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은 <인간실격>의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두 번째로 읽었다. 역시나 읽고 난 후 기분이 좋지 않다. 



 세상에서 칭찬받고 존경받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이고 가짜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세상을 신용하지 않습니다. 딱지 붙은 불량만이 제 편입니다. 딱지 붙은 불량. 저는 오직 그 십자가에만은 달려 죽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만인에게 비난받는다 해도,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딱지 없는, 훨씬 더 위험한 불량이 아니냐고. -p95


 딱지 붙은 불량은 도덕을 초월한 사랑을 말하는 거 같다.



 나는 어머니가 지금 행복한 게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했다. 행복감이란 비애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반짝이는 사금 같은 것이 아닐까? 슬픔의 극한을 지나 아스라이 신기한 불빛을 보는 기분. -p118


 경험해본 적은 없는 거 같지만,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다. 


 

 날이 밝았습니다. 오래도록 고생만 끼쳤습니다.

 안녕.

 간밤의 취기는 말끔히 가셨습니다. 나는 맨정신으로 죽습니다.

 누나. 

 나는 귀족입니다. -p160 


 소설 속 '나오지'는 작가의 투영이다. <사양>은 작가가 자살하기 1년 전에 탈고한 작품이다. 




 완전히 파악할 순 없지만 울림은 주고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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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1-27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복감이란 비애의 강바닥에 내려앉아 희미하게 반짝이는 사금 같은 것이 아닐까?
와 문장 ,,,! 좋은데 다시 읽을 수록 멀어지는 느낌인건 왜일까요?
암튼 유미주의 문장으로 가득 차 있을것 같네요.^^

고양이라디오 2025-01-31 13:13   좋아요 1 | URL
저 부분만 그렇고 대부분 문장 담백합니다^^

소설 내용을 잘 몰라서 멀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ㅎ? 내용을 알고 보면 저 문장을 다시 보면 더 공감이 되서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ㅎ

그레이스 2025-01-31 13:45   좋아요 1 | URL
갖고 있는데,, 아직 못읽고 있어요
읽고 리뷰해야죠 ㅋ
 















 수전 블랙모어의 <밈>이다.


 

  인지과학적 연구에서는 모방에 방대한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그런 처리를 위한 전문적 메커니즘이 인간에게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져야 한다. 뇌 스캔에서는 모방에 막대한 에너지가 추가로 쓰인다는 것, 그런 뇌 활동이 진화적으로 뒤늦게 형성된 영역들에 몰려서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져야 한다. 사람과 다른 종을 구분하는 특징적 영역들에서 말이다. 모방의 기초 작업을 담당하는 뉴런, 가령 남의 표정이나 행동에 대한 관찰을 자신의 표정이나 행동으로 연결 짓는 일을 담당하는 특수한 뉴런이 발견된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우선 모방의 작동 방식을 더 잘 이해해야만 어떤 것을 찾아보아야 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p167


 빨간색 강조는 내가 했다. 저 문구는 거울 뉴런이 발견되기 전에 쓰인 문구다. 그녀의 선견지명에 이 글을 쓰면서 전율이 느껴졌다. 


  

 유전자와 비슷한 복제자 밈에 대한 책이다. 약간 억지스럽다고 느껴지지만 흥미로운 부분도 있어서 끝까지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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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년의 기다림. 기다림 끝에 드디어 <안나 카레니나>를 만났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p13


 유명한 소설의 첫 문장이다. 행복이란 얼마나 깨지기 쉬운가.



 스테판 아르카지치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레빈의 이러한 감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레빈의 눈에는 이 세상의 모든 아가씨가 두 부류로 나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한 부류는 그녀를 제외한 이 세상의 모든 아가씨로서, 그녀들은 온갖 인간적인 약점을 가진 지극히 평범한 여자들이다. 또 한 부류에는 오직 그녀만이 존재한다. 그녀는 어떠한 약점도 없고 모든 인간적인 것을 초월한 여자이다. -p90 


 소설에 좋은 문장이 많았다. 톨스토이는 묘사, 비유를 잘한다. 즐겁게 문장을 읽었다.



 "자네는 매우 순수한 사람이야. 그건 자네의 미덕이자 결점이기도 하지. 자네는 순수한 성격이라 인생 전체가 순수한 현상으로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자네는 공무 활동을 경멸해. 자네는 행위와 목적이 언제나 일치하기를 바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또 자네는 한 인간의 활동이 언제나 목적을 갖기를, 사랑과 가정생활이 언제나 일치하기를 바라지.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해. 인생의 변화, 인생의 매력, 인생의 아름다움, 그 모든 것은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기 마련이야." -p99  


 저자의 목소리일까? 잘 모르겠다. 책을 끝까지 봐야 판단할 수 있겠다. 이상과 현실은 부딪친다. 저 말을 부정할 수 없다. 현실이기 때문이다. 



 키티는 화장, 머리 모양, 그 밖의 무도회를 위한 온갖 준비에 많은 노력과 고민을 기울였다. 그러나 장밋빛 페티코트 위에 섬세한 실크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그 모든 장비꽃 장식과 레이스와 섬세한 옷차림이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에게는 한순간도 눈여겨볼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듯, 자기는 날 때부터 이 실크 드레스를 입고 이 높다란 머리 모양에 두 장의 잎이 달린 장미꽃 한 송이를 꽂은 채 태어났다는 듯, 너무나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태도로 무도회장에 들어왔다. -p171  


 톨스토이 최고다. 멋진 문장이다.



