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에 관하여>
앨리슨 벡델 <펀 홈> <당신 엄마 맞아?>
이브 엔슬러 <버자이너 모놀로그> <아버지의 사과 편지>
수전 스트라이커 <트랜스젠더의 역사>
낸시 펠로시

에필로그. 흰색 정장, 깨진 유리창

카멀라 해리스

5부. 후퇴와 부활의 21세기

21세기의 처음 20년 동안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들은 동시대의 이슈들에 열렬한 관심을 보이며 혁신적인 형식을 선보였다. 변화된 문화 시장에서 그들과 그들의 동시대 동료들은 대중 예술을 쇄신했으며,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극에 다리를 놓고자 했다. 이런 현상은 페미니즘에 많은 운동 목표들을 장착시켰다. 우리가 이번 장에서 탐구하게 될 퀴어, 다국적주의, 트랜스 이슈들과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항의 시위, 환경 운동, 그리고우리가 마지막 장에서 다루게 될 ‘미투 운동‘ 등이 그런 운동 목표들이었다. 급증하는 증오 범죄, 학교 내 총기 난사 사건, 전체주의적이고 이민자 배척주의적인 정권의 발흥, 지구온난화 현상 등에 직면한 페미니스트들은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공통의 정체성이라기보다는 유사성을 지닌 단체들 사이의 연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연대는 정확히 초기의 이론가들이 요구했던 사항이었다. - P424

벡델의 작품들은 몹시 암시적인 문학성을 지녔다. 그녀가『펀 홈』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그녀의 아버지 브루스 벡델은 고등학교 영어 교사이며, 그의 서재는 모더니즘 고전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작품의 각 장 제목들조차 20세기의 대표작들에서 가져온 인용구들이다. 1장의 제목인 ‘먼 옛날의 아버지, 고대의 장인‘은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따온 곳이다. - P426

표면적으로 볼 때 이 제목은 실내장식에 대한 브루스의 광적인 관심을 암시하지만, 그 뒤에 나머지 문장이("먼 옛날의 아버지, 고대의 장인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11) 추가된다. 따라서 이 제목은 영감을 주는 뮤즈 같은 존재로서의 아버지를 불러내는 장치가 된다. - P427

벡델이 『주목해야 할 다이크들』에 붙인 「만화가의 서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원래 그녀는 보다 전통적인 글쓰기를 시도했었다. 그러나 에이드리언 리치는 벡델이 나중에 "가장 소중한소지품 중 하나로 여기게 되는" 거절 편지를 보내, 레즈비언들을 "분류"하거나 "사람들이 묘사하지 않는 내용을 묘사하는 데" 그림을 활용해보라고 그녀를 설득했다. 그녀의 만화가 "레즈비언을 비뚤어지고 병들고 유머 없고 바람직하지 못한 사람들로보거나 "슈퍼모델들로(올림픽 5종 경기 선수나 남성의 시선의먹잇감들로") 보는 지배적 이미지를 순화시키는 해독제로 쓰일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 P429

『펀 홈』의 특징이랄 수 있는, 과거와 현재 시점을 되풀이해서 넘나드는 설정은 벡델이 비가처럼 기능하는 텍스트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 비평가는 "작품 도처에 벡델이 ‘슬픔의 색깔‘ 비슷하게 묘사하고 있는 녹회색 잉크 세척제 같은 느낌이 존재한다"고 짚어냈다. 16 ‘펀 홈FunHome‘ (아이들이 ‘장례식장 Funeral Home‘을 줄여부르던말)에서 시신을 앞에 두고 앨리슨이 그녀의 아버지와 맺었던 관계는 죽 - P430

음과 애도라는 무거운 주제에 그래픽의 무게감을 더한다. 그림과 글의 혼성 작품인 『펀 홈』은 이 비가에 어린 소녀 예술가의초상을 결합시키고 있으며, 그런 결합을 통해 브루스 벡델과 어린 소년들의 밀회며 앨리슨의 창의적인 커밍아웃 스토리를 병렬하고 있다. 그가 (해방운동) 이전의 인물이었음에 비해, 그녀는 이후의 인물이었다. - P431

