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내성의 등장
세계 추리소설의 역사는 160여 년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추리소설 역사는 얼마나 될까? 서양의 추리소설의 개념에서 작품으로 인정되는 것들이 등장한 시기는 1930년대로 보면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서양 추리소설의 아버지는 에드가 앨런 포이고 한국 추리소설의 아버지는 김내성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여러 자료가 발견되면서 한국에서 김내성보다 먼저 추리소설을 발표한 작가가 몇몇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내성은 1935년 <타원형 거울>(후로후이루 잡지)이라는 단편 추리소설을 일본에서 발표하였다. 상당 기간 동안 이 단편이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로 알려져 왔다.
김내성은 1909년 평남 대동에서 출생하여 일본 와세다(早稲田) 대학을 졸업하고 문단에 등단, 대중작가로서 이미지를 굳혔다. <청춘극장> <인생화보> 등이 그가 쓴 대중소설의 대표작이다. 그는 평생 동안 단편 11편과 장편 4편을 발표했다. 1939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마인(魔人)>은 그의 추리소설의 대표작이 되었다. 이후 김내성은 1957년 경향신문에 <실락원의 별>을 연재하던 중 뇌일혈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후에 그를 기리기 위하여 ‘김내성 문학상’ ‘김내성 추리문학상’ 등이 제정되었다. 1990년 계간 추리문학이 제정한 제1회 ‘김내성 추리문학상’은 필자의 <저린 손끝>이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유명 작가들의 추리 소설
그러나 김내성 이전에 우리 문단에 발표된 추리소설이 더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된 자료에 의하면 김내성보다 9년 앞선 1926년에 발표된 김응록의 <혈과 사(血과 沙)>가 있다. 이 소설은 서울 남산 공원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친일 인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 하여 일본 총독부에서 압수 보관해오다가 국립 도서관으로 넘겨져 2002년에 발견되었다.
이 외에도 1931년에는 작가 최독견이 <사형수>를 발표했다.
또한 김내성 이전의 작품 중에는 1934년 조선일보에 서동산(徐東山)이라는 이름으로 5월 16일부터 11월 5일까지 124회에 걸쳐 연재된 <염마(艶魔)>라는 추리소설이 있다. 작가 서동산은 한국 문단에서 특유의 현실 비판정신으로 풍자 소설을 구축한 작가 채만식의 필명이었다.
<염마>는 현대 추리소설로도 별 손색이 없는 치밀한 구성과 미스터리적 요소를 갖추고 있으며, 주인공으로 명탐정 백영호가 등장하는데 그의 행동이 셜록 홈즈와 비슷한 점이 많다.
백영호 탐정은 27세의 독신남으로 큰 재산가이며 스포츠로 몸을 단련한 인물이다. 응용화학 등에 상당한 지식을 가졌으며 권투의 달인이라는 점 등이 셜록 홈즈와 많이 닮았다. <염마>가 나오기 전 신소설 시대에 속하는 1918년에 ‘태서문화신보’ 등에서 셜록 홈즈의 번역 소설이 많이 연재되어 그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여보게 자네, 그 독자도 없고 한 소위 예술소설 다 집어치우고 내가 재료는 제공할 테니 탐정 소설이나 쓰게. 응? 나는 홈즈, 자네는 왓슨? 어때? 허허허.......”
“그까짓 탐정 소설을 쓰느니 자살하고 말겠네.”
“어쨌든 나는 탐정소설이 제일 재미가 있네.”
<염마> 속에 나오는 대화이다. 당시의 추리소설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를 나타낸 듯 보인다.
역사를 더 들추어보면 한국 추리소설의 뿌리는 더 깊은 곳에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선시대 영조 때의 암행어사 박문수가 최초의 탐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박문수전>을 살펴보면 고대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통력이나, 귀신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순전히 박문수의 두뇌와 재치로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장면이 많다. 이런 종류의 소설을 ‘공안 소설’이라고 하는데 <박문수전>은 공안 소설의 형태를 많이 갖추고 있다.

