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자아도취?
고백건대, 나는 스스로를 좋아하며 내 삶이 정말 흥미로웠다고-그리고 지금도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나는 죄책감이나 공포감을 그다지느끼지 않고 농부의 자녀라는 열등감에 빠진 적도 없다. 이는 우리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라거나 옆집 아이들을따라잡으라고 압력을 가하지 않은 덕분이다. 부모님은 학교 성적표에관심조차 없었고 우리가 있는 그대로 충분하며 ‘더 나은‘ 사람이 돼야한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들은 농민이었고 상류층이 되려 하지 않았다. 나는 부모님이 우리에게 어떤 야심도 갖지 않은 것에 언제나 감사한다.
내 학창 시절 선생님들은 자신감을 키워주고 마을 밖에 존재하는 세계, 문학·외국어·철학·정치에 눈뜨게 해주었다. 그러나 나를 먼 세계로 떠나게 한 것은 외국인, 즉 파키스탄 선원을 향한 사랑이었다. 나는이 사랑 이야기에서 지금 아는 것을 모두 배웠다.
이 사랑 이야기가 내가 일찍부터 국제주의자가 되고 마르크스주의를발견한 이유였다. 《독일 이데올로기》의 포이어바흐에 대한 제11테제, 즉 "철학자들은 세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바꾸는 것이다"는 현재도 내 좌우명이다. 사랑은 사르트르의 생각처럼 타자가 ‘지옥‘이 아님을 가르쳐주었다. 반대로 나는 그들이 삶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권력 체제가 세운 장벽, 즉 여성에 대한 남성의,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식민지에 대한 통치자의,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가부장적 지배에 관해서도 배웠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바꾸는 것이다"라는 말은 이 장 - P13

벽에 대해 분석하고자 하는 욕구뿐만 아니라 활동가이자 학자로서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전 세계를 여행했지만 나는 작은 마을의 농민 가족 출신임을 잊은 적이 없다. 이는 과도한 낭만주의와 돈키호테식 이상주의에서 나를 보호해주었다. 나는 식량이 슈퍼마켓이 아니라 흙에서 나온다는 것을 안다. 내 뿌리는 산업 사회와 자본주의의 약속에 대한 면역력을 주었다. 세계화한 마을에서도 전 세계에서도 이 약속은 ‘좋은 삶‘을 주지 못했다. 나는 삶을 통해 자급이 지구의 현재와 미래에 마을과 세계에서 삶을 유지할 단 하나의 희망임을 배웠다. - P14

01 고향

어머니의 낙관주의와 삶에 대한 의지는 구체적 사실에 기초했다. 그녀는 몸과 영혼이 건강했고 돈이 부족해도 비관하지 않았다. 그녀를 생각하면 도로테 죌레(Dorothee Sölle)가 남아메리카 빈민가에서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가 떠오른다. "가난한 사람은 비관할 여유가 없다. 비관주의는 부유한 사람들의 사치다." - P34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전 삶을 되돌아보았고 "좋은 삶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을 아는 큰언니 아그네스는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당신의 삶이 실제보다 더 좋게 보였으면 하신 것 같다고이야기했다. 언니는 어머니가 거의 매년 아기를 낳고, 젖을 먹이고, 온갖 말과 노래로 달래고, 기저귀를 빨고, 화목 난롯가에서 요리하고, 오트밀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다. 비록 시간이 가면 손위 아이들이 어린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지만 보살핌의 부담은 여전히어머니의 어깨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행복한 삶‘이었다는 어머니의 말을 믿는다.
이 ‘행복한 삶‘에는 내가 어릴 때 한 해 농사에 질서를 부여한 일요일과 휴일뿐만 아니라, 자연·일의 흐름. 가축을 포함해 일에 쓰는 ‘도구‘가 좌우하는 휴식의 기간도 들어갔다. 이때 우리는 부모님에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우리는 부모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우리친척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이 무슨 경험을 했는지 궁금했다. 우리는이런 식으로 일찍부터 우리 가족과 마을의 역사, 나중에는 ‘더 큰‘ 세계사를 친숙하게 느끼는 감각을 키웠다. - P37

