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외인간 - 전2권 세트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더 이상 달이 뜨지 않는다.
아무도 달을 기억하지 못한다.
잇따라 일어나는 해파리의 공격, 고래떼의 죽음,
타들어가는 인간의 몸......
"하느님, 지금 저하고 장난치시는 겁니까?"
제 발로 찾아간 정신병원에서 만난 또다른 장외인간들.
그리고 술병 뒤에 가려진 달을 보여주는 신비의 노인.
돈이 피보다 진한 미쳐가는 세상에서
눈부신 달빛을 기억하는 나, 나는 장외인간이다!
--------------------------------------------------------------
아무리 하찮은 것들이라도 사라져버린 것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사실을 자각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그것들이 간직하고 있던 아름다움과 동일한 깊이의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비물질적인 것이든, 하나의 존재는 곧 하나의 아름다움이며 하나의 아름다움은 곧 하나의 아픔이라는 사실을.
세상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사유의 찌꺼기를 걸러내지 않으면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탐욕과 이기의 칡넝쿨을 걷어내지는 못한다.
가슴속에서 사라진 것들은 가슴 밖에서도 사라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안에 쐐기풀을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쐐기풀 때문에 서로를 껴안을 수가 없었다. 껴안으면 껴안을수록 상처가 깊어졌다.
겨울에는 가급적이면 그리움을 간직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에 간직하는 그리움은 잠시만 방치해 두어도 혈관을 얼어붙게 만든다.
코드가 일치했다는 말은 마음의 빛깔이 같아졌다는 말과 대동소이하지. 마음의 빛깔이 같아지면 정서의 합일이 이루어지고 정서의 합일이 이루어지면 비로소 소통이 가능해지는 법이야. 코드가 일치하기 전에는 서로 마음의 빛깔이 판이하게 달랐던 거야.
나는 언어도 생명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언어가 단순하게 의사만 전달하는 도구로 쓰여지면 기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언어를 생명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어마다 쓰는 사람의 정신과 영혼을 전이시켜야 한다는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빗소리 속에서는 시간이 미래로 흐르지 않고 과거로 흐른다. 과거로 흘러서 추억을 소급한다.
'천지교감강우설'
하늘이 비를 내려보냈을 때 그 지역에 기쁨을 느끼는 생명체들이 많은가 적은가에 따라 강우량도 적절하게 조절된다는 지론
기쁨을 느끼는 생명체들이 많으면 강우량도 증가하고 기쁨을 느끼는 생명체들이 적으면 강우량도 감소된다.
인간의 가슴도 소망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는 가슴이 있고 소망의 나무들이 말라비틀어지는 가슴이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소망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는 가슴에는 축복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소망의 나무들이 말라비틀어지는 가슴에는 축복의 비가 인색하게 내린다는 생각을 했었다.
--------------------------------------------------------------
달의 실종(?)사건을 소재로 한 이 책은 각종 기상이변과 황폐화되고 있는 세상의 원인을 달의 실종에서 찾고 있다.
문제는 달의 실종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주인공인 이헌수만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 모두가 달이란 천체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속에서 삭제당했기 때문에 달을 기억하고 있는
이헌수만이 오히려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는데...
이외수 특유의 시니컬하면서도 톡톡 튀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재밌게 읽은 소설. 이 책을 읽은 시기가 마침 내 인생 가장 힘겨웠던(?) 순간이었기에, 그리고 휘영청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따스한 달빛을 온몸으로 받은 적이 많았기에 더욱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새삼스레 깨달았던 그 시간들이 새롭게 써 나갈 인생의 페이지들에 많은 자양분을 제공해 주었던 것 같다.
나도 소망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는 가슴을 지니도록
내 가슴에 자라는 새싹들에게 늘 애정을 쏟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