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청년과 사랑스러운 처녀가 이런 식으로 함께 모험을 겪게 되었으니 더없이 가슴이 냉담하고 머리가 침착한 사람이라도 어떤 생각을 떠올리지 않기는 힘들 것이었다. 적어도 에마는 그렇게 생각했다. 언어학자나 문법학자나 심지어 수학자라도 자기가 본 것을 보고, 두 사람이 함께 나타나는 것을 목격하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서로 각별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지 않겠는가? 자기와 같이상상꾼인 경우에는 얼마나 더 많은 짐작과 예견에 휩싸이겠는가! 특히 그녀처럼 마음속으로 이미 그런 기대의 기반 공사를 해 놓았다면 말이다! - P485

에마는 심히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차마 그에게 사실대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의혹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것을 남에게 말했다는 사실이 정말로 부끄러웠다.
"아!" 그녀는 당황한 것이 역력한 기색으로 외쳤다.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우리끼리 우스개를 좀 한 거예요."
"우스개라면 당신과 처칠 씨한테만 그런 것 같던데." 그가심각하게 대답했다.
그는 그녀가 다시 입을 열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입을 열기보다 아무거나 다른 일에 분주한 편을 택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며 앉아 있었다. 여러 가지 폐해가 마음을 스쳤다. 간섭, 소용없는 간섭. 당황하는 것이나 친한 사이임을 인정하는 걸 보면 에마는 이미 연애를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입을 열어야 했다. 그녀의 안녕이 위험에 처하느니 그런 환영받지 않는 간섭으로 초래될 어떤 위험도 감수하는 것, 그녀의 안녕과 관련된 문제에서 의무를 저버렸다는 기억보다는 어떤 것도 감내하는 것이, 그가 그녀에게 해 주어야하는 의무였다. - P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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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7-25 1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엠마 읽으려다가 말았던 기억이 ㅎㅎ 제인 오스틴이 읽기 은근 빡빡하더라고요 저는 ㅋㅋ 남은 칠월 건강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햇살과함께 2024-07-25 11:29   좋아요 1 | URL
ㅎㅎ 저 이제 50페이지 남았어요! 에마 힘들어요 힘들어 ㅋㅋㅋ 오늘 끝내겠습니다!! 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고요~
 

초도로우

5장 ’남성다움‘의 구성과 재구성: 사회적 기능과 존속 기제를 중심으로

‘남성다움‘이란 남성으로 태어난 인간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기질과 자격, 해야 할 도리 등을 가리키는 단어로서 구실의 수행과 직결된 개념이다. 앞에 인용한 교수의 말처럼 남성다워지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났다고 다 인간다워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남자 아이도 저절로 남성다워지는 것이 아니다. 즉 ‘남성다움‘ 이란 어디까지나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문화적 현상으로서 이해되어야 하며 본질론과는 거리가 멀다. - P271

앞에서 논의된 사례들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유추가 가능하다. 첫째, 남아의 남성화가 매우 문제시된 사회들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는 1) 남녀 역할의 분명한 분리 2) 어머니의 아동 양육의 독점 3) 남성의 역할이 갖는 사회적 비중이다. 역할의 분명한 분리란 남녀 역할이 얼마나 상호 배타적으로 규정되어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남녀의 역할 구분이 덜 엄격한 사회에서는 ‘남성다움‘이란 것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반면, 구분이 많고 엄격할수록 ‘남성다움‘이 문제시된다. - P278

이러한 규격화된 관계 구성은 1950년대를 전후로 도전을 받게 된다. "남성의 반란"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어렌리크(1983: 12)는 전 시대를 특징지은 "생계 부양자의 윤리"의 붕괴 과정에 대해 몇 가지 주요한 관찰을 하고 있다. 첫째는 "부양자 윤리"의 붕괴는 일반적으로인지되고 있듯이 1960, 70년대 여성 해방 운동의 여파로 초래된 것이아니고 자본주의의 단계적 진전에 따른 자생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린 세대가 일으킨, 즉 히피나 ‘역문화counter culture‘ 운동과 더욱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거치면서 물가가 뛰어오르고 전반적 경제 침체가 예기되는 상황에서 남성들의 부양자 책임은 매우 무거워졌다. 남성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순종적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너무 위험 부담과 긴장이 높은것이라고 느끼기 시작했으며, 이에 ‘성공‘과 ‘책임‘ 보다 ‘신나는 시간‘과 ‘수월한 삶‘을 추구하는 남성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 P282

