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전
홍상수 감독, 김상경 외 출연 / 미디어마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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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전(劇場前)...다른 이름은 劇場傳

역시 홍상수 감독의 영화답게 평범한(?) 일상을 담는 듯 하면서도

그 속의 적나라한 부조리를 그려내어 알 듯 모를 듯 그 묘한 혼돈 속에 빠지게 만드는 영화.

 

홍감독의 전작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선 도무지 감이 잘 안 왔었는데...

그래도 극장전에 어렴풋하지만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영화 속인 전반부와 영화 밖인 후반부가 묘하게 얽혀 있다.

영화 속인 전반부에선 우연히 첫사랑인 영실(엄지원)을 만난 상원(이기우)은  

영실과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하나 그 자살 동기가 참 애매모호하다.

그들이 시도하는 자살은 결국 어이없이(?) 미수에 그치고

살아 돌아 온 상원에게 엄마가 나가 죽어라고 하자 정말 나가 죽으려고 옥상에 올라가지만

아무도 따라 오는 사람이 없자 엄마만 부르짖고 마는데...

참 허탈한 웃음만 나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영화 밖 스토리...

사실 전반부는 동수(김상경)와 영실(엄지원)이 본 동수 선배인 형수의 회고전 영화였다.

동수는 친구와 만나 같이 식사한 후 친구 딸이 아픈 것 같아 목도리도 해 주지만

친구가 차에서 담배 못 피게하자 차에서 내리며 엄마가 준거라면서 목도리를 다시 뺏는데...

이 장면 역시 황당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이다.

 

동수는 그 후 영화 속에서 본 실제 배우인 영실을 스토커처럼 따라 다니는데...

결국 영실과 하룻밤을 같이 보내지만 영실이 아침에 나가려 하자...

영실에게 다시 오라며 뭘 놓고 가라는 동수. 정말 기막힌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 다시 병원 앞에서 만난 동수와 영실

동수는 다시 끈질기게 영실에게 달라붙지만(?) 영실의 명대사 한방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

 "자긴 이젠 재미봤죠. 그럼 이제 그만 뚝" ㅋㅋㅋ

 

동수는 선배 감독인 형수의 병실에 문병을 가고 형수는  

자신이 만든 영화 속에서완 달리 죽기 싫다고 울부짖는데...

참 부조리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자신이 만든 영화 속에선 주인공들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자살시도를 하게 만드면서 자신이 암에 걸리자 죽기 싫다고 발버둥치는 이 괴리되고 모순된 현실이란

정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영화였다.

 

홍상수 감독의 이번 영화는 그나마 전작에 비하면 뭔가 느낌이 와서  

전작에 비하면 많이 친절해(?)진 것 같다.

그래도 절대로(?) 추천할 수 없는 영화다. 추천하면 돌 맞기 십상이니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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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살인법
질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벨의도서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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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갭에서 앤이라는 여자 아이가 목이 졸리고 이빨이 뽑힌 채 살해되고 난 후  

내털리란 여자 아이가 또 다시 실종되자 시카고의 '데일리 포스트'의 기자 카밀 프리커는  

윈드 갭이 고향이라는 이유로 기사거리를 찾으러 파견된다.

어머니 아도라와 불편한 관계에다 동생인 메리언의 죽음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카밀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려 할수록 그녀에겐 고통스런 과거들이 떠오르는데...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 벌어지는 여자 아이들의 연쇄살인사건은 자칫 성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사건이라고 추정하기 싶지만 두 여자 아이 모두 성폭행이나 추행의 흔적이 전혀 없다.  

단지 특이사항이라면 이빨이 거의 다 뽑혔다는 사실이다.

카밀은 죽은 아이들과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면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어머니 아도라와  

예쁘지만 제멋대로인 이복동생 엠마  

그리고 어릴 적 죽은 동생 메리언의 기억까지 떠올라 고통스러워한다.

자신의 온 몸에 새겨넣은 글자들이 불쑥불쑥 그녀들을 괴롭히는 가운데  

경찰인 리처드와의 로맨스도 싹트지만 그녀는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 책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사건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이 대부분 여자라는 특색이 있다.  

주인공인 카밀을 비롯해 카밀의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피해자도 여자 아이들이다.  

남자로서 의미있는 존재는 사건수사를 위해 파견 나온 경찰 리처드와 유력한 용의자인 존,

그리고 의붓아버지 앨런 정도인데 그들의 존재는 여자들의 그림자 같은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에 읽었던 '아웃'과도 비슷한 느낌의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관심을 얻으려고 자신을 아프게 하는 뮌하우젠 증후군과 거기서 더 나아가  

자신에게 관심이 쏠리게 하려고 아이를 아프게 하는 MBP(대리자에 의한 뮌하우젠)를  

소재로 뒤틀린 사랑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누구나 관심과 사랑을 원하지만 그 방법이 자신을 학대하거나 다른 사람을 학대하는 것이라면  

그건 진정한 관심과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 것이다.  

