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정말 덥다. 집에서 에어컨 잘 켜지 않는 우리 집도 오늘은 오전부터 내내 에어컨을 켤 수 밖에 없는 날씨다. 청소하느라 정리하느라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난다.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샀다. 교보문고 여성학 컬렉션은 정말 빈약하구나 하고 돌아서다 매대에 마리아 미즈의 신간 <마을과 세계>, 12월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책이 있어서 반갑게 집어 들었다.
















지하철 탈 때마다 나오는 '전장연 시위로 인해 지하철이 지연된다'는 방송을 들으며, <출근길 지하철>이란 이 책 제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휴가 갈 땐, 주기율표> 팟빵이나 유투브를 자주 듣는 남편이 빚진 마음을 갚기 위해 방송 출연자의 책을 고르다가 곽재식 작가에게 빚진 마음을 갚으러 이 책을 골랐다. 곧 있을 휴가에 주기율표와 함께 하기로.


















지난 주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매한 책. 둘 다 일본 관련 책이네. 어쩌다 보니...는 아니고 여름휴가 무의식의 발로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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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3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김영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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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가 제인 오스틴의 다른 여주에 비해 비호감이긴 하지만, 그녀가 결혼에 목맬 필요 없는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징징거리며 앓는 소리하는 아버지 우드하우스 씨를 평생 돌보며 살아야 한다는 과업에 매여있긴 매한가지. 남편이냐 아버지냐.

에마를 마지막으로 제인 오스틴 전작 읽기 완료했다(총 7권). 오래전 읽은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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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4-07-28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작 완독 기념 페이퍼 작성해주세요. 저도 참고 좀 하게요 ㅎㅎ

근데 에마... 뭔가 말이 많았던 작품으로 기억하는데, 맞나요?


햇살과함께 2024-07-28 22:12   좋아요 1 | URL
ㅎㅎ 다 까먹었어요
에마가 가장 비호감 캐릭터인 것 같아요 ㅎㅎ
 

며칠 후


며칠 후에 나는 서울에 간다. 자전거를 타고서 자전거를 타고 갔던
지난번을 기억하면서. 그때는
흘러내리는 목도리를 다시 목에 감으며 찬바람을 맞았지.
역 앞에서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우고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었지.
그때 누군가의 부음을 들었다.

오래 서 있었다.
추웠지만 잘 몰랐다.

며칠 후부터 그 역은 운행이 중단되었다.
가던 곳에 가려면 우선 서울을 경유해야 했다.

며칠 후에 나는 읽던 책을 다 읽는다. 다음 챕터는 「비중에서 가장 이상한 비」이다. 한 페이지에 담긴 광활한시간을 방바닥에 펼쳐놓고 바라본다.
그러다 참고 문헌에 적힌 또 다른 책을 읽겠지. 안경을 - P13

쓰고. 또 잠시 안경을 벗고,
책을 읽는 동안에 우리 동네 재개발이 확정되고 애청하던 드라마는 끝나가고
무언가를 챙겨 먹고

조금만 더 그렇게 하면 예순이 되겠지.
이런 건 늘 며칠 후처럼 느껴진다.
유자가 숙성되길 기다리는 정도의 시간.

그토록이나 스무 살을 기다리던 심정이
며칠 전처럼 또렷하게 기억나는 한편으로

마지기다리던 며칠 후는
감쪽같이 지나가버렸다.

며칠 후엔 눈이 내리겠지.* 안 내린다면 눈이 내리는 나라로 가보고 싶겠지.
지난번에 가보았던 그 숙소 앞 골목에서 눈사람을 만들겠지. 눈사람에게 - P14

목도리를 둘러줄지 말지 잠시 머뭇거리겠지.

너무 추웠고
너무 좋았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집에 돌아와

유자차를 마셨다. 목도리를 찾아 헤맸으나 찾지 못했다.
서울에 가서 친구를 만나야 하는데 목도리가 없네 했다.

*프랑시스 잠의 시 「며칠 후엔 눈이 내리겠지」(시선집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 김진경 외 옮김, 잍다, 2018)에는 "레오폴드 보비에게"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레오폴드 보비가 답시를 적는다는 마음으로 이 시를 적어보았다. - P15

2층 관객 라운지


오늘은 화분의 귀퉁이가 깨진 걸 발견했는데
깨진 조각은 찾지 못했다

돌돌 말린 잎을 화들짝 펴고 있는 잎사귀들
하얗게 하얗게 퍼져 나가는 입김들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이 생각을 5만 번쯤 했더니
내가 만약이 되어간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가
내가 생각이 되어버린다

문을 열어
먼지처럼 부유하는 생각들을 손바닥에 얹어
벌레를 내보내듯 날려 보냈다 - P30

어둠 속에 손을 넣어
악수를 청한다

과학자의 ‘모릅니다‘는
설명이 가능한 이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긴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식탁 옆 조제약 봉투들처럼 수북한 것
기계의 뒷면으로 기어 들어가 헝클어진 선 정리를 시작하는 것

질문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아도 돼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보려 노력하다가 다른 진심을 전달해도 돼

그럴듯함과
그러지 못함과
그럴 수밖에 없음에 대하여 - P31

모두가 듣고 있다고 외치는 바람에
외치던 사람도 계속 외치고 듣는 사람도 외치기 시작......
듣기만 하는 사람 더 이상 없음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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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성과 남성 현대의 지성 39
조혜정 엮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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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쓴 이런 여성주의 책 너무 반갑다. 세대별 심층설문조사 - 비록 수적 한계는 있지만 - 와 제주 해녀의 삶에 대한 관찰과 추적조사도 흥미롭다. 80년대 나온 책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촌스러움(?)은 오직 표지와 남한에서 태어났다는 작가 소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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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사실 에마 우드하우스는 작가의 다른 주인공들과 한 가지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설득』, 『노생거 사원』 등 여타 작품의 주인공들은 성격이나 처지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하나같이결혼 적령기 여성으로서 당시의 결혼 풍습에서 보자면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들의 출신은 젠트리 계급이기는 하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유산이 거의 없어서 독립적인 생활이어렵거나 결혼을 통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문제되는 절박한지경에 처해 있다. 이들에 비하면 에마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 마을 대지주의 상속녀로 자신의 지위에 만족하며 살고 있어서결혼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고, 오히려 어디에 구속될 수도 있는 결혼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작심까지 한 여성이다. 아무래도 중간계급 여성이 다수일 당대 독자들에게 에마가 공감을 얻기는 어려웠을 법하다. - P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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