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정씨, 박지성 선수의 에세이에 이어 손흥민 선수의 에세이를 보고 있다. 재밌다. 배우고 본받을 점도 참 많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그리고 그의 축구 인생이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버지의 하드트레이닝 탓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한 번은 운동장에서 형과 내가 또 심하게 혼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동네 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하시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할머니는 "자기 자식이면 절대 그렇게 못 해! 당신 의붓애비지?" 라며 믿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경찰서로 향하는 할머니를 쫓아가 겨우 만류했다. 이런 식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우리 형제의 하드트레이닝은 쭉 이어졌고. -p25 


 이런 하드트레이닝을 한 아버지도 손웅정씨도 대단하고 그것을 견대년 손흥민선수도 대단하다. 



 분을 참지 못한 아버지는 펠러 단장의 소매를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고 한다. -p172 


 2015년 손흥민 선수는 레버쿠젠과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레버쿠젠에서 손흥민 선수는 본인이 느끼기에 체력이나 경기력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계속 교체 아웃 되거나 벤치로 밀렸다. 이런 상황에서 토트넘이 적극적으로 손흥민 선수의 영입을 제안한다. 협상은 계속 표류하고 급기야 토트넘 회장까지 와서 레버쿠젠과 이적 협상을 하지만 펠러 단장은 마지막까지 손흥민 선수를 놓아주지 않는다. 이에 손웅정 선수의 아버지가 위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아버지의 의지가 펠러 단장에게 전해 졌고 손흥민 선수는 가까스로 토트넘에 이적하게 된다. 자식의 선수 인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진다. 분노를 억제한 손웅정 씨가 새삼 대단하다 느껴진다.



 시즌 중 나의 일과는 간단하다. 7시 30분에 일어난다. 잠이 많아서 매번 아버지가 깨워 주신다. 가벼운 아침 식사를 한다. 과일, 꿀, 홍삼, 우유 반 컵으로 시장기만 없애고 직접 차를 몰아 훈련장으로 출근한다. 훈련은 보통 오전 10시나 10시 반부터 시작하지만 나는 항상 9시까지 훈련장에 도착한다. 훈련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체중을 재고 체력 단련실에서 가볍게 몸을 푼다. -p181 


 프리시즌이 시작되는 7월부터 시즌이 끝나는 이듬해 5월까지 대략 10개월 조금 넘게 나는 매일 이 생활 패턴을 유지한다. (중략) 10개월 내내 저녁 10시 전에 잠자기. 10개월 내내 정크푸드 먹지 않기. 10개월 내내 자유시간에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쉬기. 10개월 내내 스트레스를 빨리 털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잠시 손흥민 선수의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9시 반에서 10시 취침. 7시 반 기상.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손흥민 선수는 의외로 내향형에 집돌이였다. 거의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휴식을 하거나 축구 관련 동영상을 보면서 쉰다. 



 손흥민, 박지성 선수의 얼굴만 봐도 행복하다. 이런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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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먼카인드> 다시 읽고 싶은 책 중 하나다. 인간 본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인간의 본성은 악하지 않다. 성선설을 뒷받침하는 책이다.




 드미트리 베랴예프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길들여진 유인원이다. 가장 친화적이고 성품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자식을 갖는 현상이 수만 년 동안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종의 진화는 '가장 우호적인 자의 생존'에 근거를 두고 있다. -p108 


 자기가축화, 유형진화를 말한다. 쉬운 말로 인간의 얼굴과 몸이 어린아이 같아졌다는 말이다. 늑대와 개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된다. 얼굴도, 성격도 순해졌다. 확실히 순해지긴했지만 여전히 어두운 면은 간직하고 있는 거 같다. 



 비뚤어진 생각과 환상으로 가득 찬 1,300쪽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면 아이히만은 생각 없는 관료가 아니었다는 것이 명백하다. 밀그림의 실험 대상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스스로 선을 행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악행을 저질렀다. -p245 


 아렌트는 밀그램이 "유혹과 강압이 실제로 똑같다는 순진한 믿음"을 가졌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밀그램과 달리 그녀는 나치가 우리 각자의 내부에 숨어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247p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기 전에는 이 책에 쓰여진 한나 아렌트에 대한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나 아렌트의 생각을 오해한다. 아이히만의 평범하지도 복종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광신도에 가까웠다. 



