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과 남성 현대의 지성 39
조혜정 엮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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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쓴 이런 여성주의 책 너무 반갑다. 세대별 심층설문조사 - 비록 수적 한계는 있지만 - 와 제주 해녀의 삶에 대한 관찰과 추적조사도 흥미롭다. 80년대 나온 책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촌스러움(?)은 오직 표지와 남한에서 태어났다는 작가 소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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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사실 에마 우드하우스는 작가의 다른 주인공들과 한 가지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설득』, 『노생거 사원』 등 여타 작품의 주인공들은 성격이나 처지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하나같이결혼 적령기 여성으로서 당시의 결혼 풍습에서 보자면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들의 출신은 젠트리 계급이기는 하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유산이 거의 없어서 독립적인 생활이어렵거나 결혼을 통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문제되는 절박한지경에 처해 있다. 이들에 비하면 에마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 마을 대지주의 상속녀로 자신의 지위에 만족하며 살고 있어서결혼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고, 오히려 어디에 구속될 수도 있는 결혼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작심까지 한 여성이다. 아무래도 중간계급 여성이 다수일 당대 독자들에게 에마가 공감을 얻기는 어려웠을 법하다. - P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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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엇이 언감생심 나이틀리 씨를 넘보다니, 어떻게 그렇게 주제넘을 수가 있을까! 그런 남성에게서 확실한 언질도 없었는데 자기가 선택된 사람이라는 생각을 어떻게 감히 할 수가 있지! 그렇지만 해리엇은 전보다 겸손함도 조심성도 덜해졌다. 정신에서든 처지에서든 자신이 모자란다는 의식은 거의사라진 듯했다. 엘튼 씨 경우에는 자기와 결혼하면 격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지금 나이틀리 씨보다 한결 더 의식했던 듯했다. 아! 그 또한 자기 때문에 그리 된 것 아닌가! 해리엇에게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불어넣으려 애쓴 사람이 자기말고 누가 있나? 가능하다면 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 한다고, 높은 세속적 지위를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가르친 사람이 자기 말고 누가 있는가? 겸손했던 해리엇이 허영심을 갖게되었다면, 그 또한 자신의 소행이었다. - P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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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가부장 체제를 넘어서: 생명 존중의 사회를 향한 여성 해방 운동

모성적 체험과 부모-자식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온 이러한 연구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경험의 이분화가 사고 성향의 이분화를 낳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분화는 무의식적 사고 구조의 차이에서부터 구체적 관심의 차이에까지 걸쳐 나타나는데 우선 코넬, 터시웰Cornell and Thurschwell (1987)과 버틀러 Butler (1987) 등은 개체의 특.
성을 분리성과 차이성에서 찾는 이분법적 논리 구조가 남성 지배 체제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음에 주목해왔다. 그리고 이 이원론 - P390

적 사고 구조는 여성 억압뿐 아니라 자연 파괴적 세계관의 바탕이 되어왔다고 보고 궁극적으로 인간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자연간의관계를 규정해온 이원론의 극복 가능성은 우주 질서를 유기적으로파악하고 상호 의존성을 인식해온 여성들에게서 찾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슬리(B. Easlea, 1987) 역시 그의 논문, 「가부장제, 과학자와 핵전사들에서 현대 문명의 핵심으로 간주되어온·물리학과 그 산물인 핵무기를 가부장제와 관련시켜 논의하고 있다. - P391

이미 간략히 언급했듯이 여성 억압은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상당히 구체적인 물적 토대를 다루는 노동력및 출산력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중심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배제되는 문화적 차원이다. 이 글이 여성의 실천 의지에 관한것인만큼 문화적 차원에서의 배제 현상에 초점을 맞추어보자.
아드너 E. Ardener (1975: 21)는 억압 집단이 갖는 하나의 주요 특성을 그들이 지배 집단에 비해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구사력을 갖지 못한 점 inarticulateness, 즉 벙어리됨 mutedness에서찾고 있다. 그는 이것을 계급적 억압이든 인종적 억압이든 여성 억압이든 관계 없이 모든 불평등 관계에서 발견되는 공통적 특성으로, 지배적 커뮤니케이션 체제에서 소외되어왔음을 드러내는 증거로 보고있다. 억압적 상황에 놓인 집단은 한결같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어려움을 겪는데, 그것은 자신들이 지배 집단의 언어를 빌려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서 대부분의 여성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을 못하는데, 이는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의 사고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어떤 - P394

언어와 틀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Firestone, 1972:149). 여성적 인성에 관해 30년간 연구를 해온 프로이트가 끝내 "도대체 여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그가 여성이 처해 있는 이러한 특수한 구조적 조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S. Ardener, 1975: 44).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지배‘란 곧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의 자체 실현 및 표현의 잠재력을 억제하여 그 집단의 경험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 P395

그러면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사회 운동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까? 이를 단계적 작업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첫번째 과정은 의식화의 단계일 것이다. 두번째는 문제 의식을 심화하여 여성의 체험과 목소리를 더욱 확실한 형태로 만들어가는 단계이며, 세번째는 이를 남녀 모두를 위한 새로운 사회의 원리로 통합, 재구성해나가는 단계이다.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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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7-25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앗 394페이지 인용문, 저도 밑줄 그었어요!!

