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7.1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에드 해리스, 메리 엘리자베스 매스트란토니오, 마이클 빈

 장르 SF, 모험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OTT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못 보다가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 있는 걸 발견하고 보게 되었다. 기대보다는 아쉬웠던 영화.


 좋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좀 루즈한 감이 있었다. 2시간 20분인데 길게 느껴졌다. 피곤했던 영향도 있는 거 같다. 에전에는 영화보다 중간에 쉬거나 영화보면서 조는 걸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영화를 보다가 종종 쉬게 된다. 아직까지 졸진 않는다. 졸 바에는 자면되기 때문. 


 제임스 카메론의 초기 작품이다.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초기라 그런지 배우들과 불화가 상당했다고 한다. 수중 연기가 고생이 많기도 하고 남주인공 해리스는 심지어 의식을 잃었다가 응급조치를 받아 겨우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정신을 차린 뒤 카메론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고 하니. 카메론도 항의는 못하고 가만히 있고 해리스는 한동안 욕을 퍼붓고... 여주인공 메리도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고 카메론 감독에게 쌍욕을 시전했고...


 스티븐 스필버그도 <죠스> 때 배우, 스텝들과 불화가 상당했다고 한다. 완벽주의 성향의 감독이 경험이 부족하고 고집과 혈기가 넘치던 때에는 이렇게 부딪힐 수 밖에 없나 보다. 


 카메론 감독은 물을 참 좋아하나보다. <타이타닉>도 그렇고. <아바타: 물의 길>도 그렇고.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찍었나 싶었다. 수중 촬영이 많았고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의 경험이 후에 영화를 찍을 때 많은 도움이 됐겠다 싶었다. 


 영화에 대해서 딱히 할 말은 없다. 

 

 



 평점 10 : 말이 필요없는 인생 최고의 영화

 평점 9.5: 9.5점 이상부터 인생영화. 걸작명작

 평점 9 : 환상적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 수작

 평점 8 : 재밌고 괜찮은 영화보길 잘한 영화

 평점 7 : 나쁘진 않은 영화안 봤어도 무방한 영화범작

 평점 6 :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6점 이하부터 시간이 아까운 영화

 평점 5 : 영화를 다 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

 평점 4~1 : 4점 이하부터는 보는 걸 말리고 싶은 영화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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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9-23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장면.... 플라스틱 소재의 외계인 비행선이 ㅋㅋㅋ 90년대 초에 봤는데 느므느므 촌스러워서 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24-09-24 12:40   좋아요 1 | URL
확실히 예전 특수효과를 보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ㅎㅎ 예전에 봤을 때는 웅장한 장면이었는데 지금보면ㅠㅋ
 
삼국지 제9권 - 출사표
나관중 원작,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점은 3.5점을 주고 싶은데 알라딘 평균을 고려해서 3점을 준다)


 후반부로 갈수록 삼국지 재미가 떨어진다. 9권은 지금까지 삼국지 중에 가장 재미가 떨어졌다. 유비, 관우, 장비, 조조가 죽으니 확실히 재미가 확 떨어진다. 초반부터 함께 해왔던 인물들이 사라지니 누구에게 마음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9권의 주인공은 제갈량인데 왠지 제갈량에게 마음이 안간다. 계속 침착맨의 말이 떠오른다. '제갈량의 똥꼬쇼'


 제갈량은 유비의 유지를 이어받아 북벌을 단행한다. 북벌 전 그 유명한 출사표를 유선에게 올린다. 출사표는 참 명문이다. 북벌 전 남쪽을 안정화시키려고 남만 정벌에 나선다. 맹획을 일곱번 사로 잡고 일곱번 놓아준다. 칠종칠금이다. 이 부분이 좀 지루했다. 맹획이 중요 인물도 아닌데 좀 질질 끄는 느낌이다. 제갈량을 띄워주려는 건 알겠는데 아무튼 좀 지루했다. 


 재미가 떨어지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이문열이다. 자꾸 중간중간에 끼어들어서 제갈량 등 촉의 인물들을 까기 바쁘다. 점점 노골적으로 자신은 조조를 좋아하고 유비는 싫어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아니 번역이나 잘할 것이지 소설의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다. 중립적으로 이야기하면 또 모르겠는데 자꾸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느낌이다. 그 생각이 공감이 가거나 설득력이 있으면 또 모르겠는데 그렇지도 않으니깐 자꾸 나올 때마다 짜증이 난다. 


