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해리엇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아름다운 어린 친구"라는 말로 치장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자기에 이어 해리엇이 그의 마음을 차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불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해리엇이 이해력에서 그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얼굴과 따뜻하고 소박한 태도에 대단히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정황이나 인맥 등 모든 미래의 조건들이 다 그녀에게 좋았다. 해리엇 입장에서는 호박이 덩굴째 굴러 오는 격일 터였다.
"이 생각에 너무 빠져들지는 말자." 그녀는 말했다. "생각하지도 말자. 이런 추측에 몰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아니까. 하지만 더 이상한 일들도 일어난 적이 있잖아. 그리고 서로를 향한 우리 마음이 지금보다 덜해졌을 때, 이렇게만 된다면 사심 없는 진정한 우정을 보장해 줄 수 있을 테니, 벌써부터그런 우정이 기쁘게 기대되는 마음이네."
상상의 나래를 너무 펼치지 않는 것이 현명하기는 하겠지만, 해리엇을 위해서는 그런 위안거리가 하나 생겨난 게 다행이었다. - P3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가 서리 지방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 가운데는 이런 말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돈웰과 하이베리 두 교구에 걸쳐 대체로 프랭크 처칠은 터놓고 좋은 평가를받았다. 이렇게 잘생긴 청년이라면, 미소가 떠나지 않고 정중중하게 인사도 멋지게 하는 이런 사람이라면 소소한 것쯤이야좀 과하더라도 얼마든지 봐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운데는 정중한 인사나 미소로도 비판력을 무디게 만들 수없는 한 정신이 있었으니, 바로 나이틀리 씨였다. 그는 하트필드에 왔다가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당장은 아무 말도 안 했으나 에마는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신문 너머로 거의 즉각 혼잣말을 하는 소리를 들었다. "흠! 짐작했던 대로 경박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친구군." 그녀는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도 좀 들었지만, 얼른 보니 스스로 심기를 달래려고 한 말일 뿐 상대방을 자극할 뜻은 없었다는 확신이 들어 그냥 넘어갔다. - P297

"저, 어르신." 웨스턴 씨가 소리쳤다. "테일러 양을 데려간사람이 바로 저니까, 할 수만 있다면 빈자리를 채워 드리는 일은 제가 맡아야겠습니다. 원하시면 지금 당장 고더드 부인한테들러 보고요."
그러나 당장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우드하우스 씨의 노심초사는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났다. 불안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여성들이 더 잘 알았다. 웨스턴 씨는 가만있으라 하고 모든 일을 세심하게 처리했다. - P3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장 형용사
형용사는 언어의 양념이다.

7. 재료
재료를 나타내는 단어들은 형용사형이 따로 있지만, 주로 명사 형태가 형용사처럼 사용된다.
가죽(leather), 금속(metal), 실(thread) 등 재료를 나타내는 단어는 명사지만, 영어에서는 명사를 형용사의 위치에 넣으면 그 기능이 명사에서 형용사로 마술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 같은 명사들은 형용사형도 갖고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명사의 - P134

용사형은 명사의 재료를 설명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명사가 지닌 뜻과재료의 유사성을 설명해준다.
leather -> leathery skin (가죽 비슷한)
metal -> metallic sound (금속과 유사한, 금속성의)
steel -> steely smile (강철 같은) - P135

ll영어는 많은 정보를 단어 몇 개로 축약해 나타낼 수 있는 언어다. 그래서같은 책이라도 영어로 쓰인 버전이 대개는 더 짧다.
둘 이상의 단어에 이음표를 넣으면 이 두 단어를 하나의 개념으로 만들 수 있다. cinnamon coffee flavor는 ‘계피맛이 나는 커피‘가 될 수도 있고 ‘계피 커피의 맛‘이 될 수도 있다. 의미에 혼란이 생길 것 같다면 이단어들 사이에 이음표를 넣어 한 단어 개념으로 만드는 것이 언제라도 가능하다. - P144

