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김동춘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

책을 내면서_김정현

대의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1%를 위해 99%의 희생을 강요한다. 그일을 원만하게 성취하기 위해서 대의제 민주주의는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선거를 통해 평등이라는 환상을 유포하고, 자본주의는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내세워서 대중의 동의를 얻는다. 그리하여 서구식 민주주의가 도입된 모든 나라에서 부의 상향 재분배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우리 경우에도 독재자가 아니라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농산물 시장을개방하여 식량안보를 위험에 빠트렸고, 온 국토를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놀이터가 되게 허용하여 국가공동체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훼손해왔으며, 마침내 전례 없는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적 분열을 초래했던것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도움을 받아 초국적기업들과 글로벌 자본은 야만적인 자본축적에 가속도를 붙였다. 그렇게 반세기 가까이 신자유주의가 독주를 펼친 결과 빈곤은 더욱 깊어지기도 했지만, 자본주의적 가난은 불안감, 수치심 같은 심리적, 정신적 상흔을 동반했기 때문에특별히 더 견딜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기회의 평등‘이라고 하는 수사(修辭)가 얼마나 기만적인 것인가를 누구도 반박할 수 없도록 실증적으로 밝혀냈기 때문에 대중의 환호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 P4

첫째, 시민의회는 파편화된 문화, 양극화된 사회, 고립된 개인이라는문제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선거대의제에 익숙한 우리는 다수결을 민주주의의 원리라고 생각하지만, 시민의회는 합의가 민주주의의원칙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다수결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내 편을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헐뜯는 일이 자연히 수반된다. 그러므로 패배한 쪽은 앙심을 품고-극단적인 경우에는 투표과정에 부정이개입되지 않았는가 하고 의심하면서 다음 기회를 벼르게 되는 것이다. 한편,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경쟁이 아닌 토의(숙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모든 참가자는 의견을 개진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아도 마음에 앙금이 남지 않는다. "내 의견이 존중받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누군가와 깊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것은 처음이다." 시민의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 P9

좌담

성한용_저는 김영삼 대통령이 1995년에 특별법 만들어서 전두환·노태우 처벌한 것을 평가하고 싶어요. 우리가 일제 청산도 못 하고 김재규로 인해서 박정희 쿠데타도 제대로 정리를 못 했지만, 그래도 비록 다 집행이 안돼서 효과가 반감되긴 했어도 전두환 쿠데타는 청산을 한 셈이에요. 비상계엄 발표 나자마자 사람들이 곧장 막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즉시 움직였던 배경에는 성공한 쿠데타도 사법처리가 된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 P12

김동춘_저는 민주주의의 공고화(democratic consolidation) 이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미국 정치학자들이 후발국의 민주화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말인데, 주기적이고 투명한 선거, 평화적 정권교체, 군사정권으로의 역전 불가 등이 가능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죠. 저는 과거사 문제에 오래관여해왔지만 그쪽에서 흔히 쓰는 ‘이행기 정의‘라는 말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군사독재에서 자유민주주의로 이행했다는 말인데, 독재를 경험한 후발국이 서구적 자유민주주의를 제도화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요. 이건 미국의 주류 정치학자들이 그들의 정치이론을 세계에 - P14

설파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에요. 저는 한국과 같이 냉전과 분단이 지배하는 나라에 이런 이론은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해왔어요. 무엇보다민주주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이런 근대화론적인 발상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 P15

김정현_민주주의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우리 정치지도자들에게 결여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번 정부에서 두드러진 모습은 정치가 실종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국민 여론에 호응하거나 야당과 협치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비판자들에 대해선 심지어 언론까지 모조리 소송으로 대응하면서 사법으로 제압해왔지 않습니까. 반정치주의가 극단적인 정치의 사법화라고 해야 할지 이런 형태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 P21

