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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주영아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은 출판계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추리소설을 포함한 장르소설들은 흔히 말해 이른바 B급인 비주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단순히 출판계의 문제만이 아니라 추리 소설을 대하는 이른바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문화인들 혹은 문화게 리더급 인사들의 시각이 다소 편협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해방이후 대한민국의 일반인들이 너무 고단한 삶을 살았기 떄문이 아닐까 싶다.
먹고 살기 힘든 50~60년대 책을 보는 것은 일종의 사치였고 책이란 것은 교양과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였기에 흔히 말하는 쓰잘대기 없는 살인이 난무하는 추리 소설은 아이들이나 읽는 책으로 치부되어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그러다보니 90년대까지 국내에 추리소설을 70년대 동서,삼중당,하서 추리문고 80년대 자유,일산,문공추리문고등이 간행되었지만 판매부진등으로 대부분 절판되는 비운을 맞지 않나 싶다.
결국 국내에서 추리소설이 일반인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이유는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기에 1년에책을 1권도 읽지 않는 우리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2천년대 들어 국내 추리소설 시장은 점차 성장해 가기 시작하는데 그건 아마도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발전해 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니 추리소설의 성장과 경제 발전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지만 추리소설을 유물론의 관점에서 분석한 에르네스트 만넬의 즐거운 살인을 읽어보면 추리소설의 발전은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르기 때문이라고 하니 뭐 국내 추리소설 시장의 성장은 한국의 경제가 발전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아무튼 추리 소설 애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추리소설이 많이 번역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판매 문제일지 혹은 번역문제일지 모르지만 근래에 출간되는 소설들의 경우 일본 추리 소설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 추리 소설의 경우 영미 추리 소설 태동기부터 바로 번역되어 많은 독자들을 가지고 있고 그런 바탕위에서 우수한 작가들이 많이 배출된데다 우리와 비슷한 동양적 정서를 갖고 있기에 영미 추리소설보다 더 많이 번역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30~40년대 이른바 영미 추리소설의 황금시대 작품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다소 아쉽단 생각을 가질수 밖에 없는데 국내에서 유명 추리작가의 작품이 전부 번역된 것은 2천년도 이전에는 도일의 셜록 홈즈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뿐이 아니었나 싶다.사실 홈즈의 작품이 장편돠 단편집포함 9권 정도임에 반해 크리스티의 작품이 80권이 전부 번역된 것은 어찌보면 특이한 케이스라고 여겨진다..
2천년대 들어서도 이 두 전집외에는 많은 추리 소설 작가들의 훌륭한 작품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뤼팽시리즈(전 20권),브라운 신부 시리즈(전 5권),필립 마로우 시리즈(전 6권),더실 해밋 전집(전 5권)정도만이 다 번역되지 않았나 싶다.
이건 아무래도 추리 소설에 대한 대중의 시각이 아직 추리 소설은 어린애나 읽는 작품이란 편견이 사로잡혀 있어서가 아닌가 싶은데 알고보면 살인이 난무하는 추리소설을 의외로 독자들에게 지적 소양을 요구하는데 소설속에 등장하는 명탐정은 책속의 사건에서 찾아낸 물적증거와 정황증거, 심리적인 증거를 토대로 논리정연하게 사건을 재구성하고 자신의 추리의 과정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는데 이때 독자들은 탐정이 보는 시각에서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서 범인을 맞추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작가와 독자의 치열한 지적 게임이 펼쳐지기 떄문이다.
지금이야 추리소설이 작가와 독자의 치열한 두뇌싸움이란 인식이 없는 편이지만 30~40년 영미 황금기에선 그 유명한 녹스의 10계나 반다인의 20측에서 알수 있듯이 독자에게 작가가 알고 있는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는 공정성이 대단히 중요해서 아가사 크리스티가 누가 로져 애크로이드를 죽였나에서 화자=범인이란 공식을 처음 만들자 공정성을 해쳤다가 유명한 추리작가들이 크리스티를 맹 비난한데서도 잘 알수 있다.
이처럼 과거 추리소설은 독자와 작가간의 논리적인 지적 게임이란 인식이 강했는데 아마 그 끝판왕은 앨러리 퀸의 저 유명한 국명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앨러리 퀸은 자신의 국명 시리즈에서 독자에의 도전이란 난에 …주어진 단서들은 엄밀한 논리와 추리로 분석해보면 지금쯤 범인의 정체를 단순히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증명까지 할수 있을것이다…라고 독자들에게 공개적인 도전장을 던진다.이에 독자들은 작가의 도전에 맞서 책을 다시 한번 재 정독하면서 작가가 숨긴 범인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을 좀 읽었다고 자부하고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범인을 미리 알아맞추는 경우도 있었지만 앨러리 퀸의 독자에의 도전에 범인과 범인을 추론하는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다고 고백하지 않을수 없다(물론 범인을 예측한 경우는 있지만 퀸의 설명처럼 논리척인 추론은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앨러리 퀸의 추리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데 퀸의 추리 소설이 도일의 홈즈에서 시작한 이른바 퍼즐 미스터리의 최고봉이 아닐까 싶다.