Chapter4 형용사의 어순
Concept 20형용사가 하나 이상 이어질 경우에는 어순을 지켜야 한다. 대개 견해/판단, 크기/길이/높이, 연령, 모양, 색상, 국적, 재료, 속성 등의 순서를 따른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한 번에 하나의 형용사를 사용한 문장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하나 이상의 형용사를 사용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요에 따라 여러 개의 형용사를 하나의 명사를 설명하는 데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지만, 형용사는 (한정사와 함께) 셋 정도를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하나 이상의 형용사를 사용할 때는 어순을 잘 지켜야 한다. - P149

지시한정사를 사용할 수 있으려면 지시하는 어떤 것이 듣는 사람 머릿속에 이미 존재해야 한다. 지시를 하려면, 뭔가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이러한 한정사는 어떤 대상이나 문맥을 필요로 한다.
영어의 지시한정사는 시간이나 거리를 보여준다. ‘That was then, thisis now.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야)라는 관용어는 그 개념을 아주 잘 보여준다. 이 표현은 상황이 변해서 더는 과거의 일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 P1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만 여자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은 팔뚝의 힘뿐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란 팔뚝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세상의 모든 것이 기계화된다고 하는데 기계화된 그런 세상에서는 기계가 팔힘을 대신할 수 있으니 여성이 못할 일이란 점점 없어질 것이 아니겠는가?

35년 전에 나온 책인데 사례들이 왜 다 내 얘기 같지?

3장 여성과 직업: 전문직 활동을 중심으로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유형에 관한 최근의 연구들(이효재 · 조형, 1976: 김애실, 1981: 주경란, 1983)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현대 교육의 보급률에 비하여 고등 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취업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1970년대의 급격한 국민 경제 규모의확장에 따라 여성 인력의 현저한 양적 증가가 기록되었으나 질적인면에서는 거의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음이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보이고, 교육 기회의 확대가 현저한데도 불구하고 왜 전문직에의 여성 진출은 여전히 저조한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 P137

근대화 이후 평생직을 갖고 활동해온 28세에서 80세에 걸쳐 있는전문직 여성들의 삶을 인생 역사 자료를 통해 분석해보면 이들이 안고 있는 구체적 문제점과 해결 방식이 세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며, 이들의 삶이 하나로 계속 연결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기보다는일정한 단계적 과정을 거쳐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세대별 유형화는 각 세대의 여성들이 처해 있던 사회 · 경제 · 문화적 상황과 연결시켜볼 때 더욱 분명해진다. 단 여기서 제시되는 범주적 집단은 가설적 성격이 강한 ‘그럴 가능성이 큰‘ 이념적인 모형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나이의 구분 등에 있어서 예외가 존재하며따라서 문자 그대로보다는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해주기 바란다. - P143

직장내 문제: 돌이켜보면 나 자신은 여자라는 이유로 특별히 어려웠던 것 같지는 않다. 요는 능력과 두뇌가 문제라고 생각된다. 여자에게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두뇌도 개발되고 능력도 개발될 수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 자신 20세의 나이로도 많은 남자들이 그 당시못하는 일을 감히 해냈다. 공부하는 데도 뒤지지 않았다. 다만 여자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은 팔뚝의 힘뿐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란 팔뚝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세상의 모든 것이 기계화된다고 하는데 기계화된 그런 세상에서는 기계가 팔힘을 대신할 수 있으니 여성이 못할 일이란 점점 없어질 것이 아니겠는가? - P150

매우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기자(40세)는 후자의 경우로서 다음과 같이 그 경우를 표현하고 있다.