햇살과함께 2024-07-25 23:37   좋아요 0 | URL
오드리 로드가 생각나는 부분이었어요!!
 

우리들의 블루스 생각난다.

6장 ‘발전’과 ‘저발전’: 제주 해녀 사회의 성 체계와 근대화

이들은 주로 마르크스주의 분석틀을 활용하여 현대적 가부장제의 물적 토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 전제는 "자본주의 생산 양식은 여성에게 사회적 노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사회적 해방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으나, 성별 분업을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이용 강화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확대·재생산하여왔다"는 데 있다(여성평우회, 1985: 3). 실제로 1970년대 이후 가부장적 유물론 논의를 통하여 "산업화 자체가 곧 발전이며 여성의 지위 향상"이라는신화는 여지없이 깨뜨려졌다. 여성 노동자가 특정 직종에 몰리거나비공식 부문에 대거 참여하게 되는 현상, 가사 노동의 성격과 가치평가, 그리고 여성의 빈곤화 현상은 여성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중첩된 사회 구조 속에서 이중의 질곡을 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 P306

제주는 육지의 정치 권력으로부터 많은 제한을 받아왔으며 특히 중앙에서 파견된 관료 위주의 행정력과 비공식적 지도자로서의 귀양 선비들의 활동은 제주도의 삶에 무시 못할영향력을 미쳐왔다. 16세기 이후부터 1900년 전후에 걸쳐 일어난 많은 민란에서 보여주듯이 제주는 외적 권력에서 부단히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역사를 보임과 동시에 외적 권력에 아부하는 역사의 이중적면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의 육지에의 정치·문화적 종속과 지배층과 일반 농민간의 이분화, 그리고 특히 지배 엘리트층의 육지 문화에대한 사대주의적 경향은 이러한 제주도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변수라 하겠다. - P308

전통적으로 육지가 관개 수리 사업과 가축의 힘을 토대로 한 남성 노동 중심의미작(作) 농업을 발전시켜온 반면, 제주는 생태적으로 특히 토질과강우량 등에 있어 여성 노동 중심의 밭농사 위주로 생업을 발전시켜왔던 것이다. 여기에 해변 지역에서의 잠수업이 첨가되어 제주는 명실공히 여성 노동력 위주의 생산 체계를 이루어왔다. 이것이 제주 사회가 육지와 매우 다른 문화 구조를 형성케 된 주요 기반이라 하겠다. 또한 섬이라는 지형적 변수는 제주 문화의 또 다른 독자성의 근거가 되어왔다. 대중 교통이 편리해지기 전인 최근까지 육지와의 왕래가 매우 한정되어 있었으므로 제주는 외부에 대한 지향성과 폐쇄성을 동시에 나타내는 문화를 형성해왔다. - P309

이 용마을의 연구가 단지 남녀 관계 연구의 한 흥미있는 사례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인류학이란 실로 "교묘하고 기만적인" 학문이라는 기어츠(1969)의 의견이다. 인류학은 기만적이어서, 우리 자신의 생활과 가장 동떨어진 것 같은 사실이 우리에게 가장 친밀한 것이 되게 하고, 먼 나라 태고적의이상하고 특이한 것을 끈덕지게 이야기하는 듯하면서 실은 현재를가장 가깝고 친숙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 P315

기타: 제사 외에는 용마을 남자들이 장기적으로 시간과 정력을 바쳐서 하는 일생의 일 career이란 없다. 국민학교 교사와 면사무소와어협에서 일하는 세 사람을 제외하고는 남자들은 그때그때 적당하게시간을 보낸다. 장년 남자들은 동장으로서 보통 2년간 마을을 대표하여리사무소와 어협과 마을간의 중계자 역할을 한다. 주역(周易)을읽을 수 있으며 장례 등 의식 절차에 밝은 노인들은 일이 있을 때마다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일 년에 한 번 있는 부락제(역시 남성들만 참석할 수 있는 유교적 의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소를 서너 마리씩 기르는 남자들은 소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가계에 크게 보탬이 되기도 한다. 집을 짓는 일, 지붕을 이는 일은 남자들이 맡아한다. 젊은 남성들은 어린애를 보는 데 시간을 보내거나 낚시하기 좋은봄·가을이 되면 낚시로 소일한다. 그 외에는 자유로운 시간을 한담과 술로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남성들은 자주 도시에 나들이가거나 장기적으로 2년 내지 10여 년간) 집을 떠나 육지에서 살다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 P322

용마을에서 강조되는 남성 우위의 이데올로기는 실제로 남성의 우위를 가능하게 한다기보다 여성의 지배를 막는 방어적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일종의 집단 숭배 collective fetishism로서의 문화의 상징적 영역이 남성에 의해 종종 지배되고 있다고 머피 Murphy (1974)가 지적했듯이, 용마을의 남성은 제사와 남성 우위의관념을 토대로 한 상징적 영역을 독점함으로써 스스로를 방어하며최소한의 자치권을 지켜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용마을의 남성과 여성의 세계가 엄연한 분리와 대립의 면에서 이해될 때, 육지에비해 더욱 철저히 행해지는 부계 조상 제사 의식과 그 외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유교적 가치 체계(학자 숭상, 노동 천시 등)가 왜 그렇게강하게 남아 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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