그의 불같은 성미에도 불구하고, 또 육체적 애정 표현을 거의하지 않는 외톨이형 가족 속에서, 브루스와 앨리슨은 책을 통해더없이 밀접하고 친밀한 접촉을 공유하며, 이런 접촉은 앨리슨이 왜 아직도 그 종속된 과거를 깨끗이 잊기 거부하는지 그 이유를 더욱 명확히 밝혀준다. 서재 그림들, 읽고 가르치는 장면들, 타자 원고로 바뀐 원고들, 책표지, 서점 그림들이 『펀 홈』의상호 텍스트 관련성을 강조하며 넘쳐난다. 앨리슨은 어머니를헨리 제임스형 인간으로, 아버지는 F. 스콧 피츠제럴드형 인간으로 상상한다. "아버지가 현실과 허구 사이에 그어놓았던 경계선은 정말이지 흐릿했다"고 벡델은 쓴다.20 그러나 그의 딸에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P432

여성운동 이전에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수수께끼는 심리 치료사가 앨리슨에게 그녀의 어머니에게 "엄마는 엄마의 엄마에게서 주로 뭘 배웠어요?"라고 물어보라고 설득한 뒤에 풀렸다. 단 한 박자도 뜸들이지 않고 헬렌은 말한다. "아들이 딸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지."28 헬렌의 어머니는 헬렌이 자기 아들들에게 그랬듯이 아들들을 끔찍이 위했다. 이 점으로 볼 때 분명 페미니즘 이전 시기에는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들조차도 딸들의 가치를 깎아내렸음을 암시한다. 이들 어머니/딸의 대화는 즉각 남근 선망,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 자신이 아버지의 폭압적 태도 등에 관해 한차례 생각하는 칸들로 이어진다. 아마 남편의 가치관을 그대로받아들인 어머니들이 남자 형제들에게 부여한 특권에 딸들이 분노했음을 울프가 분명히 밝혔기 때문일 것이다. - P437

수백 개의 인터뷰에서 엄선한 내용들로 짜인 이 1인칭 이야기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자신의 몸에 대한 여성들의 무지와굴욕감뿐만 아니라 생리, 자위행위, 출산, 가정 폭력, 강간, 여성 성기 절제술 등에 대한 상충된 반응까지 묘사한다. 48개 언어로 번역되고 140개 이상의 나라에서 공연된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주역은 원래 엔슬러 자신이었지만 이후 제인 폰다, 우피골드버그, 수전 서랜던 같은 유명 배우들뿐만 아니라 대학 연출작품에서는 수많은 학부 학생들까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유 - P441

엔슬러의 V-데이와 ‘10억 명 궐기‘ 운동은 세계적인 운동으로의 확대를 모색했던 많은 초기 페미니스들의 노력을 요약한다. 이란혁명 이후 케이트 밀릿이 강제적인 베일 착용에 항의하는 여성들을 지지하기 위해 이란으로 떠났던 것처럼, 1980년대중반에는 로빈 모건이 ‘시스터후드 이즈 글로벌 연구소‘를 설립했고, 투병 중이던 오드리 로드는 독일에 재정착하여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주의와 맞서 싸우는 아프리카계 독일인 여성들에게 합류했다.42 1993년과 1996년 사이에는 수전 손택이(60대의 나이에) 포위 공격을 당하던 사라예보를 열한 차례나방문하여 보스니아의 학살 행위에 항의했으며, 폭격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제작을 지휘했다. - P443

2008년 수전 스트라이커는 『트랜스젠더의 역사』를 내놓았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이슈는 트랜스 여성 래번 콕스가 2013년 텔레비전 쇼 <오렌지이즈 뉴 블랙>에서 트랜스 여성 배역을 맡을때까지 폭넓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 P445

