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치고 잘 뛰네 - 남자들의 세상 속 여자들의 달리기
로런 플레시먼 지음, 이윤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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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선수를 기본값으로 한, 여성 선수에게 무지하고 무관심한 스포츠 세계에서 여성 선수가 겪는 월경 불순, 섭식장애, 골다골증, 정신건강 등 사춘기 이후 몸의 변화에 대한 부정과 고통,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는 책. 많은 사춘기 여성들이 자기 몸을 긍정하고 건강하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책. 이 책 읽고 나면 나이키 불매해야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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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포스터는 단순히 명성이나 성취를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두려운 일임을 상기시켜주는 존재다. 또한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의사를 불완전하게 전달하거나, 목소리를 내는 대신 화 또는 분노로 과잉보상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상기시켜주는 존재다. 내가 백인이 아니었거나 마른 체형에 서구적인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똑같은 말을해도 세상이 귀기울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체성이 소외될수록 목소리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장애물에 직면하게 되고, 권력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더 적은 혜택을 받게 된다. 이 포스터는내 주변 세상에서 권리 옹호 활동의 곁에 분노가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 P190

세계 선수권대회 개최지인 대한민국 대구에서 우리는 냄비속 가재 같았다. 달리는 길에 늘어선 나무에서 매미 소리 하나들리지 않을 정도로 습도가 높았다. 선수촌 밖 산에는 2주 내내안개가 연기처럼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하지만 내게 날씨는 중요하지 않았다. 트랙은 여전히 400미터였다. - P238

소파에 작은 둥지를 틀고 앉아 벽난로 불빛을 쳐다보고 있는데경기 생각을 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경기에서 기권하고 남은 기간 동안 오두막집에 계속 있다 가고 싶다고 제시에게 말했다.
"이유를 말해봐." 그가 말했다.
"나는 이것보다 훨씬 나은 선수잖아. 아무도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 거야. 나도 보고 싶지 않아. 모욕적일 거야."
"누가 그래?"
나는 계속 불을 쳐다보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알았어. 그럼 출전해야 하는 이유도 한번 말해봐."
"사람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기분이 좋았어. 타인이 내게그런 힘을 갖고 있다는 게 싫어. 모든 게 여정이니 어쩌니 하는 글을 쓰느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는데, 지금은 허무한 기분이 들어."
"본인이 승자일 때는 여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기 쉬운 거야."
그가 말했다.
"경기장, 그 짜릿함∙∙∙∙∙ 출전은 나를 위한 거야. 하지만 제시, 나는 선수이기도 하잖아.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
"아직 네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는 있어." - P251

와젤은 완벽하지 않았다. 여성에 의해, 여성을 위해 활동한다 해도 사각지대는 여전히 많았고 해를 끼친 적도 있었다. 와젤과의 계약 직후 친구이자 전 코치였던 데나 에번스의 전화를 받았다. "와젤 반바지 정말 마음에 들어! 하는 일도 정말 좋은 일이고. 하지만 웹사이트는・・・・・・ 상당히…… 백인 중심적이더라. 북유럽 쪽에 가까운 백인다움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여." 그 말을듣고 나서 나는 와젤의 웹사이트가 부끄러워졌다. 그 점을 미처눈치채지 못한 것도 부끄러웠다. 나는 데나가 해준 말을 샐리와공유했다. 그러고 나서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에 관해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든 활동을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전 세대의 백인 페미니스트들처럼, 나 역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대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다. 백인 남성들이 가장 양보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의 권리를 얻어내고 나면, 권리의 확장이 더 쉬워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흘러가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다. 이보다 큰 착각은 없었을 것이다. 백인 페미니즘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인종주의와 결부되어 있다. 만약 내가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을 옹호하는사람으로서 마크 파커에게 접근했다면, 근육질의 여성뿐만 아니라 진정한 신체 다양성을 옹호했을 것이다. 인종차별과 분리의 유산으로 획일화된 커뮤니티에 속해 있던 탓에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 P275

업계에서 소수자는 종종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성공하고 나서 변화를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목소리를 내고 성공 가능성을 위태롭게 만들지 결정해야 한다. 권리 옹호 활동은 지치는일이다. 벌거벗은 채 숟가락으로 가시덤불을 헤치고 새로운 길을개척하는 것 같은 날도 있다. 여러 소외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욱 위험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건 달리기와도같다. 매일 하는 일에서의 성실함, 선두를 달릴 때의 짜릿함, 끝까지 완주했을 때의 만족감 등이 있다. 결승선이 계속 움직이더라도 말이다. - P276

