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축적, 구제, 공급사슬
조지프 콘래드 <어둠의 심연>
허먼 멜빌 <모비 딕>
자유…
번역기계
얽힘

2부 진보 이후에: 구제 축적
4 가장자리를 작업하기

그러나 공급사슬은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대목중 하나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노동이나 원료를 합리화하지 않고도 부의 축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합리화하는 대신에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공간을 가로질러서 번역하는 작업이 필수적인데, 나는 그러한 공간을 생태학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빌려 ‘패치‘라고부르겠다. 사쓰카 시호에 따르면, 번역은 하나의 세계만들기 프로 - P118

젝트를 또 다른 세계만들기 프로젝트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번역이라는 말 때문에 언어에 주목하게 되지만, 이는 부분적인 조율이일어나는 다양한 형식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차이가 존재하는 장소를 교차하며 행해지는 번역이 바로 자본주의다. 그러한 번역이 행해져야만 투자자는 부를 축적할 수 있다. - P119

자본주의적 농장은 부를 모으기 위해 생태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살아 있는 존재들을 끌어들인다. 나는 이를 ‘구제 salvage‘라고 부르는데, 자본주의적 통제를 받지 않고 생산된 가치를 써먹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에 사용되는 많은 원료는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석탄과 석유를 생각해보라). 또한 자본가들은 ‘노동‘
전제 조건인 인간 생명을 생산할 수 없다. ‘구제 축적‘은 선두기업이 상품 생산 조건을 통제하지 않고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이다. 구제는 통상적인 자본주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수적인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의 한 가지 특징이다. - P120

‘공급사슬‘이란 가치가 선두 기업을 위한 이익으로 번역되는 상품사슬이다. 비자본주의 가치 체계와 자본주의 가치 체계 사이의 번역은 이 공급사슬을 통해이루어진다.
글로벌 공급사슬을 통해 이루어지는 구제 축적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미 잘 알려진 이전의 몇몇 사례를 살펴보면 구제 축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조지프 콘래드JosephConrad의 소설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에 서술된 바 있는, 중앙아프리카와 유럽을 연결하는 19세기의 상아 공급사슬을 생각해보자. - P121

이 꼬리표의 한쪽 면에는 검고 흰 막대기들이 인쇄되어 있어 상품을 상세하게 추적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그 반대쪽 면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 - P123

것도 없는 면은 월마트가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징표다. 왜냐하면 가치는 회계를 통해서 번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마트는 공급자들에게 계속해서 상품을 더 싸게 생산하도록 강요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야만적인 노동 착취와 환경 파괴를 장려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야만savage과 구제salvage는 종종 쌍둥이와 같다. 구제는 폭력과 오염을 이윤으로 번역한다.
재고품을 통제할수록, 노동과 원료를 통제할 필요는 줄어든다. 공급사슬은 꽤 다양한 상황에서 생산된 가치를 자본주의의 재고품으로 번역하면서 가치를 생산한다. - P124

6 전쟁 이야기

헹에게 사슴 사냥꾼에 대해 물어본 날, 이 사실을 알게되고 깜짝 놀랐다. 그날 오후 나는 혼자서 버섯을 채집하고 있었는데 근처에서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다. 너무 무서웠다. 어느 방향으로 달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헹에게 물어보았다. "달리지마!" 그는 말했다. "달려간다는 건 두려워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지. 나라면 절대 달리지 않을 거야. 그게 내가 지도자인 이유야." 숲은여전히 전쟁으로 가득 차 있고, 사냥은 이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거의 모든 사냥꾼이 백인이며 그들이 동양인을 경멸하는 경향이있다는 사실 때문에, 숲과 전쟁이 평행선을 이룬다는 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러한 주제는 몽계 채집인에게는 더욱 중요했는데, 대부분의 캄보디아인과 달리 그들은 스스로를 사냥꾼임과 동시에 사냥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P169

