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노인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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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과학은 그리 잘 어울리는 한쌍은 아닌 것 같지만 이전에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와 '화학자 2'를

읽어 봐서 자세히 보면 미술과 과학도 공통 분모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과학과 미술의 흐름을

시대순으로 소개하면서 그 사이의 접점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데 둘 사이에도 나름의 연관성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총 52개의 테마라 일년 동안 한 개씩 읽어도 될 것 같았는데 먼저 회화의 기원으로 포문을 연다. 회화의

기원이라면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미술 이야기'에서처럼 구석기시대 동굴벽화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 같지만 이 책에선 진정한 르네상스인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가 나르키소스에서 찾은 점을 언급한다.

수면 위에 비친 나르키소소의 환영이 '그림'의 본질과 같다는 것으로 곧 예술의 전당에서 만날 바로크의

대표 화가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를 보여준다. 비례와 관련해 다빈치와 피타고라스를 엮고 유클리드

기하학을 기반으로 성장한 원근법과 관련해 마사초를 소환하며 원근법이 오히려 유클리드 기하학을

무너뜨리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출발점으로 작용했음을 르네 마그리트의 '유클리드의 산책'을 통해

보여준다. 예술과 과학의 쓸모에 관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거쳐 고흐, 카라바조, 렘브란트의 작품들에서

천문학 얘기를 꺼내든다.


다른 책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사과를 연결고리로 한 세잔과 뉴턴의 얘기와 같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난해해지는 현대과학과 현대미술이 만나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더뎌졌다. 모네와 특수상대성이론, 피카소와 양자역학, 고갱과 힉스입자와 같은 식으로 미술계의 대가와

과학을 연관지으니 결코 쉽지는 않지만 대략 어떤 의미인지는 막연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과학의

윤리 문제로 마무리하는데 살바도르 달리의 '비키니섬의 세 스핑크스'는 핵폭탄을 찬미했다는 달리의

시선을 잘 보여주었다. 이렇게 과학과 미술을 넘나드는 이 책은 서로 거리가 멀 것 같은 두 분야가 잘 찾아보면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고 이를 통해 두 분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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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2
마티아스 아놀드 지음, 박현정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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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툴루즈 로트레크의 '몽마르트의 별' 전시를 인상적으로 봐서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이전에 여러 미술책들에서 대략의 얘기들은 접한

적이 있어 어느 정도는 알고는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미술 전문 출판사인 마로니에북스의

이 책을 통해 로트레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그의 본명은 앙리 마리 레이몽 드 툴루즈 로트레크 몽파임은 예전에 읽은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고 그의 신체적 결함이 이종사촌이었던 부모의

근친결혼에서 비롯된 것도 역시 확인사살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릴 때 다리를 다치면서 더 이상

성장이 멈춰 152cm의 단신으로 살게 된 로트레크는 그나마 부유한 집안의 자녀였고 미술에 일찍 재능을

보여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미술을 배울 수 있었다. 1864년생인 그는 1901년에 사망했으니 요절

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그의 삶을 총 다섯 시기로 구분해서 소개한다. 두 번째 시기인 1886~

1891년은 '새로운 스타일'이란 부제를 붙였는데 이 시기에 드가, 고흐 등에 교류하게 된다. 몽마르트르를

주무대로 활동하던 그가 물랭 루주 등에서 만난 카바레 배우 등을 작품에 등장시키기 시작하는데 마침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봤던 작품들이 이 시기에 만들어져서 그런지 책에서도 전시에서 나왔던 작품들이

여러 점 등장해 더 반가웠다. 로트레크는 매춘부 등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도 많이 남겼는데 그들을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대해서 그의 작품들이 더욱 특별한 것 같다. 드가도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많이 남겼지만 로트레크만큼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진 못한 것 같다. 마지막 연보엔

그의 사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그의

유화는 거의 보지 못했는데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실물로 접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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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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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우리 고미술 명작들의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어 만족스러웠는데 2권에는 또 어떤 작품들이

다뤄질까 궁금했다. 1권에서 12점이나 소개한 것에 비하면 2권은 조촐하게 6점을 집중 다루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이 저자의 유작이었다. 이 책을 준비하며 써놓은 유고를 완결 짓지 못하고 2005년에 저자가 

세상을 떠나자 1주기에 맞춰 정리하여 출간한 책이다 보니 1권에 비해 많은 작품을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마지막 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더 소중한 느낌도 들었다.