논바이너리 정체성처럼 트랜스젠더의 정체성 규정은 성적 지향을 포함할 수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젠더와 관련된다. 트랜스 유색인종 여성 재닛 목이 회고록 『진짜에 대한 재정의』(2014)에서 설명하듯이, "간략히 표현한다면 우리의 성적 지향은 우리가 누구와 침대에 들어가느냐와 관계 있고, 우리의 젠더정체성은 우리가 누구로서 침대에 들어가느냐와 관계 있다." 목의 이 말은 <뉴욕 타임스>의 트랜스 칼럼니스트 제니퍼 피니 보일런의 말을 재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일런은 자신의 회고록『그녀는 거기 없었다: 두 개의 성별로 산 인생』(2003)에서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산다는 것은 성적 지향과 관련이 있는 일이다. 트랜스젠더로 산다는 것은 정체성에 관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52 제닛 목은 "트랜스인은 비동성애자일 수도, 동성애자일 수도, 양성애자일 수도, 기타 무엇일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 세상은 페니스를 가진 소녀에게 잔인한 장소일 수 있다"고 주장해나간다. - P446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많은 작가들은 모든 사람이 우주적으로 볼 때 인종이 없는 존재이거나 눈부시게 다채로운 존재로자신을 경험할 수 있다는 허스턴의 세계관을 두고 인종차별이라는 불평등을 따져보면서 덜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행위 예술가 에이드리언 파이퍼는 자신을 백인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사회 행사에 참가했을 때 누구든 편견이 밴 견해를 밝히는 사람이 있으면 다음 문구가 인쇄된 명함을 건넸다.

나는 흑인입니다.
"나는 당신이 그런 식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거나, 그런 발언에 웃거나 동의할 때 이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내가 여기 있어서 조금이라도 불편하셨다면 유감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인종차별주의가 내게 불러일으키는 불편도 유감스럽다고 확신합니다. - P461

<타임스>는 198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미즈Ms.‘라는 용어를 받아들였지만, 이 신문은 최근 몇 년 동안 온갖 종류의페미니즘 코너를 장려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그녀의 말〉, 〈격주 소식지>, 그리고 편집진의 인종차별주의와성차별주의 편견 때문에 그동안 무시당했던 사람들의 부고를다룬 시리즈 <더 이상 간과되지 않는〉 등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타임스>의 이 같은 진화는 오늘날의 미국에서 페미니즘의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더 눈에 띄게 된 추세를 반영한다 하겠다.
"남성의 폭력으로 가득 찬 집"에서 성장한 리베카 솔닛은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난 뒤 "나를 증오하는 것 같고 내 성별 말고는 별다른 이유 없이 내게 해를 입히고 싶어하는 낯선 사람들로 가득 찬"46 세상에 관한 글을 발표하며 그런 폭력을 "공적인 문제"로 만들었다. 그녀가 온라인에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라는 에세이를 게재하자, 수백 명의 여자 대학생들이 남자가 선심 쓰듯 자신을 보호하거나 무시하거나 말로 설득하거나 했던 경험을 학교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라는 웹사이트에 올리고 공유했다.
"이 에세이가 발표된 직후 ‘맨스플레인‘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는데 (…) 분명 내 에세이가 에세이의 주제를 실현하는 모든 남자들과 더불어 이 단어를 만들어내도록 부추긴 것 같았다." - P473

2020년 2월 4일 화요일을 생각해보자. 이날은 좀비처럼 변한여당 공화당 의원들이 펠로시와 그녀의 동료 하원의원들이 보낸 탄핵 소추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죄라는 의결을 하기전날이다. 이날 대법관들과 기타 저명한 초청 인사들과 함께 상원의원들과 하원의원들 모두 트럼프의 연두교서 연설이 예정되 - P487