신소설 시대의 추리
1906년 ‘화성신문’에 발표된 <신단공안(神斷公安)>이라는 연재물은 재판관의 판례집 같은 것인데 추리소설의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
이 무렵은 신소설 시대로서 본격 추리 소설이 등장하는데 바로 유명한 작품이 이해조(李海朝)의 <구의산(九疑山)>이다. 신소설은 고대 소설에서 현대 소설로 넘어 가는 과정에 쓰인 작품들로,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추리소설의 형식을 많이 빌려왔다.
그러나 <구의산>은 현대적 추리소설의 플롯으로서는 상당히 엉성하다. 특히 말미의 반전을 서술 형식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독자에게 전혀 재미를 선물하지 못했다. 마치 이몽룡이 일부러 거지 행색을 하고 동헌에 나타나는 것을 독자는 다 알면서 지켜보는 것과 같았다.
<구의산>은 시집 간 첫날밤에 신부가 깨어 보니 신랑의 목이 없어졌다. 첫날밤에 처참한 꼴을 당한 신부 ‘애중’이는 신랑의 복수를 다짐하고 남장으로 변장하고 범인을 잡으러 나선다는 데서 이야기가 진지해진다. 그러고 보면 한국 최초의 탐정은 여자인 셈이다.
이상을 살펴보면 1930년대에 우리 문단에서는 추리소설이 활발했다. 그 이후는 김내성의 독점 시대가 이어졌으며, 방인근 같은 작가도 많은 작품들을 내놓았다.
춘해(春海) 방인근(方仁根)은 1899년 충남 예산의 부농에 태어나 일본 주오(中央) 대학을 졸업한 뒤 문학에 투신하여 순수 문예지 ‘조선문단’을 창간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는 해방 후 혼란스러울 때 프롤레타리아 문학 운동에 반대하여 민족 문학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또한 1934년에는 동아일보에 그의 대표작 <마도의 향불>을 연재하기도 했다.
1958년 김내성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에도 방인근은 문단 활동을 계속했으나 가난에 찌들어 1975년 마침내 길거리서 숨을 거두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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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
미국에서 탄생되어 프랑스에서 육성기를 거친 추리소설은 마침내 19세기부터 영국에서 꽃을 피우게 된다. 영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로는 물론 코난 도일을 꼽는다. 그러나 그 외에도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Mary Clarissa Christie,1890~1976) 같은 문호급 작가도 탄생한다.
코난 도일은 1930년 7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편소설 57편과 장편소설 4편을 남겼다. 이 작품에는 모두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라는 명탐정이 등장하며 이 명탐정은 전 세계의 탐정 팬 ‘셜록키’를 탄생시켰다.
코난 도일은 1859년 영국의 에딘버러 시에서 탄생하여 에딘버러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이 학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아 의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의사직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돈벌이가 시원찮아 다른 일을 찾으려고 노력하다가 마침내 추리소설을 쓰게 되었다.
그가 발표한 최초의 추리소설은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로, 1888년에 세상에 내 놓았다. 이 세상의 범죄는 흰 실뭉치에 섞인 주홍색 실과 같은 것이어서 이것을 찾아 없애야 한다는 논리로 범죄 말살을 주제로 삼았다. 이 범죄의 붉은 실을 찾아 나선 사람은 뒤에 명탐정이 된 셜록 홈즈다.
사람들은 작가인 코난 도일은 몰라도 셜록 홈즈는 모두 알며 소설 속의 인물인 이 탐정이 실존 인물 대접을 받고 있다. 그 뒤 도일이 쓰는 작품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어 도일은 잡지사와 출판사의 원고 독촉에 시달리게 되었다. 시달리다 못한 도일은 마침내 1901년 <마지막 사건>(The last adventure)에서 홈즈를 계곡에 떨어뜨려 죽여 버렸다. ‘이제 원고 독촉에서 해방되었다’고 생각한 도일은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전 세계의 독자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명탐정 셜록 홈즈가 죽다니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독자들은 셜록 홈즈를 살려내라고 아우성을 쳤다.
견디다 못한 도일은 1년도 채 못 견디고 1902년 ‘홈즈의 사후 기록에 따른다’라는 변명과 함께 <버스커빌가의 사냥개>(The Hound of Baskervilles)라는 장편을 발표하여 도일 최고의 장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도일은 내친 김에 항복하자고 생각했는지 그 이듬해에는 <빈 집의 모험>(The Adventure of the Empty House)과 함께 12편의 단편을 발표하면서 셜록 홈즈가 계곡에 추락했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변명과 함께 다시 활약을 하게 했다.
지금도 런던 베이커가 221의 B라는 곳에는 셜록 홈즈의 하숙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시 소설에 나오던 모양 그대로 영국 경시청 복장의 경찰관이 문을 지키고 있고 집안에는 하숙집 아주머니와 홈즈가 쓰던(?) 집기가 그대로 있어 생생한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근처에는 셜록 홈즈 기차역과 호텔도 있으며 홈즈의 하숙집에는 세계 곳곳의 팬들로부터 수십 통의 편지가 매일 오고 있다.

