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클레이튼 SE - 할인행사
토니 길로이 감독, 시드니 폴락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고객의 뒷처리 담당 전문 변호사 마이클 클레이튼(조지 클루니)

동료 변호사인 아서가 U/노스 소송 도중에 난동을 부려

뒷수습을 위해 투입되지만 엄청난 진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변호사의 진실을 찾기 위한 과정을 그린 영화

수임 회사의 비리를 알고 갈등하던 동료 변호사가 죽자 마이클은 뭔가 일이 잘못된 것을 깨닫는다.

사실 내부 비리나 부패 사건에 연루되어 이를 해결하는 변호사 얘기는 헐리웃의 단골 소재다.

이 영화 속에선 솔직히 마이클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게 느껴지고

그가 진실을 지키기 위해 그다지 고생(?) 하지도 않는다.

단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가 원하는 정답을 선택했을 뿐...

 

역시 변호사는 만만한 직업이 아닌 것 같다.

밖에서 보면 그럴듯 해 보이지만 사건 수임하기도 어렵고

로펌 소속이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건을 맡아야 한다.

그 사건들 중에는 분명 진실이나 정의와는 거리가 먼 의뢰인들도 변호를 해야하는 사건들이 있을 것이다.

정의니 진실이니 하는 건 제3자가 알긴 더욱 어려운 일이고

사건 중엔 승소해야 할 사람이 패소하고 패소할 사람이 승소하는 경우가 꽤 있을 것이다.

자신의 양심을 지키면서 변호사 활동을 하기란 정말 어려울 듯

그런 고민은 안 하고 살아도 되는 내가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부모와 여동생을 끔찍한 강도살인으로 잃은 신이치는

애완견 로키와 함께 늘 가던 오가와 공원을 산책하던 중

쓰레기 통에서 여자 팔이 담긴 쓰레기 봉투를 발견하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대작 모방범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꼭 읽고 싶어 얼마 전에 겨우 장만하고도 무려 1,500여 페이지에

세 권이나 되어서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신이치가 여자 팔을 발견한 것은 연쇄살인사건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대담하게도 범인은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음성변조기를 사용하며 피해자 가족을 농락하는 극악한 추태를 저지르자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히는데...



무려 3권이라는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책의 1권 1부에서는

젊은 여자들의 유괴살인사건의 전개와 그 허무한 결말을 피해자 가족과 경찰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2부에선 범인의 어린 시절과 주변 사람들의 얘기,

범행의 전개과정을 그리는데 1권에는 첫 번째 범행까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니 얼마 전에 읽었던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이 떠올랐다.

범인의 첫 번째 범행은 '악인'의 살인사건과 장소나 상황 등이 매우 유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 속의 범인이야말로 악인의 전형이라 할 수 있었다.

범인은 아무 이유 없이 재미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이코 패스

그 자체였다. 몇해 전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범인이 저지르는 만행은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끔찍한 살인 행각으로 부족해 언론을 이용 피해자 가족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정말 치를 떨게 만들었다.



이제 겨우 1권밖에 읽지 않았는데 그녀의 필력을 충분히 느꼈다.

엄청난 분량의 책이 술술 읽히며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갔다.

전에 읽었던 '이유'나 '화차'도 꽤 분량이 되었던 책들이었는데

이 책은 그 3배 가량이나 되었음에도 사건이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범인들에 대한 분노로 금방 읽어나갈 수 있었다.



미미 여사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을 조명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얽히고 설킨 관계는 정말 인연의 끈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보여주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이 연기처럼 사라져도 무관심한 세상에

범인들의 범행은 어쩌면 사회가 갈구하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끔찍한 범행이 오히려 오락거리로 전락해버리는 세상

이 무서운 세상이 저런 극악한 범인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과연 범인들이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2권을 빨리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 속에 피가 흐른다 - 김남주 시선집
김남주 지음, 염무웅 엮음 / 창비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에 이 시집을 접했을 땐 막연히 서정시를 엮은 시집인 줄 알았다.

물론 피가 등장해 심상치 않은 느낌은 들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건 완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이 시집의 주인공 김남주를 김남조 시인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시집을 넘기자 말자 나의 착각은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시인 김남주는 솔직히 이 시집을 읽기 전엔 몰랐다.

(그러니 김남조와 헷갈리는게 당연하다. ㅋ)

그가 치열한 삶을 살다 간 시인이란 사실은 이 시집으로 알게 되었다.