영국의 아가사 크리스티를 흔히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 칭하는데 그럼 미스터 왕은 과연 누굴까?
수많은 남성 추리 작가들이 많지만 보통 미스터리의 왕은 앨러리 퀸이라고 일컬어지는데 작품의 질과 수에 있어서 크리스티와 비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스터리의 왕이라 불린 앨러리 퀸이지만 국내 추리 소설 시장이 아직도 협소해서인지 아쉽게도 국내에 그의 작품이 전부 소개되지 않고 있다.90년대 초반 시공사에서 시그마북스란 이름으로 20편의 작품을 선집형태로 내놓은 것이 전부인데 아쉽게도 절판된 상태인데 아쉽게도 이때도 앨러리 퀸의 초기 걸작 시리즈인 국명 시리즈 전 9권중 6권만이 재간-국명 시리즈 6권중 5권은 동서추리문고에서 소개-되었을 따름이다.
하지만 국내 추리 소설시장이 계속 성장해서인지 드디어 작년에 시공사의 검은숲에서 드디어 국명시리즈 전 9권이 완간되었는데 그동안 책이 해설란에서만 볼수 있었던 미국총,샴 쌍둥이,스페인 곶의 미스터리 3권을 읽을수 있게 되어 퀸의 애독자로서 기쁘기 한량 없었다.
앨러리 퀸의 국명시리즈는 어느 작품이나 수작이라고 할 수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집트 십자가의 미스터리가 아닌가 싶다.
이 작품속에는 4건의 연쇄살인이 등장하는데 사람의 목을 자른후 T자형태로 책형을 가하는 아주 엽기적인 살인 방식이 등장해 독자들을 단번에 사로잡고 있는데 범인이 저지른 T자 책형은 주인공인 앨러리 퀸으로 하여금 처음에 이 살인이 이집트 종교등과 연관되었다는 오판을 하게 만들면서 또한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던 피해자들의 숨겨진 성(패밀리 네임)과 더불어 실제 범인의 중요한 살해 트릭을 나타내는 1석 3조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집트 십자가의 미스터리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재미외에도 이집트에 관한 내용이나 중부유럽의 가문과의 복수등에 관한 내용을 보여주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이집트 십자가의 미스터리를 읽은 분들은 알겠지만 독자에의 도전을 읽은후 작가가 앨러리 퀸을 통해 밝히는 사건의 해결은 상당히 논리적인 추론이고 매끄러워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특히나 왜 범인이 목을 잘라 T자 책형을 해야만 했는지 하는 트릭부분은 이후 여러 추리 소설에서 다루는 중요한 트릭중의 하나가 되는데 아마 다른 책을 먼저 읽으신분들의 경우 식상하지 않을까 싶단 생각이 든다.
퀸의 이집트 십자가의 미스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시계의 톱니바퀴저럼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 매끄러운 작품이지만 그래도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저자가 너무 국명에 집착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은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인데 사실 책속 살인과 이집트 십자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탐정인 퀸이 맨처음 살해된 안드류 반의 T자 책형에서 그 모습이 앙크라고 불리우는 이집트 십자가와 닳았다고 언급하고 범인이라고 여겨지는 크로사츠가 이집트 신비주의자인 하라크트와 동행한 것이 밝혀지면서 책의 절반정도까지 이집트학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탐정인 퀸의 현학적인 지식을 드러내놓게 해주어 재밌기는 하지만 너무 저자가 국명시리즈에 집착해서 무리하게 이집트를 끼워 넣어 좀 과유불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작가도 이점을 의식해서인지 책 첫머리 서문에 그에 관한 내용을 밝히고 있긴 하지만…..