나는 어머니와 같은 인생은 절대로 살지 않겠다고 어릴 적에 결심하였다. 그래서 나는 사회 활동을 택했고 어머니처럼 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어느 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활동에 있어서 모델은 주로 어머니임을 알고 스스로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참는 것, 길게 보고 나아가는 것, 일을 성취시키고야 마는 것, 이 모든 것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 P158

1970년대에 성장기를 거친 이 새대는 대중 매체의 영향을 크게 받은 대신 혼란기를 거치면서 크고 작은 일을 치러온 강인한 기질의 전통적 어머니나 할머니를 직접 가까이서 보면서 자라지 못했다. 반면 이들에게는 서구에서 수용된 새로운 형태의 ‘사랑받는 아내상‘이 더욱 현실성 있게 부각되고 있어서 기질적인 면에서 이들은 전 세대 여성들에 비해 추진력이 약화된, 오히려 서구적 의미로 여성화되어가는 경향을 현저히 보이고 있다. - P165

대다수의 남성들은 아내가 돈을 벌어오는 것, 자아 성취를 하는 것은 좋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한도에서, 즉 여성이 가정우선의 태도를 가지고 형편에 따라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고 시간제로 돌릴 수 있는 경우에만 직장을 가질 것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과제 중의 하나가 여성들의 전문직 진출에의 숫적 증가에 있다면 그것은 주로 다음 두 사항에 달려 있다. 즉 가정 일과 직장 일과그 남는 ‘뒤치다꺼리‘를 해온, 전 세대 여성들이 만족하게 해결하지못한 이중 역할의 문제, 특히 가사와 육아 문제에 있어서 만족할 만한 해결 방안을 제도적 차원에서 이루어가는 것과 부부가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있는 것이다. - P167

그러나 그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고, 애인이 없는 친구들은 애인을 만들기 위해 이성에 늘 관심을 쏟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차라리 일찍 애인이 생긴 것이 내 일을 하기에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를 화나게 한 것은 애인이 있는 경우 학교생활에서 눈에 띄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점이다. 애인이 있는 여학생들은 거의가 과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모임에 빠지기가 일쑤이다. 그러나 남학생들은 애인이 있어도 구애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생활을 한다. 그래서 나는 그와 만나면서 나의 개인 생활을 되도록이면 침해받지 않기 위해 투쟁했었다. 그런 것 때문에 서로 언짢은 일도 많았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런 문제는 분명히해야 앞으로 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결과 요즈음에는 나는 내 일을 함에 있어서 별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 P176

여성의 조직내 적응 양식을 관찰 분석한 칸터 (1977: 62~63,129)는여성의 소수 집단으로서의 위치를 더욱 일반적 맥락에서 다루었다. 우선 외부인. 이방인으로서의 여성은 기회와 권력의 면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서 조직 생활을 시작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자신에게 성공의 기회가 많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기회를 잡기 위해 그 방면으로 노력과 관심을 쏟게 되는 반면 기회가 막혀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현상 유지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기회가 열려 있지 않기 때문에 또는 권력이 없기 때문에 여성은 취약한입장에 있는 다른 소수 집단의 성원들과 마찬가지로 방어적이고 조심스러운 운영 방식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권 - P182

력은 권력을 낳는다"는 권력의 속성을 이해한다면 뒤에서 밀어주는세력이 없는 편인 고립된 여성은 힘이 없는 상관으로또는 승진가능성이 적은 상관으로 인식되는데 칸터는 남녀를 불문하고 여성 상관을 기피하는 경향도 이런 관점에서 분석하여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권력의 중심권에서 벗어난 상사가 맡게 될 부하 집단 역시 권력이 없는 사람들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런 부하들은 상사가 여성이건 남성이건 다루기 힘든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성의 중간 관리 및 행정인으로서의 활용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칸터는 매니저가 될 때 겪는 어려움은 여성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소수 집단의 어느 경우에나 적용되는 권력을 둘러싼 역학 관계의 문제 때문임을 지적하고 있다.
두번째로 숫적 불평등에 따르는 ‘외로운‘ 여성의 문제를 살펴보자. 여성이 조직내의 이방인이라는 위치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는 직무 외의 ‘여성적‘ 역할 기대의 문제로서 남성들은 새로 들어온 여성 동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므로 기존의 통념에 따라 여성을 대하게 된다. 이 문제는 특히 조직내에서 남녀 비율이 숫적으로 극히 기울어지는 경우에 현저하게 나타난다. - P183