60~80년대 우리는 근대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명목하에 민주주의의 암흑기를 살았다.

생계 해결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정신이 없던 사람도 있었고

억압에 맞서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김남주는 후자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민중을 위해 투쟁하는 시인이 바로 김남주였다.

그의 시의 대다수가 그가 교도소 수감 시절에 작성되어

시 곳곳에 그곳에서의 삶이 여실히 녹아 있었다.

소위 운동권이라 불렸던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그의 시에 아로새겨져 있었다.



다만 그 시절을 직접 겪지 않고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뿌리 내린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이 시집을 읽기엔 좀 거북한 점이 있었다.

시어들이 날카롭고, 아파하며 울부짖고, 분노에 몸부림치고 있었고

극단적인(?) 반미와 대결을 부르짖는 선동의 시들이 많아서

그 당시엔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거부감이 생기는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시들 속에 담긴 그 당시 그의 치열했던 삶은

이미 당연한게 되 버린 지금에는 그 의미가 무색해진 듯하다.

꽃 속에 피가 흐를 정도로 불꽃같이 타올랐던 그의 신념이

무심한 오늘날 우리들에 의해 잊혀져 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방범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사람들은 이럴 때 적당히 빠져나갈 샛길을 만들어낸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철저히 구경꾼으로서 호기심을 불태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사건의 바깥에 두고, 그 사건에서 철저히 멀어지는 것이다. 또는 형사나 탐정이 된 기분으로 사건을 추리하면서 범인을 추적해본다. 또는 희생당한 여자를 폄하하면서, 그런 무서운 사건에 휘말려든 것은 피해자들 쪽에도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이며, 그러므로 자신에게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꽤 합리적인 논리를 만들어낸다.
그보다 더 단순한 '망각'이라는 방법도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들을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는 것이다.-38쪽

병실이란 한 인간이 자신에 대해서나 타인에 대해서나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를 확인하는 곳이고, 그런 자신의 모습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장소이다. 지금까지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했던 애정과, 쌓아왔다고 확신했던 인간관계가 그저 거짓과 무관심과 착각과 기대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절망에 빠지는 일이 종종 있다. -189쪽

진정한 악이란 이런 거야. 이유 따위는 없어. 그러므로 피해자는 자기가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는지 모르는 거야. 원한, 애증, 돈, 그런 이유가 있다면 피해자도 납득을 할 수 있겠지. 자신을 위로하거나 범인을 미워하거나 사회를 원망할 때는 그 근거가 필요한 거야. 범인이 그 근거르 제시해주면 대처할 방법이라도 있지. 그러나 애당초 근거 같은 건 없었어. 그거야말로 완벽한 '악'이야.-203쪽

거짓말하기는 쉽다. 문제는 그 거짓말을 늘 잊어버린다는 데 있다.-305쪽

사람은 누구나 죽기 직전에 과거의 모든 기억을 떠올린다. 흘러간 모든 시간들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380쪽

작문은 사방에 널린 언어를 조합해서 만들 수 있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 시를 쓰는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내시경을 넣고 거기에서 조직의 일부를 떼내 표본을 만드는 것과 같다.-387쪽

인간이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야. 절대로 그러지 못해. 물론 사실은 하나뿐이야. 그러나 사실에 대한 해석은 관련된 사람의 수만큼 존재해. 사실에는 정면도 없고 뒷면도 없어. 모두 자신이 보는 쪽이 정면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야. 어차피 인간은 보고 싶은 것밖에 보지 않고, 믿고 싶은 것밖에 믿지 않아.-49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구판절판


범죄란 '사회가 갈구하는' 형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111쪽

우연은 범죄자에게는 항상 적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도 터무니없는 사소한 우연 때문에 흐름이 바뀌어버린다. 사소한 것 하나를 잊었다든지, 공교롭게도 그날 비가 내렸다든지, 택시가 바로 잡히지 않았다든지, 그런 작은 일이 범인을 당황하게 하여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수사란 그것을 끈기 있게 찾아내는 일이다. -209쪽

어느 쪽이 보다 빨리 효과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알리고 사회의 신회를 얻을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선악의 판단 기준이란 그것뿐이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선전이야말로 선악을 결정하고, 옳고 그름을 정하고, 신과 악마를 나누는 것임을. 법이나 도덕규범은 그 바깥에서 하릴없이 어슬렁거리고 있을 따름이다.-34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