 1959년 영국 BBC는 러셀에게 미래 세대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지 물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무언가를 공부하거나 어떤 철학을 고찰할 때는 오로지 사실이 무엇인지, 그 사실이 뒷받침하는 진실이 무엇인지만을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당신이 믿고 싶은 것 또는 만일 그것을 믿는다면 사회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때문에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말라. 오직 사실이 무언인지 그것만 바라보라. -p349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게 아닌 사실을 믿어야 한다. 



 '만델라식 방법' 이 순진하다고 믿는 데서 시작한 미국인 에리카 제노웨스의 최근 연구를 살펴보자. 그녀는 현실 세계에서 힘은 총구를 통해 발휘된다는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1900년가지 거슬러 올라가 저항 운동에 관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2014년 체노웨스는 "그 뒤에 나는 계산을 해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비폭력 운동의 성공률은 50퍼센트가 넘었지만 폭력적 운동에서는 겨우 26퍼센트에 불과했던 것이다. 체노웨스는 비폭력 운동의 성공률이 높은 주된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무려 평균 11배 이상 참여했던 것이다. -p481 


 우리나라의 촛불혁명이 생각난다. 



 인간이 선하게 태어났다고 믿는 것, 평화와 용서를 믿는 것은 감상적이고 순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용감하고 현실적이다. -p488 


 실제로 인간의 대부분이 선하지만 우리는 먼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도록 진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인간을 악하다고 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진화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것이 우리의 본성이 아닐까. 그렇지 때문에 우리는 사실보다는 우리의 느낌에 따라 인간은 악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재밌게 읽은 책이다. 독서모임 도서로 선정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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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력의 재발견>의 저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의 책이다. 남녀차에 대한 새로운 사회진화적 해석을 담은 책이다. 



 내가 읽어 본 성차를 다룬 책 중 가장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마틴 셀리그먼


 여성들이여, 이 책은 당신 삶에 있어서 주변에 있는 남성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캐슬린 D. 보스




 아이비리그의 한 최고 대학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에게 졸업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많은 여학생들은 아이와 함께 집에 머물고 싶다거나 혹은 파트타임 정도의 일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본질적으로 그들은 어머니로서의 역할과 자신과 아이들을 부양해 줄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만족을 느끼는 안락한 삶을 원했다. 

 이는 우연한 예측의 문제가 아니다. [타임]지가 2004년에 실시한 전국적인 조사에 의하면, 현재 석박사 학위를 가진 여성의 22%가 전혀 일을 하지 않은 채 아이들과 함께 집에 머물고 있다. 여성 MBA 소지자 3명 중 1명, 남성 MBA 소지자 20명 중 1명이 정규직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p373~374


 나는 딸의 코넬대 학비 지원을 거부한 부모의 결정도, 단지 수년간의 교육을 마친 뒤 학계를 떠날 확률이 남성보다 높다고 해서 여학생과 일하기를 거부하는 것도 옹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왜 문화가 그런 방침을 가진 사람들을 양산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p376


 나도 주위에 전문직이지만 일하지 않고 육아에 전념하는 많은 여성들을 알고 있다. 그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도 선호하는 것도 다르다. 


 그 불균형은 어디에서 발생할까? 자연스런 생물학적 반영일까? 억압된 문화의 산물일까? 


 만약 여성이 남성보다 육아에 전념하는 사회가 불만족스럽다면 방법이 있다. 여성이 자신보다 소득이 낮은 남성과 결혼하도록 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육아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둘 중에 한 명이 일은 쉬어야 한다면 소득이 낮은 사람이 쉬는 것이 낫다. 



 단호하게 인내하는 사람과 고집불통인 사람과의 차이는 우리가 그 사람의 목표에 수긍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p386   

 

 탁월한 설명이다.