영국의 별들
이 무렵 영국에서는 셜록 홈즈가 워낙 유명해 다른 작품들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으나, 이 시기를 영국 고전파 추리소설의 전성기로 꼽는다.
명탐정 손 다이크를 탄생시켜 법의학을 추리소설에 도입한 의사 작가 오스틴 프리맨(Austin Freeman)이라든지 명탐정 휴위트를 만든 기자 출신 작가 아더 모리슨(Arthur Morrison), 유머 탐정 유겐 발몽(Eugen Valmon)을 만들어 추리소설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로버트 바아(Robert Barr) 같은 사람이 추리문학사의 별들이다.
같은 시기 영국에서는 후에 불세출의 여류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미스 마플의 모델이 된 소위 ‘안락의자형 탐정’이 유행이었다. 안락의자형 탐정이란 현장을 뛰어 다니지 않고 안락의자에 앉아서 머리만 굴리며 진짜 추리로만 범인을 찾는 탐정을 말한다. 바로네스 오르치(Baroness Orzy)라는 작가가 이런 유형의 탐정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또한 뛰어다니지 않고 보고서만 면밀히 검토하고 단서를 찾아내는 성직자 탐정 브라운 신부를 창조한 작가는 길버트 체스터톤(Gilbert Chesterton)이다.
작품에서도 새로운 경향이 나타났다. 장편 추리소설의 재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다작 작가이던 코난 도일이 장편소설을 단 4편만 쓴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전까지는 단순 플롯으로 추리를 쉽게 해낼 수 있는 단편소설이 주류였으나, 추리의 과정이 복잡하고 웬만한 기교파가 아니면 플롯을 끌고 갈 수 없는 장편소설 시대가 열리어 20세기의 크리스티에까지 연결된다.
범행의 동기를 중요시하고 깊이 파고 들어가 인간적 고뇌를 다루는 소설이 등장하여 순문학과 경쟁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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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청소년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 글틴에 추리 작가 권경희님이 쓰신글을 갈무리하여 올리는 글입니다.

추리소설의 역사<1>

"최초의 추리소설로 불리는 <모르그 거리의 살인사건>은 최초의 탐정인 뒤팽을 탄생시켰다. 모르그 거리는 파리에 있는 지명이며 뒤팽 역시 파리의 청년 탐정이다. <중략> 이 뒤팽의 캐릭터는 뒤에 추리소설을 쓰는 많은 후세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어 추리소설 상의 탐정 성격을 창조하는 모델이 되었다... ..."


