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의 밀당이 제인 오스틴 소설 만큼은 아니지만,
여주의 까칠함이 <제인
에어> 만큼은 아니지만,
부유하고 당당하고 할 말 하는, 종잡을 수 없는 여주를 만났다.
셜리가 셜리로 살 수 있는 이유는 그를 제어하는 부모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에 숙부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셜리를 부유한 가문과
결혼시키려고 난리를 치지만,
셜리는 그런 숙부를 물리친다.
말싸움으로, 기싸움으로
절대 지지 않는다.
결혼으로 귀결되는 마지막 결말은 조금 실망스럽지만,
당시 현실을 고려하여 쓰고 싶은 결말보다 많이 절제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스터후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고.
첨예한 시대 상황, 국제
정세, 정치적 상황, 계급 갈등, 경제 문제 등을 날카롭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등장인물 각자의 다른
의견, 다른 시선, 갈등을 보여주며, 누구 하나가 영웅시 되지 않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생각과
행동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행동으로 직접 나서는 것은 남성일 수 밖에 없지만, 셜리를 통해 여성도 생각하고 행동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로맨스 소설적 재미는
<제인 에어>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여성 작가가
연애, 결혼, 가정 생활에 국한된 소설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셜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풍성한 해석들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