김동춘_맞아요. 극우세력이 동원하는 담론이 미국에서 인종주의라면한국에선 반공주의입니다. 반북·반공이 이들의 문화적 자원이죠. 그걸깰 방법은, 지적하신 대로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서 변화가 어떻게 가능한지 체험하게 하는 방법이 하나 있고, 또 역사교육도 필요합니다. 저는 어디서나 10% 인구는 파시스트 혹은 왕조시대의 사고를 갖고 있다고 봐요. 그리고 복음주의 기독교인처럼 맹목적이고 제도정치나 현실정치에 무지한 사람들이 10% 있어요. 즉 20% 정도는 민주교육을 받았더라도 어떤 위대한 인물이 나타나서 모든 일을 일거에 해결하기를 바라고, 만사를 선악의 구도로 봅니다. - P24

김정현_앞에서 김동춘 선생님께서 신자유주의 세계를 지배해온 우익세력에게 자본주의가 초래한 난국을 헤쳐갈 능력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 분열을 부추기고 폭력에 의존해서 권력을 유지한다고 하셨는데, 좀더 설명해주시겠어요?
김동춘_오늘의 세계체제라고 하는 건 결국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타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체제는 자본주의적 모순을 민주주의로 적절하게 제어해온 것입니다. 거칠게 말해서1원 1표제로는 체제가 붕괴하게 생겼으니까 자본가들이 일정 정도 양보를 한 것이지요. 가장 진보적인 형태가 사민주의 복지국가라면 군사독재는 가장 퇴영적 모습입니다. 그런데 1991년 사회주의 붕괴 이후 민주주의와 타협할 필요가 없어지자 자본주의의 고삐가 풀려버린 거예요. 그렇게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의 폭주가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나타나고 복지국가가 붕괴합니다. 제조업 기반을 포기하고 양극화가 극심해진 건 어설픈 복지국가였던 영국과 미국이고, 그 정도로는 안 망가져도 세계화 여파로 이주노동자들이 밀려들자 유럽에서도 극우세력이 등장합니다. 사민당, 노동당도 몰락하거나 우경화됐죠. 이렇게 최근 - P26

한 20년 사이에 이른바 선진국들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징후들이나타났는데 좀 극단적 형태가 미국, 영국, 브라질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신자유주의체제를 이끌어가는 보수세력들은 안정적 노동시장에서밀려난 사회적 약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할 능력이 없어요. 그래서 인종주의, 이주민 혐오를 부추기는 거예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원망이정치권이 아닌 이주자들을 향하게 만들어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것이죠. 미국 트럼프, 브라질 볼소나로, 프랑스 르펜, 독일을위한대안(AfD) 또 오스트리아, 스웨덴에서도 극단적 정치세력이 부상하고 있어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타협이 깨졌는데, 조직노동이 해체되니까민주주의를 뒷받침할 세력이 사라졌고, 좌파, 진보세력이 무력화되고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니까 중도에 있던 사람들과 노동세력이 오른쪽으로 가서 우익이 독주를 하다가 자멸의 과정에 접어든 것이죠.
기만적이긴 했으나 지난 세기에 미국이 저개발국에 경제적 수혜를준 건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냉전이 무너지자 그 정책도 버리기 시작했고 노골적으로 나타난 게 트럼프주의입니다. 이제 미국의 헤게모니가작동하지 않는데 중국은 미국 정도의 대항적 패권은 만들어내지 못한상태에서 중국도 시진핑의 국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현재는 사실상 ‘글로벌 우익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안 없는 글로벌우익체제의 한국적 현상이 윤석열 방식이라고 봐야죠. - P27

