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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서양미술을 다루는 책들은 그동안 자주 접했지만 정작 우리 미술작품들을 다루는 책은 거의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대표 고미술 회화작품 26점을 소개한 '이 순간을 놓치지마' 정도가 비교적
최근에 읽은 책인데(그마저 2년이 훌쩍 지났다) 회사 도서실에서 오주석의 이 책을 발견하고 바로
모셔왔다. 사실 알라딘 중고샵에 이 책이 나왔을 때 구입할까 고민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마침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봤던 윤두서의 '진단타려도'가 책 표지로 사용되어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확인해 보니 이 책은 구판이고 개정판엔 강희안의 '고사관수도'가 사용되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 회화 작품을 총 12점 소개하고 있는데(원래 11장인데 김홍도의 '씨름'과 '무동'이
한 장에 실려 있다) 내가 직접 본 작품은 김홍도의 위 두 작품과 책 표지에 사용된 윤두서의 작품,
김정희의 '세한도', 정선의 '인왕제색도'까지 5점이었다. 김명국의 '달마상'으로 시작하는데 원작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작품과 작가에 관련한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어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 끝에 '동양의 색과 서양의 색'이란 제목으로 그 차이를 설명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동양의 오색은 오행사상에 따른 것으로 오음에 대응하는데 삼원색에 무채색인
흑백을 더한 것으로 매우 합리적인 방식이고, 뉴턴의 무지개색은 남색을 억지로 끼워넣은 게 서양의
7음계에 대응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동양화는 주로 수묵화가 많은데 무채색은 유채색이 색을
잃음으로써 남겨지는 모습으로, 모든 색은 언젠가 바래고 없어진다는 동양적인 사고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다음 작품인 강희안의 '고사관수도'와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포스코센터 전시때 철판
위에 프린팅한 작품으로 만나본 적이 있는데, 특히 '몽유도원도'와 관련해 안견이 계유정난의 화를
피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너무 강렬한 인상이 무서울 지경인데
귀 등이 그려지지 않은 미완성작으로 그나마 원래 있던 도포 부분이 지워졌고 안경 자국도 남아 있음은
이번에 알게 되었다. 김홍도의 '주상관매도'는 이번에 처음 본 작품인데 김홍도가 팔방미인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김시의 '동자견려도'도 초면인 것 같은데 김시의 이름이 김제나 김지라고도 하여 세 가지
설이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우리 그림은 우상에서 좌하로 봐야 하는데 서양 그림처럼 잘못 전시하는
경우를 지적하는 등 우리 옛그림을 보고, 읽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준 책이었는데 2권도 있어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