 이문열의 모습을 보면서 나또한 반성하게 된다. 독서모임하면서 유비를 두둔하려고 정사 이야기를 많이 끌어왔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싫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독서모임이랑 번역은 좀 다른 거 같다. 정사 이야기를 하는 건 괜찮은데 너무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거 같아서 싫다. 역시 강요는 하지 말아야겠다. 


 점점 제갈량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커진다. 연의에서 너무 제갈량을 버프시켜줘서 그렇지 실제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정치, 내정은 잘 했지만 군략가, 군지휘관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다. 일단 1차 북벌에서 위연의 제안을 거절한 게 조금 아쉽다. 위험한 수이긴 했지만 약간 투자를 해서 적의 허점을 찔러보는 것도 좋았을 거 같은데. 뭐 이건 그렇다 쳐도 제일 큰 문제는 역시 마속이다. 가정 수비는 1차 북벌에서 가장 중요한 수 였다. 위연이나 조운 등 마속보다 뛰어난 장수들이 있었을텐데 제갈량의 마속에 대한 신뢰가 너무 컸다. 마속은 최고 지휘관 보다 참모 역할이 더 맞았을 거 같다. 통솔력은 그다지 높지 않았던 거 같다. 경험이 부족했다. 이론과 실제의 갭을 아직 몰랐던 게 아닐까? 


 어쨌든 마속의 등산은 부관인 왕평도 재차 만류했고, 연의 기준으로 장합, 사마의도 비웃었을 정도이고 결국 책임을 지고 목이 베였으니 명백히 잘못인듯 보인다. 유비가 죽기 전 마속을 너무 중용하지 말라고 했는데 역시 유비의 사람 보는 눈이 제갈량보다 한 수 위였나 싶기도 하다. 


 유튜뷰에서 가정의 모습을 봤다.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삼국지 당시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생각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우선 길목이 그렇게 좁지 않았다. 제법 넓었다. 그리고 산이 그리 높지 않았다. 길목만 지키면 안될 것처럼 보였다. 충분히 길목을 무시하고 적이 산을 넘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결국 산과 길목을 다 지켰었야 될 거 같은데...... 어쨌든 가장 큰 맹점은 마속이 물길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적에게 물길이 막혀서 병사들이 건조한 날씨에 몇 일 물도 못 먹고 물이 없으니 밥도 못 먹고 하니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적 입장에서는 스스로 물도 없는 산에 고립되어 있으니 포위만 하고 있으면 되는 거였다. 연의에서는 마속이 배수의 진 느낌으로 병사들이 물이 없어 고립되면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배수의 진은 유명해서 그렇지 사실은 하책이다. 배수의 진까지 안가게 하는 게 장수의 역할이고 배수의 진은 어쩔 수 없을 때 최악의 발악같은 거다. 처음부터 최악의 발악을 준비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그 최악의 발악도 생각처럼 안됐다. 병사들이 죽기살기로 싸워 적의 포위를 뚫고 산을 내려가야 되는데 연의에서 그게 안된 걸로 나온다. 병사들의 사기를 끓어올리고 돌파구를 뚫는 건 장수의 역할이다. 함께 최전선에서 싸워서 활로를 뚫어야 하는데 마속은 그런 류의 장수는 아니었을 것이다. 뒤에서 "진군하라, 진군, 후퇴하지 마라." 해봤자 병사들이 말을 잘 안들었을 것이다. 후퇴하는 병사들의 목을 베어서라도 진군하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또 그렇지도 못한 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죽고 내가 싫어하는 인물들은 많이 남아있으니 소설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제갈량의 북벌도 이미 결말을 다 알고 있고 제갈량의 실책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니 긴장감도 없고 아쉽지도 않다. 거기에 이문열까지 깐죽거리니깐 더 정이 떨어진다. 