나는 스포츠 시스템 자체가 여성의 필수적인 생리적 경험을 평가절하하거나 부정하고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우선순위를 강조함으로써 여성에게 막대한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깨달았다. 사춘기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굶는 고등학생 달리기선수들. 몸에 맞지 않는 체중에 도달하기 위해 식단을 제한하는모든 여성. 뼈가 부러지고 힘줄이 찢어져 시간을 허비하는 모든여성. 발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은 모든여성. ‘자격을 얻지 못하면‘ 음식을 먹을 수 없고, 방종에 대한속죄의 의미로 운동에 의지하는 모든 여성. 타이틀 나인이 참여의 문을 연 이래로 수많은 여성이 스포츠에서 겪은 상처를 안은채 살아가고 있었다. 스포츠가 우리 문화에서 가장 큰 기관들 중하나라고 생각해보니 한층 더 넓은 시각에서 스포츠가 하는 역할이 보였고,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으며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을알게 됐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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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보이지 않는 여자들>

실수가 허용되는 것은 특권이다.

나는 내가 여느 여자 선수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존경했던 남자들은 항상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넌 보통 여자들과는 달라. 남자처럼 경쟁하고 남자처럼 생각하지." 남자처럼 경쟁했기 때문에 (뻔하고 단순하게도) 남자처럼 여겨졌다. 남자처럼 여 - P102

겨지는 것은 권력에 가까워지고 남자들이 여성을 실제로 어떻게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특권이었다. 나는 그 특권이 좋았고 그걸잃는 게 두려웠다. 다른 여자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가 된다는 건 결국 우리 모두에게 닥쳐올 일이었다. 나는 내몸을 고쳐야 했다.
연구에 따르면 여자 대학 운동선수의 대다수가 자기 몸에만족하지 못하며, 이들 중 90퍼센트는 평균 5.8킬로그램의 체중감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종목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여성 운동선수들은 비운동선수에 비해 신체 만족도가 높을 것같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여성 운동선수들은 서구적인 미의 기준을 사람의 가치로 보는 문화적 영향에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 업계에는 스스로 몸을 해하지 않고는 달성하기 힘든 수준의 이상적인 체중, 이상적인 체형이라는 더 엄격한 기준이 존재한다. 기준에 도달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면 어떻게 타당한 기준일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기준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운동선수들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그렇다. 대신 구글에서 ‘체중 감량 방법‘을 검색하고 다이어트에 뛰어든다. - P103

NCAA에는 대학 스포츠 환경에서 여성에게 불균형하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여성 정책이나 모범 사례가 없다. 적어도 내가 찾아본 바로는 그렇다. 조례와 정책에서 성별에 관한 내용은거의 없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수상작인 자신의 저서『보이지 않는 여자들』에서 도처에 편재하는 이러한 문화에 대해 설명하며, 데이터상의 성별 격차가 어떻게 편향을 지속시키고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는지 설명한다.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다는 가정은 남성의 신체를 기본값으로 보고 우선시한다. 하지만 18세에서 22세 사이 남성의 신체는 여성의 신체와 전혀 다르 - P116

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유해하다.
남성에게 18~22세는 테스토스테론이 최고조에 달하고 훈련 능력이 극대화되며 회복력이 강해지는 시기다(젊은 남성이 군인으로 징집되는 시기와 같다). 남성은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나이에 운동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전에 없던 생리적 전성기를 맞는다. 18~22세의 남성 신체를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 산업이 마른 체형이라는 이상적인 몸과 꾸준한 운동 능력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여성에게 18~22세는 어머니의 몸으로 변화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우리는 생식에 집중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몸은생물학적으로 생식력 극대화에 투자한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의몸을 더 부드럽게 만들고 체지방과 체액을 더 많이 생성하도록이끈다. 여성의 신체는 유방이나 자궁내막 등 운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조직을 만들고 투자하는데, 이러한 조직은 몸이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주며 체중을 한 달 주기로 변화시킨다. 이러한 신체 구성의 자연스러운 변화는 꾸준하고 선형적인 개선이라는 남성적 표준과 양립할 수 없다. 여성의 신체 변화를 고려하면 이상적인 경기 체중 역시 터무니없는 개념이다. 여성 운동선수들은 새로운 체중 대비 근육량에 힘줄, 인대, 근육, 뼈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내가 겪었던 운동 능력 정체나 저하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현상이지만, 스포츠 세계는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다. - P117

