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형용사
형용사는 언어의 양념이다.

7. 재료
재료를 나타내는 단어들은 형용사형이 따로 있지만, 주로 명사 형태가 형용사처럼 사용된다.
가죽(leather), 금속(metal), 실(thread) 등 재료를 나타내는 단어는 명사지만, 영어에서는 명사를 형용사의 위치에 넣으면 그 기능이 명사에서 형용사로 마술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 같은 명사들은 형용사형도 갖고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명사의 - P134

용사형은 명사의 재료를 설명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명사가 지닌 뜻과재료의 유사성을 설명해준다.
leather -> leathery skin (가죽 비슷한)
metal -> metallic sound (금속과 유사한, 금속성의)
steel -> steely smile (강철 같은) - P135

ll영어는 많은 정보를 단어 몇 개로 축약해 나타낼 수 있는 언어다. 그래서같은 책이라도 영어로 쓰인 버전이 대개는 더 짧다.
둘 이상의 단어에 이음표를 넣으면 이 두 단어를 하나의 개념으로 만들 수 있다. cinnamon coffee flavor는 ‘계피맛이 나는 커피‘가 될 수도 있고 ‘계피 커피의 맛‘이 될 수도 있다. 의미에 혼란이 생길 것 같다면 이단어들 사이에 이음표를 넣어 한 단어 개념으로 만드는 것이 언제라도 가능하다. - P144

Chapter4 형용사의 어순
Concept 20형용사가 하나 이상 이어질 경우에는 어순을 지켜야 한다. 대개 견해/판단, 크기/길이/높이, 연령, 모양, 색상, 국적, 재료, 속성 등의 순서를 따른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한 번에 하나의 형용사를 사용한 문장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하나 이상의 형용사를 사용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요에 따라 여러 개의 형용사를 하나의 명사를 설명하는 데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지만, 형용사는 (한정사와 함께) 셋 정도를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하나 이상의 형용사를 사용할 때는 어순을 잘 지켜야 한다. - P149

지시한정사를 사용할 수 있으려면 지시하는 어떤 것이 듣는 사람 머릿속에 이미 존재해야 한다. 지시를 하려면, 뭔가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이러한 한정사는 어떤 대상이나 문맥을 필요로 한다.
영어의 지시한정사는 시간이나 거리를 보여준다. ‘That was then, thisis now.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야)라는 관용어는 그 개념을 아주 잘 보여준다. 이 표현은 상황이 변해서 더는 과거의 일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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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자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은 팔뚝의 힘뿐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란 팔뚝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세상의 모든 것이 기계화된다고 하는데 기계화된 그런 세상에서는 기계가 팔힘을 대신할 수 있으니 여성이 못할 일이란 점점 없어질 것이 아니겠는가?

35년 전에 나온 책인데 사례들이 왜 다 내 얘기 같지?

3장 여성과 직업: 전문직 활동을 중심으로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유형에 관한 최근의 연구들(이효재 · 조형, 1976: 김애실, 1981: 주경란, 1983)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현대 교육의 보급률에 비하여 고등 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취업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1970년대의 급격한 국민 경제 규모의확장에 따라 여성 인력의 현저한 양적 증가가 기록되었으나 질적인면에서는 거의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음이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보이고, 교육 기회의 확대가 현저한데도 불구하고 왜 전문직에의 여성 진출은 여전히 저조한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 P137

근대화 이후 평생직을 갖고 활동해온 28세에서 80세에 걸쳐 있는전문직 여성들의 삶을 인생 역사 자료를 통해 분석해보면 이들이 안고 있는 구체적 문제점과 해결 방식이 세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며, 이들의 삶이 하나로 계속 연결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기보다는일정한 단계적 과정을 거쳐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세대별 유형화는 각 세대의 여성들이 처해 있던 사회 · 경제 · 문화적 상황과 연결시켜볼 때 더욱 분명해진다. 단 여기서 제시되는 범주적 집단은 가설적 성격이 강한 ‘그럴 가능성이 큰‘ 이념적인 모형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나이의 구분 등에 있어서 예외가 존재하며따라서 문자 그대로보다는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해주기 바란다. - P143

직장내 문제: 돌이켜보면 나 자신은 여자라는 이유로 특별히 어려웠던 것 같지는 않다. 요는 능력과 두뇌가 문제라고 생각된다. 여자에게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두뇌도 개발되고 능력도 개발될 수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 자신 20세의 나이로도 많은 남자들이 그 당시못하는 일을 감히 해냈다. 공부하는 데도 뒤지지 않았다. 다만 여자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은 팔뚝의 힘뿐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란 팔뚝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세상의 모든 것이 기계화된다고 하는데 기계화된 그런 세상에서는 기계가 팔힘을 대신할 수 있으니 여성이 못할 일이란 점점 없어질 것이 아니겠는가? - P150

매우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기자(40세)는 후자의 경우로서 다음과 같이 그 경우를 표현하고 있다.