어 있는 연단 앞에 앉는다. 대통령이 도착하자 펠로시는 예의바르게 손을 내밀지만 그는 외면한다. 그녀는 대부분의 민주당 여성 동료의원들처럼 여성 참정권자들이 입는 식의 흰색 맞춤복바지 정장을 입고 있다.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다. 총기 사용권을 옹호하고, (그 모든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우파 방송 평론가 러시 림보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고, 큰 소리로 자신의 크고 튼튼한 국경선장벽을 자화자찬하고, 자신의 치적에 대해 거듭되는 거짓말을 한다. 그가 연설하는 동안 그의 뒤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함께 앉은 채로 의장직을 수행하던 펠로시는 이따금 빈정거리듯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윽고 의사당 내에서는 박수 소리와 야유 소리가 터져나온다.
펠로시가 일어선다. 엄숙한 모습으로. 그러고 난 뒤 악평을 불러일으키는 것만큼이나 상징적이고 극적인 몸짓으로, 침착하게 대통령 연설문 각 부분의 각 장을 반쪽으로 찢는다. 거짓 텍스트, 자아도취의 텍스트, 나라를 분열시키고 나라의 안전망들을 와해시키려는 불한당의 텍스트를 찢어발기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그저 트럼프의 장광설에 등장하는 "미친 낸시"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저 미친 여자에 불과한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타당한 이유로 여전히 미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 두 사람도 마찬가지다. - P488

에필로그. 흰색 정장, 깨진 유리창

2020년 11월 7일 토요일, 미동부 표준시 오전 11시 24분 정각, 앵커 울프 블리처는 CNN이 대통령 후보자 조 바이든과 그의 러닝메이트 카멜라 해리스의 승리를 예측했으며 이로써 4년에 걸친 트럼프의 실정이 끝났다고 전 국민에게 밝혔다. 전국의도시와 마을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춤을 췄다. 뉴욕주 로체스터시에서는 최초의 여성 부통령 (그리고 전국 무대에서 매우높은 지위에 오른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의 당선에 열광한 사람들이 감사를 표하기 위해 수전 B. 앤서니의 묘지로 몰려갔다. 도널드 트럼프 우세 지역 몇 곳에서는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의 모방자들이 총을 들고 맹렬하게 무리지어 모여들었다. - P489

흰옷은 대서양 양안의 여성들이 참정권을 위해 행진과 투쟁을 할 때 입었던 옷이다. 이들의 옷에서 영감을 받은 흰색 정장은 표현 차원의 패션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흰색 정장은 정치적 주장이었으며, 이는 <뉴욕 타임스>의 패션 평론가 버네사프리드먼부터 새로 생긴 웹사이트 ‘whatkamalawore.com‘에 이르기까지 패션계의 여성 중진들이 누누이 강조한 사실이었다. 취임식 날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이 주제에 대한 강력한 견해를트위터에 표출했다. "오늘 제가 흰옷을 입은 것은 제 앞에서 길을 닦아준 여성들,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참정권을 위해 싸운 여성들부터 셜리 치점 의원에 이르기까지 참정권 운동의 어머니들이 안 계셨으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 - P491

1913년 미국전국여성당이 발간한 뉴스레터에서는 "순수성의 표상인 흰색이 우리의 목적을 상징한다"고 표명했지만, 많은 논평자들의 지적처럼 이 색상은 미디어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를 지닌 것이기도 했다.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가던 흰옷의 참정권자들은 어두운색 정장 차림으로 칙칙하게 늘어선남자 구경꾼들과 대조를 이루며 눈에 띄었다. 동시에 흰색은 전통적으로 신부의 드레스 색상이기에 참정권자들이 이 색상을극적으로 과시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패러디이기도 했다. - P491

미소지니는 노병처럼 사라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은 가장 안 좋은 시기에도 가장 좋은 시기에도 그 추악한 대가리를 쳐든다. 그럼에도 질 바이든은 집요하게 버텨나가고있다.
11월 7일 밤 윌밍턴에서 질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는 한때<굿 하우스키핑>과 <레이디스홈 저널>의 세계였던 세상에 대한 특별한 변혁을 단행했다. 그들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그누구보다도 힐러리 클린턴과 낸시 펠로시가 균열을 내기 시작했던 유리 천장과 똑같은 유리 천장을 깨부수었다. 그들은 더많은 여성들이 오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비록완고하게 버티며 사라지지 않는 유리 파편들이 그들의 주변에널려 있다 해도, 우리의 현재가 된 이들 두 미래의 여성은 미치지 않았다. 그들은 지극히 제정신이었고 자신의 적절한 자리를차지하고 기뻐했다. - P496