 안나 아르카지예브나는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했지만, 책을 읽는 행위,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반영을 좇는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로서는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소설의 여주인공이 환자를 간호하는 장면을 읽으면, 그녀도 발소리를 죽이며 병실을 돌아다니고 싶었다. 또 의원이 연설을 하는 장면을 읽으면, 그녀도 그 연설을 하고 싶었다. 레이디 메리가 말을 타고 사냥감을 쫓거나 새언니를 골리거나 대담한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장면에서는, 그녀도 직접 그것을 똑같이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그마한 손으로 매끄러운 페이퍼 나이프를 만지작거리며 책을 읽으며 애썼다. -p222 


 안나라는 인물을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있다니. 감탄 밖에 안나온다. 



 문장이 좋다. 너무 좋다. 오랜만에 소설 읽는 재미에 빠져든다. 2,3권도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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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3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23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깊은 강>은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다. 작가의 삶과 사상이 집약되어 있다. 




 누마다는 루오의 그림을 좋아하는데, 그의 판화에 그려진 몇몇 피에로의 얼굴 가운데 코뿔소 새와 닮은 것이 있었다. 루오에게 광대는 예수를 상징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p115


 나도 루오의 그림 <상처입은 어릿광대>를 좋아한다. 광대가 예수를 상징한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이 글을 보니 이해가 된다. 



 "그리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성모 마리아처럼 청순하지도 우아하지도 않고, 아름다운 의상도 걸치고 있지 않습니다. 거꾸로 추하고 늙었고, 괴로움에 헐떡이며 그걸 견디고 있습니다. 이 치켜올려진, 고통으로 가득 찬 눈을 한번 보세요. 그녀는 인도인과 함께 괴로워합니다. 조각상이 만들어진 건 12세기인데, 그 괴로움은 현재에도 그대로입니다. 유럽의 성모 마리아와 다른, 인도의 어머니 차문다입니다." -p211


 인도의 차문다 상이 인상 깊었다. 유럽의 성모 마리아와 대비되는 어머니 상이다. 차문다상의 젖가슴은 노파처럼 쭈글쭈글하다. 그녀의 오른발은 문둥병으로 짓물러 있다. 배도 움푹 꺼져있다, 전갈이 물어뜯고 있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아이에게 젖을 주고 있다. 고통, 늙음, 추함, 더러움, 배고픔을 간직하지만 그 와중에 헌신과 희생하는 그녀의 모습이 애처롭고 숭고하다.



 삶과 죽음이 이 강에서는 등을 맞대고 공존하고 있다. -p316 

 

 그렇다. 나도 인도 바라나시에서 느꼈던 감정이다. 생각보다 감정에 가까웠다. 




 <깊은 강>은 기대가 컸지만 재밌게 읽지 못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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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음... 예전에 페이퍼를 쓴 거 같다는 생각이 조금 들긴 했는데... 작년 10월에 썼었다. 뭐 그런거지.





 짝퉁 상품이 부정행위를 조장한다? -p149


 짝퉁 상품을 사용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 짝퉁 상품을 사용한 집단이 부정행위를 많이 저질렀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사실 심리학 실험들이 단편적인 반응의 실험들이라 얼마나 지속적,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미지수다. 짝풍 상품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부정행위를 저지르게 될까? 반대로 명품을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자신감이 커질까? 



 214p에 선택이 어려울 때는 동전 던지기를 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양자 택일에서 갈팡질팡 할 때 동전던지기는 효율적으로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전이 던져 앞면이 나오면 A를 뒷면이 나오면 B를 선택하기로 정했다고 하자.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A를 선택하면 된다. 만약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당신의 속마음은 B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는 B를 선택하면 된다.




 앞서 살펴보았듯 일반적으로 추정하는 것과 다르게 사람들은 부정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돈의 규모나 부정행위를 할 경우 발각될 확률과 특정한 요인들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도덕적 규범의 상기자, 돈이라는 실체의 구체성과 추상성 정도, 이익충돌, 정신적 고갈, 짝퉁 상품 소지, 허위 실적(학력) 상기자(예를 들면 가짜 졸업장), 창의성, 다른 사람의 부정행위 목격, 팀원들에 대한 배려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p298 


 오랜 전에 읽어서 사례들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대체로 주위 환경이나 주위 사람들에 대해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부정행위를 형성하는 요인들에 대한 분류가 있다.


 부정행위 증가 요인: 합리화 능력, 이익충돌, 창의성, 하나의 비도덕적인 행동, 고갈, 나의 부정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 다른 사람의 부정행위 목격, 부정행위 사례를 보여주는 문화


 영향을 미치지 않음: 부정행위로 얻을 수 있는 돈의 액수, 발각될 가능성


 부정행위 감소 요인: 서약, 서명, 도덕적 상기자, 감시


 부정행위를 범죄행위로 바꾸어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우리는 진화론적으로 부정행위를 피하려는 본능, 즉 도덕성이 있는 거 같다. 사회생활을 하는 고등동물은 반복된 부정행위로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생존에 굉장히 불리한 행위다. 


 

 우리의 선택은 '경제성' 보다 '도덕성' 에 더 좌우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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