나는 어머니와 같은 인생은 절대로 살지 않겠다고 어릴 적에 결심하였다. 그래서 나는 사회 활동을 택했고 어머니처럼 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어느 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활동에 있어서 모델은 주로 어머니임을 알고 스스로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참는 것, 길게 보고 나아가는 것, 일을 성취시키고야 마는 것, 이 모든 것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 P158

1970년대에 성장기를 거친 이 새대는 대중 매체의 영향을 크게 받은 대신 혼란기를 거치면서 크고 작은 일을 치러온 강인한 기질의 전통적 어머니나 할머니를 직접 가까이서 보면서 자라지 못했다. 반면 이들에게는 서구에서 수용된 새로운 형태의 ‘사랑받는 아내상‘이 더욱 현실성 있게 부각되고 있어서 기질적인 면에서 이들은 전 세대 여성들에 비해 추진력이 약화된, 오히려 서구적 의미로 여성화되어가는 경향을 현저히 보이고 있다. - P165

대다수의 남성들은 아내가 돈을 벌어오는 것, 자아 성취를 하는 것은 좋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한도에서, 즉 여성이 가정우선의 태도를 가지고 형편에 따라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고 시간제로 돌릴 수 있는 경우에만 직장을 가질 것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과제 중의 하나가 여성들의 전문직 진출에의 숫적 증가에 있다면 그것은 주로 다음 두 사항에 달려 있다. 즉 가정 일과 직장 일과그 남는 ‘뒤치다꺼리‘를 해온, 전 세대 여성들이 만족하게 해결하지못한 이중 역할의 문제, 특히 가사와 육아 문제에 있어서 만족할 만한 해결 방안을 제도적 차원에서 이루어가는 것과 부부가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있는 것이다. - P167

그러나 그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고, 애인이 없는 친구들은 애인을 만들기 위해 이성에 늘 관심을 쏟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차라리 일찍 애인이 생긴 것이 내 일을 하기에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를 화나게 한 것은 애인이 있는 경우 학교생활에서 눈에 띄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점이다. 애인이 있는 여학생들은 거의가 과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모임에 빠지기가 일쑤이다. 그러나 남학생들은 애인이 있어도 구애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생활을 한다. 그래서 나는 그와 만나면서 나의 개인 생활을 되도록이면 침해받지 않기 위해 투쟁했었다. 그런 것 때문에 서로 언짢은 일도 많았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런 문제는 분명히해야 앞으로 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결과 요즈음에는 나는 내 일을 함에 있어서 별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 P176

여성의 조직내 적응 양식을 관찰 분석한 칸터 (1977: 62~63,129)는여성의 소수 집단으로서의 위치를 더욱 일반적 맥락에서 다루었다. 우선 외부인. 이방인으로서의 여성은 기회와 권력의 면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서 조직 생활을 시작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자신에게 성공의 기회가 많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기회를 잡기 위해 그 방면으로 노력과 관심을 쏟게 되는 반면 기회가 막혀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현상 유지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기회가 열려 있지 않기 때문에 또는 권력이 없기 때문에 여성은 취약한입장에 있는 다른 소수 집단의 성원들과 마찬가지로 방어적이고 조심스러운 운영 방식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권 - P182