하승수_해법은 정치의 다양성 확보, 다당제를 통해 저마다 의제를 가지고 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쪽이 내란 같은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면 당분간 상대편은 거저먹을 수 있는 거대 양당 구조가 문제예요. 극우 정치세력의 부상을 막기 위해서도 다당제가 필요합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사실상 극우세력이 주도권을 갖고 있잖아요. 두 개 거대정당 중에서 하나가 사실상 극우라는 사실은, 유럽 다당제 국가들에서제일 오른편에 극우 정당이 존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더욱이 민주당도 보수 내지 중도라고 할 수 있으니까, 진보적 입장에서불평등이나 기후위기 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이 나오기 어려운 거예요.
그러나 다당제 구조라면 민주당보다 진보적이거나 생태적인 정당을 찍거나, 혹은 지역정당에 투표할 사람들이 있거든요. 또 저는 한국에선신자유주의와 맞물린 수도권 일극 집중이라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모든 권력과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니까 비수도권지역이 소외당하고, 농촌이 마치 수도권 도시지역의 식민지처럼 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도권 일극 집중에서 벗어나는 일이 지금필요한 전환의 핵심인 것 같은데, 이 문제도 거대 양당에선 논의조차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리 현실의 다급한 여러 문제를 풀려면 다당제정치구조는 필수적입니다.

성한용_민주주의는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이라는 걸 눈치채기 시작한게 저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항상 불안한 건 당연한 거예요. 이번 기회에 민주주의는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걸 우리 모두 학습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말씀드렸듯이 저는 반정치주의의 극복이 가장중요하다고 봅니다.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정 - P39

치이고 사회적 약자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도 정치인데, 정치라고 하면더럽고 피해야 할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아요. 반정치주의를 유포시키는 분단체제 기득권 세력들과의 전쟁에 저는 남은 힘을보태고 싶습니다. 촛불·응원봉 시민들도 국회나 정당을 백안시하지 마시고 정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함께해주시면 좋겠다는 당부를 드리고 싶어요.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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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2024년 겨울호 - 통권 188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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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식민지화하는 도시민의 삶을 살고 있음을. 도시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농촌에는 머리 위 고압선과 송전탑을 건설하고 도시의 산업폐기물 등을 처리하기 위해 농촌에는 소각장과 매입장을 짓고. 이게 식민지가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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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_ 타르콥스기 <희생>

알렉산더와 도메니코 같은 인물의 원형은 러시아 정교의 고행자를일컫는 ‘유로지비‘, 즉 ‘바보 성자‘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바보 성자 - P474

는 남들의 눈에는 어리석게 보이지만 순수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로, 타르콥스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던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한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민중의가장 뜨겁고 가장 근원적인 욕구는 수난, 어디서나 무엇에서나 느끼는끊임없는 수난의 욕구"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런 수난을 겪음으로써, 즉 자신을 제물로 바침으로써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문화에서 이런 수난은 고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P175

손제민_알리체 로르바케르의 영화

로르바케르가 어느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이 영화에 활용되는에 대해 얘기한 것을 보면 그가 간단치 않은 감독임을 알 수 있다. 좀 길지만 인용해본다(<헐리우드리포터> 인터뷰).

저는 ‘인공적으로 똑똑한(artificially intelligent)‘ 사람이기보다는 ‘유기적인 멍청이(organic dumb)‘입니다.... 과학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것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대체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고생각해요. 예를 들면, 미리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소화시켜야 하는 것처럼 날것 그대로의 재료를 마주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우려스러운 - P186

건, 우리가 극도로 정제된 이미지를 추구한다는 점이에요.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우리는 그런 이미지들에서 살아갈 영양분을 얻는 것인데, 그런데 이 극도로 정제된 이미지들은 실제로는 죽은 물질들 (데이터)로 만든 것입니다. 살아있는 물질들로부터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 인간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그 차이를 알아볼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진짜 음식은 맛으로 느낄 수 있어요. 살아있는 이야기 속에서는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죽은 물질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먹었을 때 저는 알수 있습니다. 실수가 있더라도 살아있는 물질로 만들어진 이미지인우에는 그걸 느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어쩌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완벽하진 않아도, 완벽히 세련되지 못해도 살아있는, 그리고 오점을 갖고 있는 것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계는 실수를 할 수없으니까요. - P187