이 두 집단의 이러한 차이점을 알게 되자 나는 전쟁이 어떤방식으로 문화적 영역에 개입해 백인 참전용사와 캄보디아, 몽계, 라오계 난민들이 실천하는 자유의 모양새를 빚어내고 있는지 더욱연구하고 싶어졌다. 참전용사와 난민은 자유를 지지하고 실천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둘러싸고 협상한다. 군사주의는 자유의 실천을 통해 내재화되고, 풍경 속으로 스며들며, 채집 전략과 기업가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오리건주의 상업적 송이버섯 채집인들에게 자유란 ‘경계물boundary objects‘, 즉 의미하는 바가 많고 다양한 방향으로 연결되면서도 동시에 모두가 공유하는 관심사다. - P178

7 국가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두 종류의 아시아계 미국인

또 다른 비교를 해보자. 개종의 (안으로 회전하는) 구심성 논리는 나의 가족과 일본계 미국인 친구들을 동화를 통한 미국화를지향하는 포용적이면서 확장적인 미국으로 끌어 들였다. 개종의(밖으로 회전하는) 원심성 논리는 단 한가지의 경계물인 자유로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고, 오픈티켓의 동남아시아 난민을 형성했다. 이 두 종류의 개종은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시민권 정치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역사적 물결에 휩쓸렸다. - P195

8 달러화와 엔화 사이에서

동남아시아에서의 벌목은 일본 무역 회사들 덕택에 가능해졌다. 그들은 다른 상품과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바빴다." 어떻게 이러한 제도가 발전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위의 공급사슬 방식이 등장한 제2차 세계대전 직후로 돌아가보자. 일본에서 출발한 첫 번째 전후 공급사슬의 일부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인한국과의 연결을 활용했다. 그 당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나라였고, 모든 국가가 자국의 제품을 수출하고 싶어 하는 최고의 - P213

목적지였다. 그러한 미국은 일본산 수입 상품에 엄격한 할당량 제도를 적용했다. 역사학자 로버트 캐스틀리Robert Castley는 일본이 미16국의 수입 할당량 제한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한국의 경제 건설을도왔는지 설명한다. 일본의 무역업자들은 경공업을 한국으로 이전함으로써 미국에 좀 더 많은 상품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은 일본의 직접 투자에 반감을 드러냈다. 그래서일본은 캐스틀리가 ‘내놓기putting-out‘ 방식이라고 부른 것을 도입했다. "그 방식은 상인(또는 기업)이 하청업체가 상품을 생산하거나마무리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대출, 신용, 기계류 또는 장비를 조달하고, 그렇게 생산된 상품을 상인(또는 기업)이 멀리 떨어진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캐스틀리는 이 전략에서 무역업자와 은행가가 갖는 권력에 대해 언급한다. "일본인 상인, 기업은해외 공급자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자원 개발에 자주 자금을대출해주었다.""그는 이러한 확장 방식을 통해 일본은 경제적 안정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을 추구했다고 주장한다. - P214

9 선물에서 상픔으로, 그리고 그 반대로

생산자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상품이 팔리면서 공장 노동자가 자신이 만드는 사물로부터 소외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물도 그것을 만들고 교환하는 사람에게서 소외된다. 사물은 홀로 존재하는 물건이 되어 이용되고 교환된다. 그 사물은 그것을 생산하고 배치한 사람들의 관계망과 어떤 관련도 맺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자본주의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일상적인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쿨라를 공부하고 나면 이상하게 보이게 된다. 쿨라에서 사물과 사람은 함께 형성되는데, 선물을 통해 사물은 사람의 연장extension이 되고 사람은 사물의 연장이 되기 때문이다. 쿨라환의 귀중품들은 그것들이 형성하는 개인 간의 관계를 통해 알려진다. 유명인들 또한 자신들이 주고받은 쿨라 선물을 통해 알려진다. 그리하여 사물은 사용되거나 상품으로 교환될 때만 가치를가지는 것이 아니다. 사물은 그것들이 일부를 담당하는 사회관계와 명성을 통해 가치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 P227

10 구제 리듬: 교란되고 있는 비즈니스

구제 리듬을 통해 생각하면 우리의 시야가 바뀐다. 산업은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생계 방식은 다양하며, 대충 꿰맞춰져 있고, 종종 일시적이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생활하게 되며, 20세기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임금과혜택으로 이루어진 패키지를 제공받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다. 나는 생계의 패치들이 배치로서 생성되는 과정을 지켜보자고 제안해왔다. 참가자는 세계만들기 프로젝트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작은 역할을 하는 다양한 안건을 가지고 참여한다. 오픈티켓의 버섯사냥꾼이 가져온 안건 중 하나는 전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살아남고 미국 시민권과 계속해서 협상하는 것이다. 채집인이 ‘버섯 열 - P243