새로 경작한 땅에서 손으로 작업하면서 감각의 즐거움을 생생하게느낀 기억이 난다. 봄에 감자를 심는 일도, 수확 철인 가을에 예쁜 햇감자를 주워 모으는 일도 부담인 동시에 기쁨이기도 했다.
이런 작업은 꼭 필요했다. 이는 공장에서 하는 것처럼 소외당하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일의 과정을 모두 배웠고 그 결과물은 우리 것이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일은 우리 존재의 기반이었다. 그럴 때 일은미가 생긴다.
일의 필요성에 대한 이런 통찰-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먹을 것이없다-은 지나치게 반발하지 않고 일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일의 개념이 그 부담과 기쁨을 동시에 나타내도록 유지하고 재정립하는 것은 여전히 나의 중요한 정치적 목표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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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지나치게 사랑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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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김연수 작가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라는 제목이 이 시에서 온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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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슬픔이여, 너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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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존재하기 -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 경험으로서의 달리기
조지 쉬언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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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달리는가? 이 책을 읽는다고 그 답을 알 수는 없다. 몇 십 년을 달린 조지 쉬언도 달릴 때 마다 답을 구하지만 인생에 정답이 없듯 달리는 이유에도 답이 없다. 그냥 달리고 싶으니까 달린다. 달리면서 계속 힘든데 왜 달릴까 왜 달리고 싶을까 묻는다.


앞 부분에는 달리기 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고, 미국 작가 특유의 자기계발서 스타일(?)이라 그리 재밌지 않았지만 중반부 이후 달리기에 대한 얘기는 흥미로웠다. 다만, 작가가 놀기, 달리기, 육체적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속 강조하다 보니 운동선수를 너무 영웅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번역자는 김연수 작가이다. 김연수 작가도 하루키처럼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인가 보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무명작가 시절 한번 달려볼까 하는 마음으로 집 근처 일산 호수공원을 달리기 시작했다고.


그냥 문득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이제 달리기 3개월차에 접어든 나의 11월 달리기 기록이다.

저녁 약속 가는 날 지하철역에서 식당까지 950미터 길래 가방 매고 1키로 달리기 한 경우도 있고,

저녁 일정 끝난 장소에서 집까지 거리가 3키로 길래 가방 매고 걷뛰하며 집까지 달린 경우도 있고,

필라테스 학원 트레드밀에서 30분 정도 달린 경우도 있고 조금씩이지만 자주 달렸다.


이번 주엔 런데이 거리 달리기 메뉴로 처음으로 웜업과 쿨다운을 빼고 5키로를 연속으로 달려보았다.

5키로 대회는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10키로로 거리 늘리는 연습을 해봐야지.

달리면 시간이, 거리가 느리게 지나간다.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언젠가 끝은 있다.



경험하기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어디 있다가, 또 무엇 때문에 달리기 시작한 것일까? 이런 이상 열기는 어디서 비롯했을까? 왜 평범한 사람들이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는 것일까?
그 답은 내 경우에 비춰 말할 수 있을 텐데, 나마저도 이유가 시시때때로 변한다. 그러므로 요즘 내가 달리기를 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말해 보겠다. 그 다음에 왜 마라톤을 하게 됐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며, 마지막으로 계속 마라톤에 빠져들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마라톤을 한번만 뛰어 보는 러너는 없다. 러너는 몇 번이고 마라톤을 완주한다. 러너들은 완벽한 파도를 찾아 나서는 서퍼들과 비슷하다.
내가 왜 달리기 시작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그만이다. 그 다음에는 저절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다. 달리면 달릴수록 더 달리고 싶었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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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2-08 0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꾸준히 달리셨네요!! 5키로 달성하셨으면 10키로도 금방일 것 같습니다. 햇살님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4-12-08 16:22   좋아요 1 | URL
할 수 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