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2 : 아스카.나라 -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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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일본편 1권 규수편을 읽고 나서 2권도 회사에서 바로 대출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좀 시간이 걸리게 되었다. 2권은 아스카와 나라를 다루는데 그중 나라 부분은

사실 23년 일본 여행을 위해 집에 있는 미니북의 잘 보이지 않은 글자를 겨우겨우 읽어가면서 보긴 

했었다. 그래도 제대로 된 사이즈의 책으로 다시 보고 싶었는데 역시 제대로 된 책으로 봐야 가독성이

좋았다.


일본 고대문화의 중심지인 아스카와 나라는 우리와도 연관성이 큰 곳들인데 특히 아스카는 도래인의

고향이라 부를 정도로 한반도에서 건너 간 도래인들의 활약이 큰 곳이다. 아스카 부분에선 '가까운

아스카'에서 법륭사까지를 다루는데, 아스카란 지명이 여러 곳이어서 그중 나라에 있는 아스카를 '먼

아스카', 오사카에 있는 아스카를 '가까운 아스카'라고 한다. '가까운 아스카'는 태자마을이라 하는데

쇼토쿠 태자의 묘가 있기 때문이다. 백제와 가야 출신의 도래인들이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한 아스카

시대의 여러 유적과 유물들을 살펴보는데, 법륭사 건축에서 한국미 특질인 곡선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일본의 직선의 미를 얘기하면서 한국의 건축은 하늘을 향해 날갯짓하는 상승감의 표정이 많은 데 비해

일본의 건축은 대지를 향해 낮게 내려안은 안정감을 강조해 양국의 정서 차이를 보여줌을 강조했다.


이제 나라로 건너가면 23년도 일본 여행에서 나라를 여행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라의 여러

사찰들이 소개되는데 교토의 사찰과의 크게 다른 점으로 사찰 안에 아기자기한 정원이 없다는 걸 꼽는다.

나라와 교토 여행을 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정말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유교수는 나라의 

답사는 당탑과 불상 답사이고 교토의 답사는 명원 답사라고 말한다. 나라에 있는 우리 유물 중 대표격인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덴리도서관에서 국내로 반환될 거란 뉴스를 봤는데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책에서도 '몽유도원도'를 만난 적이 있었지만 동양의 고서화들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전개되는

반면 '몽유도원도'는 역방향인 좌측에서 우측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역방향이어야 더 이상 갈 곳 없는

종점임을 보여준다는 걸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나라에선 역시 흥복사와 동대사가 핵심인데 모두 

내가 가본 곳들이라 그런지 얘기들이 더 와닿았다. 흥복사 국보관에서 봤던 명작들과 동대사의 여러

건축물들은 이 책을 읽으니 그 가치를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나라의 여러 명소들과 여기에

얽힌 얘기들을 다시 읽으며 지난 여행때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다음에는 꼭 가보고 싶어졌다. 이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은 모두 읽었는데 다음에는 중국편에 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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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세계사 2 - 전쟁과 혁명의 시대 선명한 세계사 2
댄 존스.마리나 아마랄 지음, 김지혜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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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격변의 근현대 세계사는 이전 시대와는 달리 사진 등 각종 시각자료가 많이 남아 있어 좀 더 생동감이

넘치는 당시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지금처럼 선명한 화질의 컬러사진들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름 흑백사진도 운치가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흑백사진들을 풀컬러로 복원하는

전문가여서 오래 전 사진들을 마치 요즘 촬영한 사진들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1권이 1900년대까지를

다뤘다면 이 책은 191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의 전쟁과 혁명으로 점철된 격동기를 다루고 있다.


10년 단위로 시대를 구분하여 약 100여장의 사진들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정리하고 있는데 각 시기별로

한 장의 사진을 먼저 보여주면서 그 시기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함께 연도별로 주요 사건들을 정리한

후 본격적으로 시기별 핵심 사건들을 다룬 사진들과 내용을 함께 선보인다. 먼저 '전쟁과 혁명'이란

제목을 붙인 1910년대는 참호 속 해골이 된 끔찍한 시체 사진으로 시작한다. 멕시코혁명, 중국혁명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특히 중국혁명과 관련해선 참수된 시체를 길거리에 늘어놓은 충격적인 장면이

