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름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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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폴리스'에서 경찰 옷을 벗고 경찰학교 강사로 변신한 후 연인 라켈과도 결혼에 골인해 인생 

최고의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해리 홀레는 흡혈귀(?) 연쇄살인마의 등장으로 흉흉한 분위기를 돌파

하려는 미카엘 벨만이 올레그의 약점을 거론하며 협박하자 마지못해 독자적인 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시작하는데...


해리 홀레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전작에 이은 새출발을 그릴 이 작품에선 특이한 범죄자가 등장해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마치 흡혈귀처럼 피해자들을 물어 뜯어 피를 마시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는데

카트리네 브라트가 문제아 트룰스 베른트센, 신입 안데르스 뷜레르 등으로 팀을 꾸려 수사를 하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 제 버릇 못 고친다고 수사 정보를 돈 받고 기자에게 유출하는 트룰스와  

연쇄살인마를 뱀파이어병 환자라고 규정한 할스테인 스미스라는 심리학자까지 등장해 수사가 더 어려워

지지만 해리 홀레가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하면서 조금씩 범인의 흔적을 뒤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내

라켈이 갑자기 병원에 실려가 의식불명 상태가 되는데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해리 홀레는 범인이 예전에

놓쳤던 발렌틴 예르트센인 결정적인 단서를 찾게 되는데...


발렌틴에 대한 기억이 어느새 가물가물해져서 전작에 등장했던 것 같은데 해리 홀레가 못 잡고 도망갔던 그가 이 작품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었다. 단순한 성범죄자를 넘어서 엽기적인 연쇄살인마로

성장(?)한 가운데 경찰 수사를 유유자적 따돌리던 발렌틴이 결국은 꼬리를 잡혀 좀 어이없이 마무리가

될 것 같았지만 역시나 해리 홀레 시리즈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리가 없었다. 인간의 참을 수 없는

욕망을 자극하며 원숭이 잡는 덫을 놓자 결국 수면 아래 숨어 있던 진범이 등장해 최후의 발악(?)을

하며 진짜 마무리를 하지만 다음 작품들을 위한 또다른 인물의 복선을 남기며 씁쓸한 뒷맛을 안겨주었다.

무려 7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작품이었음에도 역시나 해리 홀레 시리즈답게 흡입력 있는 전개를 보여

주었다. 누군가 아직도 배고프다고 했는데 해리 홀레 시리즈는 아무리 읽어도 목이 마르다. 또 어떤 

작품으로 그칠 줄 모르는 갈증을 달려줄 것인지 12편이 나오기를 다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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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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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로 시즌 중에는 거의 경기 중계를 놓치지 않는다. 그동안 야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작품들로 '최후의 일구', '마구', '사우스포 킬러'를 만나봤었는데 이케이도 준의

이 작품은 기존에 만났던 야구 미스터리들과는 사뭇 결이 다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는 프로야구 정도나 인기가 있지 일본처럼 사회인야구가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다. 이 책은 아오시마

제작소라는 중소기업의 사회인야구팀에 일어나는 우여곡절을 그리고 있는데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야구팀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야구팀을 없애려는 사람들, 그리고 경쟁 회사 야구팀과의 치열한 경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우리도 그렇지만 야구단 운영비용이 상당하고 야구단 자체로 수익을 얻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홍보 등 여러 가지 무형적 이익을 기대하며 야구단을 두고 있다. 하지만 모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 가장 먼저 정리대상으로 거론되는 게 스포츠팀인데 어떻게 보면 이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당장 회사가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 한가하게(?) 야구나 하고 있냐고 따지면 이를 방어하기

쉽지 않은데 이 책에서도 아오시마 제작소가 어려움에 처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은행이나 임원진에서

야구단 해체를 거론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에이스와 4번 타자, 감독을 경쟁팀에 빼앗기며

별 경력도 없는 다이도가 새로 감독에 부임하면서 자신의 기준대로 팀을 새로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케이도 준의 작품은 그동안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와 '변두리 로켓' 시리즈로 그 진가를 충분히

확인했는데 역시 자신의 주특기인 기업, 회사원들의 생존경쟁을 배경으로 하면서 생사기로에 선 

야구단의 처절한 분투가 그려졌다. 책 제목인 루스벨트 게임은 우리가 흔히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라 부르는 8 대 7의 케네디 스코어를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악연으로 얽힌 경쟁 회사와의 마지막

경기가 바로 루스벨트 게임이 되었다. 뚜렷한 선악대결 구조에서 지리멸렬한 야구팀을 다시 부활시켜

회사의 위기와 함께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마치 엎치락뒤치락 하는 야구경기를 보는 듯한 스릴을

