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산 유토피아 - 인공자궁과 출생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정치적·윤리적·법적 질문
클레어 혼 지음, 안은미 옮김, 김선혜 감수 / 생각이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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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자궁이라는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를 덕분에 알게 되었다. 저자가 말하듯 인공자궁을 모든 문제의 해결책처럼 보는 것은 순진한 또는 편협한 발상이다. 임신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임출육의 불평등에 대한 고찰 없는 인공자궁에 대한 정치적, 과학적 접근은 무서운 무기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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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5-28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이제 완독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햇살과함께 님, 백자평이 너무나 근사합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우아하게 표현해주셨어요.
그리고 햇살과함께 님,
그동안 함께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햇살과함께 2025-05-28 09:30   좋아요 0 | URL
저랑 거리가 먼 우아하게? 라는 칭찬이라요 ㅎㅎ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덕분에 저도 2년반 동안 잘 읽었습니다. 혼자라면 못읽었을텐데 너무 고맙습니다. 혼자 잘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읽으신 여성주의 리스트 야금야금 읽어볼까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5-05-28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하게…
맞는 말씀이에요.^^
백자평을 쓰려고 하니 머릿속에 맴도는 말들이 너무 많아 백자평에 압축이 잘 안되어 리뷰를 쓸까?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어요.
이런 시점에 햇살 님의 백자평을 읽으니 오..맞아, 맞아, 고개 끄덕끄덕 했어요.
햇살 님이 늘 선두에 서서 읽어주셔 그동안 잘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같이 읽는 시간 공부도 많이 되고 도움도 많이 얻었습니다.
햇살을 비춰주셔 감사했어요.(오글오글ㅋㅋ)

햇살과함께 2025-05-28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책나무님의 오글오글 칭찬은 접수하겠습니다.
책나무님도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6장 생물학의 폭정법

재생산 노동의 젠더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인공자궁을 활용할 수 있다는 발상은 설득력이 있다. 아마도 오래 묵은 사회적 난제들을 시정하고 깊이 뿌리내린 구조적 장벽을 해체하는 일에 비하면, 임신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는 편이 간단해 보이기 때문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 기술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기술적 해법을 찾는 또 다른 사례이다. 인공자궁은 성별에 관계없이 부모에게 허락되는 1~2년의 법정 유급 육아휴직의 대체재일 수 없다.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거나 보편적인 무상 교육의 대체재일 수도 없다. 임신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한부모에게도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분명 그 자체로는 임신과 출산을 겪는사람들의 건강문제에 대한 연구비 투자 부족을 해결하지도 못할것이다. 임신의 신체적·정서적 위험과 돌봄 노동의 평가절하가여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끼쳤다는 스마이도르와 켄달 같은 평론가들의 주장은 타당하다. 하지만 이들이 같은 문제에 사회가 대처하는 방법을 인공자궁에 대한 개발 투자라고 말 - P236

한다면,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여성은 임신할 수 있고 남성은 그럴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문제는 생식 생물학이 아니다. 임신을 중요한 문제로 여기지 않고적절히 다루지 않아 생기는 위험은 오히려 성차별주의와 의학의가부장적 간섭주의의 책임이다. - P237

