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여성과 일

베로니카와 클라우디아가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개발사회학 연구원자리를 얻은 후에도 우리는 이 토론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우리의 접근방식을 ‘빌레펠트 접근 방식‘이라고 했으나 나중에 자급 접근으로 바꾸었고 지금까지 이렇게 부르고 있다. 많은 남성 동료가 우리의 자급 접근에 동의했지만 여기에 가사 노동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못했다.
이 논의에 따르는 많은 실제적. 이론적 문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1978~1979년 빌레펠트에서 "자급, 개발, 축적"이라는 주제로 다양한국제회의가 열렸다. 나는 1979년에 이 회의에 한 번 참석했다.
이 회의 이전 이미 우리 셋은 가사 노동과 자본주의에 관해 논의하며 여성·농민·어린이·비농민 남성을 포함한 사람들의 자급 생산을 전자본주의적이라고 간주하지 말고, 자본 축적에 확실히 기여하는 비공식 부문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예비 이론을 만들었다. 우리의 가설은무급 가사 노동, 식민지 사람들의 노동, 천연자원을 통한 자유로운 생산 역시 자급 생산에 속하며 자본 축적을 위해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P175

"그것이 자본주의에서 여성의 노동이야." 베로니카는 말했다. "가사노동은 소위 비자본주의 부문에 표면적으로 속할 뿐이야. 자본주의는농민, 식민지, 자연을 대하는 것과 같은 식으로 (가사 노동을) 착취하고합리화하는 거야."
로자 룩셈부르크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가
‘자급 생산‘이라고 부르는 것을 설명할 방법을 보여주었다. - P177

08 인도로 돌아가다

나는 이런 가내 공업이 자본주의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노동 형태임을 이해했다. 사실 이는 어떤 자본가에게나 최적이었다. 이것이 바로내가 이런 현상을 ‘노동의 가정주부화‘라고 한 이유였다.
심지어 자유화 · 민영화한 보편적 경쟁이 원칙인, 오늘날의 세계화한 경제에서도 이런 유형의 노동은 여전히 자본 축적에 수익성이 가장높다. 이제 남성들도 이런 ‘가정주부화한 노동을 해야 한다(Bennholdt-Thomsen, Mies and von Werlhof, 1983 참고). 유일한 차이점은 노동자들이오두막이 아닌 현대식 아파트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미지의 기업, 외주를 맡긴 기업가, ‘자유로운‘ 세계 시장에 있는 소비자를 위해 온갖 노동을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누구도 ‘가정주부화한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고 대신 ‘유연한 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게 더 괜찮게 들린다. 그러나 이런노동관계의 조직과 목적은 70년대 후반 나르사푸르의 여성 레이스 작업자들의 경우와 동일하다. ‘노동의 가정주부화‘는 자급과 자본 축적에 관한 우리의 논의에서 중요한 용어가 되었고 여전히 논쟁적 개념으로 남아 있다. - P182

사실 나는 결혼을 원치 않았다. 페미니스트로서 나는 결혼을 함정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도 생각이 같았기 때문에 우리는 혼인 신고 없이도관계를 유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고, 이는 우리의 관계가 장거리로제한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그의 아내로서 인도로 영구 이주하거나 인도에서 의존적 아내로 살기 위해 독일의 유급 일자리를 포기하고싶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정치적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나라로 이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만일 그랬다면 친구들이 제국주의 국가에서 왔다고 나를 비난했을 것이다. 나는 서구 인종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그들의 억눌린 증오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고 이를 매일 경험하고 싶지않았다. 이것이 내가 결혼 후에도 독일에 머물며 1년에 한두 번 사랄만방문하기로 한 이유였다. 사랄 또한 인도를 떠나 독일로 이주하기를 원치 않았다.
이제 나는 우리가 관계 초기에 ‘장거리 결혼‘을 유지한 것이 옳은 일이었는지 자문한다. 사랄이 독일로 이주한 것은 1982년이었다. 그는 자신의 고국, 하이데라바드 독일문화원의 보수가 높은 교사직을 떠나 독일로 와서 실업에 직면했다. 모두 나를 위해서였다. - P202

09 자급 - 미래를 위한 관점

나와 친구들은 함께 연구하고 세계 정치와 경제의 발전 과정을 지켜보며, 자급 관점은 지배 체제에 대한 비판의 출발점으로 적절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관점을 대표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일반적으로 자급은 빈곤, 저개발, 고난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베로니카 벤홀트톰젠, 클라우디아 폰 베를호프, 나는 이 용어를 초기 여성 운동의 맥락에서 자본주의의 특징, 즉 재화의일반 생산과는 모순인 노동 및 생산 방식으로 재정의했다. 1970년대 후반 나는 이 용어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자급 또는 삶의 생산은 삶의 직접 유지 외에 다른 목적이 없는 일을 모두포함한다. 자급 생산은 상품 및 잉여 가치 생산과 정반대에 위치한다. 자 - P205

