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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2 -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ㅣ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5월
평점 :
'미술관에 간 ~학자'라는 제목의 책들이 여러 권 나와서 그중 '물리학자'편을 나름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이번에는 화학자편인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회사 도서실에서 대출하다 보니 화학자편이 두 권인 줄
모르고 빌렸는데 이 책은 2권이고 1권이 따로 있었다. 원래 시리즈는 가급적 순서대로 보려고 하지만
이 책은 꼭 1권을 읽고 봐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았고 반납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이 책부터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신과 인간에 대하여', '선과 색에 대하여', '이성과 감성에 대하여', '빛과 어둠에 대하여'라는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 제목만 보면 화학과 별로 관련이 없는 듯 보이지만 여기 저기
화학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거의 서양미술사의 시대순으로 주요 작가들이
차례로 등장해 어떻게 보면 서양미술사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첫 챕터에선 주로 빛이
소재가 되었는데 엘 그레코에서 시작해 루벤스까지 다룬다. 티치아노 편에선 작년 드레스덴 고전거장
회화관에서 봤던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가 등장해 더욱 반가웠는데 보티첼리 이후 비너스 그림의
전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화학과 미술의 가장 큰 접점은 물감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안료로
된 물감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최초의 색깔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화학적으로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해바라기'의 노란색이 갈색으로 변하고 있어 고흐 미술관이 '해바라기'의
해외 전시를 더이상 허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얘기는 물론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바토의 '키테라섬으로의
출항',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 역시 퇴색으로 인한 위기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화가들은 대부분 친숙한 인물들이었지만 컨스터블이나 터너 등에게 영향을 끼친
풍경화의 거장 라위스달은 좀 낯설어 이 책이 소중한 만남의 장을 마련해주었다. 쿠르베의 문제작
'세상의 기원'의 얼굴 부분 그림이 별도로 존재하여 논란의 대상이 된 점이나 뭉크의 '절규'의 배경이
된 하늘이 '자개구름'이란 실제 자연현상을 보고 그렸다는 얘기, 고흐의 '해바라기'가 바닥에 두세 송이
놓인 파리 버전과 화병에 여러 송이가 꽂힌 아를 버전으로 나눌 수 있다는 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속 화가의 이중 시점 등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흥미로운 얘기들이 가득했다. 간신히 반납기간을
지켜 다 읽었는데 사실 먼저 읽을까 고민했던 1권도 바로 구입해서 대기 중이다. 이제 1권에선 또 어떤
얘기들이 담겨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