 이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훨씬 더 섹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p399


 요약하자면 거의 모든 연구와 측정치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섹스를 더 원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섹스를 더 갈망한다고. -p406


 나는 남성과 여성의 성욕이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참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많은 문화권에서 결혼제도가 상당히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강한 열정이 식자마자 자신이 매우 값비싼 거래를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남성들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다른 문화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문화는 상징적 의미를 위해 남성의 인생을 망치거나 끝내는 것에 대해 별로 거리낌이 없다. 웬일인지 여성은 그렇게 쉽게 상징주의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다. -p463

  

 저자는 남성이 상징주의의 희생양이 된 여러 사례를 언급한다. 한 남성 선생님의 집 컴퓨터에 아동의 나체사진 몇 장이 발견되었다. 그는 아동 성보호법에 저촉되어 감옥에서 15년을 보내는 무거운 형을 선고받고 연방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반면 근처 학교에서는 한 여성이 그 학교 남학생 중 한 명과 성관계를 맺는 것이 발각되었다. 그녀는 지역교도소에서 고작 한 달 가량을 보내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과연 성범죄에 대해 우리 문화는 남성과 여성 중 누구에게 더 엄격한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었다. 새로운 사실들을 알고 통찰을 얻게 되어서 좋았다.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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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8.2

 감독 켈리 마르셀

 출연 톰 하디, 치웨텔 에지오포, 주노 템플 

 장르 액션



 어쩌다 보니 베놈 1, 2, 3를 몰아서 보게 되었다. 3편 다 볼만했다. 3편은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음악도 좋고 톰 하디, 베놈도 좋았는데 역시나 각본은 쉴드를 쳐줄 수 없다. 개연성은 밥 말아 먹었나보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그냥 즐기면서 봤다. 개연성과 싸우면 나만 손해다.  


 영화 속에서 톰 하디가 만난 가족들이 부르는 space oddity 노래가 좋았다. 원곡은 데이빗 보위지만 실제 우주비행사인 크리스 하드필드의 버전도 있다고 한다. 들어봐야겠다.


 요즘 히어로 영화들이 점점 안나오고 있다. 요즘 계속 망해서 그런가? 히어로 영화 좋아하는 데 계속 재밌는 영화들이 나왔으면 싶다. 베놈이여 안녕. 

 


 p.s 주노 템플 어렸을 때 사진 보니 귀여웠는데 지금은 많이 말랐다. 

 


 평점 10 : 말이 필요없는 인생 최고의 영화

 평점 9.5: 9.5점 이상부터 인생영화. 걸작명작

 평점 9 : 환상적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 수작

 평점 8 : 재밌고 괜찮은 영화보길 잘한 영화

 평점 7 : 나쁘진 않은 영화안 봤어도 무방한 영화범작

 평점 6 :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6점 이하부터 시간이 아까운 영화

 평점 5 : 영화를 다 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

 평점 4~1 : 4점 이하부터는 보는 걸 말리고 싶은 영화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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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다시 읽은 하루키 장편 소설. 개정판이 나왔다. 책이 너무 이쁘다. 






















 소설 속 여주인공 스미레가 읽고 있는 책은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와 <외로운 여행자> 였다. <외로운 여행자>는 못 찾겠다. 대신 <다르마 행려>와 <빅 서>가 있다. 하루키 소설 속에 나오는 소설은 대부분 재밌다.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다.



 아름다운 코는 늠름하게 또 섹시하게 마스크를 부풀렸고, 그것을 본 대부분의 여성 환자들은 얼굴을 붉히며 눈 깜짝할 사이에(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사랑에 빠졌다. -p18  


 스미레의 아버지는 치과의사다. 그리고 매우 핸섬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라는 표현이 웃겨서 책을 읽다 빵터졌다. 이렇게 예측 못하게 터지는 하루키의 유머가 좋다.


 

 그녀는 기치조지의 방 한 칸짜리 아파트를 빌려 최소한의 가구와 최대한의 책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p22 


 단 한 문장으로 스미레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최소한의 가구와 최대한의 책. 대구와 대비가 맘에 드는 표현이다.



 새삼스럽게 생각해볼 것도 없이 비어 있는 시간은 그녀의 주요 자산이었다. -p41 


 난 역시 이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는 거야, 스미레는 그렇게 확신했다. 틀림없다(얼음은 언제나 차갑고, 장미는 언제나 붉다) -p42

 

 좋은 문장들이다.