박혜영_마리아 미즈 <마을과 세계>

그것은 에코페미니스트로서의 자신의 일생이 무엇보다 "마을이 세계고, 세계가 곧 마을"이라는 둘 간의 연결성을 말하고 지키는 데 헌신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 P218

미즈가 경험한 ‘오래된 미래‘의 중심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훗날즈는 여성의 삶과 자연생태계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여성을억압하는 가부장제와 자연을 약탈하는 식민주의는 모두 자본주의의 이윤추구와 동일한 착취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에코페미니즘 이론을 제시하는데, 이런 정치경제적 통찰을 어머니를 통해 깨닫게 된다. - P220

우리는 흔히 자급이라고 하면 빈곤이나 저개발 아니면 혼자서 구차스럽게 사는것을 떠올리지만, 미즈에게 자급이란 모든 사회 · 경제 활동의 초점을 상품생산과 이윤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의 재생산에 두는 것을 말한다. 자급은 좋은 삶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물적, 문화적 필요를 여성, 자연, 제3세계를 착취하지 않고 생산해내는 삶의 방식이다. 과잉생산과 과잉소비 속에 과잉풍요를 누리며 자연과 미래세대에게 쓰레기를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순환적 생활방식 속에서 필요를절제하는 삶을 말한다. 미즈에게는 "이 세계의 모든 생명체가 좋은 삶을 누리고 좋은 관계를 맺으며 자연의 충만함과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자급의 모습이다. - P222

오은영_도갈드 하인 <우리에게 내일이 없더라도>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것을 깨닫게 된 그는 이 상황이 기후변화에도 정확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저기서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파국적인 미래를 그려 보인다. 그러나 하인이 보기에 더 심각하고 자명한 사실은기후변화가 해결 가능한 문제이기보다 함께 감수해야 할 곤경이라는점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원제 ‘폐허 가운데서 일하기(At Work in theRuins)‘가 의미하는 바는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 앞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문제라면 해결책이있다. 문제를 해결하면 상황은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 하지만 곤경에는해결책이 없다. 곤경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를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고 어떻게 살아갈지를고민할 필요가 있다. - P235

그런데 평화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넓고 곧게 뻗은 큰길과 같은 답을요구하는 것이야말로 근대의 사고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영향 아래에서발생하고 정립된 평화학은 하나의 획일화된 답을 거부한다. 그래서 볼 - P236

프강 디트리히는 그의 책에서 추상명사인 평화를 굳이 복수형(peaces)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다양한 주제들을 24개의 장에서 다루면서도굳이 하나의 결론을 끌어내지 않는 도갈드 하인의 작업도 하나의 확고한 답을 거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책에 하나의 결론, 정답이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야말로 근대성의 산물인 것은 아닐까? "세계는 안정적이고 질서 정연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우리 사고의 배후와 우리 사회가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에 존재하지 않는가?" 이 세계의 종말을 인정하면서 다음의 다른 세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절벽에서 손을 놓을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생각하게 된다. - P237

이문재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성숙 단계입니다. 대의제와 양당제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이해하는 한 주권자 시민의 존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선거와 다수결, 주권 위임으로 대표되는 민주정은 사실 과두정과다르지 않습니다. 정치가 소수 엘리트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권모술수로 전락한 것입니다. 이들에게 10년, 20년 뒤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 인류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환경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라고 갈파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자본과 권력의 강고한 장벽에 균열을 내는 것은 시민의 각성과 - P252

연대 말고는 없어 보입니다.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그러기위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표현해야 합니다. 공감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이것이 삼보일배와 오체투지가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것입니다. - P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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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

뭐, 쌀 수입이 어쩔 수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수입쌀 운용은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수입된 쌀을국내에서 사람이 소비하는 용도로 유통해왔다. 반면, 우리와 비슷한 시 - P140

