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 <생활적>

김정인_아래위의 민주주의

비록 달성하려는 방법은 달랐지만, 모든 조선인들은오로지 두 가지를 열망하고 있었다. 독립과 민주주의. 실제로 그것은 오직 한 가지만을 원하는 것이었다. 자유. 자유라는 말은 자유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한테는 금덩이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자유든 조선인들에게는 신성한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들은 일제의 압제로부터의 자유, 결혼과 연애의 자유, 정상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자유, 자기 삶을스스로 규정할 자유를 원했다.[3] - P27

김지현_한국, 여성, 문학

"단점을 지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장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때도 발전 가능성을 찾아내서 닦아보여 주는 게 프로야."
진부하게만 느껴지던 셰익스피어 희곡을 한 학기내내 배우던 학교 수업 첫날, 선생님이 한 말이다. - P59

기존 문학적 형식에 대한 의심의 바탕에는 ‘문학사 탈구축 작업‘이 있다. 문학사 탈구축 작업은 세계대전 이후 파시즘적 잔재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문학사에깃든 국민국가, 남성·엘리트, 문학중심주의 등을 걷어 내고 여성과 소수자 문학을 문학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 P63

김익균_춘향의 그네 노래

무엇보다도 「추천사」는 해방의 노래다. ‘추천‘이그네를 뜻하는 한자말이고 ‘사(詞)‘는 노래라는 뜻이나해방의 기쁨을 누리는 ‘그네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이시에는 ‘춘향의 말 일(一)‘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해방을 맞아 터져 나오는 ‘춘향의 첫 일성‘이라니 뭔가 힙하지 않은가? 춘향으로 대표되는 젊은 여성의 말이 절정의 노래로 울려 퍼진 것은 그 자체로 사건이었다. 이시의 원작을 다시 꺼내는 것은 해방의 기쁨에 들뜬 텍스트의 욕망에 물들고 싶어서인가 보다. - P81

오승희_대한민국의 인정 투쟁

한국의 존재가 지워진 시기가 있다. 120년 전인 1905년일본은 군대를 동원해 강제로 조약을 체결하고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했다. 강대국의 승인하에 벌어진 일이었다. 같은 해 일본은 비밀리에 미국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어 대한제국의 지배를 승인받고, 포츠머스 조약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일본의 한국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우월권을 인정받았다. 즉 일본은 강대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반도 지배를 인정받았고, 한국정부는 "한국이 부강해졌음을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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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6호 : 유머 인문 잡지 한편 16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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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머란 역시 코드가 맞아야 한다. 웃을 준비가 된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
‘루소와 밀레의 우정’에 관한 잘못된 미담이 얼마나 많이 복붙되어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지 루소 연구자가 맞닥뜨렸을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웃음이 난다. 우리는 인용의 출처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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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담_강간 농담 성공하기

그러나 그날 나는 분명하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했다. 내가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폭력을 경험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사람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폭력을 의심하고 경계하며 성찰하는 방향으로만 감각이 발달하게 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타인에게 가학적으로 굴 기회를 노려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위험한인간이 될 가능성도 충분했다. 내가 그 농담을 통해 잠깐이나마 어떤 지배력을 만끽하려고 했던 것처럼.
이후로 나는 웃음을 탐구하는 사람은 사실은 힘의문제를 탐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내 느슨한 도식은 이랬다. 힘을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은 폭력적이 된다. 힘을 너무 적게 가진 사람은 슬퍼진다. 두 경우가 모두 비극이다. 그 사이 어드메에 희극이, 웃음이 있다. 다음번엔 꼭 웃기고 싶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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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_누구와 웃을 것인가

이 비장미 넘치는 숭고함과 싸우는 사람들의 무기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나는 독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지도자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 다시 등장한 깃발들에서실마리를 찾는다.
‘강아지발냄새연구회‘, ‘민주묘총‘, ‘전국 집에누워있기 연합‘, ‘전국 뒤로 미루기 연합‘ 등이 적힌 깃발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집회의 성격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깃발을 준비한 사람 자신의 ‘평범하기 때문에 특별한‘ 정체성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 P53

독재자와 그 지지자들은 자신들 혹은 자신이 지지하는 체제가 웃음거리가 되길 원하지 않아서, 또한 독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독재 시도가 현실적 위협으로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농담은 이제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기를 바라지 않는자들과 싸우기 위해, 그러니까 그들을 웃음거리로 만들기 위해, 여전히 무기로서의 농담은 필요하다.
여기서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 페터 슬로터다이크가 논한 ‘키니시즘(kynicism)‘과 ‘시니시즘(cynicism)‘의 구분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21 슬로터다이크는 현대 이데올로기의 지배적 기능 양식을 시니컬(cynical), 즉 냉소적인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계몽주의적 방식의 이데올로기 비판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키니시즘은 고대 그리스어 ‘개‘에서 유래한 키니코스(Kynikos) 학파로부터 따온 명칭으로, 이 - P54

들의 견유주의적 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슬라보예 지젝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비장한 측면을일상적 진부함과 맞닥뜨리게 해 웃음거리로 만들고 그이면을 폭로하는 게 키니컬한 절차라고 해설했다. 이게 개를 자처하며 알렉산더 대왕에게 볕을 가리지 말고 비키라고 했다는 디오게네스가 기행을 통해 당대의주류들에게 한 일이다. 즉 시니시즘이 ‘세상을 바꾸려노력해 봐야 소용없고, 어차피 사는 건 다 똑같다‘는 정해진 결론으로 간다면, 키니시즘은 권력을 우스운 것으로 만들어 권위의 부재를 증명해 결과적으로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한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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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5호 : 독립 인문 잡지 한편 15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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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이 경제적 정서적으로 홀로 서는 것만이 아닌 타인을 신경 쓰고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서로 의존하고 함께하는 것임을, 진정한 독립이란 함께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임을 배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독립은 아직 진행 중이다. 황소희 쌤의 시민 수업이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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