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두 발이 감상에 빠지면: 보행 문학
특별히 보행을 다룬 최초의 수필은 해즐릿이 1821년에 쓴 「길을 떠나며(On Going a Journey)」이다. ‘자연 속‘을 걷는 것의 기준, 그리고 이후에 따라올 보행 문학의 기준을 마련한 글이다. 이 글의 서두에 따르면 "세상에서 제일 기분 좋은 일 가운데 하나는 길을 떠나는 것인데, 나로 말하자면 혼자 떠나는 것을 좋아한다." 걸을 때 혼자인 편이 좋은 이유는 "자연이라는 책을 읽는 내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 책의 의미를 번역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고, "나는 내 막연한 상념이 민들레 솜털처럼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지 그 상념이 논쟁의 가시덤불에 엉켜 붙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행과 사유의 관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글이다. 그렇지만 해즐릿이 자연이라는 책 속에서 정말혼자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 짧은 글은 베르길리우스, 셰익스피어, 밀턴(John Milton), 드라이든(John Dryden), 그레이, 쿠퍼, 스턴, 콜리지, 워즈워스가 쓴 책들, 그리고 요한계시록까지 인용하고 있다. 웨일스를 여행했던 날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풍경 묘사 속에 여행 전날 밤에 읽은 루소의 『신엘로이즈』가 섞이고, 여행을 하면서 콜리지의 풍경시를 읊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 글에 인용되는 책들은 자연 속을 걷는 것의 이상, 곧 생각과 인용과 풍경이 어우러지는 기분 좋은 경험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해즐릿 역시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 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