압권이었다. 영화로도 유명한 타이타닉호가 침몰했다는 뉴스를 팔고 있는 소년의 사진 등도 있지만

역시 제1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사진들이 주를 이룬다. 전쟁의 발단이 된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사진을 필두로 서부전선, 갈리폴리, 바다의 전쟁 등 전쟁 관련 사진들로 점철되었다. 마무리는 1차

대전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 스페인독감과 관련해 국제적십자사 간호사가 당첨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인 1920년대는 루이 암스트롱의 사진으로 시작하지만 여전히 우울한 사진들의 연속

이었다. 레닌과 스탈린의 사진을 시작으로 붉은 군대, 대기근, 아돌프 히틀러, 무솔리니 등 역대급

악당들의 사진들로 가득채워졌고 월스트리트 주가 폭락으로 마무리한다.

 

'전쟁으로 가는 길'이란 제목이 붙여진 193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뉴딜로 시작을 하지만 대공황, 총통,

나치 동조자들, 스페인 내전 등 암울한 사진들로 가득했고 마지막은 히틀러와 협상하고 돌아온 얼빠진

영국 총리 체임벌린이 장식했다. 1940년대는 기관단총을 든 처칠로 시작해 전격전, 영화로도 유명한

됭케르크, 런던 대공습, 동부전선, 진주만, 디데이, 포츠담, 히로시마 원자폭탄 등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장면들을 담은 사진들이 장식했다. 대일 전승 기념일과 관련해선 유명한 간호사를 안고 키스하는

수병 사진을 보여주면서 전쟁 후 새로운 희망을 엿보게 하는 듯 하지만 바로 냉전과 아랍, 이스라엘

전쟁으로 마무리한다. 마지막 1950년대엔 엘비스 프레슬리를 내세우면서 '변화의 시대'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한국전쟁을 비롯해 각지의 전쟁과 혁명, 분쟁을 담은 사진들이 여전했다. 그나마 매릴린

먼로가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사진이 결을 달리했다. 냉전은 우주 경쟁으로까지 치달았는데

소련 우주비행사의 사진으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했다. 20세기 전반기의 주요 장면을 다룬 사진들로

채운 이 책을 보니 20세기 전반은 이 책의 부제처럼 그야말로 '전쟁과 혁명의 시대'임을 여실히 확인

할 수 있었는데 생생한 사진들과 관련된 설명으로 격동기의 사건현장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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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 코드 - 다섯 가지 코드로 크리스티를 읽다
오오야 히로코 지음, 이희재 옮김 / 애플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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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코넌 도일, 모리스 르블랑과 함께 내가 추리소설에 입문하게 해준 3대장 중 한 

명이다. 나머지 두 명이 약간 어린이용(?)이었다면 애거사 크리스티는 확실히 성인용 미스터리를 선보여

해문출판사의 빨간책을 즐겨 읽곤 했다. 당시 80권짜리를 언젠가는 다 읽고 말겠다는 장대한 꿈을 

꿨었는데 대략 30권 정도 읽은 듯하다. 암튼 여전히 고전 미스터리에 있어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애거사 크리스티에 대해서는 많은 덕후들이 존재해서 예전에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라는 책도 재밌게

읽은 적이 있다. 이 책도 애거사 크리스티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저자가 다섯 가지 코드로 그녀의

작품들을 흥미롭게 정리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코드는 '탐정', '무대와 시대', '인간관계', '속임수 기술', '함정'이다.

탐정은 당연히 애거사 크리스티의 양대 산맥인 푸아로와 제인 마플은 물론 토미와 터펜스 커플과

배틀 총경까지를 4대천왕이라 한다면 단편소설 속 개성적인 탐정 파커 파인과 할리 퀸도 다룬다.

넘버3까지는 각 캐릭터들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한 후 대표작들을 두 권씩만 맛보기를 하는데 워낙

대표작이 많은 푸아로의 경우 과연 어떤 작품을 선택했을까 궁금했는데 첫 작품인 '스타일즈 저택의

괴사건'과 조금은 예상 외인 '푸아로 사건집'을 소개한다. 아마도 이후에 나오는 여러 코드에도 그의

대표작들이 등장할 게 뻔해서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건 아닌 것 같다. 미스 마플은 '열세 가지 수수께끼',

'서재의 시체', 토미와 터펜스는 '비밀 결사'와 '부부 탐정'이 선정되었고 배틀총경은 조금 비중이 낮아

그런지 '0시를 향하여'만 다룬다. '무대와 시대' 코드에선 '메이헴 파바'라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했는데