저자의 간택을 받은 6점에는 1권에 이어 김홍도의 작품이 두 점이나 포함되었다. 먼저 '송하맹호도'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이라 할 수 있는 조선 범을 그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2022년 임인년에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비롯해 여러 전시에서 호랑이 그림들을 무수히 보았지만 대부분 민화풍의

작품들만 보았지 정작 호암미술관 소장인 이 작품은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책으로나마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 이어 옛 그림의 표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데 우리는 관능적이고 감각적이며 표현적인

것을 좋아하는 일본의 표구 방식과는 다름에도 일제 시대를 거치며 많은 작품이 일본식 표구를 하게

되어 작품의 진가를 훼손시킨 점이 정말 안타까웠다.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된 작품인데 저자는 술고래인 김홍도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그렸을 거라 추측해 더욱 흥미로웠다. 

1권에서 다룬 '인왕제색도'와 함께 정선의 또 다른 국보인 '금강전도'는 주역을 통해 풀이할 정도로

심오한 철학이 담긴 작품임을 면밀하게 검증하였다.


정약용이 이 책에 등장할 거라곤 생각을 못 했는데 딸에게 그려준 '매화쌍조도'가 간택을 받았다. 고려대

박물관 소장품이라 확인해 보니 예전에 고미술전시실에서 봤던 작품이었다(다만 작품명이 '매화병제도'

라고 되어 있었다). 조선 후기의 대학자인 정약용이 그림에서도 나름 활약했다니 그도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었는데 사실 정약용의 외고조부가 1권에서 다뤄진 윤두서인 점을 감안하면 피는 속일 수 없나

보다. 민영익의 '노근묵란도'도 아직 못 본 작품인데 뿌리 뽑힌 조국의 비애를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이어 '이조'가 간교한 식민주의자들이 고의로 만들어낸 어휘라며 우리가 아는 사대주의가 반드시 

사소주의와 짝하는 힘에 의한 주종 관계가 아닌 평화적 외교 관계라는 몰랐던 내용을 알려준다. 마지막

작품은 작자 미상의 이채 초상으로 할아버지인 이재 초상으로 전해지는 작품도 실은 이채 초상임을

역설한다. 이렇게 6점과 관련된 상세한 설명으로 마무리하는데 더 이상 작가의 고미술 설명을 접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1, 2권을 통해 새롭게 접한 작품들을 실제 영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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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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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헌 작가의 책은 '역사의 미술관' 등 미술관 시리즈와 두 권짜리인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을 

읽어봐서 친숙한 편이다. 이 책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인 '이주헌의 그림 세상'에 연재한 내용들을

수정, 보완한 것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미술 감상의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프롤로그에서 미술

감상은 사랑과 비슷하다며 결국 마음의 문제라고 얘기한다. 감상자와 작품이 어떻게 교감하는지가

미술 감상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취지이다. 


총 5장에 걸쳐 각 장마다 다섯 개의 테마씩을 다루는데 굳이 각 장마다 키워드를 부여한다면 사랑,

마음, 고독, 여행, 희망이 아닐까 싶다. 먼저 이상형과 관련된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얘기로 시작

하는데 사랑이 주체와 주체의 호혜적인 관계에서 피어나는 것임을 감안하면 사랑이라 하기엔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님프 갈라테이아, 에코와 나르키소스의 얘기가 연이어 등장

하는데 대부분 그리스 신화 속 친숙한 얘기들이지만 관련해서 소개하는 그림들은 생소한 작품들이

많아 흥미로웠다. 특히 권력자들의 정부인 코르티잔 관련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비올레타도 바로 코르티잔이고 루이 15세의 정부로 로코코 문화의 정초자가