초도로우의 논의의 초점은 ‘모성적 성향의 재생산‘에 있다. 그는 프로이트가 밝혀낸 대상 관계 이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프로이트가제시한 대로 자아 발달의 과정을 무의식적 · 감정적 심리 구조의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초도로우가 프로이트와 크게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가족을 사회 조직의 한 단위로 보았다는 점과 어린 아이의 자아 형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를 어머니로 보았다는 점이다. 프로이트는 임상을 중심으로 이론을 발전시켰고 또 자신이 남성이었던만큼 한계를 가졌던 것인데, 비교 문화적이지 못했다는 점과 끊임없이 남성, 즉 아버지와의 관계를 분석의 핵심에 놓아왔다는 - P284

점이다. 초도로우는 비교 문화적으로 가족 구조 형태의 다양함을제로 하면서 모성 mothering을 재평가하고 모자 관계를 중심에 놓음으로써 소유적 개인주의 possessive individualism의 전제에 토대를 둔남성 중심적 이론을 넘어서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중심 개념은 자기 사랑 narcissism (Barrett and McIntosh, 1982: 126)으로, 자아형성 과정은 아기가 자기의 주 양육자, 즉 어머니와의 관계에서갖게 되는 일차적 유대 관계에서부터임을 강조한다. 초도로우는 초기에 형성되는 어머니에 대한 일차적 애착 관계에서부터 분리되어개체성을 확립해가는 데에 있어 여아와 남아는 매우 상이한 과정을 거치게 되고 이에 따라 매우 다른 ‘관계 형성 능력 relational capacity‘ 과자아 정체성을 갖게 된다는 점을 밝혀내고자 하였다. - P285

초도로우의 주장대로 현대적 ‘남성성‘과 ‘여성성‘이 재생산되는 악순환을 중단시킬 가능성은 바로 남성이 자녀 양육에 신생아때부터 부모로서 참여하는 것에서 찾아진다. 이를 통해 남성은 진정한 관계 형성 능력을 기르게 될 것이고, 여성은 자신의 양육 능력을 상실하지 않은 채 자율적 감각을 성숙시켜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업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미 도구적 이성과경쟁 원리에 깊이 젖어버린 남성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그 성장에 깊이 참여하여 감정 이입적 이해를 토대로 관계를 맺어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먹이고 재우며 회사 일을 ‘처리‘ 하듯 육아를 ‘처리‘ 하거나 지적 자극을 주고 놀아주는 역할만을 분담한다면, 그래서 결국 아내의 정서적 관계 형성의 역할과 대비된 면에서육아만을 담당하게 된다면 부성의 참여의 의미는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직업 구조가 변화되지 않는 한 남성이 육아에 참여한다는 것은 구호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직장 스케줄을 그대로 따르면서 육아를 나누어 담당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능력있고 특혜를 누리는 소수의 남성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아이와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갓났을 때부터 아기와의 정규적인 접촉이 중요하며, 따라서 근무 시간과 ‘일‘에 대한 고용주와 피고용인들의 의식 변화와 새로운 제도 도입이 필요해진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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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7-23 0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오늘 아침에 이 부분 읽으면서 출근했어요!

햇살과함께 2024-07-23 13:05   좋아요 0 | URL
초도로우도 읽어야 합니다!!
 
