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청소년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 글틴에 추리 작가 권경희님이 쓰신글을 갈무리하여 올리는 글입니다.
“인류가 발명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창작법-추리소설”
“추리소설이 별거야? 사람 하나 죽여 놓고 형사 몇 명이 왔다 갔다 하다가 어리숙하고 욕심 많은 범인 하나 잡아내면 되는 거지.”
추리소설을 얕잡아보는 일반 소설가들이 가끔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틀려도 한참 틀린 이야기다.
추리소설은 우선 엄격한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문예 소설은 어느 정도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일 때 더 매력적인 경우가 있다. 그러나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추리 소설은 한 치도 현실에서 어긋나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영미의 추리소설 비평가들은 ‘인류가 발명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창작법이 추리소설이다’라는 말을 흔히 한다.
실제로 추리소설가가 수사에 도움을 준 케이스도 있다. 의사 출신인 셜록 홈즈의 작가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1859~1930)과 역시 의사 출신의 작가 프리맨(Austin Freeman, 1862~1943)의 작중 기법이 실제 수사에 원용되어 범인을 잡아낸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독자를 안달나게 만드는 추리 작법
그렇다고 해서 추리소설을 범인을 잡는 수사 실화와 같은 수법으로만 써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단순한 수사소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소설은 추리소설 독자들이 요구하는 스릴과 잠을 못 이루게 할 만큼 강한 궁금증을 펼쳐내지 못한다.
추리작가들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공식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든다. 그러나 사실 추리 작법을 잘 알고 있다는 차이뿐, 작가들의 두뇌가 독자보다 훨씬 뛰어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추리작가들의 장사 밑천인 ‘추리소설의 공식’은 다음에 다루기로 한다.
그렇다면 추리소설이 수사 스토리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수사 스토리도 수사소설이라는 추리 속의 한 장르로 존재한다. 그 외에도 추리소설은 그 발달 과정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눌 수가 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셜록 홈즈 시리즈라든가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0~1976)의 소설은 어떤 종류에 속할까? 추리소설의 종류를 살펴보면서 추리소설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여 보자.
(1) 고전파 추리소설: 수수께끼 풀이
이 형식은 정통파(正統派), 또는 본격(本格) 추리라고도 하며 추리소설 태동기에 등장하여 지금까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아주 중요한 형식이다. 160여 년 전인 1841년, 미국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우(Edgar Allan Poe, 1809~1849)의 소설 <모르그가의 살인(Murder in the Morgue)>이 이 형식의 시조로 꼽힌다. 어떤 평론가는 이러한 종류의 추리소설을 수수께끼 풀이, 혹은 퍼즐형 추리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모든 장르의 추리소설은 이 형태에 근거를 두고 있다. 비록 주요 특징이 다른 종류의 추리소설에 속한다 할지라도 추리라는 이름이 붙으면 이 정통파의 요소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모르가의 살인>은 파리를 무대로 쓰인 작품이다. ‘뒤팽’이라는 탐정이 작품 속에 등장한다. 이 탐정이 추리소설 역사상 최초의 사립 탐정이다. 미국 사람인 포우가 왜 살인 사건의 무대를 파리로 삼았으며, 탐정 이름을 프랑스 이름인 ‘뒤팽’이라고 했는지는 정말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포우 연구가들은 늘 프랑스식 복장을 하고 다니던 포우 자신의 모습을 ‘장자끄 뒤팽’으로 표현했다고도 한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뒤팽’이라는 라스트 네임을 쓴 유명 인사는 백과사전에 오른 이름만 12명이나 된다고 한다.
어쨌든 포우로부터 시작된 이 고전파, 또는 본격 추리 소설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지니고 있다.
첫째, 살인 사건이 서두에 일어나고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둘째, 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추적한다.
셋째, 범인에 대한 추리가 계속되며 여러 명의 용의자가 계속 드러난다.
넷째, 독자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기 전에는 절대로 범인을 알지 못한다.
다섯째, 작가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저질러진 범인의 범죄 수법을 통쾌하게 밝혀내 독자의 감탄을 자아낸다.
대체로 이러한 요소를 갖춘 플롯을 정통파로 분류한다.
여기서 독자를 흠뻑 빨려 들게 하는 것은 연속되는 미스터리의 발생이며, 말미에서 드러나는 반전의 놀라움이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아로 탐정 시리즈, 엘러리 퀸, 일본의 마츠모토 세이쵸(松本淸張), 한국의 노원 등이 이에 속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