세상에 오직 두 가지 성만 존재한다는 신념이 너무나 견고한 - P242

나머지, 우리는 여성들이 홀로 임신을 책임지는 현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임신을 몸에서 완벽하게 분리해내는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사실이 아니다. 생식 생물학은 파이어스톤의 생각과 달리 ‘정‘의 주체가 아니다. 실제 폭정은 성과 젠더에 대한 구시대적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의무능력에서 기인한다. ‘암female‘과 ‘수male‘의 부모 역할이라는 이분법적 발상을 지양하는 가족을 계속해서 만들어 온 것은 시스젠더와 이성애 관계 밖의 사람들이다. 이 ‘정‘은 사회적 · 법적·정치적 현상이다. 즉 폭정은 성에 대한 환원적이고 배타적인 생각을 계속 강화하고 엄마, 아빠, 부모가 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편협한 정의를 강요하는 제도들이다. ‘여성‘을 암컷으로 태어난 사람들로 환원시키고, 생식 생물학 때문에 여성들이 근본적으로 ‘억압받는다‘고 상정하는 페미니스트 사고는 이 문제의 일부분이다. 이런 사고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제한적인 성역할을 악화시킬 뿐이다. 브리튼 여성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자칭 ‘젠더 비판적‘ 평론가가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독설을 내뱉은 일은 실제이 결과를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이다. - P243

임신을 ‘탈젠더화‘하는 데에는 임신을 자동화하는 수단이 필요치 않다. 성별과 무관하게 임신하고 부모가 되는 일을 가로막는 의학적 · 법적·사회적 관행들을 실질적으로 무효화하는 일이필요하다. 이 길을 가로막는 장벽은 우리의 신체적 한계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젠더를 관리하고 가족에게는 임신하는 어머니와임신하지 않는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제도들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생식 생물학의 폭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도구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 즉 자신의 성별을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고, 임신 관련 돌봄에 대한 접근성과 여성이아닌 임신 부모의 친권을 보호하는 일이 바로 그런 일들이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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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어머니 기계

흑인 환자가 증상이나 통증을 알린 뒤 치료 지연이나 거부를겪는 이야기는 임신한 사람들과 영아의 건강 결과에 나타나는인종 차별에 대한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지는 주제이다. 여기에도 인간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인종차별적 연구로 유명한우생학의 잔재가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 마틴 쿠니의 순회 전시가 시작되기 얼마 전, 질경"을 발명한 매리언 심스J. Marion Sims는 나중에 마취 상태의 상류층 백인 여성에게 시행할 수술 기법을 개발할 목적으로, 노예가 된 흑인 여성에게 마취 없이 고통스러운침습적 수술을 시행했다. 해리엇 워싱턴Harriet Washington이 《의료 아파르트헤이트 Medical Apartheid》에 기록하고 있듯이, 심스는 흑인 아기들에게도 폭력적이고 치명적인 실험을 수행하면서 이들의 죽음을 아기 엄마 또는 흑인 조산사의 탓으로 돌렸다. - P148

사회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적 평가에 초점을 맞추면, 편견이개입될 여지가 줄어든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보건의료 종사자와 윤리학자 팀이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에 근거하여 인공자궁을 안배해야 한다면, 이런 결정은 과학적 자료에 근거한 평가와 달리 주관적인 위험 평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생학의 잔재와 인간 대상 연구에 대해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듯이, 과학과기술은 진공 속에서 개입하지 않는다. 중립적이라고 선언하는 첨단기술들은 개발 방식과 적용 방식 모두가 기존의 차별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안면 인식과 음성 인식 기술을 생각해보자. 이런 기술은 애초 개발 단계부터 백인 남성들의 자료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피부색이 어두운 여성한테서는 오류율이30퍼센트를 넘는 반면, 백인 남성에 대해서는 오류율이 극히 낮 - P152

다. 따라서 치안 유지와 같이, 이미 인종차별로 인한 위해가 상당한 상황에서 같은 기술이 사용된다면, 흑인과 유색 인종을 감시하고 표적으로 삼는 구시대적 관행을 이어 나갈 새로운 도구가될 것이다. - P153

처음부터 정의를 염두에 두고 체외발생 기술을 개발할 수는없을까? 그러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 기술이 도입될 때 세상이훨씬 더 평등하고 재생산에 관련된 건강을 진정한 인권으로 보호하는 곳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인공자궁이 실제로 모든임신한 사람과 신생아들에게 정말로 이롭기를 바란다면, 먼저 건강 불평등에 맞서고 모든 사람에게 재생산과 관련된 돌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불공정한 세상에서는 어떤 기술도 그 자체로 기적을 낳을 수 없다. - P164