존은 백인 장거리 선수들은 많은 돈을 받고도 첫 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반면, 흑인 단거리 선수들은 이기지 못하면 굶어 죽으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당신 같은 장거리 선수들은 대표팀에 들면 일을 계속할 수있죠. 우리는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해요."
"불합리해요. 단거리에서 어떻게 매년 메달을 따요?" 방금큰 패배를 경험한 나는 메달을 딴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는 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그는 자기 이메일로 눈길을 돌렸다.
실수가 허용되는 것은 특권이다. 예선 탈락으로 존과 내가 받는 대우는 매우 달랐다. 남자 선수들보다 받는 돈이 적다고 화가 나 있었는데,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백인 여성보다 열악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내 모습에 안도감을 느꼈다. 존이 겪은 인종차별에 대 - P140

해 들으면서 화가 났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나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말하는 더 관대한 공동체에서 자랐다. 백인 노동자 계급은 자신이 경험한 불이익만 생각하고 이익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려 하며, 드물게 이점을 누릴 때면 공정하다고생각한다. 스포츠는 자신이 가진 모든 이점을 이용하되, 대체될수 있는 존재임을 명심하며 불의에 항거하는 목소리에는 침묵하라고 가르친다. 세계 무대에 이름을 남기려면 갈 길이 멀었고시간은 3년밖에 없었다. 달리기에 매달려야 했다. 나는 이후로도수년간 편견과 스포츠 활동의 실상을 목격하고 나서야 적극적인지지자가 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 P141

함께 훈련한 거의 모든 프로 여성 운동선수에게 대학에서섭식장애와 부상을 겪은 일화가 있었다.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었고, 하나같이 무력감이 느껴졌다. 여자 선수들 사이에서는 마르고 아픈 소녀들이 계속해서 기록을 경신하고, 풋로커에서 우승하고, 한두 시즌 동안 NCAA에서 성공했다가 사라지곤 했다. 우리는 어떻게든 그 시련을 이겨낸 사람들이었지만 상처를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몸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고, 체중을 더 감량하려고 노력했다. 당시에는 건강음식집착증orthorexia (깨끗하고 건강하다고 여기는 음식만 먹고, 유연성 없이 경직된 식습관을 특징으로 하는 섭식장애)이라는 병명이 있는지 몰랐지만, 흔한 증상이었다. 다행히 우리 중에는 충분히 빨리 달리면서도 기꺼이 쿠키를 먹는 여자가 많아서 나를 좋은 쪽으로 이끌어주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나 많은 해를 입히는 압박으로부터 어린 소녀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어떻게 이리도 만연한 문제에 반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인가? 혼자 있을 때는 학교에서 강연할 만한 내용이 - P161

나 문화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나이키 광고 캠페인에 관한 아이디어로 노트를 채웠다. 그리고 그 목표를 실현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챔피언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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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여성 운동선수들의 삶과 커리어에서 계속 반복되는 현상, 즉 남성 지배적인 시선을 받는 여성의 신체 기능과외모 사이에서의 충돌, 육체적으로 강한 동시에 성적으로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처음으로 경험한 것이다. 훈련된 신체는 스포츠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외모를 변화시키며, 이러한 신체가 아름다움의 이상과 다를 때 다양한 정도의 심리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여성 운동선수의 ‘신체 이중성 body - P31

duality‘이라고 부르는 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10대였던 시절에는 그런 기분을 표현하는 용어가 없었고, 주변의 그누구도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 P32