 그래도 10권까지 읽지 않을 순 없다. 만약 다음에 삼국지를 읽게 된다면 이문열 번역은 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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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9-23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그래도 이문열은 양심껏 이게 직역이 아니라 평역, 역자가 나름대로 원작을 왜곡해 자신의 의견을 보탰다고 털어놨습니다. 오래 전 작품의 다양한 버전을 어떻게 해석해 번역해야 하는지, 이건 중요한 고민거리일 것이겠지요. 대부분의 중국 고전, 예컨데 <수호전>이나 <서유기> 같은 것들도 대부분 ‘평역‘이라 역자가 미신 수준인 원전을 나름대로 때로는 많이 왜곡해 쓰고 있기도 합니다. 솔 출판사였던가 <봉신연의>도 정말 중국 고전인데 그건 직역입니다. 근데 직역을 읽어도 나름대로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정확하지 않지만 문지에서 낸 <서유기>도 그렇고요. 다 일장일단이 있더라고요.
저는 직역본은 중딩 때 한 번, 고딩 때 다시 한 번, 월탄 박종화 선생의 번역으로 읽었는데요, 아쉽게도 촉한 시절은 거의 기억에 남지 않네요. 그만큼 이야기 자체가 초중반에 비해 드라마틱하지 않기도 하잖아요. 지금 시각으로 보면 제갈량의 가장 아쉬운 실책은 그렇지 않아도 인재가 부족했던 촉한에서 마속을 죽인 거라고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9권이면 출사표가 대빵입니다. 고딩 시절에 한문 선생께서 출사표 외워 쓰지 못하면 종아리 깨나 두드려 팼었습니다. 그땐 그랬는데.... ㅎㅎㅎ 10권에서는 드디어 강유가 나와서 제갈량 대신에 고군분투 하겠네요.

고양이라디오 2024-09-24 13:01   좋아요 1 | URL
10권의 내용은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해서 그래도 재밌게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ㅎ

마속을 죽인 거는 전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소탐대실할 수는 없으니까요. 역사서들을 보면 마속이 ‘절도‘를 어겼다고 하더라고요. 명령을 어긴 것 또 그로 인해 대패한 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죠. 그래도 말씀대로 인재가 없는 상황에서 많이 아쉽긴 합니다.

말씀대로 평역이 문제가 아니라 이문열하고 저랑 사상이 안맞아서 그런 거 같네요ㅎㅎㅎ

레삭매냐 2024-09-24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평전이라고 하지만 이문열의 개입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촉은 서천에 있어도 내분으로 멸망, 그리고
또 위나라 정벌에 나서도 멸망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공명에게는 선주의 유명을 받들어 중원 정
벌에 나설 수밖에 없는 그런 숙명이 아니
었을까요.

남만정벌은 위나라와의 결전을 앞둔 상태
에서 후방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마치 1636년 산해관 공략
을 앞둔 홍타이지의 조선 공략과 유사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위연의 장안일격론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설사 장안을 촉이 점령한다고 하더
라도 중원의 태반을 장악한 위나라가 배럭
에서 뽑아내는 위나라의 물량 공세를 견디지
못했을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유관장 삼형제의 죽음 이후의 이야기들은
사족이 아니었나 싶네요.

고양이라디오 2024-09-24 12:45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말씀해주신 부분 전부 동의합니다^^!

평역이라지만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ㅠ 공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거 같습니다. 어차피 망할 바에 마지막 최선을 다해보자는.

남만정벌 잘한 거긴 한데 좀 지루했어요ㅎ...

장안일격은 제갈량 성격상 너무 위험한 전략인 거 같습니다.

유관장이 없으니 흥미가 대폭 떨어지네요. 그래도 10권은 제갈량과 사마의의 대결 구도로 9권 보다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다섯 마리 아기 돼지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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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추리 소설을 읽고 싶을 때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찾는다.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다. 추리 소설의 여왕이란 칭호가 잘 어울린다. 


 그녀는 20세기 초 작가로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인지도가 있는 거 같진 않다. 셜록홈즈는 알아도 에르퀼 푸아로, 제인 마플을 아는 분들은 적을 거 같다.