 

 "거짓말처럼 사이즈가 똑같아. 원피스, 블라우스, 스커트 모두. 허리 사이즈만 약간 크지만 벨트로 조이면 문제없을 정도야. 신발은 마침 뮤와 사이즈가 비슷해서 그녀가 신던 필요 없게 된 걸 몇 켤레 가져왔어. 하이킬, 로힐, 여름용 샌들. 모두 이탈리아 사람 이름이 붙은 것들이야. 게다가 핸드백도, 그리고 화장품도 약간."


"<제인 에어>같은 이야기구나." -p72 

 

 뮤라는 여성은 스미레에게 옷, 신발, 핸드백, 화장품들을 선물해준다. 친구 집에서 유행이 지난 옷을 가져왔다고 스미레에게 말했지만 아마 배려가 아니었을까?



 아마도 그 때문인지 사춘기 중반의 어느 시점부터 나는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긋게 되었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든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 거리가 줄어들지 않도록 하면서 상대방의 태도를 지켜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입에 담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내가 세상에 대한 유보 없는 정열을 발견하는 것은 책이나 음악에 한정되었다.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뭐랄까 고독한 인간이 되었다. -p89  


 공감가는 글이었다.


 

 그때 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멋진 여행을 함께하고 있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멀리서 보면 유성처럼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 우리는 각자 그 틀 안에 갇힌 채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죄수 같은 존재에 불과해요. 두 개의 위성이 그리는 궤도가 우연히 겹칠 때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볼 수 있고 어쩌면 마음을 풀어 합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잠깐의 일이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절대적인 고독 속에 있게 되는 거예요. 언젠가 완전히 타버려 제로가 될 때까지 말이에요." -p188 


 서글픈 글이다. 인공위성은 우리의 상징이다. 완전히 같은 궤도로 항상 같이 움직인다면 그게 사랑이고 행복일까? 때에 따라선 저주가 될지도. 


 

 우리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물의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거의 같은 정도로 숨어 있는 것이다.

 이해라는 것은 항상 오해의 전체에 불과하다. -p213 

 


 아시겠습니까, 사람이 얻어맞으면 피가 나는 법입니다. -p217

 

 옛날, 샘 페킨파가 감독한 영화 <와일드 번치>가 공개되었을 때 한 여성 저널리스트가 기자회견장에서 손을 들고 질문했다고 한다. "대체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많은 피를 흘리는 묘사가 필요한 거죠?" 출연 배우 가운데 한 사람인 어니스트 보그나인이 난처한 표정으로 그 말에 대합했다. "아시겠습니까, 레이디. 사람이 얻어맞으면 피가 나는 법입니다." 



 "강해지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야, 물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난 내가 강하다는 사실에 너무 익숙해져서 약한 사람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았어. 행복이란 것에도 너무 익숙해져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려 하지 않았어. 건강하다는 점에 너무 익숙해져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이해하려 하지 않았어. 난 여러 가지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곤란해하거나 초조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건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어. 불평을 자주 하는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게으름뱅이라고 생각했어. 당시 나의 인생관은 확고하고 실질적인 것이었지만 따뜻한 마음이 넓지 않았던 거야. 그 점에 대해 주의를 주는 사람은 주위에 한 명도 없었어. -p256 


 공감하려면 겪어봐야 한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우리는 이렇게 각자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심하게 치명적으로 자신을 잃어버렸다 해도, 아무리 중요한 것을 빼앗겼다 해도, 또는 겉에 한 장의 피부만 남긴 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버렸다 해도, 우리는 이렇게 묵묵히 삶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손을 뻗어 정해진 양의 시간을 끌어모아 그대로 뒤로 보낼 수 있다. 일상적인 반복 작업으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솜씨 있게. 그렇게 생각하자 매우 우울한 기분이 되었다. -p331   

 

 우리는 살아간다. 내면이 어떤 상태일지라도 내색하지 않고. 



 역시 좋다. 역시 재밌다. 하루키 장편 소설 중 가장 오랜만에 다시 읽는 거 같다. 하루키 소설을 2번째로 읽을 때 이 소설을 빼먹은 거 같다. 10년 만에 다시 읽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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