병‘을 좇아서 숲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상업적인 채집이 가동된다. 프로젝트들 간에 차이가 내재함에도, 경계물 특히 채집인이 자유라고 부르는 것에 전념하는 일이 생겨난다. 이러한 상상의 공통 기반을 통해 상업 채집은 하나의 현장으로서 일관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채집은 하나의 사건happening이된다. 채집의 창발하는 속성들을 통해 다각적인 역사가 가능해진다. 상의하달식 top-down 규율이나 동기화synchronization 없이, 그리고진보에 대한 기대 없이, 생계 방식의 패치들은 글로벌 정치경제를구성하는 데 기여한다. - P244

이 책에 담긴 나의 생각 중 두 가지가 특히 중요하다. 첫째, 소외는 자본주의적 자산이 형성될 수 있는, 얽힘이 풀린 disentanglement형태다. 자본주의 상품은 다음 단계의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발판으로 사용되기 위해 생활-세계에서 제거된다. 그 결과 중 하나는무한한 필요다. 다시 말해서 투자자가 원하는 자산의 크기에는 한계가 없다. 따라서 소외는 축적, 즉 투자 자본의 축적을 가능하게한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관심사다. 축적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소유를 권력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자본이 있는 사람들은 공동체와 생태계를 전복시킬 수 있다. 자본주의는 통약성commensuration이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가치 형태들은 차이의 거대한순환 회로를 가로지르면서도 번창한다. 돈은 투자 자본이 되고, 이는 더 많은 돈을 낳을 수 있다. 자본주의는 인간 및 비인간의 방식을 모두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생계 방식으로부터 자본을 생산하기 위해 작동하는 번역 기계다. - P245

대부분의 상품은 소비자에게 도착하기 전에 자본주의적 형성 과정 안팎을 넘나들며 여행한다. 휴대폰을 생각해보자. 전기회로망 깊숙한 곳에는 콜탄Coltan‘이 있는데, 이는 임금이나 복지 혜택을 따지지 않고 어두운 구멍으로 앞다투어 들어가는, 어린 아이들이 포함된 아프리카 광부들이 캐낸 것이다. 어떤 회사도 그들을그곳으로 보내지 않는다. 그들은 내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이주, 환경 악화로 인해 다른 생계 수단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토록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작업은 전문가가 자본주의적 노동이라고 상상할 만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그들의 생산물은자본주의 상품으로서 우리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에 포함된다.‘ 구제 축적은 번역 장치를 써서 그들이 캐낸 광물을 자본주의적 상업에서 알아볼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시킨다. 그리고 내 컴퓨터는또 어떠한가? 짧고 유용한 삶이 끝나면 (좀 더 최신 모델로 바꿔야 - P246

만 하기 때문에) 아마도 나는 자선 단체에 내 컴퓨터를 기부할 것이다. 기부된 컴퓨터는 어떻게 되는가? 그것들은 부품으로 쓸 만한것들을 얻기 위해 불에 태워지고, 실제로 구제 리듬을 따라다니는 아이들이 구리와 다른 금속을 분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상품은 종종 구제 축적을 거쳐서 자본주의에 이용되기 위해 다시 벌충된후 다른 상품을 만드는 구제 작업에서 생을 마감한다. 만약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생계 활동과 관련된 ‘경제 체제‘에 관한 이론을원한다면 이러한 구제 리듬에 주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P248

인터루드: 추적하기

많은 사람이 곰팡이가 식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동물에 더 가깝다. 곰팡이는 식물처럼 햇빛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지않는다. 동물과 같이 곰팡이는 먹을 것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곰팡이의 섭식은 종종 너그러워서 다른 이들을 위한 세계를 만든다. 이것은 곰팡이가 세포외 소화를 하기 때문이다. 곰팡이는 소화를 돕는 산을 체외로 배출해 먹이를 영양분으로 분해한다. 마치위를 밖으로 뒤집어서 몸 안이 아니라 몸 밖에서 음식을 소화하는 것과 같다. 영양분은 그 후 세포에 흡수되어 곰팡이의 몸뿐아니라 다른 생물종의 몸도 자라게 한다. 물에서만이 아니라 마른땅에서도 식물이 자라는 이유는 지구의 역사가 펼쳐지는 동안 곰팡이가 바위를 소화하면서 식물이 섭취할 영양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테리아와 함께 곰팡이는 식물이 자라는 흙을 만들었다. - P252