 그녀의 작품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추리 소설의 장르에 속하긴 하지만 높은 문학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단순히 범인을 추리하고 범인의 트릭을 해결하는 류와는 다른 맛이 있다. 탐정 에르퀼 푸아로는 세세한 증거들 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에 더욱 중점을 둔다. 문학 작품을 읽는 이유 중에 하나가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와 성격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추리 외적인 요소도 좋지만 역시 백미는 탐정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고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다. 소설에는 다섯 명의 용의자가 나온다. 전부 약간씩 의심스럽지만 나는 특히 한 명이 의심스러웠다. 마지막에 결론이 드러나면서 내가 의심한 인물이 범임인 거 같아서 우쭐했다. 조금 뻔한 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왠 걸.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다. 완전히 속았다. 추리 소설에서는 속아도 기분이 좋다. 저자가 나를 잘 속일 수록 그리고 그 속임수가 억지가 아닐수록 재밌다. 저자는 교묘하게 독자를 속였다. 아마 탐정 푸아로의 주장은 용의자에게 유죄를 선고하기에는 부족할지 모른다. 확실한 물증은 없고 정황증거와 심증, 그리고 약간의 상상만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고하게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의 무죄를 입증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애초에 푸아로가 변호사였다면 캐롤라인이 무죄를 선고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사건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어느날 칼라라는 젊은 여인이 푸아로를 찾아온다. 16년 전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어머니의 사건을 재수사해달라는 의뢰다. 푸아로는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그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5명의 인물을 만나보면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모두가 유죄라 믿고 있는 어머니는 과연 무죄일까?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치정살인사건이라 더 흥미로웠다. 



 훌륭한 작품이다. 아직 읽지 않은 크리스티의 소설 2편을 소장하고 있다.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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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좋은 고전을 읽었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독서 모임 덕분에 이번에 완독하게 되었다. 삼고초려 만에 성공이었다. 처음에는 책을 빌렸을 때는 책을 펼쳐보지도 않았던 거 같다. 쉽고 읽기 편한 책만 읽던 시절이었다. 두 번째로 책을 빌렸을 때는 앞 부분을 조금 읽었다. 재밌었지만 다른 책들을 읽다 보니 시간이 지나 반납하게 되었다. 세 번째는 완독을 각오로 읽었다. 재밌게 읽었다. 항상 나치의 홀로코스터에 대해 궁금했는데 디테일한 부분들을 알게 되었다. 아이히만에 대해서도 아렌트와 함께 세밀하게 관찰했다. 좋은 내용이 너무 많아 책에 포스터 잇이 빼곡하다. 그 전부를 옮기기에는 시간과 품이 부족하다. 번역은 나쁘긴 하지만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영어 읽듯이 직독직해하면서 읽고 반복해서 읽으면서 천천히 나아갔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서인지 번역이 구려서인지 읽기가 점점 힘들었지만 그래도 읽어보길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먼저 역자 서문에서 역자는 banality를 '평범성'으로 번역했다. 나는 이 부분이 오역이라 생각한다. '진부성'이 더 나은 번역이라 생각한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보고서를 쓴 10년 후의 글을 보자.


 수년 전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해 보고를 하면서 나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언급을 하였는데, 이는 어떠한 이론이나 사상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아주 사실적인 어떤 것, 엄청난 규모로 자행된 악행의 현상을 나타내려고 한 것이었다. (중략) 그 악행자의 유일한 인격적 특정은 아마도 특별할 정도의 천박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또 그에 앞서 있었던 경찰심문에서 보인 그의 행동뿐만 아니라 그의 과거에서 사람들이 탐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특징은 전적으로 부정적인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어리석음이 아니라 흥미로운, 아주 사유의 진정한 불능성이었다. -p37


 아렌트는 평범한 사람도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할 의도가 없었다. 특정한 사상이나 이론을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관찰한 대상(아이히만)의 특성을 말하고 싶을 뿐이었다. '악의 평범성'은 보고서에서 딱 한 번 그것도 마지막에 등장한다. 중요한 개념이라면 그 단어는 한 번만 등장하지 않는다. 아렌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특별할 정도의 천박성', '전적으로 부정적인 어떤 것'. '사유의 진정한 불능성'이었다. 결코 평범성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닌 진부성, 천박성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실제로 독일어로 banality는 진부함, 천박함의 의미로 쓰인다. 평범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이지만 부정적인 평범함의 의미에 가깝다. 아이히만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아이히만은 자신을 이상주의자로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주의자란 "자신의 이상을 삶을 통해 실천하는 사람",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 특히 어떤 사람이라도 다 희생시킬 각오가 된 사람". 아이히만은 경찰심문에서 필요하다면 자신의 아버지마저도 죽음으로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히만은 시온주의자들도 자신과 같은 이상주의자라 생각하고 그들을 좋아했다. 아이히만은 잘못된 이상을 따랐다. 때문에 수백만 명의 남녀와 아이들을 죽음으로 보내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 했다.