안겨준 작품이었는데 야구도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요리해내는 이케이도 준의 솜씨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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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형사 동철수의 영광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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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활동하다가 얼떨결에(?) 형사로 전직한 박희윤은 미수반(미제사건 수사반이 아닌 미심쩍은 

사건 조사반)에 소속되고 지방경찰청장까지 지내고 은퇴한 동철수 전 치안감이 미수반 책임자로

오면서 뒤끝이 깔끔하지 않은 사건들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제목에는 동철수가 등장하지만 이 책의 사실상 주인공인 박희윤은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에서 기자면서 형사 이상의 활약을 보이더니 결국 진짜 경찰이 되어 동자기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위치 선정(?)을 잘해 주워먹기 달인인 동철수 영감과 주바리 선배와 함께 팀을 이뤄 묘한 

사건들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먼저 자살로 처리된 인기가수 하필(필로 끝나는 유명 가수가 연상되지만 

작명이 좀ㅋ)의 죽음을 캐기 시작하는데 종종 부사 하필과 헷갈려 혼란을 겪었다. 쉽게 자살로 끝날 뻔 

했던 사건을 파고드니 뜻밖의 추악한 욕망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데 결국 전혀 의외의 진실과 결말로 

막을 내린다. 졸혼이 유행(?)인 요즘 시류를 반영한 해혼식 이후 벌어지는 살인미수 사건에서도 어떻게

보면 좀 뜬금없는 황당한 범인이 등장해 기발한 마무리를 선보인다. 세 번째 작품인 '실버타운, 하드

보일드 파티'에서는 은퇴한 정치인이 실버타운에서 괴한에게 기습당한 사건을 잠복수사까지 감행한

동철수 영감과 박희윤 경장이 한심한 정치인의 추태를 은근슬쩍 꾸짖는다. '서촌 냉면집 살인사건'도 경쟁관계에 있는 냉면집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관계를 다루는데 마음의 살인자가 괜한 호기심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만다. '나비클럽, 미로게임'에선 전작에 등장했던 갈호태가 동자기 영감을 대신해

활약하는데 과거의 원한이 비극을 불러왔다. 마지막 '녹슨 총알이 지나간 자리'는 그동안 존재감이 

좀 떨어졌던 주바리 선배의 남편이 총격사고로 죽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우리가 드라마 등에서 흔히 보는 소위 힘 있는 인간들이 벌이는 추악한 진실이 드러났다. 진실을 

확인하고 과오를 뉘우치는 데는 시효가 없다는 말이 있지만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덮기에만 급급하기에

진실을 밝히는 게 결코 쉽지 않은데 이 책에선 동자기 영감과 박희윤이 나름의 케미를 발휘해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마지막에 경찰을 그만두고 탐정으로 다시 변신하겠다는

박희윤의 모습을 보면 후속작에선 좀 더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박희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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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과학수사 - 홈스의 시선이 머무는 현장에는 과학이 따라온다
스튜어트 로스 지음, 박지웅 옮김 / 하이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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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셜록 홈스는 그가 등장한 60편의 작품에서 항상 기발한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곤 했는데 그 바탕에는 오늘날 수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과학수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은

과학수사의 관점에서 셜록 홈스가 활약한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과학 탐정으로서의 셜록 홈스의 면모를

재조명하고 있다.


셜록 홈스가 세상에 등장한 시기는 빅토리아 여왕이 재위에 있던 대영제국의 최전성기로 산업혁명으로

인해 과학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던 시절이다. 셜록 홈스의 아버지(?)인 코난 도일도 현직 의사이다

보니 당연히 최신 의학 지식은 물론 과학적 사고가 기반이 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셜록 홈스가 등장하는

여러 작품들 속에서 과학 수사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학 수사의 기본은

역시 관찰이라 할 수 있는데 그의 데뷔작인 '주홍색 연구'에서도 '연역과 분석의 과학'이 자세하게 

관찰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주변 환경, 증거의 위치, 지문, 피, 잔여물과 흔적을

관찰함으로써 밝혀내는 사실들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도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고 나서 홈스처럼

탁월한 관찰력을 기르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사람들을 조심스레 관찰해보곤 하는데 쉽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낼 단서(?)를 찾아내진 못해 막연한 추측만 하곤 했다. 관찰한 사실은

추리와 연결되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연역법이나 귀납법 외에 귀추법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문과 광학을 필두로 통신 수단, 이동 수단, 무기, 동물, 의학, 건강, 독, 이론과학까지 각 분야별 관련된

