 문국진 교수라고 

하니 범죄소설을 즐겨 읽는 입장에서 더욱 흥미로운 얘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총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법의학으로 예술작품의 불가사의를 해부하고(파트1), 예술작품 속 권리

침해의 억울함을 가려내며(파트2), 예술작품을 해부해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파트3). 먼저 파트1

에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돌아온 이들의 임사체험을 다루는데 히에로니무스 보수의 '가장 

높은 하늘로의 승천' 중 '천국으로의 승천'을 보여준다. 흔히 간질이라 불리는 뇌전증을 앓은 유명인 

중 잔 다르크와 도스토옙스키와 관련된 얘기가 연이어 등장하고 조만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서 만나게

될 에곤 실레와 클림트 등이 여성의 신체 변화와 관련한 내용에서 언급되고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은

어머니를 사모하는 작품이란 공통점으로 묶였다. 호들러는 병든 아내 발렌틴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차례로 담아 묘한 울림을 주었다.


파트2는 스탕달 신드롬의 주인공 베아트리체 첸치로 포문을 연다. 옷을 입고 벗은 두 버전이 있는

고야의 그림 속 '마하'의 실제 주인공이 알바 부인과 페피타 투도 중 누구인지를 놓고 법의학을 활용해

얼굴 비교검사 등을 실시해 페피타 투도가 좀 더 가깝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부분이 압권이라

할 수 있었다. 감정에 휘둘려 진실을 외면한 배심원 재판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채플린의 친자

확인 사건, 다윗과 밧세바를 그린 그림들에서 밧세바를 요부로 보는지 숙명의 여인으로 보는지 시선이

엇갈렸는데 여기서 공포 배란 현상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도 대표적인 악처로

악명이 높은데 이 책에선 언니와의 관계 등 나름의 사유와 모차르트 사후의 행동 등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전에 읽은 '불멸의 화가 반 고흐'에서도 고흐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다루었는데 이 책에선 고흐의 '도비니의 정원'이란 작품 속 검은 고양이에 관한 해석을 통해 자살설이 그림으로 입증

된다고 하면서 저자 스스로 고흐에 대한 사망진단서(사체검안서)까지 작성해 보여준다. 클레오파트라의

자살과 관련해서도 독사를 이용했다는 설이 친숙한데 이 책에선 두 몸종의 동시 죽음으로 보면 일산화

탄소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차이콥스키(사약설), 나폴레옹(비소 중독)의 죽음, 예수의

심장이 오른쪽에 있음을 시사하는 그림들, 논개가 알고 있는 인물은 주논개로 원래 기생이 아니라 숙부에 의해 팔려간 자신을 구해준 현감에게 자진해서 시중을 들었다는 얘기, 모 미군 부대 뒷산에서

발견된 강간치사 변사체의 범인으로 체포된 흑인이 흑인은 손톱이 자라지 않는다는 황당한 변명으로

풀려났다는 얘기 등 법의학자가 들려주는 얘기는 확실히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법의학자의 시선에서 본 예술작품에는 일반인이 모르는 비밀과 진실이 담겨

있음을 재밌고 친절하게 가르쳐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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