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의 일상은 미디어와 시장에 의해 복잡하게 매개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반려인의 자격과 조건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반려 자체가 복잡한 사회문화적, 경제적 담론이자 실천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반려‘는 이제 ‘애완을 대체하는 PC(politically correct, 정치적으로 올바른)’한 용어 또는 인간과 펫 동물 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위한 윤리적 명령에서 더 나아가 애정, 친밀감, 돌봄 등 감정의 정치경제라는 측면에서 그려질 필요가 있다. 미디어와 시장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창출하고 반려인의 자격을 저울질하는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의 ‘반려 주체성’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 P63
18세기에 벤담은 "문제는 동물들이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느냐도 아니고 말을 할 수 있느냐도 아니며, 고통을 느낄 수 있느냐"라고 말하면서 동물 윤리의지평을 열었다. - P75
그럼에도 동물 해방 운동의 바이블인 『동물 해방』의 서론에서 피터 싱어는 여타의 차별 반대 운동에 비해 ‘종차별‘ 반대 운동이 갖는 두 가지 약점을 인정한다. 하나는 해방되어야 할 당사자인 동물이 결코 자신의 해방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편 당사자인 인간이 동물의 이용에서 너무나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 해방 운동은 이 둘 다와 관련하여 뚜렷한 진전을 이루었다. 조건부일지언정 육식 포기나 동물실험 축소, 동물복지에 대한 공감대는 놀라울 정도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이 확장은 다른 물음으로 이어진다. 채식이나 동물실험 축소 운동이 공감을 얻는 가운데서도 유전자 조작 등 의료 목적의 기술적 개입은 더 강하게 요구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어떤 존재의 복지를 염려하면서 그 존재를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 P76
생존을 위해 동물에 의존했듯이, 사유에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동물에 의존해 온 셈이다. 동물을 주제로 한 데리다의 대표작 『동물인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서 데리다는 자신의 일관된 해체 대상인 로고스중심주의가 육식적인 팔루스-로고스-중심주의라고 고발한다. 로고스중심주의 자체가 무엇보다도 "동물에 대한 테제"이다. 철학사를 통틀어 이른바 인간에게 고유한 것, 인간의 인간성 자체가 동물과의 대립을 통해 수립되어온 것이다. "말, 이성, 죽음의 경험, 애도, 문화, 제도, 기술, 옷, 거짓말, 꾸밈의 꾸밈, 흔적 지우기, 증여, 웃기, 울기, 존경 등" 오직 동물에게는 없다고 보이는 것만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 인정된다. - P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