력은 권력을 낳는다"는 권력의 속성을 이해한다면 뒤에서 밀어주는세력이 없는 편인 고립된 여성은 힘이 없는 상관으로또는 승진가능성이 적은 상관으로 인식되는데 칸터는 남녀를 불문하고 여성 상관을 기피하는 경향도 이런 관점에서 분석하여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권력의 중심권에서 벗어난 상사가 맡게 될 부하 집단 역시 권력이 없는 사람들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런 부하들은 상사가 여성이건 남성이건 다루기 힘든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성의 중간 관리 및 행정인으로서의 활용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칸터는 매니저가 될 때 겪는 어려움은 여성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소수 집단의 어느 경우에나 적용되는 권력을 둘러싼 역학 관계의 문제 때문임을 지적하고 있다.
두번째로 숫적 불평등에 따르는 ‘외로운‘ 여성의 문제를 살펴보자. 여성이 조직내의 이방인이라는 위치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는 직무 외의 ‘여성적‘ 역할 기대의 문제로서 남성들은 새로 들어온 여성 동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므로 기존의 통념에 따라 여성을 대하게 된다. 이 문제는 특히 조직내에서 남녀 비율이 숫적으로 극히 기울어지는 경우에 현저하게 나타난다. - P183

한편 여성이 홍일점일 경우 고립될 가능성 때문에 문제는 더욱 커진다. 고립된다는 것은 곧 주요한 정보원에서, 그리고 위로부터의 권력에서 소외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상태에서는 성공적 조직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다수의 고위직 · 전문·관리·경영직의 여성들은 되도록 "눈에 뜨이지 않고 invisible" "공격적이지 않은 unobstrusive" 방식으로 일하면서 스스로를 고립시켜온 편임을 칸터는 밝혀내고 있다. 이는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살아 남기위한 적응 방식으로서 성적인 변수에 따르는 장애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여성들이 사용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때로 여성들은일을 쉽게 해나가기 위해 일부러 공식적 지도권을 남성에게 주는 방법도 사용하였다. 즉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축출되지 않기 위한 기제로서 "눈에 띄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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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정보 산업_최원형

이런 보건의료정보의 상업적 거래가 얼마나 은밀하게 만연해 있는지, 또 업자들의 주장과 달리 익명화된 데이터가 얼마나 재식별화하기 쉬운지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건은 다름 아닌 한국에서 발생했다. 2015년, 한국의 의약품 관련 단체들이 설립한 ‘한국약학정보원‘과 요양급여 청구 프로그램 개발사 ‘지누스가 2011~2014년 사이 약국에서 쓰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집한 보건의료정보들을 당사자 동의 없이 ‘한국아이엠에스‘에 22억 원을 받고 팔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넘겨진 정보는 환자 주민등록번호와 병명, 조제 내역 등이 포함된 47억 건으로, 피해 규모는 자그마치 4,399만 명에 달했다. ‘한국아이엠에스‘에서 정보를 얻은 미국의 본사는 이를 재가공해 100억 원에 국내 제약회사에 되팔았다. 지은이는 책에서 이 사건을 중요하게 언급하며, "세계에서 기술이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인 한국이 환자 의료정보의 상업적인 이용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의 한복판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한다.
그 ‘싸움‘의 전선은 ‘비식별화한 것은 활용에 대한 개인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빅데이터산업의 논리와 ‘비식별화한 것이라도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라는 개인정보 보호의 논리 사이에 형성됐다.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었지만, ‘한국아이엠에스‘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들은 2020년 1심에 이어 2021년 2심과 3심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았다. 피고들이 줄곧 주장한, ‘식별 - P87

정보를 암호화했기 때문에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재식별화할 의도가 없었다‘는 논리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결과였다. 앞서 언급한 데이터과학자 라타냐 스위니의 연구팀이 ‘아이엠에스‘가 한국에서 받은 익명화된 데이터를 연구해, 그 익명화 방법이란 게 주민등록번호 일부를 정해진 특정 알파벳으로 바꾸는 정도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밝혀낸 논문을 발표한 것도 재판부의 판단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 P88

핵심 문제는, ‘아이엠에스‘ 같은 기업이 수십 년 동안 보건의료정보를 수집하고 거래해왔던 것을 은폐해온 역사가 보여주듯 ‘상업적 목적‘
이 지니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다. 지은이는 "건강 관련 기업들이 의료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지 숨기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환자를 고객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오랫동안 ‘아이엠에스‘
의 배를 불려온 것은 환자들이 아니라 제약회사나 보험회사, 정부 등이었다. 이는 근본적으로 빅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의 고객 역시 개별 데이터의 주인인 우리들이 아니라 우리를 자원으로 삼는 다른 기업들일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약 시장이 주도권을 쥔다면 기업들이 우리에 대해 갈수록 더 많은 것을 파악할 테고, 그 정보를 이용해 우리의 미래를 빚어내려 할 것이다." 지은이는 특히 의학의 경우 "특유의 방식과특수성을 지닌 산업 분야지만, 다른 경제 분야에 비하면 진짜 고객(환자)을 만족시키는 정도가 훨씬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산업의 효용을 앞세우는 이들의 주장과 달리 개인정보 보호는 빅데 - P90