처음으로 얻는 이로운 박테리아 없이는 음식을 소화할 수 없다. 인간 신체의 세포를 이루는 90퍼센트는 박테리아다. 박테리아 없이우리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생물학자 스콧 길버트scott Gilbert와 그의 동료들은 다음과 같이 적는다. "거의 모든 발달은 공동 발달이다. 우리가 말하는 공동발달이란 한 생물종의 세포가 다른 생물종 신체의 정상적인 구성을 지원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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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경_밤과 요람

선희는 온종일 방에서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책을 들여다보다가 생각에 젖다가 영어 단어를 외우기도 했다. 오전부터 서머싯몸의 영어 소설 「비」를 들고 있었는데 한나절이 지나도록 겨우 두장 읽었다. 여학교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서 사전을 들추며 보는 것이 싫진 않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 P394

또 하나의 문화_좌담

조옥라 많은 사람들이 여성운동이라고 하면 모든 것이 여성이 주체가 되어서 지금의 남자들이 가진 지위를 여자가 누려 보려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남성‘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남성적인 논리를 모든 면에다 적용하고자하는 것이 나쁘다는 거지요. 우리가 남자의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불평등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현상이 나타나게된 근원적 차원에서의 불평등 구조를 문제 삼는 것입니다.
우리가 남자와 똑같은 지배자가 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죠.
조혜정 궁극적으로 가부장제의 변화가 목표가 되겠지요. 그리고 그변화를 위한 방법론에서도 우리 운동은 특성을 갖습니다.
김애실 지금까지의 운동은 제도적인 변화에 치중했고 따라서 제도개혁의 차원에서만 논의하여 왔는데 여기서는 그 변화를 생활을 통해 이루어 보려고 하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죠. - P654

조혜정 공적-사적 영역의 엄격한 구분과 그것이 위계질서화되어 있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전통적 가부장제 사회에서도 공사 구분은 존재하였는데 현재의 양상과 다른 점은그때는 사적 영역이 비교적 컸었고 양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겠지요. 산업화되면서 공적 영역은 급격히 확대되고 따라서 사회는 인간성이 무시되기 쉬운 공적 영역 우선주의, 예를 들어 경제발전 우선주의 등의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됩니다. 한편 공적 영역이 거대 조직화되고 경쟁이 치열한 곳이 될수록 사적 영역은 공적 영역으로부터 유일하게 인간성이 보장되는 ‘피난처‘로 등장하게 되며 사수되어야 할 어떤 것으로 인지되지요. 이때 여성은 그 사적 보루를지키는 주인공이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적 영역은그리고 그 영역을 지켜 온 여성들은 변동을 주도하는 공적영역에서 점차 유리되고 보수성의 온상으로, 수동적 시민으로 남게 됩니다. 반면 남성들은 공적 영역에서 더욱 쫓기고인간성을 실현할 장소마저 잃어 가지요. 공적 영역이 월등한비중을 갖는다는 것, 공사 간의 유기적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볼 때 효율적인 사회발전을 가져올지 모르지만 결국은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수 없읍니다. 인간의 욕구와 창조성이 수렴되지않는 체제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은, 즉 공적 영역에의 진출은 이 양 영역의 이분화가 변화되는 과정으로 풀어질 수 있읍니다. 공적영역과 사적 영역 간에 유기적 연결이 가능해지고 좀 더 인간 위주의 사회로 향해 가는 과정 말입니다. - P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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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son, were you eavesdropping? 엿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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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근_덫에 걸린 집

