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 -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우리가 우리가 되어 온 여정
이상희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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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변하는 고인류학. 새로운 발굴이거나 새로운 기술이거나 새로운 해석이거나. 우리는 아직 인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참 많다. 우리에겐 상상력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아직 읽지 않은 <총 균 쇠>가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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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네안데르탈인

네안데르탈인의 고기 사랑은 이누이트(에스키모‘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그 이름은 혐오성 명칭이기 때문에 현재는 사용되지 않습니다)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빙하기 유럽에서 살던 네안데르탈인이 북극권에서 살고 있는이누이트와 비슷한 식생활을 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수 있습니다. 고인류학자 팻 시프먼Pat Shipman은 저서 「침입자들 TheInvaders (2015)에서 뛰어난 사냥기술을 가지고 있는 네안데르탈인과 경쟁했어야 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개와 연대해서 합동 전략을 펼쳐 겨우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 P149

사피엔스의 기원

고인류학에서 다루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종 단위의 진화입니다. 새로운 종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사라졌는지 탐구합니다. 따라서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어떤 종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종은 보호된 유전자 풀입니다. 진화론이 학문으로 성립되기 이전에는 종이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절대적이라는 것은 곧 종은 절대로 바뀌지 않으며 영원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유대 기독교 세계관이지배하던 유럽의 중세 시대까지 종은 신이 만든 세계의 질서였습니다. 서로 다른 종끼리 유전자를 교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중세 시대의 세계관에서는 완벽한 것은 안정되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신이 창조한 지구는 당연히 완벽했고 당연히 움직이지않았습니다. 천동설에서 주장하듯이 우주가 지구의 주위를 맴돌아야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이 창조한 생명체는 완벽했고 변하지 않았습니다. - P175

혼종의 개념이 부각되면서 이제 종 단위의 연구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왔습니다. 두 집단 사이에서 유전자를 교환했다면 서로 같은 종이기 때문인지, 서로 다른 종이지만 혼종에 의해서인지 그 둘을 구별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조차의심스럽습니다. 고인류에게 몇 개의 화석종이 있었는지, 대답할 수 없는 이 문제보다 더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니 끌어야 하는 것은 과거에 살았던 고인류종이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의 문제여야할지도 모릅니다.
데니소바인이 호모 알타이엔시스라는 화석종인지, 네안데르탈인이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라는 화석종인지의 문제는 차라리 21세기에서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난 17세기부터 동의한 종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다양한 종이 섞여하나의 새로운 종을 탄생시킨다는 관점은 하나의 종에서 두 종으로 분화해야만 새로운 종의 탄생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에 전면적으로 도전합니다. 20세기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였던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이 21세기에서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 P177

단군의 자손

우리는 과학이 실생활과 동떨어진, 객관적인 분야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특히 고인류학과 고고학은 정치 체제와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학문입니다. 북한이 ‘한민족의 조상인 단군‘의 존재를 발표한 시점인 1990년대는 체제를 공고히 하고 내부 단결을 도모한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조상‘이나 ‘민족‘이라는 개념은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인 구분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그것은 사실 허상일 뿐입니다. 생물학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사회적, 문화적 개념입니다.
한반도의 고인류를 찾고 연구하는 일은 단일 민족의 기원을 찾는 일이라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국경이 없던 시절, 바다가땅이었던 시절에 지금의 한반도에서 살고 있던 고인류는 한민족이 아니라 인류였다는 사실을 다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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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유인원

큐브릭 감독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류의 조상으로 제시한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유인원의 모습은, 그가 영화를 만든 1960년대 당시 고인류학계의 정설이었던 ‘킬러 유인원 가설 Killer ApeHypothesis‘에서 그려진 모습입니다. 지금에 와서는 킬러 유인원 가설은더 이상 주류 학설이 아니지만, 이 가설에서 그려내는 고인류의 모습은고인류학의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끈질기게 이어져 왔으며 지금도곳곳에 그 영향이 남아 있습니다. - P107

침팬지와 인류가 가깝기 때문에 침팬지가 보이는 폭력성과 공격성이 인류에게 나타난다면, 보노보가 가지고 있는 특징 역시 인류에게 나타난다고 볼 수있습니다. 사람만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던 폭력성, 살인 등은 침팬지에게서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만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던 교감을 위한 섹스, 혈연을 넘어선 사회성 등은 보노보에게서 보입니다. 킬러유인원 가설이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조상을 제시했다면, 평화롭고 사회적인 조상을 인류의 기원으로 보는 가설도 가능할까요? 브라이언 헤어 Brian Hare와 버네스 우즈Vanessa Woods는 공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Survival of the Friendliest』(2020)에서 보노보 연구를 바탕으로 인류 진 - P116