이터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 따위가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다. 다음과 같은 지은이의 말은 우리에게 아주 간명한 핵심이 무엇인지짚어준다. "큰 그림에서 보면, 건강 빅데이터 시장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다. 더 높은 투명성과 더 많은 동의 절차, 그리고 더 많은 통제다." - P91

살아있는 의료_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대의학은 크게 틀렸습니다. 연구자들은 박테리아(세균)가 자연돌연변이를 통해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광범위하게 갖게 되기까지는 대략 100만 년은 걸릴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박테리아가 바보인 줄 알았던 거죠. 그러나 박테리아는 고도로 지각력이 있는 존재입니다. 세균은 인간 언어만큼 정교하고 복잡한 언어수단을 통해서 소통하고, 자신의 친족을 알아보고 자손을 보호합니다. 그리고 특정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화학물질들을 만들어냅니다. 박테리아는단세포생물이지만 많은 수의 박테리아가 모였을 때에는 집단적 지능을나타냅니다. 동식물, 곤충 같은 복잡한 생물들도 본질적으로 ‘박테리아공동체‘라고 봐야 하는 거예요. - P93

약초의술은 대부분의 증상을 치료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건강관리 모델이 ‘질병과의 전쟁‘이 아니라 ‘고통을 완화하는 것으 - P105

로 전환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아프게 될 겁니다. 그건 막을 수없는 일이고, 또 막아서도 안됩니다. 우리가 약초의학에 의존하게 되면단기간에는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것입니다. 약초는 조제약과 같은 저항성 문제를 일으키기 않기 때문이죠. 부작용도 훨씬 적고, 비용도 싸고, 그리고 재생 가능합니다. 자연분해됩니다. 지구의 생태적 기반을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약초의학은 지속가능한 의술입니다.
식물의학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한계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이 세계에 죽음은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는 철저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인간을 초월하는 어떤 것이 우리에게 한계를 지운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집니다. 그렇지만 그런 한계를 억울해하거나 누군가를 탓하거나 분개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는 태도야말로 성숙함의 하나의 징표가 아닐까요. - P106

뇌 기능을 잃어버린 사람을 ‘식물인간‘이라고 하잖아요. 어째서 우리 문화는 식물을 기본적으로 수동적이고 지능이 없는 존재라고 보는걸까요?
식물은 인간보다 훨씬 긴 시간의 틀 속에서 반응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렇지만 전통문화들은 식물을 지능이 있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어떤장소에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지 않으면 봐도 볼 수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못 보는 것뿐이에요.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식물 신경생리학자들이 식물이 지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가설은 틀렸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인간보다 훨씬 많은 신경세포로 된 뇌를 보유한 식물들도 다수 있다고 합니다. 식물의 신경망은 뇌라는 장기가 아니라 뿌리시스템 속에 내재돼 있다고 해요. 이 네트워크는 인간의 뇌처럼 두개골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에, 흙이 허용해줄 수만 있다면 무한히 자랄 수있습니다. 사시나무의 경우에는 뿌리가 10만 년 이상 동안 자라 수십만평에 이르게 뻗어 나가기도 합니다. - P112

나 자신의 한계, 놓쳐버린 기회, 미처 마치지 못한 일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과오를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어요. 회피해온 일들을 처리할 기회인 거예요. 무엇보다 우리는 젊은 자신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인생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온전히 진실되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회한에 찬 임종을 맞이하게 될 공산이 큽니다. 그건 자기자신을 깊이 배신하는 일입니다. 저는 결단코 그런 일은 피하려고 합니다. 내가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남겨둔 일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김정현 옮김)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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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가족
근대사의 아버지 부재 현상
일본의 양처현모 -> 한국의 현모양처
잡초처럼 강한 한국 여성
쭉쭉 잘 읽힌다.