옮긴이 해설. 끝나지 않는 여정: 미국 페미니즘 70년의 발자취

이 책에서 두 저자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나온 지 거의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미쳐 있다. 다시 말하자면, 미친듯 격분해 있다. 70년이라는 세월 동안 페미니즘이 우리에게했던 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해야 할 일과 가야 할 길이 앞으로도 여전히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오랜 길을 걸어왔지만 여전히 백래시와 마주한다. 여성들은 유리천장은 깼을지언정 여전히 그 깨진 유리를 밟고 지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적극적으로 행동하려 하지만 깨진 유리에 걸려 넘어질지도 모른다. - P571

이런 내용의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다재다능한 두 저자는풍성하고 다차원적인 맥락하에 족집게로 집듯 명료하게 작가들과 작품들의 의미를 밝혀냈다. 그들은 영향력 있는 첫 역작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이후 40년 만에 종합적이며 진화론적인 업데이트판 저술을 들고 나온 것이었다. 그들은 능숙한 솜씨로70년에 걸친 미국의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의 정치사적, 문화사 - P587

적 의미를 탐색했다. 한마디로 이 책은 가히 잘 쓰인 현대 여성운동의 인명사전이라 할 만하다. - P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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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후회하는 일, 또는 후회하는 때가 있습니까?
그런 게 없어요. 왜냐하면 그 상황에서 그게 최선이었을 것 같아요.
후회해봤자 이미 저질러졌고, 이미 끝난 상황이잖아요.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 후회할 것 같습니까?
자신 있게 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 - P38

여기서 중요한 건 도전을 위한 전쟁이든 수성을 위한 전쟁이든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고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위치를 막론하고 더 잘 치고, 더 잘 던지고, 더 잘 잡기 위한 기본적인 훈련은 정해져 있다. 그 일상적인 나날을 더 의미 있게 보내기위해서, 그리고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내가 더 오래, 잘 살아남기 위한 특별한 전략. 그리고 그전략이 확실한 힘을 가지려면 나만의 동기가 뚜렷해야 한다. - P40

주체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경쟁, 또는 경쟁상대는내가 원하는 성과를 위한 하나의 추진제에 불과해야 한다. 경쟁 그자체에만 의미를 두기보다 좋은 자극제로 삼으며 나의 한계를 뛰어넘고, 내가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한다.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면서도 내가 그린 방향을 향해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 최종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나만의 중심이 가장 중요하다. - P49

처음부터 야구를 잘했고요, 이후에는 팬서비스에 인성, 그리고 리더십. 이정후 선수를 채우는 좋은 ‘툴Tool‘들이 하나하나 계속 나오는 것같아요. 다 보여준 것 같은데 더 보여줄 게 또 나온다는 점이 저는 신기합니다. 혹시 더 있습니까?
일단 저는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크고요. 야구로 인해서 저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안겨 드릴 수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분들에게 그런 행복을 안겨드리면 저도 그로 인해 얻는 행복이 크기 때문에 저에게도 좋은 부분이고요. - P66

점점 높아지는 기준이 가혹하게 느껴지지 않을 리 없다. 부러움과 시샘 그 사이 어디쯤에서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달갑지는 않다. 그러나 그의 비결은 외부 시선을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위한 무언가로 바꿀 줄 아는 데 있다. 긍정적인 시선은 그 기대에 부응하거나 뛰어넘기 위한 촉매제로, 부정적인 시선은 오롯이나 자신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전환점으로 말이다. - P75

그냥 인간적인 마음을 담아서요. 이정후 선수도 가끔은 자신을 달랠시간도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아, 그런 거 없어요.
(아주 단호한 답변이었다. 당황스러울 만큼.)

