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아무리 자신의 마음을 지배한 생각이었다 할지라도, 그것 때문에 자신의 자유와 심지어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 나에겐 모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아마도 위험이 없는 자유는 그의 모든 생존 습관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라서 그에게는 다른 사람의 경우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그리 빗나간 것이 아니었는데, 그것은담배를 조금 피우고 난 후, 그가 다음과 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너도 알겠지만 말이다, 얘야. 저 건너편, 다른 쪽 세상에 있을 때, 난 항상 이쪽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단다. 그래서 점점 부자가되고 있었는데도 그곳에서 사는 게 나에겐 따분한 일이 되었단다. 거기선 모든 사람이 이 매그위칠 알고 있었고, 이 매그위친 어디든 맘대로 오고 가고 할 수 있었으며, 아무도 나에 대해골치 아파하지 않았지. 하지만 얘야, 여기 이쪽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그처럼 편하게 여기질 않는단다. 적어도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 안다면 그들은 몹시 불편해할 거다."
"모든 게 잘되어 간다면…." 나는 말했다. "몇 시간 내로 당신은 다시 완전히 자유롭고 안전하게 될 거예요."
"글쎄다." 그는 숨을 한 번 길게 들이쉬며 대답했다. "나도 그러길 희망한다."
"그리고 물론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시겠죠?" - P339

"그녀는 죽지 않고 살아서, 힘 있고 든든한 친구들을 만났답니다. 그리고 아직도 살아 있답니다. 그녀는 숙녀인 데다 아주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녀를 사랑한답니다!"
내가 호응해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을 만큼 희미한 노력이었지만, 그는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내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입술에 갖다 댔다. 그런 다음 내 손을 다시 자신의가슴 위에 부드럽게 내려놓았다. 그의 두 손은 내 손 위에 여전히 포개져 있었다. 하얀 천장을 바라보는 고요한 그 얼굴 표정이 다시 한 번 돌아왔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머리는 가슴 위로 조용히 숙여졌다.
다음 순간, 나는 우리가 그동안 함께 읽어 왔던 것을 기억하며, 성전으로 기도하러 올라갔던 두 사람을 마음속에 떠올렸다.
그리고 내가 그의 침대 곁에서 그 순간 할 수 있는 말로 다음의 구절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하느님이시여, 죄인인 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옵소서!"* - P381

작품 해설

한편 새롭게 정치, 경제 및 사회의 중심이 된 빅토리아 시대영국의 중산계급은 과거의 귀족계급에 대응해 스스로의 계급적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바로 빅토리아 시대 중산계급의 이상적 인간상으로서의 ‘신사‘ 개념이다. 신사라는 개념은 귀족계급의 자질에 중산계급의덕목을 결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노동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나 재산이 있는 사람으로서 적당한교육을 받고 세련된 교양과 예의범절을 갖췄으며 명예를 소중히여기며 존경할 만한 도덕성과 인격을 지닌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오늘날 ‘영국 신사‘라는 말이 연상시키는 이미지는 바로이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 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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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한 이야기에서, 정복의 기쁨에 한껏 취한 자들의 호화로운 침상에 떨어지게 될 무거운 석판은 채석장에서 천천히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것을 적당한 위치에 붙들어 맬 밧줄을 연결할 지하 통로도 수 킬로미터나 되는 바위 속을 통해 천천히 뚫어진다. 그다음 석판은 천천히 들어 올려져서 지붕에 끼워 맞춰지며, 이어서 밧줄이 그것에 꿰어진 다음, 그 밧줄은 수 킬로미터나 되는 지하 통로를 통해 천천히 당겨져 커다란 쇠고리에 연결된다. 이 모든 준비가 엄청난 노동을 통해 완료되고 마침내 때가 되자, 술탄은 한밤중에 잠에서 깨워지고, 밧줄을 그 커다란쇠고리에서 잘라 버릴 날카로운 도끼가 그의 손에 쥐어진다. 술탄은 즉시 그것으로 밧줄을 내리치고, 밧줄은 끊어져 순식간에끌려가 버리며, 그와 동시에 천장은 떨어져 내린다. 내 경우도바로 그랬다. 모든 일이, 즉 가깝든 멀든 목적을 위해 진행되던모든 준비 작업이 완료되었다. 다음 순간 마지막 남은 일격이 가해졌고, 내 성채의 지붕은 내 머리 위로 무너져 내렸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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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를 유혹하고 싶어 한다는 것, 그래서 그녀가 매력적으로 굴고 있다는 것, 그리고 혹시 필요하다면 노력을 해서라도내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을 거라는 것, 이것은 내가 모르고 지나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조금도 더행복하게 만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관계가 다른 사람들의 뜻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는 어투를 그녀가 설령 취하지 않았다하더라도, 나는 그녀가 의도적인 선택에 의해서, 그리고 내 마음을 짓밟고 내던져 버리기 위해서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지, 내 마음이 그녀에게 어떤 애정 같은 것을 혹시라도 일깨워줄 가능성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느꼈을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머스미스를 지나갈 때 나는 매슈 포킷 씨의 집이 어디인지 그녀에게 가리켜 보였다. 그러고는 리치먼드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므로 그녀를 가끔 만나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럼 물론이지. 너는 나를 만나도록 되어 있어. 적당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너는 찾아와도 괜찮게 되어 있어. 나는 네 이야기를 그 집 사람들에게 해 두도록 되어 있어. 아니 사실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어." - P39