대부분의 크리스티의 작품 속 무대가 되는 영국 전원지대의 작은 공동체를 일컫는다. 그 대표적인 

작품으론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과 '목사관 살인사건'을 소개한다. 크리스티의 최고 전성기는 그녀가

고고학자와 재혼한 1930년대라 할 수 있는데 이 시기엔 특히 중동을 무대로 한 작품들이 많다. 그중에선

'메소포타미아의 살인'과 '나일 강의 죽음'이 선정되었고 여행과 교통수단과 관련해선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카리브 해의 미스터리'가 등장한다. 이렇게 여러 테마들과 이와 관련된 작품들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크리스티의 대표작들을 거의 다 망라하는데 나름 스포일러가 되지 않게 조심한다. 하지만

마지막장인 '독자를 어떻게 함정으로 이끄는가'에선 사전에 범인과 진상을 밝힐 것임을 얘기하면서

'시태퍼드 미스터리(헤이즐무어 살인사건)'와 '살인은 쉽다'를 다루는데 아직 안 본 책들이고 나중에

볼 생각이라면 이 부분은 생략해도 될 것 같다. 나름 크리스티의 애독자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소한 내용과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상당수는 내가 읽은 작품들이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읽은

책에 대해 얘기해도 내가 본 책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만큼 크리스티의 작품들과는 최근에는

소원하게 지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는데 빨간책들을 하나씩 도장 깨기하던 학창 시절이 생각나면서

나름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도 했다. 이 책을 보면서 애거사 크리스티가 왜 미스터리의 여왕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는데 마지막에 있는 그녀의 작품 목록을 보면서 아직 못 본 작품들은 물론 이미

읽었지만 기본 줄거리도 생각나지 않은 작품들은 다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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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
송주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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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는 아이스크림이 있다면 그림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은

무려 7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총 7부에 세부적으로 4가지씩 얘기가 담겨 있으니 총 28가지의 다채로운

방법들을 소개하는데 역시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사실 각종 미술 관련

책에서 다양한 그림들을 소개하지만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감상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책은 그다지

없는데 이 책에서 과연 어떤 방법들을 알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서 감상자 개인의 경험이 더해지는 과정으로 이 사이를

조율하는 감상 테크닉이 스토리텔링이라고 얘기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김홍도의 풍속도첩

'노상파안'을 예로 들면서 설명한다. 먼저 그림 속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몇 가지 지식들을 덧붙여

정황을 파악하며 그림 속 주인공의 스토리를 상상하는 방법은 어느 작품에나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감상법이라 할 수 있었다. 현대미술 작품에는 제목이 없는 '무제'인 작품들이 많은데 이는 그림을 보는

방법도 하나일 수 없고 정답이 없음을 대변해준다. 직전에 '난처한 미술 이야기 1'을 통해 선사시대

미술을 살펴봤었는데, 이 책에서도 '마카판스갓 조약돌'을 웃는 얼굴 이모티콘과 장욱진의 '얼굴'과

비교하면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현생 인류에게 미친 영향에 관해 몰랐던 얘기들을 들려준다.

현생 인류에게 있는 1~4%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면역력, 출산 능력, 통증 민감도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반면, 비만과 당뇨, 코로나에 취약한 점에선 부정적으로 작용했고 데니소바인 유전자는 티베트

고원의 높은 고도 적응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또 놀라운 사실은 미라의 피부를 갈아 만든 갈색

물감 머미 브라운이 오랫동안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반전 있는 그림 보기'에선 다빈치의 생모가 코커스 지역 출생의 노예라는 흥미로운 설과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소설 '베니스의 개인상인'의 모티브인 루벤스의 작품 '한복 입은 남자'가 사실은

중국인이라는 점, 독일 드레스덴 고전거장회화관에서 봤던 페르메이르의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 등의 복원에 얽힌 얘기(사실 전에 읽은 '처음 읽는 비밀 미술관'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 

등을 들려준다. 풍속화가로 명성이 높았던 윌리엄 호가스가 판화 저작권법 제정의 일등공신이란 점 

등 여러 유명 작품과 작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현대 미술가의 성공 비결에 네트워크가 중요함을

칸딘스키를 대표 사례로 들고, 아라리오 갤러리페이토 갤러리 전시로 친숙해진 정강자 작가가

자신의 미술 선생님으로 그녀와 얽힌 여러 사연들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미술교육에 대해 얘기하는데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영희'가 사실 교과서 속 이름은 '영이'인데 일본식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었다.