사실 여전히 젊은 나이 아닙니까? 어리광을 부려도 이해가 되는 나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희는 야구선수인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잘하면 잘한만큼 대접받고 사람들도 인정해주고 내가 꿈꿔온 삶을 살아갈 수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내가 힘들다고 어리광부리고 하소연할 필요는 없죠. 그냥 잘하면 좋은 거예요. 대신잘하면서 관심이 커질수록 그에 맞는 책임도 감당해야 하고요. 프로야구 선수이면서 개인 사업자들인데 받아들여야죠. - P79

결국엔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습니까?
초심이죠. 초심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릴 적 재밌게 야구를 하던 이정후..…
이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에 의미를 두는 거예요. 던지고 잡고 치고뛰는 거잖아요. 여기에 초점을 두는 거죠. 나는 원래 이게 재밌어서야구를 한 거니까. 결과도 무시할 순 없지만, 그에 앞서 이 재미를조금 더 느껴보자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다르게 생각을 하다 보니까 다시 신나고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성적도 올라가고요. - P126

이정후가 생각하는 잘하는 타자의 기준은 뭡니까?
꾸준함입니다. - P160

그날의 감정을 다시금 떠올리다 보니 이치로의 명언 중 평소에 좋아했던 한 마디가 떠올랐다.

‘끝까지 해낸다는 것 자체가 재능이다.‘ - P167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야구선수 중 한 명이라고 할수 있는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일단 해보는 것이다." - P209

바라는 대로 이뤄왔다. 처음부터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될 거라는 생각으로한 단계씩 올라서다 보니 진짜로 됐다. 그렇게 하나씩 달성해 나간 목표가, 하나씩 이루어 간 꿈이, 지금의 이정후를 만들었다. 오타니가 전한 또 다른 한마디가 떠오른다. "인생이 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꿈이 인생을 만드는 것이다." - P211

그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번 시즌이 당분간 제가 KBO리그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일 수 있잖아요. 그 마지막 시즌의 마지막 모습이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절뚝이면서 나오는 장면으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지만, 마지막 모습을 다르게 남기기 위해서 어떻게든 시즌이 끝나기 전에는무조건 복귀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더 재활에 집중하고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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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첫째가 좋아하는 오후 작가의 책.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매.

<긍정의 야구> 예약구매한 책이 어제 도착했다. 사은품 마우스패스와 함께.

<오랑캐의 역사> 남편이 도서관에서 빌려달라고 했는데 도서관에 한 권도 없어서 구매. 김기협 작가는 작년 여름에 부산 손목서가에서 구매했던 <역사의 원전> 번역하신 분이네.
굿즈를 안사서 서재의 달인되면서 플래티넘 등급 되었지만 할인 쿠폰 한번도 써본 적 없는데 레이즈 감자칩 있어서 쿠폰도 써봤다! 근데 이렇게 작을 줄이야…


어제보다 포근해진, 성탄절 연휴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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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12-23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감자칩도 파는군요 ㅎㅎ 메리크리스마스 연휴 보내세요 햇살님^^

햇살과함께 2023-12-24 08:59   좋아요 1 | URL
맥주 안주로 자주 사야겠어요 ㅎㅎ 괭님도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세요!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 경제학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가
김현철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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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현철 교수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 활동하다 경제학으로 전향,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중보건의 시절 개인을 진료하면서 건강 불평등의 문제가 사회 경제적인 문제임을 깨닫고 공공 정책을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여러 실험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엄마 배 속에서 무덤까지 생애 주기에 필요한 보건, 교육, 노동, 돌봄 및 복지 정책에 대해 국가가 국민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답한다.

1장부터 흥미롭다. ‘인생 성취의 8할은 운: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한계, 그리고 국가의 역할’

저자 본인의 성취 사례를 설명하며, ‘지금의 나’가 과연 나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형성되었는가를 묻는다. 나의 능력과 노력도 있었겠지만 많은 과정에서 운이 작용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우리 인생에서 첫 번째 만나는 운은 ‘어디서 태어났는가’이다. 태어난 나라가 평생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고 한다. 내가 만약 한국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면? 그렇다. 나는 선택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부모’이다. 부모는 유전과 환경 모두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또한 내가 선택할 수 없다.

또 다른 척도는 ‘건강’이다. 건강은 사람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 또한 유전에 많은 영향을 받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운이다.