그리고 이집트 십자가의 미스터리는 퍼즐 미스터리의 최고봉중 하나라고 말할정도로 추론과정이 논리 정연한 작품이지만 의외로 우연이라 요소가 책 내용의 상당부분을 지배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요 트릭은 이른바 바꿔치기라고 할 수 있는데 범인은 상당기간 연쇄살인 계획을 세워났는데 앤드류 반과 그 하인인 클링의 체격이 엇비슷한 것은 계획의 일부분이었기에 당연하다고 할수 있지만 범인이라고 여겨지는 크로사츠마저 이들과 체격이 엇비슷하다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만약 이 셋의 체격이 남들이 못 알아볼정도로 비슷하지 않았다면 이 연쇄 살인은 아마 발생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여겨진다.저자도 이 부분에 좀 껄끄러웠는지 맨 마지막 해결란에 범인이 3명의 체격이 비슷한 것을 알게되어 이 살인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닌가하고 슬쩍 집어넣는데 이건 앨러리 퀸이 독자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하는 것과 배치되는 점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비롯 앨러리 퀸이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긴 하지만 실제 범인을 추적한 사람은 앨러리의 은사인 야들리 교수라고 할 수 있는데 초로의 노교수가 4건의 살인을 저지른 연쇄 살인마를 경찰이나 퀸이 아니라 찾아낸 것은 너무 작위적이고 우연의 요소가 강하단 생각이 든다.
이집트 십자가의 미스터리는 톱니바퀴처럼 정교한 추리소설인데 이런 우연의 요소마저 저자가 배제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살인의 동기가 있는데 이 사건의 기본 배경은 중부 유럽에 흔했던 가문간의 복수인데 최초의 살인이 이와 연관되어 있지만 이후 연쇄 살인사건은 그와 별개로 금전적인 문제가 얽히게 된다.사실 범인의 4번의 연쇄살인을 저지르면서 얻게되는 경제적 이득은 겨우 5천불에 불과하다.물론 1930년대 5천불이란 돈이 상당히 큰 돈이라고 여겨지지만 과연 그것 때문에 연쇄살인을 저질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보다 못한 이유로 현실에서 살인은 저지르는 경우가 상당수 있지만 이건 살인의 동기와 범인의 심리를 중요시여기는 현대 추리소설과 달리 30~40년대 황금기의 본격 추리소설-즉 퍼즐 미스터리-의 경우 범죄의 동기보다는 범인의 잡는 추론과정을 더 중요시 했기에 현대의 독자들이 고전 추리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괴리감을 어쩔수 없지 않나 여겨진다.저자인 퀸 역시 범인의 금전적이 이득이 4건의 살인에 비해 너무 빈약하다고 느껴선지 책 말미에 중세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장자위주의 재산상속문제와 젊은 시절 연애문제를 집어넣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는 비록 30년대에 나온 올드한 추리 소설이지만 독자로 하여금 범인을 차는 재미를 주고 혹 범인을 찾지 못했더라도 명탐정이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희열을 주는 퍼즐 미스터리에 충실한 작품이기에 본격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비록 앨러리 퀸의 현학적인 대화내용을 참을수만 있다면 분명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책이라고 여긴다.
자 이제 이집트 십자가에 대한 기나긴 리뷰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출간한 검은숲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사실 추리소설을 그닥 대박나는 아이템이 아닌데 반해서 추리소설 애호가들은 대단히 열성적인 편이다.그러다보니 추리 작가의 작품을 기획해서 간행하면서 전권 출간의 목표를 세웠지만 판매부진으로 원래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예를들면 앨러리 퀸의 국명시리즈가 그렇고 반다인의 파일로 번스 시리즈가 그렇다.
개인적으로 이 둘 모두 각각의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전체가 완간되지 못했다.(ㅎㅎ 그러다보니 서가에 책들을 꼿아놓으면 그 크기며 디자인이 제각각이라 좀 거시기하다)
다행히 검은숲에서 동서추리이후 거의 삼십몇년만에 퀸의 국명 시리즈를 완간해서 추리소설 애독자의 입장에서 참 고맙기 그지없단 생각이 든다.ㅎㅎ 더 이상 돈쓸이 없기 때문이다ㅜ.ㅜ
검은숲에선 계속해서 퀸의 드루리 레인시리즈 4권도 완간하고 퀸의 다른 작품들도 내 놓는다고 한다니 상당히 기대가 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미스터리 팬카페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이번 검은숲(시공사)의 퀸 미스터리 컬렉션은 과거 90년대 초반에 나왔던 시공사 시그마북스와 번역이 동일하다고 한다.무슨 말인가 하면 20년전에 번역한 것을 재 번역없이 다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미 시그마북스를 어렵게 헌책방을 전전하면서 찾은 입장에서 검은숲의 퀸 컬렉션을 새로 사기가 다소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비록 책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어 살까 말까 고민중이긴 하지만 동일한 번역책을 다시 사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너무 안좋다.
ㅎㅎ 검은숲에서 21세기에 발 맞추어 새로운 번역으로 새롭게 앨러리 퀸을 출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새술을 새부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