2장 한국의 가부장제에 관한 해석적 분석: 생활 세계를 중심으로

즉 남성들은 생물학적으로 ‘강한 성 stronger sex‘ 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가정적으로 주변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가정 외적 활동을 창조. 확장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가정/공공 영역의 분리와 체계적 성 역할 분업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남성들은 출산과 수유의 임무를지지 않고 여성처럼 인내를 요구하고 감정에 이끌리는 ‘관계‘에 고착되지 않으므로 가정을 벗어난 영역에서의 활동에 몰두하게 되었으며이러한 활동이 소위 공적 조직으로 발전되어 남성 지배 체제의 토대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Sandy, 1974: Ortner, 1974: Meillassoux, 1981). - P65

그러나 뱀버거Bamberger (1974)는 이런 유의 신화가 실은 남성 지배를 정당화시키려는 이데올로기였지 역사적 사실이 아님을 밝혀내고, 모권제 사회가 지구상에 존재했을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실제로 모권제설은흥미롭게도 모권제의 존재 가능성을 믿고 싶어하는 현대의 일부 급진적 여성 해방 운동 내부에서, 그리고 부권제로의 이행이 발전적 진행임을 주장하고자 하는 극단적 보수주의자 내지 단선적 진화론자들에 의해 주창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P66

인류 역사가 인간에 의한 자연 지배의 역사로, 또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피지배의 역사로 전개되어온 것과 공공/가정 영역의 분리 및 공적 영역의 확대는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남녀 평등을 위한 대중적 사회 운동이 인류 사상 가장 공적 영역이확장된 산업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이 점은 새롭게 확인되며, 동시에 대립과 모순이 극대화된 상황에서만 새로운변혁이 가능하다는 역사적 법칙을 재확인하게 된다. - P68

실제로는 조선조 초기의 지배층 남성들의 기득권 투쟁의 와중에서 강조되었다. 물론 한 남성에대한 여성의 충절을 따지는 문화적 요인이 잠재해 있었을 것이나 1474년 경국대전에서 관직 등용에 있어 재혼 여성의 아들에 대한 차별을 법제화한 것은 관직 싸움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가문이 중시되는 사회로 갈수록 강화되며, 지방에서도 이는 똑같은 형태로 향권의 장악 내지 신분 상승을 위해서 이용된다. 구체적으로 특권층에게는 유교적 윤리 실천에 있어 그 집안에 실추자가 한 명이라도 생긴다는 것은 커다란 약점이 되므로 집안 부녀자의 행실을 극도로 통제하게 된다. 몰락 양반층에서는 열녀가 난다는것이 영락한 가문을 일으키는 길이 되기도 하였고, 양민층에서는 요역을 면제받는 혜택을, 천민층에서는 신분 상승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열녀의 행태는 더욱 과격해지고 남편이 죽으면자살을 하거나 외방 남자에게 손을 잡혔다고 투신 자살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여성으로 하여금 살신케 하는 정절 이데올로기는 한편 여성 억압의 극단적인 지표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당시의여성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였음을 일러준다. "아들을 낳으면 충신, 딸을 낳으면 열녀"라는 속어에서 여성이 열녀가 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크게 칭송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학자인 이수광이 수절을 "중화의 풍속이 미치지 못하는 우리의 미속" (이옥경, 1985: 49~51 재인용)으로 손꼽았다는 사실에서 조선조의 여성들이당시 중국의 여성들보다 유교적 정절 윤리에 투철하였음을 알게 된다. - P85

이런 점에서 여성들의 삶은 자신의 신분과 혈통 집단내의 위치가탄생과 더불어 이미 상당히 결정되어버리는 남성들의 귀속적 특성의삶과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울프(1972)는 이러한 현상을 남성적 삶의 연속성과 여성적 삶의 단절성이란 점에 주목하여 풀이하였다. 우선 남성은 자신이 태어난 가족에서 자라고 활동하다 죽으며 죽은 후에도 그 집안의 조상이 되어 제사를 받게 된다. 그는 항상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는 친숙한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고 그 영구적인 집단내에서 보호를 받고 살아간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줄 사람이 늘 가까이 있으며 자신이 보지는 못했으나 피를 나누어준 조상들의 은덕 속에 안주한다. 반면 여성은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한 집을결혼과 함께 떠나야 한다. 그는 자신을 이해하거나 감싸줄 사람이 하나도 없는 시집에 들어가서 사는 단절적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는오해와 불신 속에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적 조건 때문에 심리적으로 남성에 비하여 일찍 독립적이며 강해지고 성취 지향적으로된다. 조선조 가부장제가 지닌 또 다른 특성, 즉 극단적 명분 위주의남성적 삶을 보완해야 하였던 점을 고려할 때 여성들이 남성들보다더욱 진취적이며 성취적 기질을 살려왔을 가능성은 쉽게 유추할 수있다. 이러한 기질적 특성은 자궁 가족을 통하여 딸들에게 이어지며, 여성을 심리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온 것이다. - P93