한편 여성이 홍일점일 경우 고립될 가능성 때문에 문제는 더욱 커진다. 고립된다는 것은 곧 주요한 정보원에서, 그리고 위로부터의 권력에서 소외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상태에서는 성공적 조직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다수의 고위직 · 전문·관리·경영직의 여성들은 되도록 "눈에 뜨이지 않고 invisible" "공격적이지 않은 unobstrusive" 방식으로 일하면서 스스로를 고립시켜온 편임을 칸터는 밝혀내고 있다. 이는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살아 남기위한 적응 방식으로서 성적인 변수에 따르는 장애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여성들이 사용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때로 여성들은일을 쉽게 해나가기 위해 일부러 공식적 지도권을 남성에게 주는 방법도 사용하였다. 즉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축출되지 않기 위한 기제로서 "눈에 띄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 P1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건의료정보 산업_최원형

이런 보건의료정보의 상업적 거래가 얼마나 은밀하게 만연해 있는지, 또 업자들의 주장과 달리 익명화된 데이터가 얼마나 재식별화하기 쉬운지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건은 다름 아닌 한국에서 발생했다. 2015년, 한국의 의약품 관련 단체들이 설립한 ‘한국약학정보원‘과 요양급여 청구 프로그램 개발사 ‘지누스가 2011~2014년 사이 약국에서 쓰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집한 보건의료정보들을 당사자 동의 없이 ‘한국아이엠에스‘에 22억 원을 받고 팔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넘겨진 정보는 환자 주민등록번호와 병명, 조제 내역 등이 포함된 47억 건으로, 피해 규모는 자그마치 4,399만 명에 달했다. ‘한국아이엠에스‘에서 정보를 얻은 미국의 본사는 이를 재가공해 100억 원에 국내 제약회사에 되팔았다. 지은이는 책에서 이 사건을 중요하게 언급하며, "세계에서 기술이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인 한국이 환자 의료정보의 상업적인 이용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의 한복판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한다.
그 ‘싸움‘의 전선은 ‘비식별화한 것은 활용에 대한 개인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빅데이터산업의 논리와 ‘비식별화한 것이라도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라는 개인정보 보호의 논리 사이에 형성됐다.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었지만, ‘한국아이엠에스‘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들은 2020년 1심에 이어 2021년 2심과 3심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았다. 피고들이 줄곧 주장한, ‘식별 - P87

정보를 암호화했기 때문에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재식별화할 의도가 없었다‘는 논리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결과였다. 앞서 언급한 데이터과학자 라타냐 스위니의 연구팀이 ‘아이엠에스‘가 한국에서 받은 익명화된 데이터를 연구해, 그 익명화 방법이란 게 주민등록번호 일부를 정해진 특정 알파벳으로 바꾸는 정도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밝혀낸 논문을 발표한 것도 재판부의 판단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 P88

핵심 문제는, ‘아이엠에스‘ 같은 기업이 수십 년 동안 보건의료정보를 수집하고 거래해왔던 것을 은폐해온 역사가 보여주듯 ‘상업적 목적‘
이 지니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다. 지은이는 "건강 관련 기업들이 의료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지 숨기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환자를 고객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오랫동안 ‘아이엠에스‘
의 배를 불려온 것은 환자들이 아니라 제약회사나 보험회사, 정부 등이었다. 이는 근본적으로 빅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의 고객 역시 개별 데이터의 주인인 우리들이 아니라 우리를 자원으로 삼는 다른 기업들일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약 시장이 주도권을 쥔다면 기업들이 우리에 대해 갈수록 더 많은 것을 파악할 테고, 그 정보를 이용해 우리의 미래를 빚어내려 할 것이다." 지은이는 특히 의학의 경우 "특유의 방식과특수성을 지닌 산업 분야지만, 다른 경제 분야에 비하면 진짜 고객(환자)을 만족시키는 정도가 훨씬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산업의 효용을 앞세우는 이들의 주장과 달리 개인정보 보호는 빅데 - P90

