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어머니 기계
흑인 환자가 증상이나 통증을 알린 뒤 치료 지연이나 거부를겪는 이야기는 임신한 사람들과 영아의 건강 결과에 나타나는인종 차별에 대한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지는 주제이다. 여기에도 인간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인종차별적 연구로 유명한우생학의 잔재가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 마틴 쿠니의 순회 전시가 시작되기 얼마 전, 질경"을 발명한 매리언 심스J. Marion Sims는 나중에 마취 상태의 상류층 백인 여성에게 시행할 수술 기법을 개발할 목적으로, 노예가 된 흑인 여성에게 마취 없이 고통스러운침습적 수술을 시행했다. 해리엇 워싱턴Harriet Washington이 《의료 아파르트헤이트 Medical Apartheid》에 기록하고 있듯이, 심스는 흑인 아기들에게도 폭력적이고 치명적인 실험을 수행하면서 이들의 죽음을 아기 엄마 또는 흑인 조산사의 탓으로 돌렸다. - P148
사회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적 평가에 초점을 맞추면, 편견이개입될 여지가 줄어든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보건의료 종사자와 윤리학자 팀이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에 근거하여 인공자궁을 안배해야 한다면, 이런 결정은 과학적 자료에 근거한 평가와 달리 주관적인 위험 평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생학의 잔재와 인간 대상 연구에 대해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듯이, 과학과기술은 진공 속에서 개입하지 않는다. 중립적이라고 선언하는 첨단기술들은 개발 방식과 적용 방식 모두가 기존의 차별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안면 인식과 음성 인식 기술을 생각해보자. 이런 기술은 애초 개발 단계부터 백인 남성들의 자료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피부색이 어두운 여성한테서는 오류율이30퍼센트를 넘는 반면, 백인 남성에 대해서는 오류율이 극히 낮 - P152
다. 따라서 치안 유지와 같이, 이미 인종차별로 인한 위해가 상당한 상황에서 같은 기술이 사용된다면, 흑인과 유색 인종을 감시하고 표적으로 삼는 구시대적 관행을 이어 나갈 새로운 도구가될 것이다. - P153
처음부터 정의를 염두에 두고 체외발생 기술을 개발할 수는없을까? 그러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 기술이 도입될 때 세상이훨씬 더 평등하고 재생산에 관련된 건강을 진정한 인권으로 보호하는 곳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인공자궁이 실제로 모든임신한 사람과 신생아들에게 정말로 이롭기를 바란다면, 먼저 건강 불평등에 맞서고 모든 사람에게 재생산과 관련된 돌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불공정한 세상에서는 어떤 기술도 그 자체로 기적을 낳을 수 없다. - P164
5장 임신중지의 해법
인공자궁이 임신중지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일소할 것이라는생각의 이면에는 물리적으로 임신을 종결하려는 욕구만이 이 시술을 받으려는 유일한 합리적인 임신중지 동기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결국 무엇을 선택하든 당사자가 결정을 내릴 때는 ‘내가 임신을 원하는지, 혹은 원하지 않는지‘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안들 - P185
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임신중지를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이유 따위는 없다. 임신중지를 도덕적 문제가 아닌 필수불가결한 보건의료 서비스로 이해하기 위해, 보다 중요한 점은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그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거부한다는 사실이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사람의 몸에서 진행되는 임신은 그 사람의 신체적·정신적경험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체외발생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임신중지를 보건의료 서비스로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다루는법체계는 상황에 따라 필요도 달라진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유연성과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다. 페미니스트 법학자 사라 랭포드Sarah Langford는 인공자궁이 임신중지의 ‘해‘라는 발상이 임신한 사람들을 ‘사람이 아니라 태아 인큐베이터‘로 규정하는, 믿기힘든 비인간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태아를 단순히 한 인큐베이터(여성의 몸)에서 다른 인큐베이터(가짜 자궁으로 옮기면 된다고전제한다‘는 이야기이다." 임신한 사람의 몸과 인공자궁을 완전한등가물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임신한 사람의 욕구, 필요, 이해를삭제해야만 한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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