급 생산의 목적은 ‘삶‘인 반면 상품 생산의 목표는 ‘돈‘으로, 이 돈은 더 많은 돈 또는 자본 축적을 ‘생산한다.
이런 생산 양식에서 삶은 말하자면 우연한 ‘부작용‘일 뿐이다. 자본주의 산업 체제의 전형은 무상으로 착취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자연이나 천연자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3세계 농민의 노동뿐만 아니라 여성의 가사 노동, 자연의 모든 생산성 역시 포함된다(Mies and Bennholdt-Thomsen, 1999, pp. 20~21).

만일 인류가 상품 생산에만 의존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날 그런다면 미래는 없을 것이다. - P206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은 세계 모든 시장의 개방을 목표로삼았다. 이는 가난한 국가의 농민뿐만 아니라 소규모 산업체도 망가뜨렸다. 이들은 서구와 달리 복지 국가로부터 지원받지 않는다. 다국적기업은 이들의 곤경을 자양분 삼아 섬유, IT, 자동차 공장을 세우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지불한다. 이런 특별경제구역과 세계 시장용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최대 90퍼센트가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은임금 삭감의 본질은 성별 문제임을 보여주며, 이는 오늘날 성주류화(정책 기획의 초기 단계부터 성평등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전제로 모든 - P208

일반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는 것. 1995년 베이징 유엔여성회의를 계기로 전 세계로 확대했다-옮긴이)에 대한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 그러하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살충제와 인공 비료를 거부하고, 오래된 형태의 생태 농업을 고수하고 재발견하며, 전통을 지키고, 의식적으로 다국적 기업을 거부함으로써 자급의 기반-물, 유전적·문화적 다양성을 빼앗기는 데 저항하고 있다. 인도의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 방글라데시의 파리다 아크테르(Farida Akhter), 아프리카 여성들은 여성이 저항을 조직하고 자급의 기반을 유지하는 최전선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 P209

11 이후 운동과 캠페인

그러나 내게는 그렇지 않다. 내 삶에 걸쳐 처음에는 한 방향으로 가다가 상황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는 ‘붉은 실‘이 있다. 나는 이실을 꾸준히 따라갔을 수도 있고 혹은 이미 ‘지났다‘고 생각하던 장소로 되돌아갔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는 많은 문제에 내가 - P227

처음에 인식한 것보다 깊은 차원이 있음을, 그리고 같은 문제가 다른역사적 맥락에서 다시 나타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마리아,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 유토피아와 지배 체제의 대안에 관한 질문, 과학과 기술이라는 복잡한 문제가 그렇다. 이렇게 문제가 반복되는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다음과 같은 좌우명을 세웠다. 어떤 것도 결코 끝나지 않는다. 많은 페미니스트가 이렇게 다양한 논리와 체계를 미로나 구불구불한 강으로 묘사하려고 한다. ‘모든 면에서동시에(From all sides at once)‘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 P228

유전학자인 쾰른 대학교의 페터 슈타링거(Peter Starlinger) 교수가 쾰른응용과학대학교에서 유전공학의 이득과 위험에 대해 강의했을 때, 나는 그에게 어느 시점에 자신이 핵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Oppenheimer)처럼 반응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지 물었다. 오펜하이머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 폭탄을 투하한 후 핵분열을 발견하지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물음에 그는 "뭐, 후회하려면우선 그 일을 해야 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이 대답은 내게 주류 과학의 완전한 윤리적 파산을 보여주었다.
나는 과학이 여성 운동의 시작과 대조적으로 가치 중립성의 가정에따라 여성과 주체성을 배제하며 기초 연구에서는 원칙적으로 도덕성이없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덕과 윤리의 역할은 과학 연구의 적용에 한정한다. 윤리는 이미 존재하는 모든 것을 정당화할 뿐이라는 유전자 아카이브의 평가는 정확했다. 먼 장래를 내다보는 윤리는 기초 연구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 P235

