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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속에 피가 흐른다 - 김남주 시선집
김남주 지음, 염무웅 엮음 / 창비 / 2004년 5월
평점 :
처음에 이 시집을 접했을 땐 막연히 서정시를 엮은 시집인 줄 알았다.
물론 피가 등장해 심상치 않은 느낌은 들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건 완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이 시집의 주인공 김남주를 김남조 시인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시집을 넘기자 말자 나의 착각은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시인 김남주는 솔직히 이 시집을 읽기 전엔 몰랐다.
(그러니 김남조와 헷갈리는게 당연하다. ㅋ)
그가 치열한 삶을 살다 간 시인이란 사실은 이 시집으로 알게 되었다.
60~80년대 우리는 근대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명목하에 민주주의의 암흑기를 살았다.
생계 해결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정신이 없던 사람도 있었고
억압에 맞서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김남주는 후자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민중을 위해 투쟁하는 시인이 바로 김남주였다.
그의 시의 대다수가 그가 교도소 수감 시절에 작성되어
시 곳곳에 그곳에서의 삶이 여실히 녹아 있었다.
소위 운동권이라 불렸던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그의 시에 아로새겨져 있었다.
다만 그 시절을 직접 겪지 않고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뿌리 내린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이 시집을 읽기엔 좀 거북한 점이 있었다.
시어들이 날카롭고, 아파하며 울부짖고, 분노에 몸부림치고 있었고
극단적인(?) 반미와 대결을 부르짖는 선동의 시들이 많아서
그 당시엔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거부감이 생기는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시들 속에 담긴 그 당시 그의 치열했던 삶은
이미 당연한게 되 버린 지금에는 그 의미가 무색해진 듯하다.
꽃 속에 피가 흐를 정도로 불꽃같이 타올랐던 그의 신념이
무심한 오늘날 우리들에 의해 잊혀져 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