5장 임신중지의 해법

인공자궁이 임신중지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일소할 것이라는생각의 이면에는 물리적으로 임신을 종결하려는 욕구만이 이 시술을 받으려는 유일한 합리적인 임신중지 동기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결국 무엇을 선택하든 당사자가 결정을 내릴 때는 ‘내가 임신을 원하는지, 혹은 원하지 않는지‘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안들 - P185

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임신중지를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이유 따위는 없다. 임신중지를 도덕적 문제가 아닌 필수불가결한 보건의료 서비스로 이해하기 위해, 보다 중요한 점은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그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거부한다는 사실이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사람의 몸에서 진행되는 임신은 그 사람의 신체적·정신적경험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체외발생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임신중지를 보건의료 서비스로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다루는법체계는 상황에 따라 필요도 달라진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유연성과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다. 페미니스트 법학자 사라 랭포드Sarah Langford는 인공자궁이 임신중지의 ‘해‘라는 발상이 임신한 사람들을 ‘사람이 아니라 태아 인큐베이터‘로 규정하는, 믿기힘든 비인간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태아를 단순히 한 인큐베이터(여성의 몸)에서 다른 인큐베이터(가짜 자궁으로 옮기면 된다고전제한다‘는 이야기이다." 임신한 사람의 몸과 인공자궁을 완전한등가물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임신한 사람의 욕구, 필요, 이해를삭제해야만 한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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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멋진 신세계로 향하는 체외발생

태아의 안전과 임신한 사람들의 행동을 지나치게 강조하는일은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과는 관련이 없다. 만약 관련이 있다면, 여성의 자궁을 ‘통제 가능한 환경‘으로 취급하고 옹호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이민자의 아이들을 부모와 떨어지게 하는 일에도반대해야 할 것이다. 또 임신한 여성들과 갓 엄마가 된 사람들을감금하는 일에도 반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신한 사람의몸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재생산을 통제하여 젠더 및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들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것이야말로 이데올로기적 접근 방식일 것이다. 재생산을 통제하기 위한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 수단은 바뀌었지만, 임신 중 무책임한행동 및 부모의 ‘적합성‘에 대한 이른바 국가의 염려는 지금도 일 - P132

부 지속되고 있는 우생학의 인종차별주의 전통이다. 특정 집단의사람들이 미래의 아이들에게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 인공자궁기술을 이용하여 임신을 인계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중립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미 알다시피 새로운 프로젝트도 아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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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인공 위탁모

배아에 여느 세포덩어리 이상의 가치가 없다거나 반대로 배아가 신성하다고 모두가 동의한다면 연구의 한계를 설정하는 일은 간단해질 것이다. 하지만 생명의 시작 시점에 대한 문제는 아주 복잡하다. 배아 연구에 대한 규제는 아마 우리가 만드는 법과지침에 감정이 반영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일지 모른다. 여러분이라면 사람들의 관점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안을 어떻게 규제하겠는가? (나를 포함하여) 어떤 사람들에게는 배아가 세포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임신 초기에 나는 메스껍고 피곤한증상을 느꼈지만, 내 안의 배아가 아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이 증상에 의미를 부여했다. 배아가처음부터 내 몸이 아닌 배양접시 위에 있었다면 내가 느끼는 감정은 용도에 따라 달랐을 것이다. 그저 연구용이라면 이에 다른생각을 덧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세포 조직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임신을 시도하려고 기르는 착상용 배아라면 강한 애착을 느꼈을 수도 있다. 불임 때문에어려움을 겪고 기술의 도움을 받으며 부모가 되기 위해 상당한신체적·정서적 난관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배아가 아주 중요하다. 실험실에서 배아를 배양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세포들을 - P63

연구하는 일이 불임에 대해 더 잘 알고 향후 유산과 선천적인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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