한국 여성문학 선집 세트 - 전7권 한국 여성문학 선집
여성문학사연구모임 엮음 / 민음사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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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잘 읽어보겠습니다. 기대됩니다!! (북플에서 100자평 쓰기가 안되어 서재에서 다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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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닮은 방들>
오정희 <비어 있는 들> <어둠의 집>
박노해 [이불을 꿰매면서] <노동의 새벽>
이소산

4장 가족 관계: 여상의 취업 여부와 계층에 따른 비교적 고찰

파슨즈T. Parsons를 위시한 기능주의자들은 이미 이러한 핵가족을산업 사회에서 인간의 욕구 충족과 사회의 발달을 가장 잘 이루어가는 기능적 가족으로 논의한 바 있다. 그는 특히 생산 활동 영역과 소비와 사적 공간으로서의 가정이 엄격하게 분리됨에 따라,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도구적 instrumental 역할과 가족 구성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정서적 expressive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이는 성별에 따라담됨으로써 더욱 효율적으로 해결된다고 보았다. 남편만이 직업에종사하는 성별 분업은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결혼 관계 속에서경쟁을 최소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 가족의 결속을 강화하는 기능"까지 한다는 것이다(1964: 242). - P210

한국의 경우, 불행하게도 대다수의 사회가 그랬듯이 급격히 근대화가 추진됨에 따라 "무엇이 인간을 위해 좋으냐?"는 물음은 전혀 무시된 채 "무엇이 경제 성장을 위해 좋으냐?"는 물음이 한국 사회의가장 의미있는 물음으로 제기되어왔다. 이 과정에서 가정은 산업 역군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산업 역군을 생산해내는 장소로 전락하였다. 서구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왔으나, 한국의 경우는계획적으로 추진된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그 정도가 매우 심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화의 급속한 전개는 극심한 가치관의 혼재라는 또 다른 차원의 갈등적 상황을 빚었다. 즉, 성취 지향적 개인주의. 평등주의 및 합리주의를 근본으로 하는 소위 근대적 구조 원리가 사회의 영역에 따라 각기 다르게 실현되었는데, 특히 가족 생활을 포함한 사적영역은 이러한 가치와는 상당히 무관한 전통적인 혈연주의 · 서열주의와 정의)주의가 지배함으로써 과도기적 갈등을 심화시켜온 것이다. - P221

주부는 경제적 면에서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자신은 집에 ‘남아서‘ 가사 노동과 육아, 그리고 ‘인간적‘ 가치들-사랑, 개인적 행복, 가정적 안락—에 대한 책임을 맡게 된다. 즉 여성이 남편의 경제력과 그의 사회적 활동에 따른 사회적 신분의 자원에 의존하는 대신 남편은 아내의 정서적자원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적 자원과 사적 자원 교환의불균형, 특히 매우 불안정한 사적 복지 체제(남편)에 자신의 생을 맡겨야 하는 여성은 이 체제의 희생물이 될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다. - P224

여기서 버나드Bernard (1971)가 말하고 있는 자의식이 얕을수록 행복한 아내가 될수 있다는 ‘행복한 결혼의 패러독스‘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의삶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고 바쁘게 지낼 수 있는 주부가 바로 ‘행복한 주부‘인 것이며, 끊임없이 집안 소제를 하는 경우라든가, 에어로.빅·계모임. 꽃꽂이 · 박물관 대학 등의 여가 선용 활동이 주부의 삶에 큰 비중을 갖게 되는 연유도 이와 관련된다. - P231

한편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사랑받는 아내‘로서의 주부상은 젊은세대에게 사랑이 있는 한 갈등도 불평등도 없는 행복한 가정만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실제로 낭만적 사랑이란 실체라기보다는 산업화와 더불어 대두된 이데올로기이며 배우자의 경제적의존성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샐스비 Salsby (1985)는 밝혀내고 있다. - P232

비취업 주부의 삶의 형태가 갖는 또 다른 사회적 비중은 (1) 그것이 성에 따른 역할 분담을 구조적으로 지속시킨다는 것과 (2) 과잉소비와 과시 성향의 증가 그리고 (3) 계층간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찾아진다. - P233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의미와 인간 평등에 대한 새로운자각을 내면화시킨 경우, 상황이 전환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노동자시인 박노해의 시에서 그러한 자각이 짙게 표현되어 있다(1984:26~68).