12 여성 평화 운동에서 에코페미니즘으로

나는 성별에 따른 분업의 사회적 기원에 관해 처음 글(Mies, 1983b)을 쓰면서,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상응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두 관계의 특징은 모두 위계, 폭력, 지배다. 유전공학 및 재생산 기술 반대를 비롯해 여성 운동과정에서 많은 사례를 통해 이 통찰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어떤 러시아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남성은 생명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은 그저 자연과 적을 정복하고 싶어 합니다"(Mies and Shiva, 1993, p. 15). 핵미사일의 자국 배치에 항의하던 시칠리아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과, 자연 및 외국에 대한 폭력 - P258

이후 나는 "체르노빌이 여성과 자연에 초래한 결과에 관한 회의에참석해 일본 페미니스트들도 ‘어머니‘ 문제로 분열했음을 알았다. ‘좌파‘ 페미니스트들은 이들이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어머니로서 자기들만의 원자력 기술 반대 시위를 조직했다고 비판했다.
‘어머니 문제‘로 많은 여성이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기술 진보를 여성 해방의 도구로, 비판 없이 바라보는 것이 명확해졌다. 보부아르가 - P260

생각한 해방은 여성이 월경, 임신, 출산을 의미하는 ‘야생의 성적 주기를 통제하고 정복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남성 세계의 문화적 성취배제당할 것이라는 이해에 기반한다. 보부아르는 통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도구뿐만 아니라 여성과 그녀의 신체 사이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자신을 둘로, 즉 통제하는 머리인 ‘인간‘ 부분과 하체인 ‘동물‘ 부분으로 나누어야 한다. 이런 도구적 접근 방식에 대한 숭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서도, 특히 자기 몸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놀랍고위험한 형태로 나타났다.
나는 지금도 기술과 진보의 문제를 고찰하고 있다. 보부아르의 도구적 해방 개념을 비판하자 내가 기술과 진보에 적대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내가 환경 운동에 참여하고 서구식 소비 모델이 세계의곤과 환경 파괴의 원인이라고 고발하자 더 심해졌다. 나는 소비로의 해방: 생태적 페미니즘 사회를 향한 길》 (Mies, 1987a)이라는 소책자를 출판했다. 본의 소비자 이니셔티브가 이 책자를 출판했다. 나는 이런 비판이 오늘날 더 타당해졌다고 생각한다. - P261

몇 년 전 반다나가 남편,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쾰른에 있던 나를방문했을 때 우리는 처음 만났다. 반다나는 미국에서 핵물리학을 공부하고 양자 이론에 관한 논문을 쓴 뒤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 책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선물했다. 그녀는 나중에 썼듯이 이책으로 페미니즘에 눈떴다. 그때까지 그녀는 페미니스트도 생태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녀는 우리의 공동 저서 《에코페미니즘》에 다음과 같이 썼다.

1970년대 핵물리학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나는 여름 훈련 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고, 특권 있는 소수인 원자력 관련 기관의 일원이라는 데 ‘도취해‘ 있었다. 그러나 의사인 여동생은 핵의 위험성에 대한 내 무지를 폭로해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우리는 핵 전문가로서 핵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았지만 방사선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지못했다. 방사선 감지용 배지와 보호복은 단지 회원제 클럽에 가입했음을 상징하는 의식용 복장에 불과했다. 신진 핵물리학자로서 내 무지를 깨달았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고 속았다고 느꼈으며 이론물리학 연구로 전환하게 되었다(Mies and Shiva, 1993, pp. 22~23). - P2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치고 잘 뛰네 - 남자들의 세상 속 여자들의 달리기
로런 플레시먼 지음, 이윤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성 선수를 기본값으로 한, 여성 선수에게 무지하고 무관심한 스포츠 세계에서 여성 선수가 겪는 월경 불순, 섭식장애, 골다골증, 정신건강 등 사춘기 이후 몸의 변화에 대한 부정과 고통,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는 책. 많은 사춘기 여성들이 자기 몸을 긍정하고 건강하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책. 이 책 읽고 나면 나이키 불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포스터는 단순히 명성이나 성취를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두려운 일임을 상기시켜주는 존재다. 또한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의사를 불완전하게 전달하거나, 목소리를 내는 대신 화 또는 분노로 과잉보상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상기시켜주는 존재다. 내가 백인이 아니었거나 마른 체형에 서구적인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똑같은 말을해도 세상이 귀기울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체성이 소외될수록 목소리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장애물에 직면하게 되고, 권력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더 적은 혜택을 받게 된다. 이 포스터는내 주변 세상에서 권리 옹호 활동의 곁에 분노가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 P190