기수 (담배 끄며 냉정하게) 그런데 아마 경찰에서는 이런 사건의경우 피해자가 과연 얼마나 결백했나 하는 부분에도 관심을 가질 겁니다. 평소의 품행, 부부의 성격, 범인과 평소에 안면은 없었던가 하는 식으로 잔인할 만큼 이것저것 물어 가며 파고들 겁니다. 어떤 종류의 힘이건 한두 가지는 나올 테고………… 여러모로・・・・・・ 별로 유리하지 않을 겁니다.
장모 (당황하며) 피해자도 의심을 받는다는 말이요? 왜? 당한 것만도 분한데 왜 의심까지 받아?
기수 꼭 피해자만 옳다는 보장도 없을 테니까요. 경찰에서는 성범죄의 팔십 프로는 피해자 측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더군요. 흉영재악범이 많다 해도 아무나 그런 일 당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일동 타격 받고 침묵한다.
정원, 어쩔 줄 모르고 외면한다. - P285

고정희(1948-1991)

고정희는 한국에 페미니즘 문학이라는 개념을 처음 정립한 이론가이자 뛰어난 실천적 전범을 보인 시인으로 여성문학사에서 평가된다. 여성주의 운동가로서의 강인함과 이론가로서의 치열함, 인으로서의 열정과 섬세함을 두루 갖추고 있었던 고정희는 한국 현대 여성 시의 역사는 고정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에 걸맞은 면모를 지녔다. 씻김굿, 마당굿 등 굿의 형식, 판소리 사설의 형식 등을 적극 계승하고 변용해 여성 민중문학의 형식을 창안한 점, 여성적 글쓰기의 실천을 통해 한국 현대 여성 시의 스펙트럼을 내용과 형식 면에서 확장하고 심화한 점, 민중·민족· 젠더를 둘러싼모순들이 교차하는 자리를 정확히 관통했다는 점에서 고정희 시의여성문학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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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_한국 중립화를 제안한다

내가 미국의 대외정책을 공부해오면서 글과 강연을 통해 즐겨 써온 말이 있다. "이 세상에 미국처럼 호전적 국가가 없다. 미국처럼 전쟁 많이 해본 나라 없고, 좋아하는 나라 없으며, 잘하는 나라 없다. 전쟁을 통 - P42

해나라를 세웠고, 영토를 확장했으며, 전쟁을 통해 초강대국이 되었고,
세계 패권을 유지해왔다. 1776년 독립 때부터 240년 넘도록 전쟁을 치르지 않은 기간은 20년도 되지 않는다. 전쟁을 통해 먹고살아온 것이다."
이러한 나의 주장을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확인해주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2019년 4월 15일자에 보도된 내용이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카터에게 전화해 중국의 급성장에 관해 의견을 구했다. 카터는 대략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은 현명한 투자에의해 촉진되고 평화에 의해 활성화했다. 1979년 이후 중국은 단 한 번도 전쟁하지 않았다. 미국은 계속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242년역사에서 오직 16년 동안만 평화를 즐기며 ‘세계 역사상 가장 호전적 국가‘가 되었다. 다른 나라들에 미국의 원칙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경향때문이다." - P43

앞으로는 한국이 대만을 둘러싼 미국-중국 전쟁에 휘말리기 쉽다. 미국은 대만해협과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쳐왔다. 중국은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참고로 미국과 중국은 1972년 대만이 독립국이 아니라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1979년 ‘대만관계법‘을 만들어 대만에 무기를 지속적으로 많이 팔아왔다. 대만 민진당은 2000년부터 집권하기 시작해 대만 독립을 주장해왔다. 중국은 2005년 대만이독립을 추진하면 무력으로 저지하겠다는 ‘반분열국가법‘을 만들었다. 대만 민진당은 2024년 1월 총선거를 통해 재집권에 성공했고, 미국은2022년부터 대만에 군사원조를 대폭 늘리는 법안을 연달아 통과시켰으며, 중국은 2022년 공산당대회에서 대만과의 통일을 거듭거듭 강조했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19세기 청일전쟁과 20세기 러일전쟁에 이어 21세기 미중전쟁에서도 한반도는 전쟁터가 되기 쉽다.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미국군대의 가장 큰 해외기지가 평택에 있고, 중국을 감시하며 겨냥하는 미군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성주에 설치되어 있어서, 중국이 한국을 폭격지역과 대상으로 삼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때문에 한국이 자동적으로 전쟁에 휘말리게 되리라는 말이다. 우리가 주한미군을 될수록 빨리 내보내고 한미동맹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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