친정에의 효심 외에 바리공주의 비극이 여성들에게 주는 또 다른 메시지는 고난을 극복하고 모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영웅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끝은 항상 행복하게 끝난다. 심청전이나 춘향전, 그외 궁상굿, 도량선비 이야기 등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끝없는 고행을 견디어 영광을 차지하게 되는 포용력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이 모습은 ‘잠자는 공주‘의 수동성이나 ‘베아트리체‘의 순수함 등과는 거리가 멀다. 여성은 강하며 끝내 승리한다는 주제가 일관되게 나타날 뿐이다. - P97

궁극적으로 혈통을 극도로 중시한 당시의 체제에서는 대가족내의 연장자이자 혈통 계승자의 어머니로서 여성의 지위와 활동에 상당한권한을 부여한 셈이며 여성들은 이 여자를 십분 활용하여 가부장제의 유지를 적극적으로 도와왔던 것이다. 여성이 인격으로서가 아니라 어머니로서만 인정되었다는 점과 여성 자신들이 조선 중기 이후의 붕괴하여가는 체제를 강한 생활력으로 보완하며 적극적인 지탱자가 되어왔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가부장제의 현대적 변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 P100

문학평론가 최원식 (1987)은 근대사를 통해 소설가들이 아버지를 별로 다루고 있지 않으며 이광수. 염상섭 등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다수가 일종의 고아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아버지‘ 부재의 현상을 분석할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그는 새로운 역사는 근대사의 격동 속에서 실종된 아버지, 즉 숨어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그 세대의 실패를 엄정하게 보고 극복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 동안의 아버지의 부재는 실상 적극적인 여성들의 활약에 의하여 메워져왔으며, 부재한 남편의 자리를남겨두고 그의 실추된 권위를 세워주는 일이 여성 역할의 주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이다. 남성의 ‘일시적인‘ 부재로 가족적 삶이 흔들릴 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가족의 주인공이 된 여성들은 더욱 가부장적 명분에 충실하려고 했던 것이다. 한편 아버지가없어도 굳건하게 부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경우 아버지라는 실제 인물이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상당히 모호한위치를 가진 가족 구성원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조선 시대의 남성 지배가 실제적인 역할에 의하여 뒷받침되었다기보다는 상당히 이데올로기적 차원의 현상이었음을 앞에서 밝혔지만 그나마 그시대의 남성들은 글을 읽는 선비라든가 문중의 성원으로서, 또는 제사를 모시는 제관으로서 확고한 지위와 활동 영역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역할에 의해서보다는 순수한 정체성의 차원에서 강조된 혼란기의 남성 우월주의는 그 전시대의 것과 구별이 되어야 할 것이다. - P104

당시 여성 교육계는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주입한 현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 계통의 학교는 기독교적인 시민을기를 것을 목표로 하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나, 개화열에 자극을 받아 설립된 사설 여학교들의 교육 방침을 보면, 숙명여학교(1906년 설립)는 "인격 양성에 심심한 주의를 기울여 특히 여자에게 필요한 순결 · 동정 · 청결관 등의 제덕을 함양하고 실질을 존중하고 근로를 사랑하며 정숙한 품성을 힘써 기르고[・・・・・・] 기예의 숙달을 꾀하고건강의 유지·증진을 도모하여서 심신의 원만한 발달을 기하여 현사회에 적응하는 부인의 양성에 힘씀으로써 순량한 교풍의 등장에노력한다"고 하였다. 동덕여학교(1908년 설립) 역시 "여자 교육은 어디까지나 여자를 만드는 교육이요, 그것이 가정을 만들고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손인수, 1977: 253에서 재인용). 관립 - P112