세계 선수권대회 개최지인 대한민국 대구에서 우리는 냄비속 가재 같았다. 달리는 길에 늘어선 나무에서 매미 소리 하나들리지 않을 정도로 습도가 높았다. 선수촌 밖 산에는 2주 내내안개가 연기처럼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하지만 내게 날씨는 중요하지 않았다. 트랙은 여전히 400미터였다. - P238

소파에 작은 둥지를 틀고 앉아 벽난로 불빛을 쳐다보고 있는데경기 생각을 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경기에서 기권하고 남은 기간 동안 오두막집에 계속 있다 가고 싶다고 제시에게 말했다.
"이유를 말해봐." 그가 말했다.
"나는 이것보다 훨씬 나은 선수잖아. 아무도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 거야. 나도 보고 싶지 않아. 모욕적일 거야."
"누가 그래?"
나는 계속 불을 쳐다보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알았어. 그럼 출전해야 하는 이유도 한번 말해봐."
"사람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기분이 좋았어. 타인이 내게그런 힘을 갖고 있다는 게 싫어. 모든 게 여정이니 어쩌니 하는 글을 쓰느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는데, 지금은 허무한 기분이 들어."
"본인이 승자일 때는 여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기 쉬운 거야."
그가 말했다.
"경기장, 그 짜릿함∙∙∙∙∙ 출전은 나를 위한 거야. 하지만 제시, 나는 선수이기도 하잖아.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
"아직 네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는 있어." - P251

와젤은 완벽하지 않았다. 여성에 의해, 여성을 위해 활동한다 해도 사각지대는 여전히 많았고 해를 끼친 적도 있었다. 와젤과의 계약 직후 친구이자 전 코치였던 데나 에번스의 전화를 받았다. "와젤 반바지 정말 마음에 들어! 하는 일도 정말 좋은 일이고. 하지만 웹사이트는・・・・・・ 상당히…… 백인 중심적이더라. 북유럽 쪽에 가까운 백인다움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여." 그 말을듣고 나서 나는 와젤의 웹사이트가 부끄러워졌다. 그 점을 미처눈치채지 못한 것도 부끄러웠다. 나는 데나가 해준 말을 샐리와공유했다. 그러고 나서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에 관해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든 활동을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전 세대의 백인 페미니스트들처럼, 나 역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대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다. 백인 남성들이 가장 양보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의 권리를 얻어내고 나면, 권리의 확장이 더 쉬워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흘러가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다. 이보다 큰 착각은 없었을 것이다. 백인 페미니즘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인종주의와 결부되어 있다. 만약 내가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을 옹호하는사람으로서 마크 파커에게 접근했다면, 근육질의 여성뿐만 아니라 진정한 신체 다양성을 옹호했을 것이다. 인종차별과 분리의 유산으로 획일화된 커뮤니티에 속해 있던 탓에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 P275

업계에서 소수자는 종종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성공하고 나서 변화를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목소리를 내고 성공 가능성을 위태롭게 만들지 결정해야 한다. 권리 옹호 활동은 지치는일이다. 벌거벗은 채 숟가락으로 가시덤불을 헤치고 새로운 길을개척하는 것 같은 날도 있다. 여러 소외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욱 위험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건 달리기와도같다. 매일 하는 일에서의 성실함, 선두를 달릴 때의 짜릿함, 끝까지 완주했을 때의 만족감 등이 있다. 결승선이 계속 움직이더라도 말이다. - P276

나는 스포츠 시스템 자체가 여성의 필수적인 생리적 경험을 평가절하하거나 부정하고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우선순위를 강조함으로써 여성에게 막대한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깨달았다. 사춘기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굶는 고등학생 달리기선수들. 몸에 맞지 않는 체중에 도달하기 위해 식단을 제한하는모든 여성. 뼈가 부러지고 힘줄이 찢어져 시간을 허비하는 모든여성. 발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은 모든여성. ‘자격을 얻지 못하면‘ 음식을 먹을 수 없고, 방종에 대한속죄의 의미로 운동에 의지하는 모든 여성. 타이틀 나인이 참여의 문을 연 이래로 수많은 여성이 스포츠에서 겪은 상처를 안은채 살아가고 있었다. 스포츠가 우리 문화에서 가장 큰 기관들 중하나라고 생각해보니 한층 더 넓은 시각에서 스포츠가 하는 역할이 보였고,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으며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을알게 됐다. - P2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러기 - 메리 올리버 시선집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이와 결혼한 시인 메리 올리버. 그녀에게서 자연에 대한 감탄과 수긍과 희망과 절망 또한 배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말은 사랑이 없다면,
모든 뉴스가 먼 나라 일이라는 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