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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 식탁 위에 차려진 맛있는 영화 이야기
송정림 지음, 전지영 그림 / 예담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심심할 때 주로 하는 일이 영화보기다.
고등학교 때까진 본 영화라고는 어쩌다 빌려 보는 비디오와 TV에서 해 주는 영화가 전부였지만
대학생 이후엔 TV, 비디오는 물론 인터넷과 극장까지 영화를 볼 기회가 무수히 생겨서
시간이 있으면 영화를 봤다.
좋아하는 장르는 있지만 특별히 가리는 영화는 없기 때문에 어떤 영화든지 닥치는 대로 봐서
10여년이 지난 지금 상당히 많은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 가운데는 제목이나 배우, 줄거리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열 번도 넘게 보고 또 보고를 한 영화도 있다.
그만큼 영화는 내 생활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영화 관련 글을 쓰는 저자가 그 동안 자신이 본 영화 중에 인상적인 영화들과
그 속에 등장하는 요리들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목차를 쭉 훑어보니 그래도 대부분 내가 본 영화라 예전에 영화를 본 기억들을 떠올리며
저자가 느낀 감상을 충분히 음미해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안 본 영화는 '폴링 인 러브', '철도원', '나 없는 내 인생' 세 편 뿐이었다.
막상 이미 본 영화들도 저자가 맛깔스럽게 줄거리를 요약해 잘 전달해서 마치 첨 영화를 본 것 같이
신선하기도 하고, 설명해 놓은 장면들이 눈 앞에서 막 재현되듯이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저자와의 묘한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아무래도 내가 이미 본 영화면서 좋아하는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더욱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아버지의 절절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인생은 아름다워', 로버트 레드포드가 메릴 스트립의
머리를 감겨 주고, 비행기 위에서 손을 꼭 잡던 '아웃 오브 아프리카', '오겐끼데스까?'라는 애절한
부르짖음이 가슴을 울리던 '러브레터', 마틸다와 레옹의 나이를 뛰어 넘는 사랑을 보여준 '레옹',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선물해 준 '8월의 크리스마스',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걸 보여준
'첨밀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가 맘을 아프게 했던 '봄날은 간다' 등
구구절절 내 맘 속 깊은 곳에 또렷한 인상을 남겼던 영화들을 다시 꺼내 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각 영화마다 등장하는 요리에 관한 짧은 레시피는 솔직히 도전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너무 간단해서 만만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화 속 그 느낌을 재현해내는 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니까...ㅋ
저자의 말대로 영화는 '감성과 추억의 배달부'라 할 수 있다.
내가 체험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간접경험할 수 있고,
등장인물들의 꿈과 사랑, 희망과 고통, 아픔 등 삶에 있어 수많은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웃고 울고,
기뻐하고 아파하면서 어느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한층 더 커진 느낌을 주는 게 바로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너무 영화를 많이 보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앞으로도 좋은 영화는 꼭 놓치지 않고 싶다.
영화가 주는 마법같은 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