최초의 탐정은 프랑스 지식 청년
지금부터 156년 전인 1841년 미국의 그래함(Graham)이라는 잡지의 편집장이던 에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는 뭐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없을까 하고 궁리했다. 문득 불가사의한 범죄를 만들고 범인을 찾아내는 스토리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고 소설 <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Murder in the Morgue)을 써냈다.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추리소설로 인정받은 작품이다.
포는 영문학상의 중요 인물로 시인이며 평론가 겸 작가였다. 그는 항상 잡지사 편집장 일이 따분하다고 생각하고 좀 더 자극적이고 색다른 일이 없을까 늘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내놓은 것이 뒤에 추리소설로 부르게 된 탐정 소설인 것이다.
<모르그 거리의 살인사건>의 반응이 좋자, 포는 <마리로제의 비밀>(1842) <황금 벌레>(1845) <잃어버린 편지>(1845) 등 3편의 소설을 연달아 내 놓았다. 이 중 <황금벌레>(The gold bug)는 엄격한 의미에서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평도 있었으나 소설 자체의 모험성, 암호 풀이 등 추리의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추리소설의 범주에 넣는 사람들이 더 많다.
최초의 추리소설로 불리는 <모르그 거리의 살인사건>은 최초의 탐정인 뒤팽을 탄생시켰다. 모르그 거리는 파리에 있는 지명이며 뒤팽 역시 파리의 청년 탐정이다. 실제로는 파리를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다는 포가 어째서 처음 쓰는 소설의 무대와 등장 인물을 프랑스로 했느냐 하는 것은 아직도 의문중의 하나다.
탐정 뒤팽은 엄청난 지식인이며 내성적인 성격에 정신 이상의 경계에 가까울 만큼 독특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이 뒤팽의 캐릭터는 뒤에 추리소설을 쓰는 많은 후세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어 추리소설 상의 탐정 성격을 창조하는 모델이 되었다.
추리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정통파, 또는 고전파 추리소설의 틀은 이 포의 소설 작법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포는 150여 년 동안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포는 비록 4편의 추리소설만을 남기고 4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뒤에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중요 추리소설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추리의 3대 강국
포를 이어 받은 작가는 프랑스에서 나왔다. 아마도 프랑스인 탐정 뒤팽이 프랑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1860년대에 활약한 프랑스 작가 에밀 가보리오(Emile gaboriau, 1832~1873)는 <르콕 탐정>(Monsieur Lecoq, 1868)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그는 13년간 21편의 추리소설을 써서 포와 영국의 코넌 도일(Arthur Conan Doyle, 1859~1930)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가보리오 소설의 모델이 된 것은 프랑스의 전설적 실존 탐정이던 비독(Francois Vidocq 1775~1857)이라는 사람이었다. 비독은 서커스 단원, 선원 등을 전전하다가 도둑질을 하며 젊은 시절을 인생의 밑바닥에서 보냈다. 그는 쟝 발장(Jean Valjean)과도 유사해 탈옥을 식은 죽 먹듯이 하며 경찰을 조롱했다. 도피 생활을 하던 그는 경찰과 협상을 벌여 범인 잡는 일을 돕기로 하고 사면을 받았다. 그 후 그는 뛰어난 탐정 기질을 발휘하여 18년 동안 2만여 명의 범인을 잡는 실력을 보여 주었다. 그는 은퇴한 뒤 회고록 3권을 내 놓았는데 이 책은 뒤에 작가들이 참고서로 삼을 정도였다. 가보리오의 르콕 탐정이나 유명한 루팡도 이 회고록의 영향을 받았다.
루팡은 1907년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 1864~1941)이 <신사 도둑 루팡>(Arsene Lupin Gentleman Combrioleur)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소설에 처음 등장하여 1930년까지 계속된 추리소설의 주인공이다. 괴도 루팡은 처음에는 신출귀몰하는 도둑이다가 점점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마침내 영웅으로 캐릭터가 바뀌게 되고 몰래 경찰을 돕다가 명탐정이 되어 버렸다. 이 소설 주인공 덕분에 작가 르블랑은 프랑스 명예 훈장까지 받게 되었다.
그 뒤 추리 소설은 영국으로 건너가 코난 도일 같은 위대한 작가를 탄생시켰다. 이로써 미국, 프랑스, 영국이 19세기의 추리 3대 강국으로 등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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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드보일드(hard boild)형: 비정파, 냉혈파 추리소설
이는 비정파, 냉혈파 추리소설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포우가 추리소설의 아버지라면 이 장르는 영국으로 건너가 유럽에서 꽃을 피운 뒤 다시 하드보일드라는 스타일로 미국으로 돌아온다.
반 다인이 기초를 닦고 하메트가 시작했으며, 레이먼드 챈들러에 이르러 완성되었다고 하는 장르이다. 한국에서는 김성종(1915~1945)이 이에 분류된다. 하드보일드란 계란을 익히는 방법 중 딱딱하게 완숙시키는 방법에서 따온 말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립 탐정이나 수사관들은 더 이상 머리만 짜내는 사색형 탐정이 아니라, 권총을 들고 거리로, 우범지대로 부지런히 넘나들면서 총을 쏘고, 육탄전으로 치고받으며 범인을 잡는 맹활약을 한다.