작품의 내용을 언급하며 셜록 홈스의 활약을 소개하는데 이미 셜록 홈스의 작품을 다 읽어봤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보니 정말 유명한 작품들 외에는 이 책에 이런 내용들이 있었나

싶은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셜록 홈스 시리즈를 아직 안 읽은 사람들에겐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측면이 있지만 해당 책을 읽을 때는 그냥 당연스레 넘겼던 부분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니 훨씬 흥미로운 사실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소설은 소설이다 보니 과학적 사실에 

엄격하게 맞지 않는 부분들도 없지 않았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양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셜록 홈스가 나오는 작품들의 매력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는데 다시

셜록 홈스 시리즈를 차례대로 읽으면서 이 책에서 지적한 부분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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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은 어떻게 죽었을까 - 태조에서 순종까지, 왕의 사망 일기
정승호.김수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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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들의 죽음과 관련해선 아무래도 이덕일의 '조선 왕 독살사건'이 유명한데 이 책에선 독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왕들뿐만 아니라 조선왕 모두의 죽음이 어떠했는지를 추적한다. 왕이면 일반

백성들에 비하면 몸에 좋은 것 먹고 최고의 의사들의 진료를 받으니 당연히 오래 잘 살았을 거라 추측

하기 쉬운데 조선왕들의 평균 수명이 47세라고 한다. 일반 백성들 평균 수명이 40세로 추정되던 시절이니

그것도 장수(?)했다고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는 오래 살지 못했는데 과연 조선왕들의 죽음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지 궁금증을 갖고 책을 펼쳤다. 


조선왕을 장수한 순서대로 나열하면 영조(83세), 태조(74세), 고종(68세), 광해군(67세), 정종(63세),숙종(60세) 순으로 60년 이상 산 왕이 6명에 불과한 반면 40세도 넘기지 못한 왕은 11명이었다. 이 책에선

조선왕들이 생각보다 단명한 이유로 여덟 가지를 들고 있는데, 의학적 한계, 힘들었던 궁중 생활,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성인성 질환, 선천성 유전자에 의한 유전병, 독살, 음주, 과다한 영양 섭취로

인한 혈액성 염증 질환, 성교에 의한 질병을 제시한다. 뛰어난 무장이었던 태조는 타고난 건강과 운동

으로 장수를 누렸는데 말년에 자식들의 골육상쟁만 아니었으면 오히려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거라며

저자는 90세 넘게 살았을 수도 있었을 거라 추측한다. 정종도 얼떨결에 왕이 되었지만 격구와 사냥을

즐기며 속 편하게(?) 살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이런 정종을 제대로 왕으로 대접하지 않은 태종과 

세종의 대접이 예의에 어긋났었다며 이런 부도덕한 행위를 한 세종을 존경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까지 저자는 주장한다. 태종이 허약한 체질의 소심한 왕이었다는 의외의 사실과 함께 걸어다니는 종합

병원이라 할 수 있는 세종을 거쳐 종기로 인한 이른 죽음으로 비극을 낳게 된 문종의 죽음을 저자는 감염에 의한 단순한 농양이 아닌 암이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한다. 


17세로 가장 단명한 단종은 실록에는 복위를 위한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자 자살한 걸로 되어 있지만

여러 야사에선 세조가 죽인 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단종 외에 독살이 아닌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왕으로는 연산군을 들 수 있는데 꽃미남이었던 연산군이 폐위된 후 역질로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주변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전염병에 걸리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독살설에 휩싸인 왕들은 예종부터

여러 명이 있는데, 예종은 어머니와 훈구파 대신들에 독살된 것으로 충분히 추정되는 정황들이 있었고,

즉위 8개월 만에 급사한 인종도 계모인 문정왕후에 시달리다가 죽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조선 최악의

왕 중 한 명인 선조에 대해선 저자는 상당히 후한 평가를 하면서 독살설의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며

돌연사를 의심했고, 효종은 신가귀가 침을 잘못 놓아서, 현종은 결핵성 복막염으로 사인을 분석했다. 

독살설의 대표적 인물인 경종은 간질을 앓았다고 보고, 정조도 인삼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치료할 기회를 놓치면서 뇌경색으로 죽은 것으로 추정한다. 고종도 독살이 거의 유력하고 생식불능

으로 추정된 순종도 공식적으론 심장마비가 사인이라 한다. 이 책을 보면 조선왕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 살았음을 알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몸에 좋은 건 다 먹지만 운동은 전혀 안 하고 과다한 

성생활과 왕권을 지키기 위한 스트레스가 건강을 상하게 한 것 같다. 요즘 관점에서 보면 아무리 

왕이라 해도 건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 장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조선왕들의 건강상태와 죽음의 진실을 좀 더 충실하게 살펴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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