이렇게 이 책에는 미술과 관련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가득 실려 있었는데 평범한 사람들이 미술에 어떻게

다가가는 것이 좋은지를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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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1 -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 미술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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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역주행을 하게 되었던 '난처한 미술 이야기' 시리즈가 드디어 시작편인 1권에 도착했다.

애초에 역주행을 하게 된 게 서양미술은 르네상스 이후부터나 볼 게 있지 중세 이전은 따분한 종교

미술이나 다룰 거라 생각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찮게 회사 도서실에 6권까지 구비되어 있는

바람에 이미 읽었던 6권 이전인 5권 이탈리아 르네상스편만 읽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5권을 읽고 나니

이전인 4권 중세미술도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보게 되었고 중세미술에 대한 편협했던 시각을 되돌아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3권 초기 기독교 문명편을 거쳐 2권 그리스, 로마시대까지 이르렀고

이제 마지막으로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미술편까지 오게 되었다.


원시 시대 미술은 우리가 박물관에서 흔히 보는 빗살무늬토기와 주먹도끼로 시작한다. 이런 물건들은

생활 도구로 생각했지 예술품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대칭인 주먹도끼의 섹시함(?)이나 빗살

무늬토기의 다양한 무늬에서 미술의 시작을 엿볼 수 있다고 얘기한다. 흔히 원시미술은 동굴벽화에서

그 기원을 찾는데 라스코, 알타미라, 쇼베 동굴벽화를 제대로 감상하는 기회를 가졌다. 동굴벽화를 

그린 이유에 대해선 흔히 사냥감의 증가를 기원하는 의식으로 알고 있었는데 세계관을 표현하는 나름의

상징적 표현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비롯해 구석기 시대 비너스들을 만난 후

호주 원주민 미술을 살펴보는데 전에 몰랐던 새로운 벽화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4월부터 시작될

국립중앙박물관 오세아니아 예술 전시가 더욱 기대가 되었다. 이러한 원시미술은 고갱, 피카소 등

근현대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우리도 울산 반구대 암각화 등 원시미술에 나름의 지분이 있었다.


고대 미술에선 역시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빼놓을 수 없는데 고대 이집트의 역사와 그 당시 환경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를 해준다. 고대 이집트 미술은 완벽성과 불변성으로 대변되는데 정면성의 원리나 그리드

기법 등이 대표적이다. 그림이 규칙에 맞춰 그리는 글자와 같은 기록 매체라면 조각은 영혼의 안식처로

여겼다는 점도 특색이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대표하는 피라미드의 경우 많은 노예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선 노예가 지은 게 아니라 일반 백성들이 농한기에 지었고 오히려

농사일이 없어 놀던 백성들에게 일정한 소득을 얻게 하는 복지 제도에 가까웠고 몸보신하라고 당시의

보약인 마늘도 주었다는 놀라운 반전을 들려준다. 피라미드나 스핑크스란 이름은 모두 그리스에서 

온 거란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고대 이집트와 관련한 기록이 그리스를 통해 전해지다 보니

원래 이집트 사람들이 부르던 이름(피라미드는 메르, 스핑크스는 지평선의 호루스)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화려했던 고대 이집트 미술의 향연을 만끽한 후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견줄 수 있는 우리의 장군총 등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다룬다. 마지막으로 메소포타미아 미술은 앞서

본 이집트와는 또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특히 종교적인 측면에서 이집트가 내세을 중요하게 여긴

반면 메소포타미아는 현세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이런 점이 미술에도 영향을 끼쳤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관련해선 특히 2023년 베를린 여행 때 갔던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봤던 신바빌로니아의 수도바빌론의 정문이라 할 수 있는 이슈타르문이 소개되어 더욱 반가웠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미술품들은 그나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예전에 운영했던 이집트실메소포타미아실의 기억이 남아

있어 낯설지는 않았다. 이렇게 서양미술의 뿌리까지 살펴보았는데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미술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해주었기에 '호모 그라피쿠스'라는 용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음을 제대로 보여준

책이었다. 이제 역주행은 끝이 났고 르네상스 이후와 바로크 시대를 다룬 7, 8권으로 정주행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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