그렇다면 80%의 운 이외의 나머지 20%는 오롯이 개인의 노력인가? 이 ‘노력할 수 있는 힘’조차도 상당 부분은 타고난 것이다. 맞다. 노력하기 위한 지능이나 끈기, 체력 등도 사실 주어지는 것이다.

1장에서 개인 성취의 8할 이상이 '운'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능력주의를 주장하며 복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꼬집는다. 그리고, 그러므로, 운에 따라 개인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을 줄이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후 장에서 인생의 각 단계에서 필요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밑밥을 깐다.

‘경제학’이라는 제목 때문에 따분하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다양한 데이터와 통계 사례를 통한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의 데이터와 사례를 많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도 다양한 데이터와 사회 실험, 시범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치인들의 표심에 따라 정해지는 정책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복지 정책을 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힘조차도 사실 상당 부분 타고난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인생 성취의 대부분은 우리가 스스로 이루어낸 것이 아닙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마도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룬 분들일 것입니다. 어렵게 살고 계신분들은 한가하게 독서할 시간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인생 성공의 8할이 운이래. 우리 가족의 성취도 사실 대부분 운이야. 우리의 힘으로만 이룬 게 아니니까 겸손하게 살아야 해. 그리고 실패했다고 생각해도 좌절하지 말자. 운이 좀나빴던 것뿐이야. 또 운이 나빴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살자꾸나. 혹시 스스로 성취한 것처럼 자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러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기렴. 착각 속에 사는 사람이니까."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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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정치
후기구조주의 이론
앤드리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 여성을 소유하는 남성>
차이 페미니즘
글로리아 안살두아 <국경 지대>
에이드리언 리치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이브 코소프스키 세즈윅
주디스 버틀러
수전 팔루디 <백래시>
이성애 규범성
퀴어 연구
앤 카슨, 사랑과 상실
도나 헤러웨이

4부. 페미니즘을 다시 쓴 1980년대와 1990년대

주로 보수적이었던 1980년대와 1990년대라는 배경 속에서제2물결 페미니즘의 전개는 어떻게 기술되어야 할까? 따지고보면 물결들이란 각기 다른 속도로 넘실대다가 어쩌다 한 번씩 무리 지어 움직이는 법이다. 20세기가 끝나갈 무렵에 이르 - P339

면 두 가지 접근 방식이 페미니즘적 사고방식을 재형성했다. 하나는 우리가 이번 장에서 논의할 정체성 정치이고 다른 하나는다음 장에서 폭넓게 다루게 되는 후기구조주의 이론이다. 이 두이론의 영향을 받으며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라는 단어가 혹시다양한 배경과 지향을 가진 사람들을 억지로 융합시키는 것은아닌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VOR정체성 정치는 인종적, 민족적, 언어적, 영적 기원의 탐색에전념하는 여성들의 연대를 고취시켰다. - P340

‘남성이 지배하는 문화 속에서 성의 자유라는 것이과연 얼마나 많은 해방을 가져다주었는가.‘ - P342

드워킨은 온갖 형태의 검열에 반대하는 시민 자유론자들에게동조하면서 곧장 "섹스 지지파"로 알려진 페미니스트들과 대립했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성적 쾌락 경험을 금지해온 도덕적 경건함을 경계하던 이 섹스 지지파 페미니스트들은 성 표현이 노골적인 예술과 포르노의 구분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엘런윌리스는 "나를 흥분시키는 것은 에로틱한 것이고 남을 흥분시키는 것은 포르노"라는 것이라며 포르노 반대자들에 대해 빈정거렸다. 드워킨은 이런 입장이 적과의 동업이라고 비난했다. "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이라는 로빈 모건의 견해에동의했던 것이다. - P343

케이트 밀릿의 『성정치학』에서 영감을 받아 쓴 드워킨의 『포르노그래피 : 여성을 소유하는 남성』(1981)은 포르노산업이 묘사한 여성의 굴욕적 이미지가 여성에게서 인간성을박탈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조장했다는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의 믿음을 반영했다. 드워킨은 외설 잡지와 영화가 남성들에게오늘날 해로운 남성성이라 불리는 특성을 주입했다고 믿었다. - P344