기에 역시 쌀을 전면 개방한 일본은 자국의 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않도록 수입쌀 유통을 관리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쌀의 96%가밥쌀용 또는 가공용으로 쓰인다. 사람이 먹는 용도인 것이다. 반면 일본은 26% 정도만 가공용으로 쓰일 뿐 나머지는 해외 원조 또는 사료용으로 사용한다. 두 정책의 차이는 명백하다. 우리나라로 들어온 수입쌀은 가공식품 등에서 우리 쌀을 밀어내며 결국 우리 쌀의 지위를 위협하게 되었지만, 일본은 여전히 자국 내의 소비를 자국 내의 생산으로 충족할 수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가공식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최근의 ‘햇반‘ 사태는 결국 수입쌀 운용 정책이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데 이용되었다는 걸 보여줬다. 실제 2022년 CJ제일제당은 국내산 쌀을 사용하는 대신 수입쌀로 ‘햇반‘을 출시한다. 원재료의 가격은 3분의 1로 낮아졌지만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였다. 2022년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만약 우리도 일본처럼 수입된 40만t의쌀이 사료용으로 사용되었다면 지금의 논란은 있을 수 없다. 기후위기시대에 ‘남는 쌀‘ 운운하며 이런 시간 낭비는 하지 않을 것이었다. 세계평균 곡물자급률은 102%를 훨씬 상회하고, 선진국인 호주 270%, 캐나다 195%, 미국은 130%이며,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일본도 30%가 넘어갈 정도로 국제적으로 식량주권을 위해 힘을 쏟는 시대에, 정작 우리 정부는 주식인 쌀의 감축을 농민들에게 강제하고 있다. - P141

하승수

전기는 보내주고, 폐기물은 받아들여라?
수도권 도시지역과 농촌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 산업·의료 폐기물이다. 서울에는 폐기물 처리시설이라고 해야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정도가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그렇게 많이 해도 건설폐기물 처리시설이 서울에는 없다. 대신 농촌과 산촌에 산업폐기물들이 밀려든다. 건설폐기물 정도가 아니라 하수·폐수에서 나오는 오니, 소각장에서 나온재, 폐플라스틱, 폐합성수지, 폐석면, 폐산, 폐알칼리, 폐유, 광재, 분진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산업폐기물이 농촌에 밀려들고 있다.
산업폐기물이 대량 발생하는 건 물론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시스템이 갈수록 확대돼왔기 때문이다. 온갖 물건이 더 많이 생산되고, 여러 생산공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최종 소비재의 편익을 누리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은 도시이지만 그들의 쓰레기는 농촌, 산촌에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 P151

돈이 되는 폐기물 처리사업
이제 농촌은 지대를 추구하는 자본이 침범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인구가 빠져나가고 고령화되면서 반대할 힘이 없는 농촌에 각종 오염시설이 밀려들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때맞춰 농지와 농촌을 파괴할여러 입법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에 관한 특례법‘인데, 이명박 정부의 규제개혁 1호 법안으로 2008년에 추진된 이 법은 우리 농촌에 산업단지가 무분별하게 들어서게 된 결정적 요인이다. 산업단지는 원래 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는 것이고, 농촌이라면 농공단지 정도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법에 따라서, 일반산업단지가 민간 영리기업들에 의해 추진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심지어 강제로 토지수용도 할 수 있다. 업체가 산업단지 부지를결정하고, 특례법에 의해 간소화된 인허가 절차를 밟으면, 주민들의 반대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산업단지는 많은 경우 산업폐기물 매립장까지 포함한다. 처음에는산업단지가 들어와서 일자리와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민들이 나중에야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알고 반대에 나선 경 - P153