 독일은 항복 후 나치스와 타협한 과거를 가진 관리들을 채용하는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했더라면 행정부를 전혀 구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p68


 이 글을 보면서 친일파 척결이 생각났다. 친일파를 척결해야 하지만 친일파를 척결하면 일할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조금 이해가 갔다. 



 아이히만을 검사한 여섯 명의 정신과 의사들은 그를 정상으로 판정했다. 그 중 한 명은 "적어도 그를 진찰한 후의 내 상태보다더 더 정상이다" 라고 탄식했다. 그를 만난 성직자도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 이라 발표했다. 



 아이히만은 허풍을 떠는 인간이었다. 500만 명의 유대인 죽음을 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도망자 생활을 하고 있을 때도 그의 허풍은 끝나지 않았다. 

 

 아이히만은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가 상투적이고 공허한 언어만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관청용어만이 나의 언어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관청용어가 그의 언어가 된 것은 상투어가 아니고서는 단 한 구절도 말할 능력이 정말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105


 그는 스스로 사유할 능력이 없었다. 그저 주위의 언어들만 앵무새처럼 말할 뿐이었다.



 검찰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가 '괴물'이 아님을 알 수 있었지만, 광대라고 의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의심은 재판의 전체계획에 치명적일 수 있고, 그와 그 같은 이들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안겨준 고통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의심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가 행한 최악의 광대짓들은 거의 주목받지 않았고, 거의 보도된 적이 없었다. -p112 


 그 광대짓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아이히만은 처음에 선서를 거절한다. 선서를 거절하면서 한 말이 자못 거창하다. 선서하지 않는 건 젊음 시절에 배운 교훈이라는 둥, 도덕적인 이후로 거절한다는 둥. 그 후에 판사로부터 자신의 변호를 위한 증언을 하고 싶으면 선서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두말 않고 즉시 선서했다. 


 아이히만에게는 이것은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들이었고, 그가 기억 속에서나 즉흥적으로 자신의 기분을 북돋우는 관용구들을 찾을 수 있다면 그는 '모순' 따위는 한 번도 의식하지 않은 채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p113 


 그는 모순을 이해할 능력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아이히만의 변호인들이 아이히만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아이히만의 범죄보다도 그가 고상한 취향도 없고 교육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는 아이히만을 '조무라기'라고 부르며 "우리가 그를 어떻게 장애물을 넘도록 만드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세르바티우스 자신도 재판 이전에 이미 자신의 의뢰인이 '평범한 우편배달부'의 성품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p221


 그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히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데 실패했다.



 네델란드는 유대인 교수들이 해고되었을 때 학생들이 파업을 하고, 유대인을 독일 강제수용소로 처음 이주시킨 일에 대해 일련의 파업이 발생한 전 유럽에서 유일한 국가였다. -p249 


 나치의 반유대주의에 모두가 공감한 건 아니었다. 덴마크 역시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루마니아는 나치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국가의 권력자들과 국민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치가 승리했다면 폴란드인들 역시 유대인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라고 한다.



 아래는 아렌트의 아이히만에 대한 평이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로 하여금 그 시대의 엄청난 범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 (결코 어리석음과 동일한 것이 아닌)} 순전한 무사유였다. 그리고 만일 이것이 '평범한' 것이고 심지어 우스꽝스런 것이라면, 만일 이 세상의 최고의 의지를 가지고서도 아이히만에게서 어떠한 극악무도하고 악마적인 심연을 끄집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그것이 일반적인 것이라고 부르는 것과 아직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중략)

 이처럼 현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과 이러한 무사유가 인간 속에 아마도 존재하는 모든 악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대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사실상 예루살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교훈이지 현상에 대한 설명도 아니고 그에 대한 이론도 아니다. -p392     


 여기서도 '평범한' 보다는 '진부한', '천박한' 이 더 좋은 번역같다. 아이히만은 괴물이 아니라 광대였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그게 현실이다. 



 번역 때문에 아쉽지만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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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권은 유비가 익주를 차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방통의 죽음이 안타깝다. 