이불홑청을 꿰매면서
속옷 빨래를 하면서
나는 부끄러움에서 가슴을 친다.

똑같이 공장에서 돌아와 자정이 넘도록
설거지에 방청소에 고추장단지 뚜껑까지
마무리하는 아내에게
나는 그저 밥달라 물달라 옷달라 시켰었다.......

명령하는 남자, 순종하는 여자라고
세상이 가르쳐준 대로
아내를 야금야금 갉아 먹으면서 - P247

나는 성실한 모범 근로자였었다…………
편리한 이론과 절대적 권위와 상식으로 포장된
몸서리쳐지는 이윤 추구처럼
나 역시 아내를 착취하고
가정의 독재자가 되었었다

투쟁이 깊어갈수록 실천 속에서,
나는 저들의 찌꺼기를 배설해낸다
노동자는 이윤 낳는 기계가 아닌 것처럼
아내는 나의 몸종이 아니고
의문을평등하게 사랑하는 친구이며 부부라는 것을
우리의 모든 관계는 신뢰와 존중과
민주주의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잔업 끝내고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며
이불홑청을 꿰매면서
아픈 각성의 바늘을 찌른다. - P248

그러나 현상적으로는 대부분의 취업 주부들은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경제 사회적 자원을 공평한 권력 분배를 위한 협상에 사용하려는 시도를 하지않고 있다(조혜정, 1981a). 그 직접적인 요인은 그들이 전통적 교환의규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치 지향의 차원에서 찾아진다. 로드먼 Roadman (1972)은 부부간의 권력 관계가 그들이 가진 자원의 비중에 따라 재조정될 가능성은 부부 관계를 규정하는 문화적 규범이자유로운 협상을 허용할 만큼 융통성이 있는가의 여부와 직결되어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가부장적인 규범이 그 사회의 절대적 가치기준일 때 권력 분배는 자원 소유와는 관계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협상 시도가 어려워지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전통적규범과 태도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 P249

1926년 동아일보에 난 이소산의 <현하 조선이 요구하는 여성>에서 이 문제는 매우 명료하게 표현되고 있다.

현모양처란 이름좋은 도덕은 누가 만든 것이며 사람다운 사람은 기르지 않고 남자에게 형편좋은 현모양처를 만들어내는 현대식 교육 제도는 누가 만든 것인가? 이것이 모두 선조 이래의 남성들이 만든 도덕이며 현대 자본주의가 낳은 제도이다.
여자로 남에게 품팔이하는 것은 비천한 일이라고 하다가 자본주의적 상업이 점차 발달됨에 따라 값싼 여공이 필요하게 되매 직업 부인이란 미명하에 그를 장려하는 자도 그들이며 문전 출입도 자유롭게 못하게 하다가 생활이 곤란하게 되면 그 아내를 심상하게 품팔이시키는것도 그들이며 여자가 공부해 무엇해 하다가 현금 와서는 공부한 여자가 아니면 장가 안 가자는 것도 그들이며 여자에게 대하여 정조와 수절을 요구하면서도 기생과 과부를 필요로 하는 자들도 그들이니 이것이 무슨 모순이냐, 요컨대 현대 여자에 대한 도덕과 법률은 모두 남자들의 생활상 형편 좋도록 여자를 사역하자 함에 불과한 것이다.