이터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 따위가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다. 다음과 같은 지은이의 말은 우리에게 아주 간명한 핵심이 무엇인지짚어준다. "큰 그림에서 보면, 건강 빅데이터 시장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다. 더 높은 투명성과 더 많은 동의 절차, 그리고 더 많은 통제다." - P91

살아있는 의료_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대의학은 크게 틀렸습니다. 연구자들은 박테리아(세균)가 자연돌연변이를 통해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광범위하게 갖게 되기까지는 대략 100만 년은 걸릴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박테리아가 바보인 줄 알았던 거죠. 그러나 박테리아는 고도로 지각력이 있는 존재입니다. 세균은 인간 언어만큼 정교하고 복잡한 언어수단을 통해서 소통하고, 자신의 친족을 알아보고 자손을 보호합니다. 그리고 특정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화학물질들을 만들어냅니다. 박테리아는단세포생물이지만 많은 수의 박테리아가 모였을 때에는 집단적 지능을나타냅니다. 동식물, 곤충 같은 복잡한 생물들도 본질적으로 ‘박테리아공동체‘라고 봐야 하는 거예요. - P93

약초의술은 대부분의 증상을 치료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건강관리 모델이 ‘질병과의 전쟁‘이 아니라 ‘고통을 완화하는 것으 - P105

로 전환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아프게 될 겁니다. 그건 막을 수없는 일이고, 또 막아서도 안됩니다. 우리가 약초의학에 의존하게 되면단기간에는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것입니다. 약초는 조제약과 같은 저항성 문제를 일으키기 않기 때문이죠. 부작용도 훨씬 적고, 비용도 싸고, 그리고 재생 가능합니다. 자연분해됩니다. 지구의 생태적 기반을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약초의학은 지속가능한 의술입니다.
식물의학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한계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이 세계에 죽음은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는 철저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인간을 초월하는 어떤 것이 우리에게 한계를 지운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집니다. 그렇지만 그런 한계를 억울해하거나 누군가를 탓하거나 분개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는 태도야말로 성숙함의 하나의 징표가 아닐까요. - P106

뇌 기능을 잃어버린 사람을 ‘식물인간‘이라고 하잖아요. 어째서 우리 문화는 식물을 기본적으로 수동적이고 지능이 없는 존재라고 보는걸까요?
식물은 인간보다 훨씬 긴 시간의 틀 속에서 반응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렇지만 전통문화들은 식물을 지능이 있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어떤장소에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지 않으면 봐도 볼 수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못 보는 것뿐이에요.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식물 신경생리학자들이 식물이 지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가설은 틀렸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인간보다 훨씬 많은 신경세포로 된 뇌를 보유한 식물들도 다수 있다고 합니다. 식물의 신경망은 뇌라는 장기가 아니라 뿌리시스템 속에 내재돼 있다고 해요. 이 네트워크는 인간의 뇌처럼 두개골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에, 흙이 허용해줄 수만 있다면 무한히 자랄 수있습니다. 사시나무의 경우에는 뿌리가 10만 년 이상 동안 자라 수십만평에 이르게 뻗어 나가기도 합니다. - P112

나 자신의 한계, 놓쳐버린 기회, 미처 마치지 못한 일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과오를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어요. 회피해온 일들을 처리할 기회인 거예요. 무엇보다 우리는 젊은 자신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인생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온전히 진실되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회한에 찬 임종을 맞이하게 될 공산이 큽니다. 그건 자기자신을 깊이 배신하는 일입니다. 저는 결단코 그런 일은 피하려고 합니다. 내가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남겨둔 일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김정현 옮김) - P1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