 나와 방사원은 황충, 위연과 더불어 먼저 서천으로 가겠소. 군사께서는 관운장, 장익덕, 조자룡 셋과 함께 형주를 지켜주시오. -p70 


 실로 적절한 분배가 아닌가 싶다. 자신이 직접 새롭게 자신의 수하가 된 장수들을 이끌고 서촉을 치고, 믿음직한 과거의 장수들에게 형주를 지키게 했다. 유장보다 조조를 더 두려워했음이 보이는 구성이다. 결국 힘이 모자라 제갈량과 장비, 조운이 후군을 이끌고 오긴 했지만.



 촉을 다스리고 있는 유장을 보면 어리석은 것 같다. 부하들의 충언에도 너무 유비를 철썩 같이 믿는다.


 보통 유장의 성격을 나타낼 때 어리석고 나약하다란 말이 자주 쓰이고 있으나 공정하게 말한다면 선량하고 순진하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p72

  

 둘 다 맞는 말 같다.


 

 정사 방통전을 봐야겠다. 방통은 참 독특한 캐릭터이다. 약간 위아래도 없는 거 같다. 연의에서 방통은 유장과 유비의 연회에서 유비에게 보고도 안하고 유장을 제거하려 한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하는 수가 없구려. 먼저 손을 쓰고 나중에 주공께 까닭을 말씀드리는 게 옳겠소. -p80


 암살이 성공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방통은 그 이후의 상황까지 헤아렸을까? 세상의 비판은 자신이 뒤집어 쓰더라도 주군을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유비도 화내지만 방통을 크게 혼내지는 않았을 거 같다.



 7권을 읽으면서 조조에 대한 정이 더 덜어졌다. 초반부터 함께 해던 순욱과 순유를 내치는 장면에서다. 


 풀어보니 음식을 담는 그릇이었는데, 조조가 친필로 뚜껑을 봉한 것이었다. 

 순욱을 불길한 느낌을 누르며 봉함을 뜯고 뚜껑을 열었다. 그러나 그릇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p108 


 조조는 점차 천자를 업신여기고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 한다. 한 황실의 충성을 위해 일했던 순욱은 조조를 만류한다. 그것 때문에 사이가 틀어져 순욱과 순유는 조조의 눈 밖에 난다.



 유비는 서천을 얻을 때 항복하는 자는 군사로 거두어 쓰고 항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돌아가라고 했다. 그리고 위연과 황충의 반목을 눈부신 용인술로 해결했다. 유비는 잘못을 저지른 위연에게 황충이 지극히 말려 용서한다고 말했다. 위연은 황충에게 고마워하고 황충은 자신이 위연을 헐뜯었는데 오히려 자신이 위연을 감싼 것처럼 하는 유비를 보고 자신의 옹졸함을 뉘우쳤다. 진짜 유비b



 하지만 연의에서 유비는 덕을 베풀다 방통이 죽음에 이르게 했다. 방통의 말이 시원찮아서 자신의 말과 바꿔탄 것이다. 오늘날로 치면 차를 바꿔준 거라 볼 수 있다. 방통이 감격했음을 말할 것도 없지만... 유비의 덕을 높이고 방통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소설 장치다. 나관중b



 유비는 익주목이 되고 항복한 문무에게 후한 상을 주고 벼슬을 높여 준다. 원래부터 거느린 세력에게도 인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관우에게 황금 오백근, 은 천근에 오십만 전과 촉에서 난 좋은 비단 천 필을 보냈으며 다른 문무의 관원들에게도 등급을 나누어 골고루 상을 내렸다. -p253

 

 유비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관우는 유비에게 투자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실을 얻은 것이 기뻤다. 관우는 최고의 투자자였다.



 조조는 후사를 고민한다. 첫 째 조비보다 셋 째 조식을 더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가후에게 의견을 묻자 가후는 선뜻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긴다. 조조가 다그치자 이렇게 말한다.


 아, 그저 원소와 유표가 제 자리를 이을 자식을 고르던 일을 잠깐 생각해 봤을 뿐입니다. (중략) 

 그대도 어지간하구나. 다음부터는 말을 바로 하라

 조조는 그렇게 말하며 껄껄 웃은 뒤 마침내 맏아들 비를 왕세자로 세웠다. -p355 

 

 가후 참 능구렁이 같다. 원소와 유표는 맏아들을 후사로 정해놓지 않아 자식 간에 분쟁이 일어났다. 이 말을 듣고 조조도 마음을 굳힌다.



 삼국지 재밌으면서 교훈도 많다. 삼국지의 각 사건에 관한 다양한 견해도 많아서 더욱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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