오늘날 여성은 미국 운동선수의 40퍼센트를 차지하지만, 스포츠 보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년 전과 거의 같은 4퍼센트에 불과하다. 스포츠 면의 첫 페이지에는 프로 여성 운동선수보다 남성 스포츠 팬이 등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 여성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후원금은 전체 금액의 1퍼센트 미만이다.
1996년 애틀랜타에서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는 프로 여자 스포츠를 TV에서 본 적 없대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현대 올림픽은 스포츠 방송국이 마음만 먹으면 성 평등을 촉진하고 보여줄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다. 거의 모든 종목에 여자 경기와 남자 경기가 있고, 두 종목을 연이어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육상, 수영 등 많은 남녀 스포츠가 하나의 관리 단체를 공유하고 있으며, 마케팅 권한이 스폰서에게 패키지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송에서 한 성별을 다른 성별보다 더 강조할 경제적 이유는 없다. 2021년 올림픽 중계에서 여자 경기는 58퍼센트라는 놀라운 비율을 차지했다.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과 퍼듀대학이 1989년부터 2014년까지 로스앤젤레스 지역 방송국 세 곳과ESPN의 스포츠 보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4년 여자 경기를 다룬 하이라이트 쇼는 3.2퍼센트에 그쳤다. 시간이 지나도 비율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25년 동안 여성 스포츠 참여율이 증가했음에도 이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 P49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성 장거리 달리기 선수의 87퍼센트가 코치에게 월경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80퍼센트가 남성인 코치들은 이러한 논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여성 운동선수의 코치들에게 여성생리학, 사춘기 또는 월경 주기에 대한 교육이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월경이라는 단어를 돌려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은 시작이다. 자연스러운생물학적 과정을 성의 상품화와 혼동하여, 남성 코치에게 ‘여자들의 일‘을 담당하는 여성 보조원 고용을 장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전략은 이직률이 높은 직책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를 ‘월경을 한다‘는 자격으로 여성을 보조하는 직책에 계속 고용해야 하는 가짜 이유를 만들어낸다. 여성 운동선수와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은 사춘기와 월경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춘기와 월경은 팀원들 중 절반의 일상을 형성하는 구체화된 경험이자 현실이다. 가감 없이 말하자면, 월경을 외면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월경 이상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때는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큰 보상이 돌아가고 여자아이들은 연간 향상률이 남자아이들의 절반 수준인 1.2퍼센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운동선수와 코치들은 이를 무시하게 된다. 사춘기를 파괴적인 신화로밖에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과정이 위협적인 것 또는 두려워하거나 슬퍼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어떻게든 이를 우회하려는 동기가 커진다. 수많은 소녀가 시간을 멈추거나 되돌리기 위해, 여성이라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치명적이고 위험한 전략인 식단 제한을 선택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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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존재하기 -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 경험으로서의 달리기
조지 쉬언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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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달리는가? 이 책을 읽는다고 그 답을 알 수는 없다. 몇 십 년을 달린 조지 쉬언도 달릴 때 마다 답을 구하지만 인생에 정답이 없듯 달리는 이유에도 답이 없다. 그냥 달리고 싶으니까 달린다. 달리면서 계속 힘든데 왜 달릴까 왜 달리고 싶을까 묻는다.


앞 부분에는 달리기 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고, 미국 작가 특유의 자기계발서 스타일(?)이라 그리 재밌지 않았지만 중반부 이후 달리기에 대한 얘기는 흥미로웠다. 다만, 작가가 놀기, 달리기, 육체적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속 강조하다 보니 운동선수를 너무 영웅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번역자는 김연수 작가이다. 김연수 작가도 하루키처럼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인가 보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무명작가 시절 한번 달려볼까 하는 마음으로 집 근처 일산 호수공원을 달리기 시작했다고.


그냥 문득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이제 달리기 3개월차에 접어든 나의 11월 달리기 기록이다.

저녁 약속 가는 날 지하철역에서 식당까지 950미터 길래 가방 매고 1키로 달리기 한 경우도 있고,

저녁 일정 끝난 장소에서 집까지 거리가 3키로 길래 가방 매고 걷뛰하며 집까지 달린 경우도 있고,

필라테스 학원 트레드밀에서 30분 정도 달린 경우도 있고 조금씩이지만 자주 달렸다.


이번 주엔 런데이 거리 달리기 메뉴로 처음으로 웜업과 쿨다운을 빼고 5키로를 연속으로 달려보았다.

5키로 대회는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10키로로 거리 늘리는 연습을 해봐야지.

달리면 시간이, 거리가 느리게 지나간다.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언젠가 끝은 있다.



경험하기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어디 있다가, 또 무엇 때문에 달리기 시작한 것일까? 이런 이상 열기는 어디서 비롯했을까? 왜 평범한 사람들이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는 것일까?
그 답은 내 경우에 비춰 말할 수 있을 텐데, 나마저도 이유가 시시때때로 변한다. 그러므로 요즘 내가 달리기를 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말해 보겠다. 그 다음에 왜 마라톤을 하게 됐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며, 마지막으로 계속 마라톤에 빠져들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마라톤을 한번만 뛰어 보는 러너는 없다. 러너는 몇 번이고 마라톤을 완주한다. 러너들은 완벽한 파도를 찾아 나서는 서퍼들과 비슷하다.
내가 왜 달리기 시작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그만이다. 그 다음에는 저절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다. 달리면 달릴수록 더 달리고 싶었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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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2-08 0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꾸준히 달리셨네요!! 5키로 달성하셨으면 10키로도 금방일 것 같습니다. 햇살님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4-12-08 16:22   좋아요 1 | URL
할 수 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