(3)도서형(倒叙型): 범인이 먼저 등장
정통파 추리소설을 거꾸로 나열한 형식이다. 범인이 살인하는 장면이나 트릭을 처음에 자세하게 보여준다. 독자는 물론 누가 범인인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 탐정이 어떻게 범인을 꼼짝 못하게 증거를 들이대서 체포하느냐 하는 것을 그린다. 한국에서도 20여 년 전 텔레비전 연속극으로 관심을 끌었던 <형사 콜롬보>(1968)가 이 장르에 속하는 추리 드라마다.
추리소설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형사 콜롬보>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범인이 누구라는 것을 형사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람을 함부로 다루거나 구속하거나 위협하는 일이 없다. 인권을 최대한 존중해주면서 조심스럽게 수사한다. 함부로 연행해서 고문하거나, 자백을 강요하다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풀어주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과거 공산 국가 같은 독재국가에는 추리소설이 존재하지 않았다. 소련에도 공산주의가 무너지기 전에는 추리소설이 없었다. 그러나 민주화된 러시아에는 지금 추리소설이 문학의 꽃을 피우고 있다.
북한에도 추리소설이 없다. 그들 사회에는 공식적으로는 범죄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사 범죄가 있다손 치더라도 고문 같은 수법으로 자백을 받아내면 되는데 어렵게 <형사 콜롬보>가 나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4) 스파이 소설: 007 시리즈가 대표적
추적형 추리소설이라고도 한다. 스파이, 비밀기관의 비밀공작 활동 등을 소재로 한 장르이다. 우리가 잘 아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스토리 등이 이에 속한다. 톰 크린즈의 <붉은 10월호>(1990)도 이에 속한다. 그러나 동서 냉전이 사라진 후 이 장르가 이미 쇠퇴했다고 말하는 평론가도 있다.
동서 냉전을 주제로 한 스파이 소설이 사라져가는 대신에 다국적 기업 같은 경제 문제를 다루는 산업 스파이 소설이 등장하여 이 테마를 대신하고 있다.


(5) 범인 검거형: 형사의 활약상을 강조
추리보다는 형사의 행동을 따라간다. TV극에 자주 나오는 형사 스토리, 수사 소설 등이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흑백 텔레비전 시절에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 왔던 최불암 주연의 <수사반장>(1971~1989)이 이런 종류에 속한다. 스토리의 전개 방법이나 범인 설정이 평이하기 때문에 정통 추리만큼 재미는 없지만 나름대로의 특성을 지닌 장르이다.

(6) 사회파 추리: 사회 모순과 갈등을 심도 있게 다뤄
사회의 모순과 갈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 현상을 심도 있게 파헤쳐 주제가 비교적 무거운 추리소설이다. 대체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문예 소설보다 훨씬 강렬한 주제를 들고 나온다. 일본의 모리무라 세이치(森村誠一, 1933~) 등이 이에 속하는 작가다. 특히 모리무라 세이치의 <인간의 증명>(1977)은 2차 대전 이후 일본의 혼란상을 잘 묘사하여 순수문학의 경지를 넘어섰다는 평도 받고 있다.
김성종도 <어느 창녀의 죽음>에서 6.25 전쟁에서 비롯된 비극의 한 토막을 중편소설로 다루었으며, 이상우도 <모두가 죽이고 싶었던 여자>에서 80년대 민주화 투쟁과 노동운동의 치열한 면모를 소재로 장편을 썼다.

(7) 순수 문학형: 예술적 소재를 부각하면서도 추리 기법 골격 유지
불가사의한 사건을 다루되 예술적 소재를 더 부각시킨 소설이다. 범죄 동기의 휴머니즘적 분석,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 등을 주로 다룬다. 그러나 추리의 기법은 골격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일즈(Francis Ils, 1893~1971), 프랑스의 조르쥬 심농(Georges Simenon, 1903~1989) 등이 여기에 속하는 작가이다.
일생동안 2천 편에 가까운 경이적 다작을 남긴 프랑스의 조르쥬 심농 같은 작가는 살인이 없는 추리소설도 써서 이 장르의 새로운 모습을 개척하기도 했다. 심농의 문학성에 대해서는 앙드레 지드도 감탄했다. <계속>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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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청소년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 글틴에 추리 작가 권경희님이 쓰신글을 갈무리하여 올리는 글입니다.