학교 역시 여성 교육의 목표를 "부덕의 함양과 솔선수범"에 두어 당시 여학교의 상당수가 자립적인 인간 교육이기보다는 가정인으로서의 여성 사회화에 주력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즉, 집안 전체가 기독교로 개종을 하거나 독립 운동에 뛰어드는 등, 혁신적인 환경 변화가 없는 한 당시의 근대적 교육만으로는 여성의 주체적 의식 개발과활동은 기대가 어려웠으며 일반적으로 신여성의 목표는 현모양처가되는 데 머물렀다 하겠다. - P113

이러한 혼란기를 통하여 남성에 대한 여성의 실제적 기대치는 더욱 낮아졌다. 피난살이에서는 남성은 성적 상대 이상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은 그것으로 족했다(김주연, 1985:180~83). 살아 있어만 주면 족한 존재였던 것이다. 박완서 소설에 나타나는 "배경 어딘가에 비껴서 있는 듯한 남편상" (박완서, 1985), 또는 김원일의 가족소설 (1985)의 여주인공들은 여전히 당시의 가족에서 어머니가 중요했던 반면 아버지가 부재하였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이후 초기 산업화 과정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은 지속된다. 한층 높은 생활층을 향해 돌진해가는 가족의 중심 인물로서 여성들은자신의 가족이 남의 가족에 뒤떨어질세라 그들이 길러온 저력을 한껏 발휘해갔던 것이다. 여성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남편을출세시키고 자녀를 ‘일류 학교‘에 입학시키며 집을 마련하고 재산을늘려왔다. 이러한 여성의 지위 재생산적 활동은 후발 공업국에서대체적으로 나타나며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확실히 구분이 되어있지 않은 사회 구조적 여건에서 자극되어온 활동 영역이다 (Papanek, 1985). 특히 한국의 여성이 어느 나라 여성 못지않게 이에 전력 투구해온 것은 전통적인 부덕을 내면화시킨 가족의 안주인으로서의 역할수행의 지속성의 면에서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이 당시의 가족은 태너(Tanner, 1974: 131~32)가 정의한 대로 "어머니가 제도적·구조적·정서적으로 중심이 되는" 모중심 matrifocal 가족으로 내외 구분이 엄격했던 전시대의 ‘자궁 가족‘ 적 형태나, 이후에 대두되는 정서적 역할에 치중하는 ‘엄마주의 momism‘ 가족의 행태와는 현격히 구분된다. - P115

부부간의 상호 보완적 역할 분담과 결혼으로 완결되는 낭만적 사랑에의 기대는 이성간의 매력에 대해 개인적 관심을 집중시켰고 이에 따라 남녀의 태도 및 외모상의 차이는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었다. 현대적 성 역할 분업에 맞추어, 즉 경쟁적인 일터에서 일을 해야하는 남성은 그러한 일에 맞는 성품을 갖추어야 했고, 따라서 남성은그 기질이 "지배적이고 강하며 박력있고 이지적이어야 한다는 가치규정적인 제한을 받게 된다. 반면에 보조적이고 정서적인 역할을 주로 수행할 여성은 ‘여성적‘ 이어야 하는데, ‘여성성‘에 관한 규정 역시 그러한 역할에 맞도록 "유순하고 연약하며 민감하고 감성적인 것으로 내려졌다. 매력적 인간이란 자신의 성에 규정된 대로의 특성을많이 가진 사람이며, 이에 따라 남성의 ‘남성다움‘ 여성의 ‘여성다움‘의 정도가 개인의 정체성 확립의 본질적인 내용처럼 간주되었다. 이러한 성에 따른 차이에 대한 전제는 행위자들에 의해 자연적 사실내지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여져서 기존의 성 역할 분업을 유지시키는 핵심적 기제가 된다(정대현, 1985). 실제로 조선조를 포함한 다수의 비산업 사회에서는 남성·여성의 기질적 구분은 별로 중요하지않았으며, 그러한 사회에서 남성의 지배는 특권에 대한 접근의 면에서 이념적·제도적으로 규정되어왔을 뿐인 데 반해 산업 사회는 전혀 다른 보다 포괄적 지배 기제를 발전시킨 것이다(미드, 1935). - P119