이 글에서와 같이 여성의 노동은 나라의 경제, 남편의 편리에 따라 때맞추어 이용되어왔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크게 변함이 없다. - P262

이러한 여성에 대한 문화적 횡포에 의해 많은 현대 여성들은 자아분열을 경험하여야 했다. 문화적 표현을 빌리면 여성은 ‘미치거나mad‘ ‘바보 dull‘가 될 수밖에 없었으며(V. Wolf), ‘인형 doll‘ 이거나무작정 남자를 밀어붙여 파괴하는 ‘황소 같은 존재 bully‘가 될 수밖에 없었다(Lawrence, 1932). 여성은 여전히 ‘대화의 상대‘와 ‘잠자기상대로, 또는 어머니와 창녀로 이분화된 채 대상화되어오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은 이러한 역사적 과정의 정확한 파악을 통하여 비로소 자신들의 진정한 소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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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인이 정말 맘에 들지는 않았다. 성급히 흠잡는 일은 삼가겠지만, 고상한 면이 없지 않나 싶은 게, 무람없으되 고상하지는 않았다. 젊은 여성으로나 생면부지의 사람으로나 시집온 신부로는 과하게 무람없는 편임이 거의 틀림없었다. 생긴것은 괜찮은 편이고, 얼굴도 안 예쁜 것은 아니지만, 용모나 태도, 음성, 행동거지가 고상하지는 않았다. 두고 봐야겠지만 최소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튼 씨로 말하면, 행동거지가 보기에 과히...... 아니, 에마는 그의 행동거지를 두고 성급한 재담을 할 생각은 절대 없었다. 혼인 축하 방문을 받는 일은 언제든 쑥스러운 의례이니, 남자로서 무난히 치러 내려면 갖은 세련미를 동원해야 할 것이었다. 여자 쪽은 좀 나으니, 멋진 옷차림도 도움이 되고 또 수줍어할 특권도 있지만, 남자는 오로지 자신의 양식(良) 밖에기댈 데가 없었다. 그리고 자기가 방금 결혼한 여자, 과거에 결혼하려 했던 여자, 결혼할 것이라는 오해도 있었던 여자와 동시에 한 방에 있게 되었으니, 불쌍한 엘튼 씨가 처한 특히 난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그렇게 어리석어 보일뿐더러 무람없는 첟 애를 쓰지만 제대로 되지 않아 어색한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봐야 할 것이었다. - P390

우드하우스 양만 불쾌해하지 않으시면, 차라리 집에 있고 싶다."라는 것이었다. 이야말로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인 경우였다. 그녀는 어린 친구의 굳은 결심이 기뻤으니, 사람들과의 교분을 포기하고 집에 머무는 것이친구에게는 굳은 결심을 요하는 일임을 잘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정말로 여덟 번째 참석자로 청하고 싶었던 사람, 즉 제인 페어팩스를 초대할 수 있게 되었다. 웨스턴 부인과 나이틀리 씨하고 나눈 지난 대화 이후로, 전에도 자주 그랬지만 제인 페어팩스에 대해 양심이 더 편치 않아졌다. 나이틀리 씨의 말이 뇌리에 감돌았다. 그는 제인 페어팩스에게 누구도 주지않던 관심을 엘튼 부인이 보여 준 것이라고 했다. - P420

이번에는 완벽하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엘튼 부인, 언제 만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 아들이 오늘이나 내일 언제라도 당장 올 것만 같은 그런 끊임없는 기대가 실제로 집에 온 아들을 만나는 것보다 더 행복을 안겨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가장 큰 기쁨과 활력을 주는건 바로 그런 마음 상태인 것 같습니다. 부인도 아들이 마음에 드시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불세출의 인물을 기대하시면곤란합니다. 모두들 훌륭한 청년이라고는 합니다만, 불세출의인물은 기대하지 마세요. 아들에 대한 웨스턴 부인의 편애는아주 대단하고,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저로서는 대단히 고마운 일이지요. 아내는 아들한테 필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여긴답니다." - P447

"핀잔하지는 않겠소. 당신의 자성에 맡겨 두기로 하지."
"자성요? 저를 그런 아첨꾼한테 믿고 맡길 수 있으세요? 제 자만심이 언제 제가 틀렸다고 말한 적 있나요?"
"당신의 자만심이 아니라 당신의 진중함에 맡기는 거지요. 전자가 당신을 잘못 인도한다면, 후자가 경고를 보낼 것이라고 난 확신하니까."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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