“인류가 발명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창작법-추리소설”
“추리소설이 별거야? 사람 하나 죽여 놓고 형사 몇 명이 왔다 갔다 하다가 어리숙하고 욕심 많은 범인 하나 잡아내면 되는 거지.”
추리소설을 얕잡아보는 일반 소설가들이 가끔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틀려도 한참 틀린 이야기다.
추리소설은 우선 엄격한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문예 소설은 어느 정도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일 때 더 매력적인 경우가 있다. 그러나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추리 소설은 한 치도 현실에서 어긋나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영미의 추리소설 비평가들은 ‘인류가 발명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창작법이 추리소설이다’라는 말을 흔히 한다.
실제로 추리소설가가 수사에 도움을 준 케이스도 있다. 의사 출신인 셜록 홈즈의 작가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1859~1930)과 역시 의사 출신의 작가 프리맨(Austin Freeman, 1862~1943)의 작중 기법이 실제 수사에 원용되어 범인을 잡아낸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독자를 안달나게 만드는 추리 작법
그렇다고 해서 추리소설을 범인을 잡는 수사 실화와 같은 수법으로만 써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단순한 수사소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소설은 추리소설 독자들이 요구하는 스릴과 잠을 못 이루게 할 만큼 강한 궁금증을 펼쳐내지 못한다.
추리작가들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공식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든다. 그러나 사실 추리 작법을 잘 알고 있다는 차이뿐, 작가들의 두뇌가 독자보다 훨씬 뛰어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추리작가들의 장사 밑천인 ‘추리소설의 공식’은 다음에 다루기로 한다.
그렇다면 추리소설이 수사 스토리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수사 스토리도 수사소설이라는 추리 속의 한 장르로 존재한다. 그 외에도 추리소설은 그 발달 과정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눌 수가 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셜록 홈즈 시리즈라든가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0~1976)의 소설은 어떤 종류에 속할까? 추리소설의 종류를 살펴보면서 추리소설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여 보자.

(1) 고전파 추리소설: 수수께끼 풀이
이 형식은 정통파(正統派), 또는 본격(本格) 추리라고도 하며 추리소설 태동기에 등장하여 지금까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아주 중요한 형식이다. 160여 년 전인 1841년, 미국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우(Edgar Allan Poe, 1809~1849)의 소설 <모르그가의 살인(Murder in the Morgue)>이 이 형식의 시조로 꼽힌다. 어떤 평론가는 이러한 종류의 추리소설을 수수께끼 풀이, 혹은 퍼즐형 추리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모든 장르의 추리소설은 이 형태에 근거를 두고 있다. 비록 주요 특징이 다른 종류의 추리소설에 속한다 할지라도 추리라는 이름이 붙으면 이 정통파의 요소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모르가의 살인>은 파리를 무대로 쓰인 작품이다. ‘뒤팽’이라는 탐정이 작품 속에 등장한다. 이 탐정이 추리소설 역사상 최초의 사립 탐정이다. 미국 사람인 포우가 왜 살인 사건의 무대를 파리로 삼았으며, 탐정 이름을 프랑스 이름인 ‘뒤팽’이라고 했는지는 정말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포우 연구가들은 늘 프랑스식 복장을 하고 다니던 포우 자신의 모습을 ‘장자끄 뒤팽’으로 표현했다고도 한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뒤팽’이라는 라스트 네임을 쓴 유명 인사는 백과사전에 오른 이름만 12명이나 된다고 한다.
어쨌든 포우로부터 시작된 이 고전파, 또는 본격 추리 소설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지니고 있다.

첫째, 살인 사건이 서두에 일어나고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둘째, 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추적한다.
셋째, 범인에 대한 추리가 계속되며 여러 명의 용의자가 계속 드러난다.
넷째, 독자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기 전에는 절대로 범인을 알지 못한다.
다섯째, 작가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저질러진 범인의 범죄 수법을 통쾌하게 밝혀내 독자의 감탄을 자아낸다.

대체로 이러한 요소를 갖춘 플롯을 정통파로 분류한다.
여기서 독자를 흠뻑 빨려 들게 하는 것은 연속되는 미스터리의 발생이며, 말미에서 드러나는 반전의 놀라움이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아로 탐정 시리즈, 엘러리 퀸, 일본의 마츠모토 세이쵸(松本淸張), 한국의 노원 등이 이에 속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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