우도 있었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수백, 수천억 원대 이권사업이 되면서 산업단지가 아닌 곳에서도 폐기물사업을 추진하려는 업체들이 생겼다. 업체들의 몸집도 커졌다. 인허가만 받으면 이윤은 보장되다시피 하니 최근에는 사모펀드나 대기업들이 산업폐기물, 의료폐기물 사업을장악해가고 있다. 문제는 산업단지, 산업폐기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토건사업,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필요한 골재는 늘어났지만 바다와 강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영리업체들은곳곳에서 석산 난개발을 하고 있다. 발파로 인한 소음과 진동, 돌가루에 시달리는 마을이 늘어나고 있다. 농촌마을의 고통은 심해져간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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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기후재정은 이처럼 기업과 시장의 먹이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정부와 기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투자를 하고 있다 말하지만 그 사업이 실제 어느 정도나 기후위기 대응혹은 남반구 지원에 사용되는지는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얼마 전 옥스팜은 지난 7년간 세계은행의 기후재정 중 40%에 달하는 410억불(약 57조 원)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많은 부분 기후와 무관한 개발사업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높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이나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대응댐‘이 기후위기 대응이나 기후정의와는 무관함에도 ‘기후위기 대응사업‘으로 포장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반구에 대한 지원도 다르지 않다. 남반구에서 큰 기후재앙이 일어나면 북반구의 금융기관들은 얼마를 지원했다며 홍보를 하곤 한다. 하지만 ‘지원‘은 대부분 무상지원이 아니라 대출을 통해 이뤄진다. 당장필요하기 때문에 가난한 남반구 국가들은 대출을 받지만, 재난이 반복되면서 빚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반면 남반구에서 재난이 많아질수록 금융기관들은 돈을 더 번다. 산업혁명을 가능케 했던식민주의적 수탈은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신자유주의 녹색성장 패러다임에서 기후재정이 민간투자와 등치되는 시대에 기후 불평등은 피할수 없는 현실이다. - P87

진은영

낭만적인, 너무나 낭만적인 유튜브

빨간 스툴에 올려놓을 흰 가습기를 살래 - 점점 더 건조해지고 있어요-구호 물품의 잿더미-곧 크리스마스, 칠면조에 꽂힌 은 나이프와 포크-냄새가 좋은 것처럼 보여요- 기쁨은 그 새의 잘린 목에 달린 커다란 리본 같고요-아-칠면조가 새구나-날 수 있나?-당신과 있을 때면 언제나-꿈의 작살들이 일제히 날아가 영혼에서 나온 난폭한 것이 영혼을 향해 - 투명한 고래가 유영하고-멋져요 사랑할 때 사용하는 동사들을 가르쳐 주세요 예전에는 기다립니다-나는 조금씩 늘어났습니다-세간 살림이 늘어나듯 너와의 추억이 늘어났고-그러나 이제는 소유한다-이 X아 죽여버린다 너는 내 거니까-오, 여자를 사랑하듯 땅과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우리는 모든 걸 가질 수 있다 원전은 필수-엄마! 그거 자꾸 보시면 나는 또-블랙리스트 작가가 됩니다-흐른다-죽음(조회수 없어도 최다 업데이트 영상) - 죽음아 너는 무엇을 베고 싶으냐-흔들리는 모든 초록을-나는 갓 베어낸 풀 냄새를 좋아하거든-오라! 연금 강자 미래에 셋 증권- 하나 둘 셋 증식하는 미래-돈 안되는 모든 날에 죽음을-국경없는의사회의 호소-세상에서 가장 긴 것은 슬픔이 아니라 숏폼이지-선악을 넘어서 뱀처럼 날쌔게 미끄러지는-데메테르의 벨벳 허리띠 같은-광고 사이에서 뻣뻣해진 고개를 들면- - P124

가을날 무더운 아침,
창밖으로

아름다움의 구속복 같이 피어오르는 미친 살구꽃의 흰 가지들은
하늘의 침대에 묶여서

빨갛게 꿈틀거리는 뱀장어 같은 뿌리들은
땅의 흑해에 묶여서

물을 찾아
말라가고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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