현관문이 곧 열리고 그녀의 짐 상자들이 안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나에게 손을 내밀고는 미소 띤 얼굴로잘 가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녀 역시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대로 선 채 그 집을 바라보며, 그녀와 함께 그 집에서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함께있을 때 내가 결코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언제나 비참하기만 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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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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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순수함을 잃고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핍. 불행할 걸 알면서도 에스텔러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니. 핍의 1인칭 시점이라 그의 성격적 결함이나 삐뚤어지고 있는 심성, 속물근성 등을 감추고 있는 느낌이다. 찰스 디킨스는 역시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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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안 올 거란다." 조는 말했다.
우리의 시선은 서로 마주쳤다. 그 순간 나를 ‘나리‘라고 부르던 그 모든 어색함이 그의 남자다운 가슴에서 전부 녹아 없어지면서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핍, 이보게 친구, 인생이란 서로 나뉜 수없이 많은 부분들의접합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대장장이고 어떤 사람은 양철공이고 어떤 사람은 금 세공업자고, 또 어떤 사람은 구리 세공업자이게끔 되어 있지. 사람들 사이에 그런 구분은 생길 수밖에 없고 또 생기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지. 오늘 잘못된 뭔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다 내 탓이다. 너와 난 런던에서는 함께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야. 사적(私的)이고 익숙하며, 친구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는 그런 곳 외의 다른 어떤 곳에서도 우린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야. 앞으로넌 이런 옷차림을 하고 있는 날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텐데, 그건 내가 자존심이 강해서가 아니라 그저 올바른 자리에 있고 싶어서라고 해야 할 거야. 난 이런 옷차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난 대장간과 우리 집 부엌과 늪지를 벗어나면 전혀 어울리지않아. 대장장이 옷을 입고 손에는 망치, 또는 담배 파이프라도 들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 너는 나한테서 지금 이런 차림의 반만큼도 흠을 발견하지 못할 거야. 혹시라도 네가 날 다시 만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그땐 대장간에 와서 창문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대장장이인 이 조가 거기서 낡은 모루를 앞에 두고 불에 그슬린 낡은 앞치마를 두른 채 예전부터 해 오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도록 하거라. 그러면 넌 나한테서 지금 이런 차림의 반만큼도 흠을 발견하지 못할 거다. 난 끔찍이도 - P411

우둔한 사람이지만, 오늘 이 일에서는 마침내 어느 정도 올바른 결론을 뽑아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보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겠네. 사랑하는 내 친구, 핍, 하느님의 축복을 빌겠네!"
소박하면서도 진실한 위엄이 그에게 있다고 내가 생각했던 것은 틀리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 말할 때 어색한 그의 옷차림은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천국에서 그런 것처럼 말이다. 그는 내 이마를 손으로 부드럽게 한 번 만져 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정신이 좀 들자마자 나는 급히 그의 뒤를 쫓아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를 찾아 주변 길거리를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P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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