화의 동력을 자기 가축화와 사회적 협력에서 찾습니다.
물론 침팬지도 보노보도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은 아닙니다. 인류가500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지금의 모습으로 있는 만큼 침팬지와 보노보역시 그들의 역사를 지나 지금의 모습으로 있습니다.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모습도, 평화적인 모습도 모두 인류 안에 있는 모습입니다. - P117

머리가 작아도 돼

죽은 자에 대한 특별한 행위인 매장은 호모 사피엔스 크기의 두뇌를가지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만이 가능한, 호모 사피엔스에게 독특한 행위로 여겨져 왔습니다. 겨우 500cc 용량의 머리를 가지고 있던 호모 날레디가 호모 에렉투스의 2분의 1가량, 호모 사피엔스의 3분의 1가량 크기의 두뇌로 깊은 동굴까지 주검을 가지고 가서 매장했다는 주장을 학계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작은 몸집과 작은 머리의 고인류는 우리가 여태껏 생각해 왔던 인류의 다양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합니다. 작은 머리로 석기를 만들어쓰고, 죽은 사람을 매장하고, 벽화를 그릴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20세기의 답은 결단코 ‘아니요‘였습니다. 고인류학계 대부분이 받아들인 정설에 따르면 벽화와 같이 고도의 인지 능력이 있어야 하는 행위는호모 사피엔스의 특유하고 독특한 행위였기 때문에 당연히 ‘호모 사피엔스급의 몸과 머리‘를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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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흐르는 강물처럼

20세기 전반 우리의 생각을 지배했던 계단식 진화, 20세기 후반 우리의 생각을 지배했던 나무식 진화, 이 둘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을 표현하기에는 모자라는 은유였습니다. 인류의 진화는 한 줄로 나란히 서서앞으로 행진하는 모습도, 곁가지와 본가지로 갈라져서 울창한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뻗어가는 모습도 아닙니다. 차라리 갈라졌다가 다시 만나고 다시 갈라지는 강줄기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많은 물줄기를 이루었던 인류 계통의 다양성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큽니다. 작은 물줄기에서 큰 물줄기로 모여 지구 전체를 덮고 있는 우리호모 사피엔스는 다양한 집단의 다양한 기원이 만들어 낸 모습입니다. - P10

장비발이 중요해

두뇌 용량이450cc 남짓한 침팬지가 돌을 깨서 도구를 만들어 쓸 줄 알고 그 방법을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서 전승한다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또한 그렇게했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사람만이 도구를 제작하여 사용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틀렸음이 밝혀졌습니다. 사람만이 도구 제작 및 사용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고 다음 세대로 전승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 역시 틀렸음이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다른 동물과 양적, 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류의 진화 역사 속에서도 사람이 속한호모속은 그 이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과 양적, 질적으로 다르다고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류와 다른 동물 사이에 놓인 벽, 호모속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 사이에 놓인 벽은 의외로 두껍지 않았습니다. - P50

고기 말고

이 최근의 연구 성과들이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두 발 걷기, 두뇌용량, 사냥도구의 제작과 사용이 패키지를 이룬 ‘사냥 가설‘은 그자체로 뛰어난 논리적 정합성을 갖춘 것처럼 보였으며 20세기까지 주류가설로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두 발 걷기‘가 떨어져나가고 이제는 두뇌 용량과 사냥, 도구 제작 간의 연결고리조차 끊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동물성 먹거리를 얻기 위해서는 고기를 얻을 수 있는 큰 짐승을 사냥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의 공식에서 벗어나게 되면서또 다른 시각이 생기고 있습니다. 동물성 먹거리를 얻기 위한 행동으로서 사냥이 남성의 전유물이었고 여성은 채집을 통해 식물성 먹거리를확보했다는 경제 분업 가설이 와해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동물성 먹거리의 확보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면 사실상 이러한 분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곤충 등 다양한 동물성 먹거리와 씨앗, 구근류, 해산물 등으로 고칼로리 고단백질의 먹거리 섭취가 가능해지면서 두뇌는 점차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호모 에렉투스만이 아니라 약 200만 년 전에 살았던 모든 고인류가 공통적으로 겪은 진화입니다. 어른 침팬지보다 큰 머리를 가지고 있는 고인류가 서로 살아가는 방식을 보고 따라 했을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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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 100년 전 우리 조상들의 과학 탐사기
민태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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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혹하고 암울한 시대임에도 동시대의 유명 과학자 아인슈타인과 그의 상대성이론, 이후 양자역학 등 최신 과학지식을 습득하고 전파하고자 한 조선의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 과학사라기에는 과학이나 과학자 이야기 외에도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압축되어 있다. 언급된 인물들 각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고, 분열과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 근현대사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는 마음이 들게하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민태기 박사의 <판타레이>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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