분리주의자들은 프로이트, 특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발현되기 이전 시기에 맺는 어머니와 유아의 관계에 대한 이론을 둘러싸고 다시 한번 씨름하면서, 자신들의 추측에 대한 증거를 찾아냈다. 예를 들어 도러시 디너스틴은 미소지니가 여성의 임신과 양육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아기가 맨처음 경험하는 타자는 대개 어머니인데, 아이는 자라면서 자신의 불안감과 적대감을 ‘전혀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타자인 여성 인물에게 투사시킨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낸시 초도로는가족 로맨스의 또 다른 결과, 즉 남자아이뿐만 아니라 여자아이도 가장 이른 시기에 욕망하는 것이 어머니라는 점에 대해 고찰했다. 여자아이는 여성 인물에게 1차적 애착을 갖기 때문에, 동성애가 그들의 에로틱한 삶의 중요한 요소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초도로에 따르면 여자아이와 어머니는 상호 동일시를 하는반면, 남자아이는 스스로를 어머니와 반대되는 존재로 규정한 - P345

다. 이런 상호 의존 관계에 에워싸여 성장하는 여성은 유동적인자아 경계선을 습득하는 반면, 자아 경계선이 고정되어 있는 남성은 자기 정체성을 규정함에 있어서 투쟁적인 태도를 취하게된다. 캐럴 길리건은 이 같은 통찰을 윤리학으로까지 확장시켰다. - P346

안살두아는 "젠더만이 유일한 억압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32 『국경 지대』에는 민족과 지리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그녀는 이 책에서 멕시코계 미국인들의 문화와 멕시코 문화에 대한이해를 높이고 멕시코계 미국/멕시코 문화와 흑인 문화, 북미토착 미국인 문화, 앵글로색슨계 미국인 문화, 그리고 다른 나라 문화와의 소통을 증진하기 위하여 역사, 자서전, 신화를 이용했다. 그녀는 책의 핵심부에서 "메스티사 의식"이라는 역설적사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논했다. 메스티사 의식은 다층적 정체성을 지니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국경선 경계 지대의 거주민들이 물려받은 상충하는 충성심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 P351

에이드리언 리치가 20세기 말 미국의 도덕적 타락에 기여한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를 가장 선명하게 다룬 시인이었다면, 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의 뒤얽힌 영향을 가장 단호하게 다루었던 소설가는 토니 모리슨이다. - P366

"흑인 페미니스트들은 너무나도 익숙한 진퇴양난의 감정을느끼기 시작했다. 우리는 가정 폭력에 반대했던 것인가, 아니면인종차별주의에 반대했던 것인가?"
백인과 흑인의 차이를 감안할 때, "여성의 책임"과 "공모 관계"를 강조하던 모리슨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혹시 인종차별주의 사회에서 흑인 남성이 경험하는 체계적인 모욕과 폭력을 의식하고서, 흑인 여성이 여성운동에서 핵심적인역할, 즉 백인 여성이 모두 긍정하지만은 않겠지만 아무튼 그런역할을 하고 있다는 그녀의 확신을 밝혀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생각이 든다. 그녀는 프랜시스 빌의 통찰을 확장한 셈이었는데, 빌은 1970년의 에세이 「이중의 위험」에서 만일 백인 페미니스트들이 흑인 여성들의 동참을 원한다면 반드시 인종차별주의에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벨 훅스가 그녀의 저서 『난 여자가 아닙니까?』 (1981)에서 강조한 것과 같은 주장이었다." 모리슨은 흑인의 권리가 여성의 권리에 종속될 수 없다는 자신의믿음을 절감하도록 독자들을 극단으로 모는 위험을 감수했다. - P376

페미니스트들의 저술 활동에도 변화가생겨난 것이다. 문학 저술활동에서 철학적인 담론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퀴어 이론의 출현은 점점 커지는 학계 내부 페미니스트들과 학계 외부 페미니스트들의 분열의 신호탄이 된 셈이었다. 이 새로운 이론가들이 정체성 정치 옹호자들이 지지하던 사회적 범주들에 균열을 일으키는 중에도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됐다.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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