된 퐁파두르 부인은 물론 심지어 여성 스파이로 유명한 마타 하리까지 코르티잔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2장에선 특정 화가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는데 존 에버렛 밀레이, 르누아르, 라울 뒤피의 삶과 작품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3장에서도 앞 부분에선 생소한 작가와 작품들이 등장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프리드리히, 페르낭 크노프, 빌헬름 함메르쇠이를 차례로 다룬다. 4장에서 여행은 주로 죽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르놀트 뵈클린, 뭉크 등이 등장한다. 특히 뭉크는 여름에 예술의 전당 전시를 통해

여러 작품을 봐서 그런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5장에선 범죄자 집안 출신 페르메이르로 시작하는데 

마침 작년 동유럽 여행 때 드레스덴의 고전거장회화관에서 봤던 작품들이 연이어 나와서 반가웠다

(그런데 작품 소개에 소장처가 베를린 국립회화관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다). 풍속화가 윌리엄 호가스, 

모네를 거쳐 죽을 때까지 자기를 세상 최고의 화가로 생각했던 자존감 끝판왕 앙리 루소와 벨기에

가난한 탄광촌 보리나주가 자신의 예술 출발지였던 반 고흐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한다. 우리가 예술을

감상하는 게 우리가 창조하는 삶이 얼마나 감동적인 것인지 새삼 느끼고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미술책을 통해 많은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삶도 충분히 자신만의 예술로 만들

수 있음을 가르쳐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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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아트 투어 - 프랑스부터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까지
박주영.김이재 지음 / 시원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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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미술관 투어인데 작년 동유럽여행 때도 바쁜 일정 속에 그나마 자유


시간이 있을 때 드레스덴 고전거장회화관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을 들러 작품들을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동안 책으로만 봤던 작품을 직접 보는 감흥은 정말 남달랐는데 이 책도 유럽의

주요 미술관의 작품들을 소개해 줄거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는 약간 달랐다. 미술 애호가인 엄마와

크리스티 학예사인 딸의 유럽 5개국 25개 미술관의 관람기라 할 수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에세이에

좀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예술 여행으로 유럽 5개국이라 해서 과연 어디가 포함되어 있을까 궁금했는데 프랑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에 있는 미술관들을 소개한다. 앞의 네 곳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나라들인 반면 예상

외로 덴마크가 포함되고 이탈리아가 빠진 것은 의외였다. 프랑스에선 당연히 오르세, 오랑주리, 루브르, 

로댕 미술관을 차례로 들르는데 생각보단 많은 작품을 다루진 않아 좀 아쉬웠다. 엄마가 먼저 미술관과

작품과 관련한 얘기들을 들려주면 말미에 딸이 자신의 경험담에 기초한 전문적인 얘기를 추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프랑스가 좀 아쉬웠다면 영국은 덜 알려진 곳들을 소개하면서 좀 더 알찬 내용들이

담겨있는데 나폴레옹을 무찌른 웰링턴 장군의 후손이 소유한 앱슬리하우스나 존 손 경 박물관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켄우드 하우스, 월리스 컬렉션, 코톨드 갤러리까지 비교적 소규모인

연이어 등장하는데 귀족들이 살던 집이 통째로 하우스 뮤지엄으로 운영되는 건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인 점도 흥미로웠다.


스페인에선 마드리드의 3대 미술관인 프라도, 레이나 소피아, 티센 보르네미사 국립미술관을 다룬 후

네델란드로 넘어가는데 암스테르담과 헤이그로 나눠서 설명한다. 특히 헤이그에서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외에 무려 네 곳이나 초면인 미술관을 만나게 되었는데 아마 다른 책에선 다루지 않는 곳들이라

남달랐다. 게다가 덴마크는 미술로 그리 유명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국립미술관을 필두로 무려

네 곳을 소개한다. 컬렉션도 서유럽 유명 미술관들에 못지 않았는데 덴마크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유럽 5개국 아트 투어는 천편일률적인 유명 미술관 관람에서 조금은 벗어나 아직은 덜 유명한,

그러나 꼭 방문할 만한 곳들을 소개해줘서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지만 유럽 여행을 갈 날이 오면 이 책에 소개된 곳들을 꼭 찾아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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