관심과 사랑은 조건적인 것이 아니어야 하는데 자학 등을 통해 관심이나 사랑을 유발하면  

그러한 조건이 없어지는 순간 관심과 사랑도 사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뮌하우젠 증후군이나 MBP는 한 번 받은 관심과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될 수밖에 없고 더구나 그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결국엔 이 소설과 같은 끔찍한 비극을 낳고야 만다.  

잘못된 애정의 폐해가 한 가정 뿐만 아니라 사회나 국가를 뒤흔들 경악스런 범죄로 발전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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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수오 마사유키 감독, 카세 료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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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보러 지하철에 탔던 가네코는 치한으로 몰려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자신의 아니라고 아무리 부인해도 점점 자신에 불리하게 진행된다.  

그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가네코는 과연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죄 없는 한 사람을 처벌하지 말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영화는  

멀쩡한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치한이 되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유죄율 99.9%라는 현실은 헌법상의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바꿔놓고 말았다.

영화 속에서 가네코가 치한으로 지목당하는 순간부터 그를 당연히 유죄로 간주하는 사람들 뿐이다.  

아무리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경찰, 검찰은 빨리 자백하고 끝내라고 종용하기만 할 뿐 그의 주장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없다.  

그나마 운이 좋아서 적극적으로 변호를 맡겠다는 변호사를 구하지만 높은 현실의 장벽을 뚫긴 어렵다.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판사마저 그가 주장과 유리한 정황들은 무시하고 그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이 영화를 보면 정말 억울한 선의의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데 실수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실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기엔 충분하다는 게 문제다.  

억울한 옥살이는 물론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그런 멍에를 평생 안고 살아야한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그런 취급을 받는다면 얼마나 속이 터지고 분하겠는가...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온 말처럼 열 명의 범인을 놓아주는 한이 있어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되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이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하지만 엄청난 사건 수에 시달리는 경찰, 검찰, 법원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나가기가 정말 힘겹다.  

대부분 기계적으로 사건을 처리하기 급급한 게 현실이다.  

그런 여건을 개선하지 않는 다음에는 아무리 떠들어봐야 변화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사건에서도 충분히 무죄판결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미 유죄 심증이 있던 판사의 심증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지막에 유죄판결을 받은 신 뿐만 아니라 자신도 자신이 무죄라는 사실을 안다는

가네코의 독백이 아직도 뇌리에 남는다.  

나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할 건데 꼭 손은 내 가슴쪽으로 밀착시키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에 하나 가네코와 같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억울한 누명을 쓴 가네코라는 인물이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만든 형사사법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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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살인법
질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벨의도서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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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람들이 자기한테 무슨 짓을 저지르게 내버려두는 게 정말로는 내가 그 사람들한테 나쁜 짓을 저지르는 셈이 되는 거야.-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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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 : 공공의 적 1-1 (2disc) 일반판
강우석 감독, 설경구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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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서 강력반 형사는 강철중(설경구)은 전세금 대출이 쉽지 않자

경찰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사표를 내지만 때마침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칼에 찔려 죽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살인사건의 배후에 거성의 이원술(정재영)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 그를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공공의 적' 시리즈 제3편

2편에서 검사로 신분상승을 이뤘던 강철중이 다시 형사로 돌아왔다.  

사실 강철중이란 캐릭터는 검사보다는 역시 형사가 제 격이다.

검사에 비해 형사는 좀 더 자유분방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1편의 4년 후란 설정으로 강철중은 더욱 꼴통형사가 되어 나타난다.  

경찰 그만하겠다고 어깃장을 놓으면서도 악독한 이원술의 출현에 그의 형사 본능이 다시 발동한다.

고등학생들에게 칼을 쥐어 주며 어둠의 길로 들어서게 만드는 그는 진정한 공공의 적이라 할 수 있었다.  

정재영의 강렬한 포스가 두 얼굴의 조직 보스에 잘 들어맞은 것 같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1편에 비하면 흠입력이 떨어졌다.

1편의 이성재가 맡은 캐릭터는 정말 영화를 보는 내내 치를 떨게 만드는 진짜 공공의 적이었는데  

이번의 이원술이라는 캐릭터는 분명 공공의 적임은 틀림없으나 왠지 치를 떨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조폭 영화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조폭들의 행태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들의 위험성에 둔감해진 듯 하다.

그리고 무대포 형사 강철중의 캐릭터도 좀 심한 듯 했다.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도 이원술과 맞짱 대결을 펼치는 그의 모습은 형사보다는 조폭에 더 가까웠다.

사건이 너무 싱겁게 해결되는 점도 영화의 재미가 반감되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공공의 적 시리즈는 1편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시리즈가 이번으로 끝날 것 같진 않은데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제대로 된 공공의 적과 강철중의 한판 대결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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