이러한 역사적 및 이론적 전망에서 볼 때 한국 사회에서의 가부장제 극복의 과제가 무엇인지는 매우 분명해진다. 첫째는 조선 시대로부터 사회 구성의 이념적 기본이 되어온 엄격한 공공/가정 그리고공/사"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런 인식을 토대로 형성되고 재형성되어온 사회적 관계 구조, 특히 성과 부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새롭게 확대되고 있는 산업 자본주의적 여성 통제의 기제즉, 미시적으로는 낭만적 사랑에 근거한 핵가족 이데올로기와 거시적으로는 국가 및 기업 등 조직의 확대에 따라 더욱 강화되는 인간의도구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가 문제가 된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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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선량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게 언제나 제겐 미심쩍게 보였죠! 그들 모두는 무관심하기 때문에 선량한 겁니다!

숲의 수호신
4막 희곡
성숙한 극작가 체호프의 면모가 드러나지 않는, 화장기 없는 초창기 체호프를 볼수 있는 희곡이 <숲의 수호신>이다. 낭만성과 사실주의, 이상과 현실, 소설과 드라마의 요소가 상호 충돌하면서 불협화음을 내는 희곡이다. 죽을 때까지도 출간이나 공연을 고려하지 않았던 극작가의 완강한 태도가 작품을 바라보는 그의 입장을 웅변한다. 그럼에도 훗날 <바냐 외삼촌>의 골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작품이다. - P275

흐루쇼프 필요해서 벌목하는 건 가능하지만, 숲을 파괴하는 것은 그만둬야 합니다. 모든 러시아의 숲은 도끼에 찢겨져나가고, 엄청난 수의 나무가 죽어가고 있어요. 길짐승과 날짐승의 보금자리는 황폐화되고, 하천은 얕게 말라가고 있으며 기막힌 풍경은돌이킬 수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게으른 인간이몸을 숙여 땅에서 땔감을 주워 올릴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보여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걸 난로에 태워버리고, 창조할 수 없는 것을 파괴하는 것은 무분별한 야만인이나 하는짓이에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증가시키려고 인간은 이성과창조력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간은 창조가 아니라, 파괴만 일삼아 왔습니다. 숲은 점점 더 줄어들고, 강은 말라가고, 야생동물은 사라지고, 기후는 망가져 버렸습니다. 그래서대지는 나날이 점점 더 빈곤하고 추해지고 있는 겁니다. 당신들은 나를 빈정거리는 눈으로 바라보고, 내가 하는 모든 말은 낡고시시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벌목으로부터 내가 구한 농부들의 숲을 지나갈 때나, 혹은 내 두 손으로 심은 어린 숲이 내는 사각사각 하는 소리를 들을 때면 기후도 어느 정도 내 수중에있으며, 만일 천년 뒤의 인간이 행복해진다면, 나도 거기에 다소기여할 것이란 사실을 의식하게 됩니다. 자작나무를 심고, 나중에 그것이 푸르러져서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볼 때면, 하느님이 유기체를 창조하시는 걸 내가 돕고 있구나, 하는 자긍심으로 영혼이 충만해지곤 합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 (말을 가로채면서) 숲의 수호신, 자네의 건강을 위해! - P297

보이니쓰키 이제 비가 지나가면 자연의 모든 것은 원기를 되찾고 가볍게 숨을 쉴 테죠. 오직 나만 우레 비로도 원기를 회복하지 못합니다. 내 인생은 돌이킬 수 없이 상실되었다는 생각이 낮이고 밤이고 간에 집 귀신처럼 나를 질식시키고 있어요. 과거는 없다. 그것은 하잘것없는 것들에 어리석게 소모되었고, 현재는 나의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무시무시합니다. 바로 그것이 나의 인생이고 사랑입니다. 그것들을 어디로 보내야 합니까? 그것들을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멍으로 떨어진 햇살처럼 나의 감정은 헛되이 죽어가고 있으며, 나 자신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엘레나 안드레예브나 당신이 사랑을 말하시면 난 어쩐지 둔해져서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미안합니다만, 당신에게 드릴말씀이 없네요. (가려고 한다) 안녕히 주무세요! - P313

흐루쇼프 (얼굴을 붉히고서) 모든 이의 대부님! 이 세상에는 선량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게 언제나 제겐 미심쩍게 보였죠! 그들 모두는 무관심하기 때문에 선량한 겁니다!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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